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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면 모두 환영? 무차별적 투자에 경고등
[DEBATE]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베페이프랑스 ‘묻지마 투자’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토마 레스타벨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기술혁신 분야에서 공공투자은행 베페이프랑스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옥석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투자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기술 거품이 꺼지는 순간 베페이프랑스의 투자전략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토마 레스타벨 Thomas Lestave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니콜라 뒤푸르크 베페이프랑스 은행장이 2022년 8월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산업연맹(MEDEF)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우리 임무는 하나다. 프랑스 기업의 발전을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REUTERS

“프랑스에서 기업가 수를 두 배로 늘린다.”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베페이프랑스(Bpifrance)가 밝힌 목표다. 베페이프랑스는 2013년 중소기업은행인 오제오(Oséo), 기업 예금·신탁금고(CDC Entreprises), 투자전략기금 세 기관이 합병해 탄생한 은행이다. 코로나19 위기는 베페이프랑스에 새 활로를 개척해줬다. 이 기간에 은행은 기업이 문을 닫지 않게 지탱하고 경기부양책 재정을 보조해주는 지원군 노릇을 톡톡히 했다. 기업 혁신을 지원하는 기존 이행안에 이들 임무가 더해졌다. 이제 베페이프랑스는 프랑스 경제의 자금원이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프랑스 스타트업(신생기업), 이른바 ‘프렌치 테크’의 든든한 자금줄이다.
베페이프랑스는 독특한 은행이다. 국가와 (국가가 소유한) 예탁금고가 은행 자본을 절반씩 보유한다. 예탁금고 감독·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제롬 바셰 상원의원에 따르면 베페이프랑스는 공공금융기관이 아니라 “유럽중앙은행이 규제하는 은행”에 더 가깝다.

“기업가여, 소처럼 일하라”
“우리 임무는 하나다. 프랑스 기업의 발전을 돕는 것이다.” 니콜라 뒤푸르크 베페이프랑스 은행장은 2023년 2월 상원에서 임기 연장의 뜻을 밝히며 그렇게 말했다. 베페이프랑스 은행장이 되기 전 이동통신업체 와나두(Wanadoo)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정보기술서비스 기업인 캡제미니(Capgemini)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었다. 말을 쉽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은행장으로서 ‘생산망 탈탄소’와 ‘국내 제조업 살리기’ ‘대외무역 일으켜 세우기’를 이뤄내겠다고 말한다. 어느새 베페이프랑스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대가’로 거듭났다. 은행 구호가 인상 깊다. “기업가여, 소처럼 일하라. 결실을 보게 해줄 테니!” 은행은 매년 행사도 연다. 기업가와 투자자, 정치인, 디제이(DJ)가 참석하는 ‘베페이프랑스 이노 제네라시옹’(BIG)이라는 행사다.
베페이프랑스는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 2022년에는 혁신기업뿐 아니라 물류로봇 개발업체 엑소테크(Exotec)와 양자정보기술 전문업체 파스칼(Pasqal)에 투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투자 목록에 음원 플랫폼 디저(Deezer)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디저는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억만장자인 렌 블라바트니크가 최대주주인 회사로 유명하다. 베페이프랑스는 ‘넥스트40’(정부가 유망 스타트업으로 선정한 40곳)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넥스트40으로 분류된 회사 가운데 독토리브(Doctolib), 콘텐트스퀘어(ContentSquare), 유니티드(Younited), 인섹트(Ynsect)가 가장 대표적이다. 베페이프랑스는 혁신 분야 전문 투자펀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뒤푸르크 은행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베페이프랑스 자산이 500억유로(약 71조2천억원)에서 1천억유로로 6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혁신 분야 투자액은 열 배로 뛰었다”고 밝혔다.
여느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베페이프랑스도 실패의 쓴맛을 봤다. 6천만유로를 투자한 사물인터넷(IoT) 개발업체 시그폭스(Sigfox)가 2022년 법정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그래도 전반적 투자 실적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2021년 연구보고서 ‘베페이프랑스의 탄생: 관리주의 국가의 재탄생?’에서 두 저자 마티아스 티에만과 피테르 볼베르댕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투자의 이점을 설명한다. 이탈리아에서 베페이프랑스에 해당하는 예금대출공사(CDP)는 베페이프랑스를 본보기로 삼기도 했다. 두 나라 사정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이탈리아 예금대출공사가 베페이프랑스의 두 정책을 따라 했다. 하나는 투자기금에 출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금 모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페이프랑스는 2022년에도 순이익이 150억유로를 기록하며 투자 실적이 좋았다. 공공사업 가운데 베페이프랑스 자금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프랑스 2030’(미래산업 육성에 관한 종합투자계획)과 ‘플랑 딥테크’(대규모 딥테크 기업 투자계획)에 모두 기여했다. 전기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혁신 분야에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혁신 분야 가리지 않고 투자
1년 전 시작된 세계 기술업계 부진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기업가치가 하락세를 탔다. 글로벌 회계법인 EY컨설팅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프렌치테크(프랑스 혁신 스타트업) 자금 모집 규모는 49%나 떨어졌다. 페이핏(Payfit)과 백마켓(Back Market)과 같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이 직원을 내보낸다. 미로(Meero)처럼 빨리 수익을 내려 사업모델을 바꾸는 회사도 있다. 제롬 바셰 상원의원은 “급성장한 기술 분야의 거품이 지금 꺼지고 있다”며 “상원에서 베페이프랑스 실적을 주의 깊게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페이프랑스가 프랑스 스타트업에 투자한 돈이 적지 않다. 그래서 프렌치테크의 실패는 은행 회계장부에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가치가 추락하면 베페이프랑스 자산가치도 따라서 추락할 게 뻔하다. 프랑스 금융투자협회 ‘프랑스 인베스트’(France Invest) 데이터를 보면 베페이프랑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9년부터 프랑스 펀드회사에 혁신자본 또는 성장자본을 투자받은 회사 가운데 45%는 직접 또는 다른 투자펀드를 매개로 베페이프랑스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페이프랑스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게 막강한 영향력이 기술 분야에 거품을 키울 우려가 있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0년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베페이프랑스가 주관한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베페이프랑스는 해마다 기업가와 투자자, 정치인 등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연다. REUTERS

