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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주방에 난간도 없애 가족이 청소·목욕 돌봄 참여
[LIFE] 새로운 요양원 실험- ① 활기 넘치고 비용도 저렴
[164호] 2023년 12월 01일 (금)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economyinsight@hani.co.kr

 너무 부족한 인력, 너무 높은 비용, 너무 낮은 존엄성.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한 요양원 운영자는 특별한 프로젝트로 요양시스템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며 정부에 도전한다.

코르넬리아 슈메르갈 Cornelia Schmergal <슈피겔> 기자
 

   
▲ 입소자들이 요리를 돕고 가족이나 친척이 빨래나 청소를 해주기 때문에 베네피트그룹이 운영하는 라이나우에 요양원의 비용은 저렴하다. 베네피트그룹 누리집

마리아 헤르믈레가 88살이 됐을 때, 그의 딸 알렉산드라 하이만은 큰 충격을 받았다. 봄에 헤르믈레의 다리가 부러졌다. 집의 화장실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뼈가 그냥 부서져버렸다. 수술하고 몇 주 뒤, 헤르믈레는 요양원에 입소했다. 애초에는 낮에 혼자 집에 머물 수 있을 정도로 거동할 때까지만 단기간 머물 예정이었다. 저녁에는 가족이 그를 돌볼 수 있었다. 적어도 딸 하이만의 계획은 그랬다.
모녀는 5년 전부터 침실 3개짜리 아파트에서 함께 산다. “나는 항상 어머니가 늙으면 함께 살자고 했다.”
요양원에서 3주를 보낸 후, 어머니는 계속 그곳에 살기로 결정했다. 헤르믈레가 그곳을 좋아해 자발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깜짝 놀랐지만 어머니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계셨다.” 헤르믈레는 지금 휠체어를 타고 라이나우에 요양원(Haus Rheinaue)의 생활 구역을 지나간다.
헤르믈레가 이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뷜암카이저슈툴에 위치한 이 요양원은 특별하다. 특별함은 현관문에 요양원 간판이 없는 것에서 시작된다.
거주자들은 개방형 주방과 연결된 주거공동체에서 생활한다. 무엇을 구입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식사 준비를 돕기도 하며, 정원에서 허브를 따기도 한다. “여기서는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헤르믈레는 말했다.
오전에 헤르믈레는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감자 껍질을 벗겼고, 지금은 디저트로 먹을 귤을 손질한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는 백발의 노부인이 수건을 개고 있다. 요양원치고는 이례적으로 활기가 넘친다.
 

   
▲ 베네피트그룹 대표 카스파어 피스터는 직원이 더 많다고 더 나은 품질의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베네피트그룹 누리집

