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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금리 폭등에 휘청 덩치 키운 중국은 저가공세
[ENVIRONMENT] 유럽 해상풍력발전 위기- ① 초강력 태풍 강타
[164호] 2023년 12월 01일 (금) 클라우스 헤킹 economyinsight@hani.co.kr

 

해상풍력발전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필요하지만, 해상풍력단지에서 더는 수익성을 찾을 수 없다. 해상풍력발전 업계는 위기이고 유럽 정치권은 구제 방안을 찾고 있다.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등 <슈피겔> 기자
 

   
▲ 해상풍력터빈 139개로 이뤄진 네덜란드 북해의 해상풍력단지 ‘홀란트세 퀴스트 자위트’(HKZ)는 정부보조금 없이 지어졌지만 갈수록 업황이 어두워지고 있다. REUTERS

월요일 낮, 네덜란드 해안에 펼쳐진 북해가 반짝거린다. 구름이 낀 듯하다가도 해가 얼굴을 내밀곤 했다. 이곳 바다 위 해상풍력발전의 세계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적어도 이날은 그랬다. 바텐팔(Vattenfall) 프로젝트 매니저인 이레인 헤이르벡스(39)는 해상풍력단지 ‘홀란트세 퀴스트 자위트’(HKZ·Hollandse Kust Zuid)의 터빈 사이를 운항하는 선박 난간에 기대어 앉았다. 그는 “자신의 ‘아기’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아기’는 쾰른성당의 돔보다 더 높은 풍력터빈 139개로 이뤄졌다. 북해에 이 발전단지를 건설한 것은 바텐팔이었다.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다면 이 풍력발전단지에서는 바텐팔과 공동소유주인 바스프(BASF), 알리안츠를 위해 1500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이는 대형 핵발전소의 발전량과 맞먹는 생산량이다.
2023년 10월20일, HKZ에서는 최초로 국가보조금 없이 만들어진 해상풍력발전소의 완공식을 열었다. 바텐팔은 수완을 발휘해 코로나19 기간에 풍력발전기를 저렴하게 샀다. 전기료가 계속 오르리라 예측한 것이다. 이 계산은 옳았다.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헤이르벡스는 말했다. 하지만 이 풍력발전단지는 좋은 시절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불리하다’는 정도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나빠졌다.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얼마 전 바텐팔은 영국 앞바다의 대형 해상풍력단지 계획을 멈췄고, 인근 프로젝트도 무산될 위기다. 다른 업계에서도 나쁜 소식만 들려온다. 2022년 유럽에서 새로운 해양풍력발전단지에 4억유로(약 5640억원)가 투자됐다. 이는 전년도의 166억유로, 전전년도의 277억유로에 견주면 크게 줄어든 규모다. 2023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단지들은 향후 몇 년간 건설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에너지 전환에 암울한 전망을 드리운다.
해상풍력의 침체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이 업계에는 원자재와 설비 비용 상승, 취약한 공급망, 파괴적인 가격경쟁, 비싼 대출금리, 운송 선박 부족, 관료주의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새로 계획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어느 곳에서도 수익성이 없을 것이며, 이미 건설 중인 해상풍력발전단지 가운데 일부는 급격히 가치를 잃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업체인 외르스테(Ørsted)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때문에 22억유로에 이르는 자산가치를 잃을 위기에 있다. 이 업계의 대표주자인 베스타스(Vestas), GE리뉴어블에너지(GE Renewable Energy), 지멘스가메사(Siemens Gamesa)도 손실을 봤다. 독일 제조기업인 에네르콘(Enercon)도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독일 터빈 제조사인 노르덱스(Nordex)는 본사가 있는 로스토크의 공장 문을 닫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풍력발전 업체인 에르베에(RWE)의 마르쿠스 크레버 사장은 해상풍력발전 업계에 “총제적인 태풍이 불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현재는 유럽에 풍력터빈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 2022년 이탈리아 남부 항구도시인 타란토에 중국 기업 밍양스마트에너지가 만든 풍력터빈이 설치되자 가뜩이나 어려운 유럽 풍력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밍양스마트에너지 누리집

