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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정책에 눌린 프랑스 보건의료
[ANALYSIS] 프랑스 2024년 사회보험 예산안
[164호] 2023년 12월 01일 (금) 셀린 무종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정부는 2024년 사회보험 예산으로 6400억유로를 편성했다. 그러나 보건의료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보건의료 종사자 급여는 예산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마련한 2024년 사회보장 예산안이 보건의료 시스템을 더 큰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정부가 2024년 사회보험 예산안에서 30억유로를 추가 절감하기로 한 가운데 지출 절감의 첫 번째 대상으로 치과치료 환급률이 낮아진다. 파리 인근 빈센에 있는 한 치과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REUTERS

기온이 아직 여름인데 국회 일정은 가을이다. 국회는 정부가 작성한 2024년 사회보험 예산안을 2023년 11월30일까지 심의·확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 예산안이 ‘사회모델의 영속성 보장’에 필요하다는, 이제는 뻔해진 수사를 붙여가며 예산안을 소개했다. 이번 예산안도 마크롱주의(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통치 방식을 일컫는 표현) 정책 기조를 벗어나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를 빼고 2017년부터 원칙이 한결같다. 추가 세수는 없고 지출만 엄격하게 관리한다.
정부는 2024년 사회보험 예산으로 6400억유로(약 905조원)를 편성했다. 가장 큰 지출은 연금(2940억유로)과 보건의료(2520억유로)다. 여기서 짚어야 점이 있다. 첫째, 전체 사회보험기금(임금노동자의 일반 사회보험, 기타 의무 사회보험, 추가 연금보험, 실업보험, 사회부채완화기금 등)은 2023년 158억유로 흑자를 낼 전망이다.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0.6%포인트 규모다. 사회부채완화기금(CADES)이 낸 이윤이 많았다.
둘째,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사회보험 부채는 의무사회보험과 노인연대기금의 잔고를 가리킨다. 2023년 사회보험 부채는 88억유로로 최근 몇 년에 견줘 줄어들 전망이다. 당연한 결과다. 사회보험은 위기 안전망이다. 경기가 좋을 때 적자가 늘어나고 좋을 때 다시 줄어든다. 그런데 2024년부터 적자가 다시 오름세를 탈 것(2024년 110억유로, 2025년 160억유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를 따라잡으려면 연금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으로 지출액 늘어나
보건의료는 사회보험 예산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가 보건의료 예산을 어떻게 짰는지 살펴보자. 먼저 규모다. 정부는 2024년 ‘국가건강보험 지출 목표’를 2550억유로로 잡았다. 2023년도 예산에 견줘 3.2% 늘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명목값만 계산한 수치다. 그런데 공공재정상임위원회가 예측한 2024년 물가상승률은 2.4%와 3.7% 사이를 오간다.
물가가 예산 증액분을 뒤집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2022~ 2023년 겪은 불행이 반복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때도 보건의료 지출이 물가 오름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2년 전 시작한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이 국가건강보험 지출 목표 인상분을 거의, 아니 완전히 잡아먹는다.
그뿐이 아니다. 보건의료 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보건의료 종사자 급여는 예산 논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3.2% 인상분은 무엇을 뜻하는가? 임금 인상이 없던 일이 된다는 것인가? 정부 예산안에는 의사 진료비를 건당 1.5유로 올린다고만 돼 있다. 임금 문제는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정부와 보건의료 종사자의 합의가 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될까 우려스럽다. 이를테면 비급여 항목이 늘어날 수 있다.
병원은 어떤가? 정부는 2024년 의료기관 예산을 31억유로(+3.2%) 늘렸다. 2023년 1025억유로에서 2024년 1056억유로로 올렸다. 그런데 증액한 지출 항목의 대부분이 직업 매력도(공무원 단위봉급 인상, 호봉 승급, 구매력 향상을 위한 상여금 등)를 높이는 데 집중됐다. 총 17억유로다. 여기에 2023년 8월 말 정부가 예고한 야간·당직 급여 인상분인 11억유로를 더하면 총 28억유로다.
 

