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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네트워크 활용해 미국 정부 ‘지하제국’ 구축
[INTERVIEW] 에이브러햄 뉴먼 미국 조지타운대학 정치학 교수
[164호] 2023년 12월 01일 (금) 베냐민 비더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경제는 미국 회사들과 그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에이브러햄 뉴먼(Abraham L. Newman)은 미국 정부가 어떻게 이를 지정학적 무기로 삼고 있는지 설명한다. 1973년생인 뉴먼은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 정치학 교수로 세계에서 저명한 경제제재 연구자로 꼽힌다. 얼마 전에 그의 책 <지하제국: 미국은 세계경제를 어떻게 무기로 만들었나> (Underground Empire: How America Weaponized the World Economy)가 출간됐다.

베냐민 비더 Benjamin Bidder <슈피겔> 기자
 

   
▲ 에이브러햄 뉴먼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 정치학 교수의 최신 저서 <지하제국: 미국은 세계경제를 어떻게 무기로 만들었나>(Underground Empire: How America Weaponized the World Economy) 표지. 아마존

버스와 전철에서 당신의 책을 읽었다. 검은색과 빨간색의 표지, ‘지하제국’이란 제목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책의 내용이 음모론에 탄약을 제공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 확실한가.
물론이다. 나는 그저 세계화를 향한 잘못된 이미지를 바로잡고 싶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글로벌 무역이 정부를 약화하고 기업에 실질적 권력을 넘겨줬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세계화 구조를 통제하고, 여기서 나오는 막강한 힘과 제재 등을 가지고 다른 국가에 큰 압력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
어떤 구조를 말하나.
인터넷 데이터 회선, 공급망, 금융시스템, 다시 말해 세계경제의 물리적 중추를 말한다. 우리가 전화를 걸거나 송금하거나 온라인쇼핑을 할 때, 이 모든 과정 뒤에는 네트워크가 있다.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음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미국 정부는 얼마 전부터 이런 구조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더 자세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9·11 테러로 네트워크 활용 시작

   
▲ 에이브러햄 뉴먼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 정치학 교수는 미국 정부가 민간기업을 어떻게 지정학적 무기로 삼고 있는지 분석했다. 유튜브 갈무리


어떤 계기가 있었나.
2001년 9월11일의 테러 공격이다. 당시 미국 관리 사이에 테러리즘에 대항하는 쪽으로 세계경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장기적인 기본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필사적으로 적합한 도구를 찾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지하제국’이라 부르는 구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첫 번째 단계였다. 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이 거대한 감시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미국 재무부는 글로벌 금융 동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국가안보국은 중추적인 대형 광섬유 케이블이 미국 영토를 지나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정부가 계획한 것은 아니고, 최초의 인터넷 제공업체들이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그에 따른 정치적 결과가 광범위하다.
사실상 거의 모든 전자우편과 통신이 미국을 경유해 처리되기 때문인가.
대형 광섬유 케이블은 빛의 속도로 메시지를 전송한다. 브라질 같은 나라가 오래된 구리 케이블 구조에 의존한다면, 주변 국가에서 브라질로 전자우편을 보내려 할 때 미국을 경유하는 편이 더 빠르다. 고도로 중앙화한 네트워크의 또 다른 예로 모든 글로벌 은행을 위한 일종의 우체국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들 수 있다.
하지만 SWIFT는 벨기에 조직이다.
미국 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SWIFT가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 경제적·법적 압력을 행사해왔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 은행 규모가 커서 이 시스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기업의 이런 중심적 위치는 결정적인 지렛대다. 아마존, 구글 또는 제이피모건과 같은 거대 은행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업은 경쟁이 아니라 더 광범위한 시장지배를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자국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한다.
이것이 정확히 어떻게 미국 정부가 써먹는 도구가 되는가.
시티은행(Citibank)은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사례다. 시티은행은 세계 어디서든 무역업자들이 다른 국가의 기업과 거래하려 할 때 달러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용 고객은 편리했지만 동시에 시티은행을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만들었다. 미국 정부는 감시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네트워크에서 적대세력을 쫓아내는 일 말이다.
경제제재를 할 때 미국의 집행력은 그런 토대에 기반을 둔다. 중국 기업도 그와 비슷한 힘을 가질 수 있을까.
현재까지 미국이 지배하는 네트워크를 대신할 만한 신뢰성 있는 대안은 없다. 중국은 자체 허브를 구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 중심지 홍콩이 그런 허브 중 하나였지만, 중국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진압해 자기 지위를 약화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중국 기업이 개인 소유가 아니라 국가 소유라는 것이다. 이들이 국외에서 활동할 때는 당연히 의심 섞인 시선에 많이 직면한다. 미국 지하제국의 힘은 국가가 아닌 민간기업이 구축한 인프라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업의 영향력은 미국 정부의 손길이 닿는 범위보다 훨씬 더 넓다.
중국은 이미 ‘국경간은행지급시스템’(CIPS)이라는 ‘SWIFT 복사판’을 개발했다.
하지만 CIPS를 통해 이뤄지는 결제 흐름의 대부분은 중국 국내 거래에서 발생한다. SWIFT의 거래량은 그 열 배에 이른다. 중국이 SWIFT와 경쟁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느냐는 별로 중요한 질문도 아니다.

