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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여성 고령층 취약” 정부에 기후대책 촉구 소송
[ENVIRONMENT] 법정 싸움 벌이는 스위스 여성 시니어 환경단체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자라 예기 economyinsight@hani.co.kr

 
평균연령 73살의 스위스 여성 연금 생활자 약 25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가 기후변화에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자신들의 생명과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스위스 정부를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소했다. <차이트> 기자가 이 중 한 명을 만났다.


자라 예기 Sarah Jäggi
<차이트> 기자

   
▲ 로즈마리 뷔틀러벨티는 스위스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 협회의 공동 대표다. 움벨트바젤 누리집


자신의 나라에 전쟁을 선포한 여성은 목가적인 지역에 살고 있다. 노이바트는 스위스 바젤에서 인기 많은 거주지다. 노이바트의 도로명에는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이름을 딴 오베랄프, 푸르카나 고타르트 등이 있다. 가로등에는 벼룩시장 안내 전단이 꽂혀 있다. 연립주택 정원에는 잔디가 파릇파릇 자랐다. 로즈마리 뷔틀러벨티(73)는 도로 모서리에 방 7개가 있는 집에 산다. 집 주변의 잔디는 유난히 새파랗다.
과거 이곳에서 뛰어놀던 그의 자녀 네 명은 오래전에 독립했고, 이제는 뷔틀러벨티와 남편만 이 집을 지킨다. 겨우 두 명이 이렇게 많은 자리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이 집은 내가 범하고 있는 기후 죄악이다.” 그는 그 외에는 기후 죄악을 거의 저지르지 않는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자가용도 몰지 않으며 육식도 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뷔틀러벨티는 스위스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Senior Women for Climate Protection) 협회 공동대표다. 이 협회는 7년 전부터 스위스 정부를 대상으로 1심부터 3심까지 법정 다툼을 벌였다. 뷔틀러벨티와 2500명에 달하는 회원은 스위스 정부가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며, 기후변화에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법적 수단을 사용해 촉구했다. 스위스의 선구적인 여성운동가와 노조원, 역사학자는 물론이고 난생처음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여성들이 원고로 참여했다.

유럽인권재판소에도 소송 제기
이들은 아직 어느 소송에도 이기지 못했지만,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기후소송을 제기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기후변화에 따른 인권침해 여부를 심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음이나 공기오염 등 다른 환경문제는 소송 판례가 있지만, 탄소배출 관련 소송 판례는 전무하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의 최종 판결을 정확히 전망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소송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부터 스위스 정부가 기후정책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예상까지, 최종 판결의 결말은 완전히 열려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인권재판소가 2023년 말 전에 최종 판결을 내리고, 각 주정부에 해당 판결을 바탕으로 향후 관련 판결을 내리리라 관측한다.
뷔틀러벨티는 <차이트> 취재진에게 거실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그는 걸음걸이가 느리다. 그의 남편이 커피를 가져왔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두 시간 동안 아내가 적합한 말을 생각하지 못하면, 대기 중이던 남편이 해당 용어를 알려줬다. 뷔틀러벨티가 미디어 훈련을 받았던 전직 텔레비전 아나운서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자 남편이 알려줬다. 전직 아나운서의 미디어 훈련에서 뷔틀러벨티는 타협을 모르는 원고가 아닌 손주 여덟 명을 둔 할머니로만 자신을 대하는 기자 대응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 회원들은 자국 정부가 폭염에 특히 취약한 할머니들을 위해 제대로 된 폭염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한다. 폭염에 쓰러지는 할머니들이 늘어나는 현실은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미만으로 제한하라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스위스 정부 탓이라고 이 협회는 주장한다. 스위스는 자국 헌법과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했으며,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지 못했고, 이를 수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코르델리아 베어 변호사는 유럽인권재판소를 상대로 제기한 이 협회의 소송 외에 유사 소송 4건을 더 진행 중이다. 소송 4건 모두 여성 시니어 네 명이 폭염을 거치면서 어지럼증, 심장 및 호흡기 문제 등 건강상 침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공동 주범으로 지목되는 우리 늙은이들이 이제야 난리를 치는 것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뷔틀러벨티는 말한다. 시민 사이에서는 사법부가 아니라 정치권이 기후위기를 신경 써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우리의 법정 다툼은 기후위기 대응이 조금이나마 전진하도록 돕는 것이다.”
고령층이 청년보다 폭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분명하다. 바젤 인근 알슈빌에 있는 ‘스위스 열대·공공보건연구소’(Swiss Tropical and Public Health Institute)의 마르티나 라게틀리는 “스위스에서 75살 이상 고령층은 폭염에 따른 사망률 위험이 올라가는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지적한다. 감염병학자 라게틀리는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30도부터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크게 치솟는다고 그는 설명한다.
고령 남성에 견줘 고령 여성이 폭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조사도 꽤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은 폭염 후 고령층 사망률을 조사한 연구조사 68개를 비교했다. 남녀 성별을 구분해 조사한 연구조사 13개에서 여성 사망이 8건 더 많은 것으로 나왔다. 2020년 스위스에서 폭염사망자는 약 500명에 달했다. 사망자 전원이 75살 이상이었고, 폭염사망자의 60%는 여성이었다. 물론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높은 만큼, 해당 연령층에서는 여성 비율이 남성 비율보다 더 높은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다른 수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에서 2022년 여름에 사망한 여성의 1.9%는 폭염에 따른 것이었다. 남성은 해당 비율이 1.4%에 불과했다.
라게틀리는 이러한 남녀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예를 들어 여성은 남성보다 땀을 적게 흘리는데, 이는 신체 기온 조절과 전체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이 외에 고령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혼자 사는 비율이 높아, 옆에서 누가 물을 마시라고 챙겨줄 사람이 없었다. 또한 고령 여성은 남성보다 가진 재산이 적다. 재산이 없으면 단열이 잘 안 되는 집에 살며,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녹지대가 전무한 주거지에 살 확률도 높다.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ECHR) 본부. REUTERS

