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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경쟁, 시작 단계 중국과 디커플링은 몽상
[INTERVIEW] 슈테판 하르퉁 보슈 회장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미하엘 브레허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공급업체인 보슈(BOSCH)의 슈테판 하르퉁(57·Stefan Hartung) 회장은 독일 자동차산업이 몰락한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중국에 투자하려 한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갈등을 피하려는 지정학적 상식이 통하리라 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공급업체인 보슈의 슈테판 하르퉁 회장은 전기자동차 전환으로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한다. 보슈 누리집


회장님은 전기자동차를 타고 다니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경유차도 계속 타고 있다.
어떤 것이 더 좋은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장거리를 자주 다니는 사람은 아직도 화석연료로 달리는 차를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단거리, 특히 도시에서 다닐 때 나는 전기차를 선호한다. 우수한 전기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면 정말 신이 난다.
대다수 독일인은 아직 전기차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듯하다. 전기차 수요가 침체하고 있다. 전기차 붐은 벌써 지나갔나.
아니다. 정반대다. 전기차 붐은 이제 올 것이다. 수요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한편으로 보조금 정책과, 다른 한편으로 어떤 모델이 출시되는지와 관련 있다. 그리 크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독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지속하지 않는 것은 실수인가.
아니다. 보조금 정책은 신중하게 실시하는 것이 좋다. 새 기술을 촉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납세자로서 우리가 영원히 차량에 지원금을 댈 수는 없다.

보조금 정책은 신중해야
전기차를 운전하고 싶은 사람은 테슬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 기업은 내놓을 만한 적절한 상품이 없나.
테슬라가 하는 일은 정말 대단하다. 물론 독일 부품을 많이 쓰지만 말이다. 훌륭한 독일 전기차도 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지의 문제는 항상 개인별로 차이를 보인다. 어떤 고객은 정서적으로 결정하는가 하면, 어떤 고객은 단순히 가격으로 결정한다.
독일 전기차가 비싸다는 말인가.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아직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생산량과 동일한 수량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없다. 전기차 생산이 규모의 경제에 못 미친다. 차량당 생산비용이 높다. 따라서 공급자는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범용 모델을 생산하고 거기서 출발해 모델을 더욱 다양화한다. 이는 기술혁신의 정상적인 현상이며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점점 더 독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미국 테슬라는 브란덴부르크에서 대대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한다. 독일 자동차업체는 전기차로의 전환 시기를 이미 놓쳤는가.
그렇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14억 대의 자동차가 있는데, 대부분 화석연료를 쓰는 엔진을 장착했다. 이런 경로를 벗어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업계는 현재 연간 약 8천만 대를 생산한다. 새로 생산하는 자동차의 100%가 전기차라 할지라도(물론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훨씬 적다) 이 모든 차를 바꾸는 데 약 20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환은 보슈 같은 부품 공급업체에도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보슈는 전기차 전환 과정이 얼마만큼 진행됐나.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 전기차에 어떤 부품과 시스템을 공급할지, 그리고 어떤 기술에 투자할지 결정을 내렸다. 예들 들면 ‘탄화규소 반도체’ 같은 기술 말이다. 유럽과 아시아, 미국에 이런 제품을 제공하고 생산할 것이다. 전기 모빌리티의 선두에 서려 한다. 이는 우리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다. 혁신적인 연소 기술을 제공해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도 ‘유로7’ 기준이 배출 공기의 질로 설정한 야심 찬 배기가스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심장과 같은 부품이다. 보슈는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하다가 2018년 배터리는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잘못된 선택인가.
그 결정은 지금도 여전히 옳다. 배터리를 생산하면, 원자재 광산부터 셀 배송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포괄해야 한다. 회사 지분 대부분을 재단이 소유하고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으로서 집적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재정을 관리할 수 없다.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보슈는 세계적으로 거대한 자동차부품 공급업체다. 조만간 차의 핵심이 될 부품(배터리)을 보슈가 생산해낼 수 없다면 도대체 누가 할 수 있을까.
배터리 생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기차의 심장을 위해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드라이브 시스템, 정보기술(IT), 디지털 기술, 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을 공급하고 배터리 재활용도 하고 있다.

