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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확산에 인기 신발 소매상에는 가혹
[BUSINESS] ‘명품 슬리퍼’ 버켄스탁 상장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버켄스탁 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랑받고 있다. 이는 영화 <바비>, 코로나19, 거인같이 덩치가 큰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올리버 라이헤르트 덕분이다. 버켄스탁은 2023년 10월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 회사가 상장으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팀 바르츠 Tim Bartz 등 <슈피겔> 기자

   
▲ 버켄스탁 샌들이 그 어느 때보다 사랑받고 있는 것은 올리버 라이헤르트 최고경영자의 추진력 덕분이었다는 평가다. 버켄스탁 누리집


올리버 라이헤르트가 샌들 제조업체인 버켄스탁의 팬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버켄스탁의 CEO이기 때문이다. 라이헤르트는 화려한 연회에서든, 11월 말 미국 뉴욕의 5번가에서든 버켄스탁을 신는다. 다만 11월에는 샌들 스트랩 아래에 양털을 부착한 제품을 선택한다. 한 강연 무대에서 그는 멋진 구두를 신은 진행자 지오반니 디 로렌초에게 “가죽으로 조금 덮는다고 발이 따뜻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이헤르트는 샌들보다 자신을 향한 열정이 더 강한 사람이다. 그는 버켄스탁 같은 회사에는 고삐를 단단히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즉, 자신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전직 축구 선수로 키가 2m에 달하고 등이 넓으며 붉은 수염을 기른 바이킹 스타일의 외모를 가졌다. 함께 일하는 이는 라이헤르트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그를 두려워한다.

   
▲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버켄스탁 가게에 다양한 샌들이 전시돼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버켄스탁을 신었다. REUTERS

LVMH가 인수
몇 달 전, 라이헤르트는 프랑스 비즈니스 잡지 <샬랑주>(Challenges)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사람이 버켄스탁을 (2021년) 인수하도록 설득했는지 늘어놨다. “나는 베르나르 아르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코로나19가 심한 시기임에도 파리 사무실에서 나를 맞이했다. 6주 후 거래가 성사됐다.”
라이헤르트는 버켄스탁의 마진(이윤)이 아르노 소유의 럭셔리 왕국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보다 높다는 점을 잊지 않고 언급했다고 한다. 라이헤르트는 아르노가 이 인터뷰를 읽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기에, 이 발언은 황제를 향한 ‘모독’이나 다름없었다. LVMH가 <샬랑주>의 공동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74살인 아르노는 파리에서 럭셔리 업계의 왕인 반면, 라이헤르트는 버켄스탁이 있는 린츠암라인에서만 왕일 뿐이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23년 10월11일 버켄스탁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은 아시아로의 확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유럽이나 미국에서와 달리 버켄스탁을 구하기 어렵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던 2023년 초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가 아주 적절했다. 버켄스탁이 어느 때보다 인기 있는 제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덕분이기도 하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많은 이가 훌훌 벗을 수 있는 편안한 신발을 선호했다. 화상회의 화면에 신발이 나오지 않았다. 영화 <바비> 덕도 보았다. 2023년 7월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에서 금발 인형은 하이힐 대신 독일에서 만든 슬리퍼를 신었다.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분홍색으로 덮인 바비 이야기를 보았다. 버켄스탁은 공짜로 엄청난 광고 효과를 누렸다.
2024년 창립 250주년을 맞는 이 회사는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한다. 뉴욕증시 상장은 버켄스탁 가족에게는 일종의 ‘설욕’이다. 1963년 카를 버켄스탁이 인체공학적인 ‘밑창을 가진 샌들’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당시 버켄스탁 가족은 요즘처럼 회사가 번창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신발 제조업체 중에서 버켄스탁은 약체로 취급됐다. 1993년 <차이트>에서 “역사상 가장 못생긴 신발이 유행한다”고 언급됐지만, 오랫동안 환경운동가나 사회 과목 교사들만 과감하게 거리에서 이 신발을 신고 다녔다. 적어도 독일에서는 그랬다.
21세기 초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이 버켄스탁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이 이미지는 변했다. 미국에서는 이미지가 더 좋았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버켄스탁을 신었고, 2019년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버켄스탁 슬리퍼를 신고 무대에 섰다.
이 샌들을 힙스터(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가 하는 액세서리로 바꾼 것은 라이헤르트였다. 그는 콩고와 코소보에서 종군기자로 일했고, 후에 <스포츠1>(Sport1)으로 바뀐 <데에스에프>(DSF) 채널의 수장이 됐다. 이때도 그는 독재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2009년 수익이 좋지 않자 회사를 떠나야 했지만 말이다.
3년 뒤, 라이헤르트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친했던 미술중개상이 그에게 카를 버켄스탁의 세 아들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안 버켄스탁을 소개했다. 크리스티안은 (2013년) 라이헤르트를 CEO로 임명했다. 형제 중 크리스티안만 아직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라이헤르트는 싸움 중이던 가족을 달래고, 브랜드와 가족을 분리했다. 당시 아직 회사에 투자했던 형제 알렉스와 크리스티안에게 사업상 서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관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회사 구조도 간소화했다. 무엇보다 그는 버켄스탁이 ‘잠자는 거인’이고 흔들어 깨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2017년부터 버켄스탁은 침대와 화장품도 출시했다. 샌들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사람들이 이 브랜드에 충성하면 더 비싼 제품을 살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분기점 마련한 라이헤르트
억만장자인 아르노도 비슷하게 일했지만 방향은 반대다. 아르노는 디오르의 오트쿠튀르(세계 상류 계급을 고객으로 일류 디자이너가 제작한 고급 주문복) 같은 럭셔리 상품을 미끼로 이용한다. 럭셔리 패션은 같은 브랜드 제품 중에서 더 쉽게 살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려는 욕망을 끌어낸다. 예를 들면 디오르 향수 같은 것 말이다. 고객이 참을 수 없는 욕구를 느끼게 하는 ‘욕망’은 아르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중산층, 특히 아시아의 중산층을 겨냥했다.
“이것이 LVHM의 공식”이라고 파리의 한 업계 전문가는 말했다. “하지만 버켄스탁은 LVMH의 한계를 시험했다. 샌들을 이용해 향수를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아르노가 버켄스탁을 75개의 럭셔리 브랜드가 모인 LVMH컬렉션에 직접 끼워 넣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신, 아르노는 ‘엘 캐터튼’(L Catterton)을 통해 버켄스탁 주식의 65%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로 LVMH가 소유한다. 버켄스탁 주식의 20%는 아르노 가족 투자사인 ‘피낭시에르 아가슈’(Financière Agache)가 가지고 있다.
콜라보(협업)가 버켄스탁과 LVMH를 밀접하게 연결하는 고리다. 슬리퍼를 명품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디오르-버켄스탁 슬리퍼는 960유로(약 136만원)에 달한다. “이 모든 일이 버켄스탁을 향한 LVMH 가족의 투자가치를 높인다”고 파리에서는 평가한다.
아르노는 이 신발 회사를 사들인 것에 꽤나 만족해, 주식 상장에도 예상보다 적은 양만 매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아르노가 버켄스탁의 잠재력이 소진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신호다. 무엇보다 사업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바로 아르노다.
LVMH는 얼마 전 기록적인 성장을 달성했다. 2023년 상반기 매출 15%, 순이익이 30% 성장했다. 아르노의 자산은 1800억유로(약 256조원)인데,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를 제외하고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다. 그럼에도 아르노는 “우리는 가족기업이다”라고 말한다.
아르노는 두 번의 결혼으로 얻은 다섯 자녀를 회사 요직에 앉혔다. 알렉상드르 아르노(31)는 버켄스탁 이사회에 있다. 이 아버지는 자녀들을 시험하고 그들을 서로 경쟁하게 하며 가족 간 의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카를 버켄스탁이 했던 것과 비슷하지만, 카를의 후손은 서로 사이가 나빠졌다는 점에서 아르노 가족과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 베르나르 아르노는 버켄스탁 CEO인 라이헤르트와 정반대다. 아르노는 항상 잘 차려입고 사교에 뛰어나다. 하지만 그는 권력을 추구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비즈니스맨이어서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라는 별명이 있다.
‘BA’는 파리 본사 직원들이 베르나르 아르노를 경견하게 부르는 명칭이다. BA는 다른 가족기업에서 나오는 기회와 약점을 이용해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했다. 과거 건설업자였던 아르노는 1984년 단지 디오르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파산에 이른 한 패션회사(크리스찬디오르의 모기업 부사크(Boussac)를 가리킴)를 인수했을 때도 그랬다. 1987년 지배적인 주주가 되기 위해 LVMH 창업가 가문을 반목시켜 이득을 취할 때도, 명품 브랜드 불가리와 펜디를 인수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버켄스탁은 은쟁반에 놓여 아르노 앞에 바쳐졌다.
라이헤르트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이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2018년 초 버켄스탁은 논란을 일으키며 아마존에서 철수했는데, 라이헤르트는 인터뷰에서 이 온라인 소매업체가 표절로 돈을 번다고 비난했다. 또 인플루언서들을 꾸짖었다. 미국 텔레비전(TV) 쇼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공짜로 샌들을 제공했느냐는 질문에 라이헤르트는 “왜요?”라고 건조하게 답했다.

