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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부적합’ 직원 냉기에 일방 지시 대신 자율 존중
[FOCUS] 직장 갑질- ② ‘개과천선’ 호텔 CEO 보도 얀센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플로리안 곤테크 economyinsight@hani.co.kr

 

플로리안 곤테크 Florian Gontek 등 <슈피겔> 기자

   
▲ 호텔그룹 웁슈탈스봄의 최고경영자인 보도 얀센은 고약한 기업 총수 중 한 명이었지만 직원들 여론조사에 충격받고 리더십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웁슈탈스봄 누리집


많은 경영자가 자신이 올바른 일을 한다고 믿는다. “문제 인물들은 대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경영자 코칭 전문가 도로테아 아시히는 말한다. 그는 경영자 대부분이 훌륭한 사장이라 자처하는 것을 봤다.
보도 얀센도 고약한 기업 총수 중 한 명이었다. 호텔그룹 웁슈탈스봄(Upstalsboom)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13년 전, 그룹 직원 대부분이 자기를 사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답한 설문조사에 깜짝 놀랐다. “우리에겐 보도 얀센 말고 다른 사장이 필요하다”고 쓴 직원도 있었다.
얀센에게 설문조사 결과는 큰 충격이었다. 그때까지 그는 자기의 경영 스타일에 의문을 품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는 통계 수치나 예산 같은 것을 공개하지 않았고 직원들에게는 오로지 한 가지, 즉 자기의 지침에 잘 따라줄 것만을 요구했다. “당시 나는 사내 회의가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확실한 의견이 있었다. 이를 현실에서 관철하는 것, 나에게는 그것만 중요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 보였다. 그 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폴크스바겐에는 ‘이사 전용 운행’ 엘리베이터가 있어 이사들이 ‘뚜벅이 집단’과 접촉할 일이 없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본부. REUTERS

단순한 깨달음
설문조사 이후 얀센은 그 ‘다른 방법’을 찾아 독일 뮌스터슈바르차흐에서 열리는 안젤름 그륀 신부의 사흘짜리 세미나에 등록했다. ‘영적 경영’을 주제로 한 세미나였다. 안젤름 신부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독일의 가장 인기 있는 사제”로 소개된 바 있었다. 이 세미나에서 얀센은 ‘당신이 남에게 기대하는 바를 그대로 행하라’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겼다. “내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나 자신부터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리고 이 단순한 깨달음이 얀센에게 영감을 줬다. 행복한 마음으로 수도원에서 돌아온 그는 회사 경영진 모두에게 이 세미나에 참가할 것을 권했다. 이 제안을 모두가 반가워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꺼이 세미나에 갔던 간부 중 몇 명은 세미나에서 돌아온 직후 사직서를 냈다. 얀센의 실망은 컸다. 한참 지나서 얀센은 그 세미나의 결과로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아니 변화가 있었는지조차 실은 직원들 각자가 살펴볼 문제임을 납득했다. “세미나에서 얻은 것이 없다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모든 걸 자기가 결정하는 상사의 저편에 미숙한 직원들이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에 마비가 온다”고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얀센이 운을 뗐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쪽은 거의 모든 결정을 내리는 쪽이 아니다. 아무 결정도 할 수 없도록 금지당한 쪽이다.”
요즘 웁슈탈스봄 그룹은 거의 전체가 전대미문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누구나 회의에서 자기 견해를 발표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주제에 관해 그 팀에서 가장 많이 동의를 얻은 사람의 의견이 최종적으로 선택된다. 각 지부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푀어섬 지구에서 다른 웁슈탈스봄 호텔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임금을 책정했던 게 한 사례라고 얀센은 이야기한다. 그 섬에서는 한부모 직원에게 일반 임금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준다는 것이다. “호텔마다 나름의 규정을 만들게 했다. 옛날에는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서 다 도망갔는데, 요즘은 우리 그룹 호텔 지원자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성질 고약한 사장들이 오래 자리를 지키는 건 도대체 무슨 연유에서일까? 경영자 코칭 전문가 도로테 에히터는 이렇게 분석한다. “직장 분위기에 독을 뿌리는 인물을 기업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이 보여주는 업적이 상당하다면 회사는 그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에 그들의 부정적인 면을 감수하려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어떤 기업도 유독한 경영자를 계속 품고 있을 수 없다.”
기업문화가 직원의 건강에 해를 끼칠 정도라는 경고는 많고, 어디서나 그런 위험신호를 볼 수 있다. 그 신호는 종종 아주 조심스럽게 발신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어느 호텔의 리셉션에서 직원들이 손님을 불친절하게 맞이한다. 기업의 이사가 회사 간이식당이 아니라 자신 소유의 카지노에서 식사한다. 사장의 차가 주차장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폴크스바겐에는 ‘이사 전용 운행’이란 게 확고하게 유지됐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이사들은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탄 엘리베이터는 중간에 멈추지 않고 곧장 목표층까지 직행했으니 말이다.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마찬가지였다. 뚜벅이 집단과 접촉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비판의 말들? 그런 건 대부분 금지 사항이었다.