   
▲ 자동차부품 업체 보슈의 기술자들이 독일 드레스덴 공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REUTERS

중국과 경쟁은 새로운 물결
독일 자동차 생산업체는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린다. 하지만 하필이면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사업이 크게 뒤처져 있다. 왜 그런가.
중국은 항상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었다. 독일 제조사들은 처음엔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이 전기차 부문에서 강력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그들은 독일처럼 전세계에 자동차를 판매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경쟁의 물결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좋은 일이다. 결국 고객에게 더 좋은 상품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독일보다 더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출발 조건이 더 좋다. 중국의 전기 가격은 저렴하다. 고객이 전기차를 몰면 구매 가격을 빨리 보상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인이 전기차를 더 많이 구매하려는 이유이며 유럽보다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국 제조업체는 맞춤형 모델로 새 기술에 열광하는 고객을 끌어들였다.
폴크스바겐 등 독일 업체들은 중국 안에서 이뤄진 전기차 전환의 파급력을 과소평가했나.
독일은 분명 다시 정상에 오를 기회가 있다. 지금 상황은 아직 최종 게임이 아니다. 게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중국도 그러하다. 중국 시장은 아직 포화 상태가 아니다. 중국 중산층이 성장하고 있으며 그들은 독일 차량도 구매할 것이다.
보슈는 중국에 계속 투자한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기존 고객과 미래의 고객을 위해 그래야 한다. 이는 중국을 위해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만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 있는 곳에 연구·혁신 센터도 둘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가 교육받는지 보라. 이는 우리가 무시해서는 안 되는 독특한 인재풀이다.
지정학적 상황에 비춰볼 때 당신의 전략에는 위험이 있다. 거대한 경제 공간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디커플링’(탈동조화)하려 한다. 중국에 수십억유로를 투자하는 일이 현명한가.
사람들은 종종 그런 맥락에서 디커플링을 이야기하는데, 마치 우리가 세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 디커플링은 인간이 지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잘 살 수 있다는 가설만큼이나 몽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가는 것을 염두에 두긴 하지만 말이다. 사안에 따라 중국과 협력하지 않을 것도 있겠지만 계속 협력할 분야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일 연방정부도 사용하는 ‘디리스킹’(위험 완화)이라는 용어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보슈가 중국에만 집중한다면 위험한 전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위험하다.
중국이 대만을 병합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러시아의 경우처럼 경제적 제재와 반작용의 악순환이 올 것이다.
모든 대기업은 개연성이 높지 않은 상황까지 포함해 모든 상황을 상정해봐야 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이 무너진다는 가정하에 보슈를 경영하고 싶지 않다. 모두가 분명히 알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아시아에서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대규모 갈등이 ​일어나 이 산업이 멈춘다면 중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어떤 디리스킹 전략도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그렇기에 모두가 현명하게 행동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일종의 ‘공포의 균형’이 있어 양쪽 모두가 잘못된 걸음을 내딛지 않도록 해준다는 말인가.
우리는 1980년대(냉전 시기)에 오랫동안 이렇게 살았다. 특정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가 신호를 보내는 것이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졌는지는 미스터리다. 아마 10년 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됐을 때, 이를 더 잘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출국인 독일은 세계화로 큰 혜택을 받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보슈가 추구하는 사업모델에 정말 미래가 있는지 묻게 된다. 이는 현재 긴급한 질문이기도 하다.
독일은 위치적으로 큰 강점이 있다. 적절하게 발전한 인프라, 훌륭한 교육기관, 높은 수준의 대학과 우수한 연구시설이 그것이다. 독일의 역할은 항상 자신을 생각할 뿐 아니라 전세계에 기술과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곳에서 이 크고 강력한 산업을 운영하는 이유다.