   
▲ 2021년 독일 베를린에 있는 버켄스탁 상점 모습.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편한 신발인 샌들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다. REUTERS

 

소매상에 공급 안 해
최근 라이헤르트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신발 소매상들과 문제를 일으켰다. 2023년 초부터 버켄스탁은 3200개 소매점 중 절반에 신발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작은 상점들이 타격을 입었다. 버켄스탁이 싼 경쟁사 제품과 나란히 진열돼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버켄스탁이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은 “매우 문제가 크다”고 550개의 신발 소매 자영업자로 구성된 구매협회인 사부슈앤마케팅(Sabu Schuh & Marketing)의 전무이사 스테판 크루크는 말했다. “버켄스탁을 크게 키운 것은 결국 중소 신발 소매업체들이다.”버켄스탁 대변인은 이런 결정이 쉽게 내려진 것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몇몇 소매업체가 버켄스탁의 콘셉트를 받아들였다가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곤 했다는 것이다.
버켄스탁이 이렇게 가차 없는 방식으로 소매상을 대하는 데는 롤모델이 있다. 독일 쾰른에 본사를 둔 여행용 가방회사 리모와(RIMOWA)다. LVMH에 인수된 뒤 이 여행용 가방회사는 소매업체 사이에서 자취를 감췄다. 현재 리모와 제품은 자체 판매점에서만 높은 가격으로 팔린다.
라이헤르트는 아르노의 논리를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다고 전해진다. 아르노가 독선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라이헤르트는 아르노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내, 아이들, 개, 말과 함께 사는 바이에른의 시골 저택 외에, 라이헤르트는 또 다른 부동산을 구입했다. 파리 근교에 있는 예쁜 저택을 말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38호
Die Luxus-Latsche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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