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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기준 질적 비중 높이고 국영은행이 재정 지원 검토
[ENVIRONMENT] 유럽 해상풍력발전 위기- ② 구제 나선 정부
[164호] 2023년 12월 01일 (금) 클라우스 헤킹 economyinsight@hani.co.kr

 
클라우스 헤킹 Claus Hecking 등 <슈피겔> 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유럽 풍력산업을 되살리려 하지만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힘이 빠져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오른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022년 5월 덴마크 에스비에르에서 열린 해상풍력발전에 관한 북해정상회의(North Sea Summit)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REUTERS

오랫동안 영국은 해상풍력산업에서 안정적인 나라라고 여겨졌다. 풍력발전단지를 지으면 15년 동안 전력 고정가격을 보장해줬다. 2022년에도 영국 정부는 7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어느 회사도 경매에 나온 발전 부지에 입찰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가 이 부지에 메가와트시(MWh)당 51유로라는 최고가를 정해놓았는데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증설은 지지부진하다. 거대한 로터블레이드(회전날개)와 타워를 바다 한가운데로 운반해 설치하는 데 필요한 선박이나 항구 내 공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발전단지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일이 지연되기도 한다. 또한 해상풍력발전단지 허가에 9년이 걸리기도 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줄이려 한다. 하지만 아직 EU 회원국들은 EU 집행위의 권고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
2023년 여름 초 석유기업인 비피(BP)와 토탈에너지는 독일 북해와 발트해의 발전 부지를 126억유로라는 기록적인 가격으로 취득했다. 이는 업계가 느끼는 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에르베에(RWE), 외르스테, 바덴뷔르템베르크전력회사(EnBW) 등 풍력프로젝트 개발사들은 시장에서 이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입찰경쟁에서 밀려났다. 기록적인 수익을 올린 석유 대기업에 자금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들은 풍력전기 일부를 자체 정유공장이나 수소 생산에 사용하고, 이를 통해 탄소가격 상승이 주는 타격을 줄일 수 있다.

그린딜도 지지부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사무실 분위기는 긴장돼 있다.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그의 권한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그와 일하는 집행위원들은 새로운 입법안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동시에 가장 앞에 내세웠던 프로젝트인 그린딜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폰데어라이엔 측근들은 풍력발전 업계의 문제를 오래전부터 염려했다. 2023년 9월 중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이 분야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독특한 상황에 처했다”고 언급하며 구제 패키지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풍력프로젝트의 입찰 규칙을 변경하려 한다. 지금까지는 가장 높은 (부지) 가격을 제출한 업체가 해당 정부로부터 계약을 수주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질적 기준이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입찰자가 환경 측면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두는지, 유럽의 연구·개발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하는지 등이다. 이를 통해 유럽 공급업체를 중국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다.
EU 국가보조금법은 질적 요인이 수주 결정에서 최대 75%까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네덜란드는 이 기준을 점점 중요하게 고려하고, 최근에는 독일에서도 미미하게나마 이 기준이 입찰에 적용됐다. 하지만 아직 질적 요인이 널리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아이디어는 EU 회원국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데, 프로젝트 비용이 올라가면서 전기료도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해상풍력산업을 보유한 국가들이 특히 이득을 얻을 것이다.
집행위원회 계획에 따르면 EU의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이 입찰할 경우 숨겨진 보조금, 예를 들어 풍력발전 장치의 재료인 철강에 대한 보조금 같은 것이 있는지 샅샅이 조사한다. 중국 정부가 자재 비용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는 것으로 밝혀지면 유럽연합은 중국을 상대로 반보조금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 외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풍력발전 업계에 더 좋은 조건의 대출을 제공하고 여러 장려책을 실행하려 한다.
독일 경제부도 풍력 분야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부의 차관인 필리프 님머만은 영국 모델을 따라 차액 계약 방식의 경매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는 풍력발전 기업이 생산한 전기에 최저가를 보장하고, 반대로 전기 가격이 높을 때는 기업이 수익 일부를 국가에 주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투자는 더 안정적이 되지만 수익성은 낮게 될 가능성이 있다. 최저가가 기업에 너무 매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국내 공급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하베크 장관은 입찰 때 독일 및 유럽산 부품의 비율을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그러면 중국 경쟁업체들은 EU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공급해야 할 것이다. 이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따라 한 해결책이다. 마지막으로, 경제·기후보호부는 국영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을 통한 재정 지원도 검토한다.
업계에서는 이 모든 방안을 환영한다. “정치권은 유럽 산업정책 강화가 시급하다고 깨달은 것이 분명하다”고 윈드유럽 회장인 호세 루이스 블랑코는 말했다. 다만 이런 구제 패키지가 충분히 빨리 실행될 수 있는지가 문제다. 독일 경매 모델을 크게 손보려면 해상풍력 관련 법안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르면 2024년 2월부터 독일 연안의 새로운 지역이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어서 개정안이 빨리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동력 유지해야
몇몇 기업은 이런 구제안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무엇보다 사이버 보안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풍력터빈뿐 아니라 종종 컨버터를 들고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 하지만 컨버터에는 전압과 전력 배분을 조정하는 소프트웨어가 들어 있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유럽 전력망이 완전히 교란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윈드유럽은 유럽에 서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공급업체는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라고 촉구한다.
정치권이 만들어낸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하베크 장관이 시작한 산업전기 요금 논쟁은 풍력발전 업계를 마비시킬 위험이 있다. 화학기업, 철강업체, 도이체반은 친환경 전기를 해상풍력발전 운영사와 직접 계약해 확보했다. 이 계약은 종종 10년짜리 전력구매계약(PPA)이었는데 발전단지 운영사에 예측 가능한 수익을 보장해 자금조달에 도움을 줬다. 기업들이 산업용 전기에 국가보조금을 기대하면서 PPA를 향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곧 전기 대부분을 킬로와트시(㎾h)당 5~6센트 가격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누가 8~9센트의 계약에 묶이려 하겠는가.
RWE의 마르쿠스 크레버 사장은 정부 계획이 다른 계획을 방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려는 동력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풍력산업은 곧 자금조달이라는 그다음 문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40호
Windjammer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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