입소자들이 요리 도와
입소자들이 요리하는 것을 돕고, 입소자의 많은 친척이 빨래나 청소를 돌봐주기 때문에 라이나우에 요양원의 비용은 저렴하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는 노인들이 요양원 입소 첫해에 평균 2913유로(약 412만원)를 내야 한다. 독일의 다른 연방주보다 시설 요양비가 비싸다. 하지만 이곳 뷜암카이저슈툴에서는 거주자들이 최대 1천유로 정도 비용을 적게 낸다고 요양원 운영자 카스파어 피스터(66)는 말했다.
피스터의 요양원이 다른 시설보다 더 적은 수의 간병 인력을 필요로 하고 비용이 저렴한 이유는 특별한 구조 때문이다. 피스터는 입소자들의 가족 외에 외부 요양서비스 제공업체도 이용하므로 엄격한 요양보호사 배치 기준을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요양원을 모범사례로 여긴다. 이는 단지 비용 때문이 아니다. 입소자 가족이 환자 돌봄에 참여하면 그들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을 덜 수 있을뿐더러, 노인들이 채소를 썰 수 있다면 최대한 오랫동안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일거양득이다.
피스터는 요양시스템의 가장 큰 두 가지 문제, 즉 급증하는 비용과 업계에 만연한 인력 부족에 대처할 해결 모델을 찾은 셈이다. 의료 전문인력과 보조인력을 구하지 못해 폐업하는 요양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독일 브레멘대학의 학자들이 2020년 추정한 바에 따르면, 요양원 입소자를 존엄성 있게 돌보려면 최소 12만 명의 풀타임 노동자가 더 필요하다.
열악한 조건으로 요양원에서 인력이 부족해 노인들이 (욕창으로) 등에 피를 흘리면서 누워 있거나,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탈수가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독일 공보험(AOK)에서 발표한 ‘2023년 요양 보고서’에 따르면 너무 많은 요양원 거주자가 수면제와 진정제를 투여받는다. 환자가 많이 움직이지 않으면 요양원의 일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라이나우에 요양원은 그에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독일 사회보장법에 ‘새로운 주거 개념’을 위한 실험이 포함됐지만, 이 실험은 시간적으로 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피스터의 시범프로젝트는 연장에서 연장으로 이어졌다. 2023년 말까지는 보장되지만 그 뒤는 어떻게 될까? 불확실하다. 이렇듯 라이나우에 요양원은 베를린의 정치인들을 바쁘게 만들었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부 장관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의 공무원들은 이미 관련 연구를 조사하고 있다.
무너져가는 요양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독일 정부는 놀라울 정도로 상상력이 부족하다. 2023년 7월 장기요양보험요율을 총수입의 3.4%로 0.35% 인상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자녀가 없는 사람은 조금 더 부담한다. 다음 요율 인상도 멀지 않을 것이다.
요양원 비용이 부담스러워 약 79만 명의 요양원 입소자 중 3분의 1이 사회복지에 의존한다. 정치권과 사회단체에서는 일부 보장보험을 완전보장 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그동안 나온 거의 모든 개혁안이 현재의 시스템에 수십억유로를 더 투입해야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요양시스템을 바꾸자는 제안은 없다.
피스터는 현재의 독일 요양시스템에 자금을 더 많이 투입한다고 해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돈만 많이 쏟아붓는다고 자동으로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피스터는 라이나우에 요양원을 포함해 2천 명 이상의 직원과 49개의 서비스 및 요양원을 운영하는 베네피트(Benevit)그룹의 대표다. 이날도 그는 복도를 빠르게 걸어 지나갔다.
엄격해 보이는 안경과 남색 양복 차림의 그는 시스템을 파괴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기업가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문제제기는 통로에서 시작했다. “보이는가?” 그는 벽 쪽을 가리켰다. “우리 시설에는 핸드레일(난간)이 없다. 대신 곳곳에 걷기에 안전한 바닥 깔개가 깔려 있다.”
별것 아닌 듯이 말하지만, 사실 이는 그의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노인들은 무언가에 기대거나 스스로 병약하다는 느낌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피스터는 노인들이 계속 움직일 수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장기요양보험이 제공하는 재정적 인센티브와 맞지 않는다. 현재의 독일요양보험은 요양원 입소자의 상태가 나쁠수록 운영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면 아직 걸을 수 있어 전문심사요원이 요양 3등급으로 분류한 노인을 돌보는 경우, 법정의료보험은 한 달에 1262유로를 요양원으로 이체한다. 상태가 더 심각한 요양 4등급이라면 1775유로이고, 누워 생활하는 5등급 와상 환자의 경우 2005유로까지 늘어난다. 피스터는 이를 설계상 결함이라고 생각한다. “요양원 운영자 입장에서 와상 환자를 돌보면 일이 줄고 실제로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존엄성 있는 돌봄일까?
 

   
▲ 라이나우에 요양원에서는 입소자 가족이 빨래를 직접 하거나 청소를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에는 이런 모델이 작동하지 못했다. 베네피트그룹 누리집