   
▲ 2022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가전박람회(CES)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보슈의 차량 부품을 둘러보고 있다. REUTERS

탈산업화 논의 도움 안 돼
독일이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그러기 위해 여전히 매우 좋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 나는 탈산업화를 둘러싼 논의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지, 현재 우리가 잘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 외의 분야, 예를 들면 반도체 같은 분야에서 어떻게 더 나아질지 논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답을 찾는다면 우리는 계속 물리적 상품의 중요한 수출국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기술 노하우 수출국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독일의 경쟁력이 약화할까 두려운가.
그럴 위험이 있다. 우리는 교육 시스템과 인프라를 현대화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철도·도로 교통도 포함해서 말이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망에 투자해야 한다. 보슈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기술 공급업체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0초도 정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공장이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독일 연방정부가 앞으로 닥칠 이런 문제들의 의미를 파악했다고 생각하는가.
올라프 숄츠 총리가 새로운 ‘독일 속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신호다. 하지만 이제 실행해야 한다. 독일을 현대화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이 정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산업정책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당신은 우리의 강점을 미래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에너지집약적 기업을 독일에 둬야 하나. 친환경 철강 같은 특정 제품을 에너지가 더 저렴한 다른 국가에서 제조할 수는 없을까.
이 문제는 시장에서 답을 얻어야 한다. 정치는 경쟁력 있는 조건의 틀을 조성해줘야 한다. 그러나 국가가 정치적 마스터플랜으로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계획경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사회적 시장경제를 목표로 말이다.
국가가 도처에서 개입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누가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독일도 그렇게 해야 하나. 예를 들어 ‘독일산’’ 친환경 철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산업국으로서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를 원하지만, 이는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보조금을 손에 쥐여주는 경우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정해진 시간 안에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팬데믹 기간에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비상사태를 해결할 책임을 더 많이 부여했다. 이제 국가는 정상적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독일 정부가 인텔의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데 약 100억유로 지원금을 준 것은 잘못인가.
안타깝게도 자본집약적인 반도체산업에서는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공장이 건설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 공급업체, 서비스 제공업체,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생태계가 형성돼 성장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도 드레스덴과 로이틀링겐에서 반도체 생산 자금을 지원받아 자동차 부문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전력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보슈의 반도체는 유럽 산업에 사용된다. 반면 인텔의 최신 반도체는 유럽에서 제조되지 않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와 같은 최종 고객을 위한 장치에 사용될 것이다.
유럽에서도 자동차의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그런 칩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반도체 생산에는 항상 국제적인 분업이 존재한다. 즉, 보슈의 독일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도 다른 장소에서 테스트 받고 포장된다. 유럽이 새 공장을 지어 자급하겠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유럽의 모든 반도체 공장은 아시아의 다른 공장과 연결됐다.
AI가 지금 화제다. 보슈는 이로부터 혜택을 받는가.
우리는 2017년 ‘AI 역량 센터’를 설립해 관련 제품을 제공하며 생산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AI로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AI는 결정적인 경쟁력 요소가 될 것이다.
보슈의 제품은 어떠한가. AI는 자동차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수많은 안전기능 덕분에 도로교통에서 사망자·부상자 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줄었다. 다음 단계는 운전 스타일을 모니터링한 뒤 집중력을 잃어 실수할 때 개입하는 시스템이다. AI 덕분에 앞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깜박 잠이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가 2023년 9월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자동차전시회(IAA)의 보슈 부스에서 보슈가 만든 차량용 반도체를 들고 있다. REUTERS

AI는 핵심적 경쟁력 요소
자율주행이란 목표에 누가 먼저 도달할까.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독일 제조업체인가, 아니면 곧바로 완전자율주행에 집중하는 미국이나 중국인가.
그것은 미래에 알게 될 것이다. 보슈에선 이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다. 우리 팀 중 일부는 레벨4와 레벨5로 불리는 완전자율주행을 연구하고 있다. 이는 매력적인 분야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원은 운전보조 시스템의 점진적 확대에 투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반도체, AI는 미래 자동차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독일 제조업체들이 여전히 따라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애플, 구글, 엔비디아 같은 IT 기업이 미래 자동차 부문에서 큰 돈을 벌 것인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기차를 만들 수 없다면 더는 자동차산업에 종사할 수 없다. 나는 독일인들이 해낼 수 있다고 굳게 확신한다. 국제적 자원을 갖춘 강력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파트너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독일이 이런 전환을 혼자 해낼 수는 없다.

ⓒ Der Spiegel 2023년 제36호
Das Spiel geht jetzt erst richtig los
번역 최현덕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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