조국이 너무 부끄럽다
이 상황에 뷔틀러벨티는 분노한다. “우리 할머니들을 이렇게 쉽사리 쓰러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기후소송에서 스위스 정부를 대변하는 법무부는 정부의 기후정책이 고령 여성의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법부를 상대로 주장을 펼쳤다. 또한 고령 여성만이 아니라 동식물, 산림업, 관광업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연방행정법원은 고령 여성이 특히 폭염에 취약해 건강권과 생명권을 심대하게 침해받는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뷔틀러벨티가 특히 화난 점은 스위스 정부의 주장이다. “경제 이해관계와 인간의 건강을 동일시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스위스의 민낯이다!” 이런 순간에는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조국이 너무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스위스 환경보호를 위한 일에 오래전부터 매진했다고 덧붙였다.
1970년대 바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규 원자력발전 공사가 계획되자, 뷔틀러벨티는 원전 공사 반대 시위대에 합류했다. 당시 25살이었던 그는 막 첫아기를 낳았고 유치원 교사를 그만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둘째, 셋째, 넷째 아이가 태어났다. 그래도 그의 환경운동 열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1980년대 노이바트를 최초의 ‘리빙 스트리트’(Living Street,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관심을 고려해 풍요롭고 체험적인 공간을 제공하도록 설계된 거리)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는 교회에서 해방신학을 접했다. “해방신학은 남미에서 대기업이 약탈적 비즈니스를 일삼는 현실과, 이 현실이 우리의 소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눈뜨게 해줬다.” 남편이 아이들을 돌보는 토요일이면 그는 바젤 도심에서 전단을 배포하고 “플라스틱 대신 주트(황마포)를 사용하자”고 홍보했다. 공정무역 바나나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기 전부터 자녀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가르쳤다. 그의 환경보호 열정에 항상 좋은 반응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 휴식 시간에 먹을 빵을 비닐봉지가 아닌 밀가루 봉지에 싸준 것이 정말로 부끄러웠다고 아들이 최근에 털어놓기도 했다.”
뷔틀러벨티의 직업은 ‘가족 컨설턴트’였다. 그는 위기의 부부를 돕고 비폭력 커뮤니케이션 강좌를 열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자국 정부와 대립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후변화는 우리 생존에 관한 것이다. 생존 문제에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관계자들은 무엇이든 해야 하며, 정치권은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하고, 시위하러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은 정치권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늙은이들은 법정 소송을 한다.”
저명인사의 도움도 필요하다. 기후소송은 그린피스 스위스지부가 주도적으로 하고, 뷔틀러벨티의 협회는 피해자들의 각종 요구사항을 법정에서 주장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린피스 스위스는 여성 고령자를 법률이나 행정적으로만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용 대부분인 150만유로(약 21억4천만원)를 지원했다. 법정 소송이 여성 고령자의 건강상 침해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린피스 덕택이다.
그린피스 스위스의 게오르크 클링글러는 “이는 소송 전술과도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그린피스 스위스는 스위스 정부의 기후정책에 관한 법률적 조사와 정부의 기본법 위반에 관한 소송을 누가 걸 수 있는지 전문가에게 검토서 작성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고령 여성의 건강이 특히 위험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클링글러는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법정 소송이라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한다. 그린피스와의 협력은 비판 대상이기도 하지만, 뷔틀러벨티는 이 비판이 억울하다고 말한다.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는 그린피스의 전문 식견에 도움을 받았지만, 결정은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내릴 것이라고 한다.
협회가 소송에서 패한 후 회원들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소집해야 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회원들의 전투력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포기는 애초에 우리의 선택지가 아니었다. 단 한 번도 아니었다!” 기후소송을 유럽인권재판소에 제기한 후 “바보 같은 할망구들, 이제 좀 조용히 지내라”는 식의 험담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 스위스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가 2023년 3월2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기후소송을 제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REUTERS

전투력, 몇 년이 지나도 녹슬지 않아
동년배들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동안, 뷔틀러벨티는 매일 아침을 먹고 신문을 읽은 후 컴퓨터를 켜서 전세계 언론사로부터 받은 메일에 답신하고 동일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한다. 2020년 9월 유럽인권재판소에 유럽 32개국 정부를 상대로 기후소송을 제기한 포르투갈 출신 청소년 6명과 협회는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들은 2017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인근의 대형 산불로 66명이 숨진 비극을 겪은 뒤 기후변화가 청소년의 생명을 위협하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뷔틀러벨티는 옆에 있는 소파 위 책더미에서 두꺼운 종이 두 장을 꺼내 들었다. 하나는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포르투갈 청소년 원고가 선물한 어린이 그림이다. 이 그림에는 지구 아래에 한 할머니와 소녀가 손을 잡고 있다. 그림에는 삐뚤삐뚤한 어린이 손글씨로 “우리의 싸움은 당신의 싸움입니다. 함께라면 우리는 더 강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 Die Zeit 2023년 제38호
Wir Alten gehen vor Gerich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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