존엄성 있는 돌봄이란
피스터는 ‘요양등급 3, 4, 5 사망’이라는 원칙에서 벗어나고 싶다. 노인들이 자율성을 되찾았을 때 보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의 요양원에서는 입소자 중 3분의 1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낮은 요양등급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보호자가 신청하기만 하면 말이다. 운영자로서 재정적으로 얻는 것은 거의 없지만 요양원 직원과 피스터 본인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직원에게는 그들의 일이 단지 사람을 무덤까지 돌보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필요하다.
온종일 병상에 누워만 있고 싶은 노인도 없고, 그것을 지켜보고 싶은 가족도 없다. 피스터는 병상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존재할 수 있는지조차 의심한다. “거의 모든 사람은 활동할 수 있다.” 원하기만 하면 된다.
갓 다림질한 줄무늬 셔츠를 입고 개방형 거실의 팔걸이의자에 앉아 있는 오스발트 빈터할터(92)가 좋은 예다. 요양원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는지 그는 말할 수 없다. 그가 질문을 이해했는지조차 확실치 않다. 분명한 것은 그가 웃는다는 점이다. 그는 곧 일어서서 보행기를 이용해 산책하러 갈 것이다.
빈터할터는 치매와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 요양원에서 불과 5km 떨어진 그의 농장에서 그는 밤에 자주 사라졌다. 여름에는 동거인이 그를 헛간에서 발견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빈터할터는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었다. 의사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지내는 것이 더 낫다고 결정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동거인 브룬힐데 페터(83)는 말했다. “이제 그가 다시 걸어다닌다.” 반려자가 라이나우에 요양원에서 사는 것은 그에게도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페터는 그 이야기를 할 때면 눈물을 흘린다.
페터는 매일 오후 2시30분에 요양원에 와서 빈터할터를 면도시키고, 얼굴에 로션을 발라준다. 저녁에 돌아가기 전에는 그에게 약을 먹인다. 요양원에 머무는 시간 동안 페터는 몇 가지 일을 한다. 빨래가 든 플라스틱 바구니 두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수건과 시트를 갰다. “기꺼이 이 일을 한다.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
피스터는 많은 요양원이 병원처럼 운영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인들이 사과 한 개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는 대형 식당, 사람들이 갇혀 있는 닫힌 방안, 소변 냄새가 나는 인적 없는 복도. “누가 이렇게 살고 싶은가? 누가 2년간 병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싶겠는가?”라고 피스터는 물었다.
이 사업가는 열정적인 이타주의자의 역할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수익을 내는 비결은 소수의 의료 전문인력으로 요양원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로써 비용이 더 저렴해졌다. 이는 페터가 수건을 개는 일과에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니다.
피스터의 주거공동체는 시설요양의 기본 서비스만 제공한다. 의료 전문인력은 약을 나눠주고, 혈전증 주사를 놓거나 압박스타킹 착용을 도와준다. 그 외에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은 방문 요양서비스 업체를 이용하거나, 피스터의 업체에서 제공하는 요양서비스를 추가 신청하거나, 가족을 참여시킬 수도 있다.
이 요양원에는 54명이 거주한다. 입소자 가족 중 12명이 입소자들의 빨래를 처리하고, 3명은 방 청소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부모님이나 반려자를 목욕시키고 저녁에 잠자리에 눕힌다. 팬데믹 기간에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이 모델이 다시 작동했다.

만성 인력 부족 해결책
방문 요양서비스를 이용하므로 피스터는 엄격한 요양보호사 고용 기준을 우회할 수 있다. “간호 직원이 침대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피스터는 대신 가사노동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한다. 시설요양(Stationäre Pflege)과 방문요양(Ambulante Pflege) 서비스를 결합했기에 피스터는 자신의 모델을 “시설방문(Stambulant) 서비스”라고 부른다.
라이나우에 요양원을 운영하는 데는 35.5명의 풀타임 정규직이 필요하다. 장기요양시설 운영지침에 따르면 최소 39.42명이 돼야 한다. “직원이 더 많으면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믿는 것은 실수”라고 피스터는 말한다. 그는 독일 정부가 규제 강화를 시행하며 2023년 7월부터 요양원 운영자에게 전문간호, 조무 및 보조 인력을 얼마나 고용해야 하는지 지시한 것은 “순진한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숙련 보조인력은 부족하고, 간호 전문인력은 현재 말 그대로 “전세계에서 긁어모으고 있다”고 한다. 60개국에서 온 사람이 그의 요양원에서 일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그는 신입 직원들에게 서머믹스(Thermomix, 고급 믹서기 브랜드)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력난이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피스터는 직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한다. 그의 요양원 비용이 저렴한 또 다른 이유다. 저렴하면서 동시에 품질이 좋을 수 있을까? 뮌헨 출신의 전직 사회복지사인 클라우스 푸세크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 Der Spiegel 2023년 제40호
Das Mit-Pflegeheim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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