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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기업 앞세워 광폭 행보 독일 산업 ‘할인판매’ 상징?
[ISSUE] UAE, 독일 화학 대기업 코베스트로 인수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아랍계 다국적 석유회사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가 닥스(Dax·독일 대표 주가지수)에 상장된 독일 화학 대기업 코베스트로(Covestro)를 인수하려 한다. 합리적인 결정인가? 아니면 독일 산업이 ‘할인판매 중’이라는 또 다른 증거일까?


팀 바르츠 Tim Bartz 등 <슈피겔> 기자
 

   
▲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오른쪽)과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 아랍에미리트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 2022년 10월21일 독일 함부르크 항구에서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ADNOC)에서 수입한 암모니아의 첫 독일 도착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REUTERS


2023년 3월 말에 열린 ‘베를린 에너지 전환 대화’에서 로베르트 하베크는 연설 중에 유명한 게스트를 향해 “친애하는 술탄, 당신의 비타(라틴어로 ‘인생’이라는 뜻)는 우리 모두가 전념하는 전환의 이야기를 강력하게 말해준다”고 말을 건넸다. 그의 어투는 꽤 다정했다.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훈훈한 인사말을 한 수신인은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50)였다. 자비르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인물로,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 여러 직책을 맡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으로서 그는 자국을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으로 만들려 한다. 동시에 수염을 짧게 다듬은 키 2m의 이 남성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애드녹)의 수장으로서 막대한 석유·가스 매장량을 통제하고 있다. 그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동 최고의 최고경영자(CEO) 목록에서 2위를 차지했다. 또한 2023년 11월30일부터 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논란 많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주최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의 어려움은 두 부문의 장관인 하베크에 못지않을 것이다.
 

   
▲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이 독일 대표 주가지수 닥스에 상장된 독일 화학 대기업 코베스트로를 인수하려 하면서 독일 안에서는 ‘독일 산업 할인판매 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레버쿠젠에 있는 코베스트로 본사 건물. REUTERS


하베크와 자비르의 ‘브로맨스’
두 친구는 곧 그들의 ‘브로맨스’를 더욱 강화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독일에 이미 액화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고, 향후 청색 및 녹색 수소도 공급할 예정인 자비르의 애드녹이 레버쿠젠에 본사를 둔 플라스틱 화학업체 코베스트로(Covestro)에 눈을 돌렸다. 바이엘그룹의 자회사였던 코베스트로는 애드녹과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열린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 발표했고, 이와 관련된 소문이 몇 주 동안 돌고 있다.
UAE의 자금력을 고려할 때 성사 가능성이 큰 이 거래는 결국 최종 결재를 위해 하베크의 책상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장관은 대외무역법에 따라 국외 기업 인수가 독일의 이익을 침해하는지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녹색당 출신 장관이 걸프에서 온 친구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전쟁에 취한 러시아가 밸브를 잠근 이후 독일은 UAE의 에너지 공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서로 잘 이해하는 사이라는 것은 2022년 UAE로부터 수소를 받는 시험수송을 위해 함부르크에서 만났을 때 분명히 드러났다.
또한 UAE는 유럽, 미국, 중동, 인도가 중국의 ‘신실크로드’(일대일로)에 맞서 구축하려는 새로운 경제 회랑(IMEC)에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매트리스, 단열재,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내장되는 플라스틱 소재와 발포제를 제조하는 코베스트로는 체제 문제와 직접 관련 있는 기업도 아니다.
그럼에도 애드녹이 코베스트로를 인수한다면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천연가스 회사 린데(Linde) 이후 독일은 다시 한번 닥스에 상장된 기업을 잃을 것이고 이는 독일 경제가 ‘할인판매 중’이라는 주장,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을 향한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 이후 독일이 어떤 정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등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한편, 자비르는 UAE를 키우고 서구에 더 확고하게 연결하려는 그의 꿈에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 “포스트 석유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는 UAE는 현재 석유 수입의 일부를 이런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함부르크의 ‘기가 중동학 연구소’(Giga Institute for Middle East Studies) 소장인 에카르트 뵈르츠는 말한다. 연구 목적으로 수년간 UAE에 머물렀다는 뵈르츠는 “코베스트로를 인수하는 것은 이 계산에 딱 들어맞는다”고 덧붙였다.
7개 토후국으로 구성된 UAE는 이웃 나라인 카타르와 쿠웨이트의 그늘에 오랫동안 가려져 있었다. 두 나라가 수십 년 동안 서구에서 투자자와 정치적 중재자로 활동했지만 UAE 상황은 전혀 달랐다. UAE의 석유·가스 매장량 대부분을 보유하고 하루 2억5천만달러 이상의 원유를 생산하는 아부다비, 특히 애드녹은 오랫동안 잠자는 숲속의 미녀처럼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석유로 얻어진 부를 직접 관리했다”고 뵈르츠는 말했다. 이 변화는 2022년부터 UAE의 대통령직을 맡은 무함마드 빈 자이드 나하얀이 그의 제자 자비르를 애드녹의 CEO로 임명한 2016년에 시작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혁의 징후는 자비르의 취임과 거의 일치하는 시점에 완공된 애드녹의 본사 애드녹타워다. 74층, 335m 높이의 마천루는 밤이면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빛난다. 거대한 파르메산 치즈 강판처럼 생긴 이 고층 건물은 거대한 것의 끝판왕인 동시에 국제적 명성을 갈구하는 자비르의 야망을 상징한다.
 