   
▲ 프랑스 정부가 2023년 가을 내놓은 중대 발표 중 하나는 행위별 의료수가제 폐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 제도의 폐지를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2023년 11월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파리평화포럼 참석자들을 마중하고 있다. REUTERS

숨통 조이는 공공의료기관
증액한 예산 31억유로에서 결국 3억유로가 남는다. 그 돈으로 물가상승, 치료혁신, 늘어나는 노령인구의 의료서비스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서 5억유로 상당의 지출을 절감하겠다고 했다. 3억유로와 이 돈 5억유로를 합하면 병원이 쓸 수 있는 여유 예산이 많아도 8억유로다. 너무 적다.
공공의료기관장은 일제히 경고신호를 보낸다. 2023년에 물가상승(특히 에너지가격 인상)으로 이미 5억8500만유로 적자가 났다. 게다가 정부가 임금 인상(간호사 등 공공의료기관 종사자의 단위봉급 인상)을 약속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7억유로가 추가로 나갔다. 그렇다. 정부가 병원에 돈을 더 주지도 않고 직원들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한 것이다. 병원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빌려 썼다.
국립종합병원(CHU)의 재정적자는 2022년 말 벌써 4억유로를 기록했다. 전국 국립종합병원장 회의에서 “정부가 적자를 메울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그 규모가 두세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 전망은 의료 전문 매체 <아페엠 뉴스>(APM News)에도 보도됐다. 경제학자 브리지트 도르몽 역시 “병원에 여유 재정이 거의 없다”고 확인했다. 공공의료기관 지출에서 70%는 직원 봉급으로 나간다. 나머지 돈은 비품 구입이나 식당, 청소 등 운영 지원에 쓰인다. 도르몽은 “10년 넘게 재정 긴축을 이어오면서 의료서비스 효율을 늘리라고 통보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이 편성된 예산을 넘기지 않는 방법은 세 가지다. 의료서비스 제한하기, 직원들 생산성 높이기, ‘인건비 조정하기’(임금 올리지 않기)다. 뒤의 두 가지는 2010~2020년 내내 쓴 방법이다. 의료서비스 제한은 최근 ‘보건의료 회계장부’에서 읽힌다. 프랑스 공공의료기관은 2021~2022년 의료서비스 규모(환자 수, 입원 일수, 수술 횟수, 검사·검진 수 등)를 0.5% 축소했다. 2022년 수치가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병원에서 돌본 환자가 2019년보다 2022년에 더 적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때 아닌 절약 정신
정부가 2023년 가을 내놓은 중대 발표 중 하나는 행위별 의료수가제 폐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제도의 폐지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행위별 의료수가제는 의료행위마다 ‘가격’을 산정해서 의료기관에 예산을 편성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부추기고 의료기관을 경쟁 구도로 내몬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는 행위별 의료수가제 폐지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수가제 적용 의료행위의 비중은 2023년 54%에서 2026년까지 49%로 줄어든다. 큰 변화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다. 케이크 조각을 자르고 나눠주는 방식을 바꿔도 케이크 크기는 바뀌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사회보험 예산안에서 30억유로(약 4조원)를 추가로 절감하겠다고 했다. 그 가운데 13억유로는 “지출을 이전하고 보험가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몫이다. 지출 절감의 첫 번째 대상으로 치과치료 환급률이 변경된다. 10월15일부터 건강보험공단은 치아 건강 유지에 필요한 필수치료(교정·임플란트가 아닌 기초 치료, 교정·임플란트 치료는 환급률이 매우 낮다)의 60%만 환급한다. 원래 환급률은 70%였다.
유급 질병휴가(병가) 역시 정부의 사정권에 놓였다. 정부는 병가생활임금 지출이 너무 많다고 보고 노동자가 유급병가를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지금보다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앞으로는 회사에서 지정한 의사가 병가 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 생활임금 지급이 자동으로 중단된다. 지금까지는 병가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회사가 생활임금 지급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정부가 2023년 9월 초 밝힌 정책 가운데 크게 논란이 된 정책(환자 부담 두 배로 확대, 의약품 한 상자당 0.5유로에서 1유로로, 진료당 1유로에서 2유로로 인상)은 이번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길은 멀고 뒤틀려서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미지수다.
사회보험기금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개혁안은 얼마든지 있다. 최저임금의 2.5배 이상인 소득에 사회보험료를 감면해주는 제도부터 폐지하면 된다. 이 제도는 일자리를 만들지도, 기업 경쟁력을 높이지도 못했다. 이 제도를 폐지하면 사회보험기금은 20억유로의 추가 재정을 얻을 수 있다.
정부는 “2024년 사회보험 예산안이 예산 편성 의무이기 전에 민주적 약속”이라고 했다.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9월 중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현행 의료제도에 관해 시민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조금은) 변화를 기대해도 좋을지 두고 봐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0월호(제439호)
La santé maintenue sous austérité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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