투자 계속 줄어
해상풍력은 가장 중요한 녹색에너지원으로 기대받는 에너지다. 이는 독재국가에서 생산하는 석유와 가스를 대체하고, 풍력 관련 기업들은 미래 시장을 개척해 수십억달러의 수익과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어려움에 부닥친 산업계를 위해 전기료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목표와 현실은 동떨어져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발전으로 154GW(기가와트)를 생산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현재 30GW만 전력망에 연결됐다. 업계에서 많은 사람이 여전히 나머지 풍력터빈을 어디서 조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유럽의 터빈 제조업체들은 현재 연간 7GW의 생산능력만 보유한다. 유럽연합 회원국의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터빈 제작사들은 연간 11GW를 생산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이 손실을 봤는데 어느 업체가 생산을 늘리거나 공장을 새로 짓겠는가. 이미 있는 생산능력도 전부 쓰지 않은 상태다. 유럽 풍력에너지산업 연합회인 윈드유럽(WindEurope)이 <슈피겔>에 제공한 비공식 계산에 따르면, 유럽의 터빈 공장들은 지난 몇 년간 평균 약 4GW의 발전을 위한 설비만 생산했다.
유럽의 많은 것이 풍력산업에 걸려 있다. 과연 유럽이 야심 찬 기후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중국 업체들이 점점 더 격차를 좁히는 상황에서 유럽산 풍력발전기를 사용할 것인가, 중국산을 사용할 것인가? 2022년 이탈리아 남부 항구도시인 타란토에 중국 기업 밍양스마트에너지(밍양)가 만든 풍력터빈이 처음 (유럽에) 설치됐다. 이는 어려움에 부닥친 유럽 풍력업계와 정치권에 경종을 울렸다.
윈드유럽은 과거 태양광업계와 마찬가지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여 년 전 유럽, 특히 독일이 태양광산업을 크게 키웠지만 중국 경쟁사들에 자리를 내줬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으려 한다. 폰데어라이엔은 해상풍력 분야의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선포했다. 그가 이끄는 기구들은 구제 패키지를 만들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터빈 제작사와 발전소 설치 업체를 위해 새로운 신용한도와 유연성 있는 입찰 절차를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 약속은 현실적일까? 이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가격이 저렴한 중국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에너지 전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왼쪽)과 요헨 아이크홀트 지멘스가메사 최고경영자가 2023년 1월31일 독일 쿡스하펜에 있는 지멘스가메사의 해상풍력터빈 생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멘스가메사는 육상풍력터빈의 품질 문제 외에 해상풍력산업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REUTERS

