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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뛰어든 프랑스 과학자들
[ENVIRONMENT] 기후위기 대응 나선 과학계
[164호] 2023년 12월 01일 (금) 마리옹 페리에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과학계가 지구온난화와 생물다양성 위협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과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과학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과학자 스스로 질문하며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마리옹 페리에 Marion Perr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3년 9월18일 미국 뉴욕에서 ‘과학자반란’(Scientists Rebellion) 활동가들이 화석연료 사용 거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글로벌 정유회사 토탈(Total)의 주주총회가 열린 2023년 5월, 이 회사의 화석연료 추출 사업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활동가 사이에서 하얀색 가운을 입은 무리가 눈에 띈다. 과학자들이다. 과학자가 과학자로서 행동에 나서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서기도 한다.
그날 시위에 참여한 과학자는 모두 ‘시앙티피크 앙 레벨리옹’(에스이알)의 회원이다. 에스이알은 전세계 과학자 모임인 ‘과학자반란’(Scientists Rebellion)의 프랑스 지부다. 2020년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실린 논평이 조직 창설의 계기가 됐다. “기후위기에 무위로 대응하는 현실”에 “기후운동가가 이끄는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에스이알은 법적 지위가 없는 비공식 조직이다. 지도부가 따로 없이 수평하게 운영된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 1500여 명이 에스이알의 여러 대화 창구에 가입해 활동한다. 회원들은 프랑스에서 운동을 주도하거나 다른 활동가가 벌이는 운동에 참여한다. 최근에는 프랑스 아브르 지역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건설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외국에서는 독일 뮌헨 베엠베(BMW) 전시장에 전시된 자동차에 손바닥을 붙이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과학자반란이 벌이는 환경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한다. 과학자반란은 세계 30여 나라에서 돌발 운동을 벌인다.

‘무장해제’ 행동
또 다른 프랑스 과학자 모임인 ‘이 땅의 자연주의자’는 각자가 가진 역량을 지역의 생명보호 활동에 쓴다. 연구실,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는 과학자 1천여 명이 회원이다. 2023년부터는 단체가 마련한 온라인 창구로 회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 땅의 자연주의자는 얼마 전 프랑스 되세브르 지역 이탄지(Peatland)에서 물을 빼가는 배수관을 막았다. 단체는 이 운동을 계기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보다 더 최근에는 프랑스 북부 루앙 근교에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무산시켰다.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함정을 놓고 웅덩이를 파서 보호종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땅의 자연주의자 회원인 막심 쥐카는 “자연을 파괴하는 시설물과 사업이 우리 목표물”이라고 말했다.
이 땅의 자연주의자는 “무장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환경을 향한 공격이 끊이지 않고, 정부가 제도적 대화에 관한 묵시적 계약을 파기한다. 이에 우리는 다른 행동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국가자연보호위원회 의견마저 거의 묵살되는 형국”이라고 단체는 설명한다. 에스이알 회원인 파스칼 바이앙 연구교수(정보통신학)는 “공적 결정이 나태하게 이뤄짐에 위급함을 느꼈다. 우리의 행동방식은 그런 위급함에서 비롯됐다. 과학자들은 위기를 가장 먼저 본다. 10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도 상한을 넘길 위험이 있다. 공적 논의에 직접 뛰어들고 사람들을 목격자로 내세울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충격을 주는 소통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에스이알 회원인 물리학자 이레네 프레로는 그런 소통 방식이 “과학자들이 얼마나 진중한 자세로 기후위기를 얘기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과학자 신분으로 시민불복종운동을 주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존 방식대로 하는 발언의 전달력을 높이고 환경운동을 지지하기 위함이다. 바이앙은 “과학자들에게 엉뚱한 짓을 한다고 비판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과학자는 다른 활동가와 마찬가지로 체포당하거나 구금될 위험이 있다. 실뱅 퀴펠(수리학자)은 독일 베엠베 전시장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가 구치소에서 며칠을 보내야 했다. 그는 “(환경운동에 참여한) 대가는 사태의 중대함에 견주면 별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금된 퀴펠을 지지하는 논평에 장 주젤, 크리스토프 카수를 비롯한 여러 기후학자가 서명했다. 두 사람은 그런 시위 방식을 택하지 않아도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과학자 공동체에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있었던 기후이민 전문가 프랑수아 즈멘은 과학자들이 공적 논의에 참여하는 것을 좋게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시위에서 “과학이 정치 행동주의로 이탈하는 경향이 보인다”며 그런 시위가 “기후행동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 프랑스 과학자들은 최근 아브르 지역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기지 건설을 막는 시위를 벌였다. 2022년 6월 프랑스 생나제르 인근의 LNG 터미널. REUTERS

‘충격 시위’가 전부는 아니야
연극 형식의 시위는 대중의 관심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다. 프랑스 리옹 고등사범학교(ENS Lyon)에서 기후학자의 사회참여를 연구하며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아나 코트레는 “대중에게 가장 크게 인상을 남긴 시위는 과학자들이 벌이는 운동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형식보다 내용에 집중하는 활동도 있다. 그런 활동은 사람들 눈에 덜 띈다”고 말했다.