투자 전략과 원칙 밝혀야
그런 지적에 대해 뒤푸르크 은행장이 한 답변을 2023년 6월 감사원 보고서에서 확인했다. “베페이프랑스가 시장에서 민간 (투자) 주체를 쫓아냈다는 지적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베페이프랑스는 민간 파트너와 협력해 투자가 활발해지게 한다. 기업에 공동 투자하거나 펀드에 공동 응모한다.” 이 말은 ‘베페이프랑스가 투자에 도미노효과를 일으킬 뿐이지 시장을 독점하는 건 아니다’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뒤푸르크 은행장은 또 프랑스 인베스트 자료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감사원장에게 보낸 답서에서 그는 “우리 쪽 조사에 따르면 베페이프랑스가 투자한 돈은 최근 10년간 프랑스 스타트업이 모집한 투자금의 10~15%를 차지한다”고 했다.
사실이 무엇이든 베페이프랑스의 투자 비중이 2023년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프랑스 스타트업에서 발을 뺀 투자자가 셀 수 없이 많다. 프랑스 투자펀드인 뉴펀드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프랑스 스타트업이 모집한 자금의 40%는 미국 펀드회사가 투자한 돈이었다. 그러나 그 비중은 2023년 5%로 추락했다. 뉴펀드를 설립한 프랑수아 베롱은 “대형 프랑스 투자회사로 알려진 유라제오(Eurazeo)가 경영 방침을 바꿔 보수적으로 투자할 우려가 있다. 이제 주요 투자자는 베페이프랑스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베페이프랑스가 투자 전략을 새로 짜고 이를 공개할 것을 권고한다.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짙은 때는 금융시장이 시야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페이프랑스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 프랑스 스타트업이 부진한 추세를 뒤집으려 할지, 아니면 일부 스타트업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둘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금융전문가는 “베페이프랑스가 이 문제를 두고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베페이프랑스는 전통 투자자에 가까운 본래 기능과 정부 역할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한다”고 말했다. 한 위기관리 전문가는 “2021년과 2022년 초 투자한 펀드회사가 불안감에 지금 입술만 깨물고 있다. 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것이다. 베페이프랑스가 제2의 ‘크레디리오네’(Crédit lyonnais)가 되기 전에 니콜라 뒤푸르크는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1990년대 프랑스 은행 크레디리오네가 1300억프랑의 손실액을 내며 도산 위기에 처하자, 프랑스 정부가 막대한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그러나 베페이프랑스는 계속해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위기론을 일축한다.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낙관하는 모습이다. “베페이프랑스가 겨냥하는 모든 분야에서 보유 지분을 높일 수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목표를 이룰 방침이다. 시장을 지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 그것이 가능하다. 기업가치 하락으로 전보다 낮은 비용을 들여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비용이 적어진 만큼 성과는 좋아진다. 위기 이후에 한 투자는 좋은 투자인 경우가 많다.” 베페이프랑스 펀드투자부의 아들린 르메르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폴프랑수아 푸르니에 혁신부장 역시 “스타트업이 한철 유행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세계 혁신 산업에서 중요한 나라가 되려면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스타트업에 나랏돈을 계속 퍼붓겠다는 뜻이다. 베페이프랑스의 이런 행보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신념에 딱 들어맞는다.