   
▲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있는 애드녹타워의 전경. 74층, 335m 높이의 마천루는 국제적 명성을 갈구하는 산유국의 야망을 상징한다. REUTERS


변화 속도 높이는 UAE
UAE는 변화의 속도를 높여왔다. “애드녹 같은 국영 석유기업은 점점 더 대형 민간 석유기업처럼 되고 싶어 한다. 국제투자를 늘리고, 노하우를 유치하고, 가치사슬을 확장하는 것 말이다”라고 뵈르츠는 말한다. 자비르는 세계 각지에서 전문가를 초빙하고, 문화적 경계를 꺼리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그는 처음에 비피(BP)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석유기업 CEO 미켈레 피오렌티노를 스카우트해 애드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임명했다.
지금은 독일인 클라우스 프뢸리히가 이 일을 한다. 프뢸리히는 수년 동안 모건스탠리를 위해 프랑크푸르트 등지에서 거래를 주선했고, 이후 전직 은행가와 석유 CEO로 구성된 강력한 팀을 애드녹타워로 끌어들인 투자은행 출신이다. 프뢸리히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그 팀은 일종의 사내 투자은행”이라면서 “이 팀의 대부분은 좋은 학교, 완벽한 의료시스템, 높은 치안, 거의 없다시피 한 세금 등 UAE에서 많은 혜택을 받는 서양인으로 구성됐다. 애드녹은 걸프 지역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영 석유회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사시 애드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약 1500억달러로 추정한다. 석유 및 천연가스 수익, 유류 공급 회사인 애드녹디스트리뷰션(Adnoc Distribution) 같은 자회사의 주식상장, 혹은 UAE가 끌어들인 강력한 파트너들의 투자금 등이다. 애드녹은 송유관 인프라 지분을 블랙록(Blackrock),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같은 미국 자산운용사나 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에 매각했다. 유럽 석유기업인 이탈리아의 국립탄화수소공사(에니·ENI)와 오스트리아의 오엠브이(OMV)는 애드녹의 정유사업 지분을 인수했다.
서구 기업과의 연계는 광범위하다. 특히 천연가스와 원유, 즉 UAE가 풍부하게 보유한 자원에 기반한 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회사들이 대상이다. 애드녹은 오스트리아 OMV 지분의 약 25%를 인수했다. 두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100억유로고,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플라스틱 대기업인 보레알리스(Borealis)를 공동 지배하고 있다. 보레알리스는 필름, 플라스틱 포장, 병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폴리올레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애드녹과 보레알리스의 조인트벤처(공동사업체)인 보르주(Borouge)는 2022년 아부다비에서 기업가치 20억달러로 상장됐다. 애드녹은 최근 영국의 BP그룹과 함께 많은 아랍 국가가 여전히 적대시하는 이스라엘의 에너지기업에 공동 진출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탄화수소(모든 화학제품의 기본이 되는 탄소와 수소로만 이뤄진 유기화합물) 분자의 전체 가치사슬을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플라스틱 산업은 석유·가스 사업과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원자재 시장처럼 강력한 가격 주기에 좌우되지도 않는다”고 애드녹 관계자는 말했다.
코베스트로는 이 콘셉트에 잘 부합한다. 레버쿠젠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제품은 보레알리스와 보르주가 생산하는 폴리올레핀과 잘 호환될 수 있다. 또한 애드녹은 코베스트로의 친환경 전환을 받쳐줄 재정적 능력을 갖추었기에 적합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코베스트로의 생산은 주로 원유와 석유제품에 기반했지만 마르쿠스 슈타일레만 CEO는 “화석원료에 계속 의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코베스트로는 바이오매스 같은 대체에너지로 전환하고, 에너지 공급을 점차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며,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을 추진하려 한다. 어쩌면 미래에 애드녹의 자금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기적’으로는 UAE에서 들여오는 녹색수소를 이용할 계획이다.