2018년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의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아테코폴’(정치환경아틀리에)에서는 고등교육·연구 분야 종사자 220명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단체 설립에 참여한 역사학자 로르 퇼리에르는 “기후위기에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배경이 무엇인지 생각할 계기를 마련하고 함께 행동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테코폴은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 세미나를 열거나 기후문제에 관한 강연을 한다. 논평과 책을 내어 항공교통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를 고발하고 5세대(5G) 이동통신망에 반대하는 활동도 했다. 현재는 프랑스 남부 툴루즈와 카스트르를 잇는 고속도로 A69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의 성과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로르 퇼리에르는 “고등교육·연구가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 과학연구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단체 ‘라보 1포앵5’ 역시 그 물음의 답을 찾고 있다. 이 단체는 연구기관의 탄소발자국을 측정하는 도구(GES 1point5)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연구기관 800곳에서 이 도구를 썼다. 또 다른 도구인 세나리오 1포앵5(scénario 1point5)는 연구기관이 탄소발자국 측정치를 바탕으로 탄소감축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있게 돕는다.
아나 고트레는 “과학자가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 과학자 공동체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는 해묵은 논쟁이다. 독일 사회학·경제학자 막스 베버는 1919년 책 <직업으로서의 정치>(Politik als Beruf)에서 ‘가치중립’ 개념을 정리했다. 그는 과학자가 연구활동 등을 하면서 과학사실과 가치판단을 구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과학자의 사회참여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터에서 인정해줘야
최근 에스이알 회원이 된 엘자 압은 “연구주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미 중립성이 배제됐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는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활동가에게 시위 같은 활동은 지식을 전달하는 또 다른 방식이자 의무이다. 실뱅 퀴펠은 “아테코폴에서 활동하며 내가 하는 연구활동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 유용하게 쓰일지 고민하고 싶었다. 과학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이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 전체가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젊은 과학자들의 용기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 과학자반란 회원으로 활동하는 로즈 아브라모프는 학회 참석자에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다가 학회를 중단시켰다. 이 일을 계기로 일하던 연구실에서 해고당했다. 프랑스 활동가들은 소속 기관이 아닌 개개인의 이름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해고 위험을 피한다. 파스칼 바이앙은 “그렇게 하면 회사에서 어느 정도 관용을 베푼다. 물론 몇몇 연구실에서는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많은 과학자가 일터에서 자신의 활동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보 1포앵5의 협력회원인 앙드레 에스트베-토레는 “과학자가 자신이 맡은 일의 발자국을 줄이거나 연구 방향을 조정하는 데 바치는 시간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인정해주는 경우는 없다. 그래도 변화가 보인다. 라보 1포앵5와 아테코폴은 모두 과학자 개개인이 모여 만든 단체다. 현재 두 단체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를 비롯해 여러 연구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2023년 6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윤리위원회는 성명에서 “연구원의 공적 참여 활동과 연구활동에 적용하거나 적용할 수 있는 규범 사이에서 양립 불가한 원칙은 없다”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가 연구원의 시민불복종 활동을 “사전에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불행 중 다행이다. 기후와 환경 위기 사태에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10월호(제439호)
Face aux crises écologiques, les scientifiques montent au front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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