   
▲ 스타 요리사들의 주방에서도 ‘갑질’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영국 런던의 한 식당 주방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관련이 없음). REUTERS

이어지는 ‘직장 갑질’ 고발들
문화나 학술 관련 기관에서도 그런 두 계급사회는 전통이었다. 저 꼭대기에 있는 천재에게는 무엇이든 다 허락됐다. 그 밑에서 일하는 부하들은 이 특별구역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기뻐해야 했다. 그나마도 대개 임시계약직이라 상사가 하급자를 향한 압력 수단을 늘 손에 쥔 형국이었다. 아랫사람들의 상사 의존도는 어마어마해서 이들은 자발적으로 자유를 반납하라 요구받기도 한다. 독재적인 상사는 남녀 모두에 해당한다. 이들에 대한 직원들의 뒷담화는 끝이 없다.
국립박물관 훔볼트포럼이 ‘공포 분위기’의 직장이라는 소문이 난 적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직원의 고발도 있었다. 책임자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본래 명성이 높았지만 현재는 위기에 처한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MMK)은 또 어떤가. 2018년부터 미술관장직을 맡은 주자네 페퍼는 선풍적인 전시회로 명성을 얻었는데, 요즘 들어 그의 경영 스타일이 세간의 이슈가 됐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에 실린 관련 기사에는 “미술관 직원 대부분이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문장이 나온다. 다른 신문에는 “너무나 기이한 권력적 행동: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관장이 전시회장에서 신발을 벗었고 팀장이 그 신발을 받아 들고 뒤를 따랐다”는 보도도 보인다.
수심에 찬 페퍼의 직원 몇 명이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했다. 라디오 <헤센 방송>(프랑크푸르트는 헤센주에 속함)과 <제3위성 텔레비전 방송>(Sat3)은 현대미술관의 ‘유독한 근무 분위기’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과거에 미술관장 비서로 일한 남성은 이 프로그램에서 “택시 하나도 부를 줄 모르는 바보”라는 모욕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택시가 와서 기다렸는데 관장이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그냥 택시가 가버렸다고 한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공황 상태에 빠졌던 그는 석 달 뒤 사표를 냈다. 그는 이 모든 이야기를 카메라 앞에서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페퍼는 “일방적인 비난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스타 요리사들의 주방에서도 이와 비슷한 광경이 벌어진다. 별 세 개를 이력서에 번쩍이게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설령 셰프가 때리더라도 이를 악물고 참아낸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불안이 바로 원동력이라고 조직발전 전문가 제임스 캐넌은 강조한다. 유독한 직장문화에 둥지를 트는 이 불안은 ‘규정을 어길까봐, 실패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느낌이라고 캐넌은 설명한다.
경제심리학자 카르슈텐 셰르물리는 많은 사람이 자사의 기업문화가 얼마나 공격적인지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회사에서 1년에 한 번씩 그해의 최우수 직원을 뽑는다는 걸 직원들은 당연하게 여긴다. 단 한 사람의 승자만 정해지고 나머지는 전부 패자가 되는데도 말이다.”
셰르물리는 기업문화를 공격적 문화와 방어적 문화로 나눈다. 이 둘은 모두 동일한 정도로 부정적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공격적 기업문화에서는 완벽주의 같은 가치가 지배적이다. “그 결과, 경쟁이 중요한 요소가 될 때가 많다. 자기 곁의 동료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앞서려는 사람은 우선 조직 내 경쟁자부터 찍어버려야 한다.” 방어적 문화는 관공서에서 종종 발견된다. “새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에겐 추가로 업무를 더 많이 부과하는 식으로 벌을 준다.” 끊임없이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 방어적 직장문화의 특징이다. 이들에게는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늘 있다.
이런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사람은 최고의 선의를 갖고 하더라도 결국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유독한 것으로 여겨지는 행위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낙관주의가 심해도 다른 사람을 지치게 할 수 있다. 부르쿠 아르슬란(28)은 사회적기업이자 경력 네트워크인 ‘누슈 피메일 비즈니스’(Nushu Female Business)에서 일한다. 그는 차별 반대와 교육 정의를 위해 투쟁한다고 말한다. 바로 그런 그에게 “당신의 낙관주의가 해악을 끼친다”는 비난이 던져졌다.
아르슬란은 직장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항상 다양한 사람과 상이한 시각을 서로 연결하는 데 힘써왔다. 건설적이려 했고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나는 천성이 그렇다. 장애물과 맞닥뜨리면 길을 찾아낸다.” 그것이 왜 ‘해악적’이라 하는지 처음에 그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 한참 시간이 흘러 비로소 깨달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때그때 닥친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저 일단 화를 발산하고 싶은 거였다.”
불평하는 사람끼리는 연대가 잘된다. 아르슬란은 거기에 함께하지 않았다. 그러자 자신과 다른 동료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물론 아무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너는 내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빨라. 나는 우선 내 좌절감부터 어떻게든 떨쳐버리고 싶어’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그거였다. 내가 가진 긍정주의는 유독하지 않았고, 지금도 유독하지 않다. 다만 내 의견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

   
▲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관장인 주자네 페퍼는 선풍적인 전시회로 명성을 얻었지만 요즘은 기이한 경영 스타일로 세간의 이슈가 됐다. 유튜브 갈무리

유독한 기업문화의 해독제는 동료
지금 아르슬란이 가진 해결책은 이렇다. 일단 침묵한다. 상대방이 자기의 감정을 발산할 여지를 제공한다. “근무지 분위기가 유독해지는 건 모두가 불평하기 때문에, 또는 반대로 늘 미소를 짓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서로가 상대의 현실에 여지를 주지 않는 게 사실상 주된 원인이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입장을 이해하는 것, 그가 생각하기엔 이것이 바로 유독한 기업문화를 없애는 해독제다.
작가이자 카피라이터인 티모 T는 상사 없이 일하는 방법도 시도해봤다. 사표를 낸 뒤 자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T에게 이 방법은 어떤 심리상담보다 많은 도움이 됐다. T는 1년여 전부터 광고대행사에서 시간제로 일한다. 다시 직원으로 일하는 것, 경영자 기분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처음에는 좀 꺼려졌다. 그런데도 그가 다시 회사 근무를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는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여기, 서로 보살펴주는 동료들이 있다. 무엇보다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잘 잡으며 살아가는 상사가 있다.”

ⓒ Der Spiegel 2023년 제36호
Hilfe, mein Chef ist ein Psycho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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