원론적으로 이 중 어느 것도 하베크가 그의 친구인 자비르의 앞길을 방해할 만한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독일 화학산업협회(VCI) 회장이기도 한 슈타일레만은 사람의 신경을 긁는 재주가 있다. 그는 최근 공개서한에서 업계의 우려를 강력히 표명했다. “파산, 기업 이전, 일자리 감축, 수익 감소 등 지난 몇 주 동안의 뉴스 헤드라인을 보고 이마에 걱정스러운 주름이 생기지 않았다면 경제를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이 가혹한 비판을 할 때 그는 하베크를 생각했을 것이다.
코베스트로 자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높은 에너지 가격의 여파로 애먹고, 코베스트로 제품의 주요 소비 부문인 중국 건설산업 쇠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코베스트로는 애드녹 인수로 우아하게 위기에서 벗어날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사실 코베스트로의 CEO 슈타일레만은 오랫동안 덩치가 더 큰 기업과의 합병에 완강하게 반대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이 2021년 코베스트로가 다른 업체에 인수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평가했을 때, 슈타일레만은 “우리가 더 큰 그룹의 일원이 되더라도 어떤 영역에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제 슈타일레만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토론하려 한다. 아랍인들이 회사에 참여할 경우 그에게 중요한 것은 회사가 전략을 유지하고 애드녹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자비르가 지분의 일부를 노리는지, 아니면 코베스트로를 삼키려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녹색당 지도부의 딜레마
궁극적으로 슈타일레만은 인수를 막을 수단이 거의 없다. 결정은 코베스트로 주주들이 내리겠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저항을 조직하기는 힘들 것이다. 코베스트로에는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백기사 주주도 없다. 바이엘은 제약과 농화학에 집중하기 위해 2015년 사업부를 분사했고, 2018년부터는 코베스트로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 노르웨이 연기금과 같은 주요 국제 투자자들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코베스트로의 현재 주가에 대한 넉넉한 프리미엄일 것이다.
코베스트로의 직원 대표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기독교민주연합(CDU)과 녹색당 연립정부도 당분간 애드녹의 접근에 반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중요한 점은 이 기업이 ‘광업·화학·에너지산업 노조’(IGBCE)가 요구하는 대로 회사가 “특히 위치와 고용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도록”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당 소속의 주 경제부 장관 모나 노이바우어는 이 문제를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자비르가 목표를 달성한다면 노이바우어와 그의 녹색당 동료 하베크는 자신들의 신념에 입을 꾹 닫아야 한다. 애드녹의 CEO 자비르는 계속 화석연료로 돈을 벌고 싶다. 이것이 바로 그가 2023년 11월 말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COP28을 주최하는 것에 비평가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자비르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그는 2023년 봄 베를린에서 세계는 석유·천연가스, 태양에너지, 풍력, 원자력, 수소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 Der Spiegel 2023년 제39호
Generation Golf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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