빛바랜 해결사
요헨 아이크홀트는 ‘해결사’로 불린다. 그는 문제를 재빨리 파악하고 짧은 시간에 해결책을 찾는다. 뮌헨에 있는 지멘스그룹에서, 나중에 분리돼 나온 지멘스에너지에서 그는 (신속히 일을 처리해) ‘2주 요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2년 3월, 그가 지멘스가메사의 CEO가 됐을 때 기대치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심지어 취임 18개월도 채 되지 않은 2023년 6월, ‘2주 요헨’은 화상회의에서 새로운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모회사인) 지멘스에너지의 2023년 손실이 45억유로 예상된다는 점이었다. 원인은 (지멘스가메사의) 육상풍력터빈의 품질 문제 외에 해상풍력산업의 침체가 지목됐다. 지멘스가메사는 공해상용 풍력터빈과, 터빈에서 생산된 전기 변환과 육상으로의 송전을 동시에 처리하는 컨버터 생산에서 세계 1위다. 즉, 지멘스가메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업계 전체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터빈 제조사는 “비용도 못 건지고 있다”고 아이크홀트는 말했다. “하지만 이 산업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유럽에서 노하우와 제작능력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 원자재, 블레이드(날개), 운송, 터빈 부품 등 터빈 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의 가격이 40%까지 올랐다. 지금까지 제조업체는 제한적으로만 증가된 비용을 전가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과 원자재 시장의 혼란이 발생하기 전까지, 지멘스가메사 같은 회사는 터빈을 대부분 고정가격으로 판매했다. 주문받아 풍력발전업체에 납품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생산비가 안정적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더는 그렇지 않다. 철강 가격은 2020~2022년 85% 올랐고, 로터(회전자)에 사용하는 희토류도 눈에 띄게 가격이 올랐다.
현재 지멘스가메사와 다른 터빈 제조사들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터빈 가격도 오른다는 조정 조항을 새 계약서에 명시한다. 우크라이나전쟁 이전의 옛 계약서에는 이 조항이 없다. 그래서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은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 생산라인과 공장에 투자할 돈이 없다.
풍력발전업계가 망하는 것은 최근 크고 성능이 좋은 터빈을 개발하는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멘스, 베스타스, GE는 새 모델을 많이 내놓고 신제품 출시 기간도 점점 짧아졌다. 그 결과 품질 결함이 잦아지고 구형 모델의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비용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 경쟁업체들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웠다. 국외 업체가 중국에 진출할 길은 거의 없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해양풍력발전기의 절반은 중국에 설치되고 이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해양풍력 붐은 규모가 크고 효율적인 업체들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가격경쟁력으로 전세계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또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일부 기업은 고객에게 몇 년에 걸쳐 돈을 지급해도 되는 조건을 제공한다.
2023년 6월 말 밍양이 중국 푸젠성에 있는 해상풍력단지에서 세계 최초로 16㎿를 생산하는 해상풍력터빈을 전력망에 연결했다. 이미 중국선박그룹(CSSC·中國船舶集團)은 18㎿ 터빈을 건설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는 중국 기술이 가격뿐 아니라 기술 면에서도 표준이 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지멘스가메사 같은 대기업도 중국 압박에는 별 대안이 없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아이크홀트는 말했다. 유럽의 풍력발전이 다시 수익성을 가지려면 수급 계획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하고, 업계 모든 부분에서 물가상승을 반영해주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 모든 이가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오는 터빈 없이는 유럽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업계의 비공식적인 견해도 있다.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들은 값싼 풍력터빈에 훨씬 더 의존한다.
카트린 융(46)은 바텐팔에서 보람 없는 역할을 맡았다. 동료인 헤이르벡스는 네덜란드의 대표 풍력발전단지를 언론인에게 소개하러 배를 타고 다니지만, 융은 스웨덴 에너지기업인 바텐팔의 위기대응 담당자로 출장을 다닌다. 해상풍력 분야를 맡은 그는 이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자주 설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바텐팔, 영국 프로젝트 중단
유럽에서 가장 큰 해상풍력 시장인 영국에서 발생한 바텐팔의 문제는 업계 전체를 놀라게 했다. 실제 바텐팔은 영국 해상에 노퍽 보레아스(Norfolk Boreas)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싶었다. 이 발전단지는 네덜란드의 HKZ 풍력단지와 비슷한 용량의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3년 7월 중순 바텐팔은 이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5억유로(약 7천억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우리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융이 말했다. 약 18개월 전, 향후 15년의 매출 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그사이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40% 올렸다.” 게다가 바텐팔은 프로젝트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다. 바텐팔은 풍력으로 1메가와트시(MWh)를 생산할 때 약 52유로가 든다고 계산했으며, 이에 상응하는 입찰가로 풍력발전 부지 경매에 참여했다. 당시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가 위험하다고 봤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NEF)는 최근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손익분기점이 MWh당 평균 68유로로 예상한 바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대출이자율이 오른 것도 원인이다. 2021년에만 해도 새 풍력발전단지를 위해 대출을 받으면 연이자가 1.8%였다. 컨설팅사인 도이체윈드가드(Deutsche Windguard)에 따르면 앞으로 이자율이 4.8%일 것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새 풍력발전단지를 짓는 비용은 22% 상승할 것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40호
Windjammer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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