달러 지위 무너지지 않아

   
▲ 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은 ‘9·11 테러’를 계기로 민간기업의 광케이블 등을 활용해 거대한 감시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국가안보국 전경. REUTERS


그러면 무엇이 중요한가.
예를 들어 경제제재 조치와 같이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가해지는 경우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그림자경제’로 이동할 것인가? 이란 사례에서 이를 관찰할 수 있다. 이란은 일종의 그림자금융 시스템으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수출을 처리한다. 거래 비용은 더 비싸지만, 무엇보다 공식 은행 부문만큼 규제가 잘돼 있지 않다. 세계경제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어두운 채널로 이동하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위험해질 수 있다.
많은 제재가 글로벌 무역에서 미국 달러 통화의 중심적 역할에 기반하고 있다. 러시아는 달러 무역에서 차단돼 고립됐다. 하지만 중국·브라질 같은 국가들이 대체 통화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달러의 중심적 역할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나는 달러가 현재의 지위를 상실할지 회의적이다. 중국 위안화는 여전히 자유롭게 환전할 수 있는 통화가 아니다. 중국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언제든 돈을 다시 인출하리라 확신할 수 없다. 미국은 다르다. 미국에서의 투자는 신뢰할 수 있는 법률시스템으로 보호받는다. 그렇기에 미국 경제 패권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 민주주의의 쇠퇴 가능성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미국보다 더 나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당신이 설명한 네트워크의 힘이 약화할까.
미국을 향한 분노만으로는 경쟁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기업은 최소한 어느 정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안이 있어야 참여한다. 예를 들어 미국 금융시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거기서 처리되는 거래 규모는 다른 어떤 시장보다 몇 배나 크다. 이것의 간단한 대안은 없다.
자사가 구축한 인프라를 미국 정부가 사용하는 것을 기업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십 년 동안 기업 경영진은 정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이제 모두 잠에서 깨어나 현실을 알게 됐다. 모든 기업은 지정학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기업들은 정치적 이용에 저항하지 않는가.
일부는 저항한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미국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가 있은 뒤, 구글은 암호화를 강화했다. 다른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한 것처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랫동안 지속해온 보여주기식 중립성을 포기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에서 자국을 방어하도록 도왔다.
‘지하제국’이란 용어는 영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현재 서구는 모든 경제적 우위를 이용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은 전쟁을 계속하고 러시아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당신이 설명하는 (미국 정부의) 네트워크 사용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은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컸다. 제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에이브럼스 탱크나 레오파르트 탱크의 지원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반면 푸틴에게 이 전쟁은 실존적인 문제다. 푸틴이 굴복한다면 자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란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대이란 제재가 더 성공적이었다고 보나.
적어도 2015년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가 체결되기 전에 부과한 제재는 성공적이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이란 은행을 SWIFT 시스템에서 퇴출했다. 이것이 이란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했다.
SWIFT 퇴출이 당시 이란보다 러시아에 타격을 덜 입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재 결과를 확실하게 평가하려면 몇 년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진실은 서구가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판매를 계속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전쟁 지출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
 

   
▲ 미국 정부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직간접 압박을 넣어 금융시장 정보를 통제한다. 2017년 10월19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SWIFT가 주최하는 글로벌 금융권 콘퍼런스 SIBOS(국제은행간 정보통신망 국제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REUTERS

유럽에도 제재 가할 수 있어

   
▲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의 하나로 리투아니아가 환적을 거부하자, 2022년 6월 러시아의 ‘고립된’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화물열차들이 서 있다. REUTERS


미국과의 관계에서 유럽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유럽은 급진적인 방향 재정립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은 경제발전과 세계화를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로 여겼다. 그러고 나서 연결이 곧 취약성을 의미하는 세상이 되면서 가혹하게 각성했다. 이는 유럽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관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유럽연합과 독일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재선될 가능성에 많은 우려를 한다.
당신의 책에서는 트럼프 재선이 영화 <터미네이터2>에 나오는 킬러 로봇에 빗댄 ‘T-2’ 시나리오로 등장한다.
한 유럽연합 대표가 비공개 대화에서 그렇게 칭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되든, 다른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든 상관없이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달라졌다. 오늘날에는 대서양 양안의 공통점에 관한 깊은 믿음보다는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 간의 비즈니스 거래에 가깝다. 유럽은 유럽연합에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에 대비해야 한다.

ⓒ Der Spiegel 2023년 제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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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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