   
▲ 베페이프랑스가 투자한 사물인터넷(IoT) 개발업체 시그폭스(Sigfox)가 2022년 법정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베페이프랑스의 투자 전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시그폭스 관계자들이 자체 개발한 대화형 지도를 보고 있다. REUTERS

분산투자를 둘러싼 논쟁
2022년 베페이프랑스는 큰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다음 결산보고서에서 손실액이 얼마일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베페이프랑스를 논란에 휩싸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유리병 제조업체 베랄리라(Verallia)에서 공장 폐업을 의결하는 회의가 열렸다. 베페이프랑스는 이 회사의 주주로 회의에 참석해 폐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공장이 문 닫으면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사이 회사 경영진은 룩셈부르크에 있는 자회사에 남은 이윤을 전부 이전했다. 탈세가 목적이었다. 이 일에 관해 프랑스 의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달랐다. 2013년 6월 중순 발표한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베페이프랑스의 투자 전략을 의심했다. 실례로 베페이프랑스는 과거 ‘베페이프랑스 앙트르프리스’ 펀드를 출연해 5천유로(약 712만원) 이상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를 모집했다. 프랑스의 독립언론 <메디아파르>(Mediapart)가 2022년 온라인에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이 금융상품은 9개월 만에 수익률 43%를 기록했다. 공공은행이 낸 실적치고는 놀라웠다. 그러나 공공은행은 몇몇 투자자에게 최대 이윤을 안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떠오르는 기술회사에 장기간 투자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렌치테크가 경제 또는 사회 측면에서 실제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프랑수아 베롱은 “베페이프랑스의 친스타트업 정책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그것이 프랑스 국민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가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스타트업에 수십억유로를 쏟아붓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그 돈을 공공서비스에 투자하는 편이 낫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 2022년 베페이프랑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목록에서 온라인 의류판매업체 베스티에르콜렉티브(Vestiaire Collective)와 프리랜서 중개업체인 말트(Malt)가 눈에 띈다. 두 업체 모두 공공기관 도움 없이 민간투자를 받으리라는 의구심이 자연히 든다. 국회는 베페이프랑스의 투자정책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 은행의 임무가 공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베페이프랑스가 돈 버는 방법
베페이프랑스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대출 및 대출보증, 지원금 형태의 혁신 지원, 직간접 투자다. 직접투자는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간접투자는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투자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한다.
베페이프랑스 수익은 대출이자를 비롯해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이익과 배당이익에서 주로 나온다. 2022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베페이프랑스가 보유한 (은행 및 펀드) 지분의 가치는 은행을 설립한 2013년에 견줘 140억유로(약 20조원) 올랐다. 2022년 기술산업 부진으로 총 지분가치가 17억유로 떨어졌는데도 2022년 수익이 크게 올랐다. 반도체 제조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급성장하면서 실적에 크게 기여했다. 베페이프랑스는 이 회사 지분을 약 13%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9월호(제438호)
Bpifrance, la banque sans complexes de la start-up nation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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