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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 효율 극대화하려면 주택 단열보강 우선해야
[ENVIRONMENT] 열펌프보일러 설치 열풍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가브리엘 아상 economyinsight@hani.co.kr

 

최근 프랑스 가정에서 열펌프보일러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열펌프는 가스보일러나 전기히터, 전기컨벡터에 견줘 난방 효율이 높고 환경오염도가 낮다. 단, 주택 단열이 우수해야 열펌프보일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가브리엘 아상 Gabriel Hass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2년 8월 독일 홀츠민덴의 스티벨 엘트론 공장에서 작업자가 열펌프를 조립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 열펌프보일러 판매량이 2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 REUTERS

2022년 미국에서 열펌프보일러 판매량이 일반 가스보일러 판매량을 앞질렀다. 유럽에서도 열펌프보일러 판매량은 2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순풍을 맞은 열펌프보일러가 주거 난방을 책임질 수 있을까?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난방시스템 수요 가운데 열펌프보일러 비중을 2030년과 2050년까지 각각 15%, 50%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비중은 10%다. 주거 난방 탈탄소의 성패가 열펌프보일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열펌프보일러를 설치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폭 줄어들까? 어떤 상황에서도 난방비가 크게 오르지 않고 말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프랑스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정부가 열펌프보일러 비중을 빠르게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저탄소국가계획’을 개정하면서 가스보일러 설치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동안 가스보일러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 발생하지 않고 전달
이론상 열펌프보일러는 일반 가스보일러에 견줘 이점이 많다. 일반 가스보일러처럼 연료를 태우면서 열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바깥 공기나 땅속, 물에 있는 열의 일부를 가져와 온도를 높이고 그 열을 주택에 전달한다. 열펌프는 작동할 때 기존 난방시스템보다 에너지를 훨씬 덜 쓴다. 에너지 효율을 따지면 일반 가스보일러보다 3~5배 높다.
바깥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열펌프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열을 찾을 수 있다. 다만 기온이 낮으면 펌프가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실내외 온도 차이가 심할수록 난방 효율이 떨어진다. 그런 까닭에 땅속열을 끌어쓰는 ‘지열’ 열펌프보일러가 기능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 땅속은 온도 변화가 적어 혹독한 기후에도 열펌프가 난방 효율을 잃지 않는다. 그만큼 값도 비싸다.
지열 열펌프보일러보다 많이 쓰이는 ‘공기열’ 열펌프보일러는 공기에 있는 열을 흡수하기에 날씨가 추우면 난방 효율이 떨어진다. 추운 날씨에 성능을 잘 유지하는 모델이 없는 건 아니다. 미국 북동부에 자리한 메인주에선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모진 추위에도 공기열 열펌프보일러가 잘 작동한다. 이 지역 역시 열펌프보일러 설치율이 높아졌다. 단, 주의할 점은 보일러 온도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 성능이 떨어진다. 에너지 전문가와 시민이 모여 만든 단체인 네가와트(négaWatt)에 따르면 대부분의 열펌프보일러는 전달하는 열의 온도가 55도를 넘지 않게 설계됐다. 문제는 오래된 주택에 대부분 라디에이터가 설치돼, 날씨가 추울 때 설정온도를 80~90도까지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열펌프보일러의 최대 설정온도가 낮다는 점은 단열 부실 주택에서 유독 문제가 된다. 프랑스 전체 주택 가운데 17%는 단열이 제대로 안 돼 있다. 이런 집에서는 기온이 5~10도 밑으로 내려가면 열펌프가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단열을 보강하지 않으면 열펌프로 추위를 막지 못한다.
단열이 제대로 안 되는 집에 ‘고온’ 열펌프보일러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고온 열펌프보일러는 비싸고 부피가 큰데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는 단점이 있다. 아니면 열펌프를 전기컨벡터나 다른 보일러와 결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열펌프의 경제·환경적 이점이 줄어든다. 반면에 단열을 보강하고 열펌프보일러를 설치하면 탄소배출량을 100배 줄일 수 있다고 네가와트는 전했다.
프랑스 에너지전환청(ADEME) 소속 연구원 셀린 라뤼엘은 “저탄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단열 개선 공사를 먼저 하고 고성능 열펌프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열펌프 설치를 확대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에너지전환청은 지적한다. 그때까지 쓸 임시방편으로 라뤼엘은 에너지 효율이 아주 낮지 않은 집에서 소형 열펌프와 다른 난방시스템을 결합해 쓰는 방안을 제안한다. 물론 “이상적인 해법은 전반적인 단열 보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탄소배출량 크게 줄여
환경과 비용(과 가계가 부담하는 전기요금) 양 측면에서 열펌프가 경쟁력이 있으려면 결국 집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야 한다. 그뿐이 아니다. 열펌프를 가동하는 전력도 에너지 효율만큼 중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가스보일러를 열펌프로 바꾼 나라에서 탄소배출량이 20~80% 감소했다. 전력믹스(발전 방식)에 따라 탄소배출량에 차이가 난다. 열펌프에 든 냉매를 친환경 물질로 대체하면 감소폭은 30~90%까지 늘어나리라 예상한다. 냉매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좋은 소식은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냉매인 ‘수소불화탄소’(HFC)가 유럽에서 사용이 곧 금지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탄소배출량이 적은 다른 냉매를 써야 한다. 라뤼엘은 산업 전환에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적 해법이 있다”고 확신한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더 남아 있다. 첫째는 가격이다. 프랑스 가정에 공기열 열펌프보일러를 한 대 놓는 데 1만2천유로(약 1700만원) 정도 든다. 지열 열펌프는 2만유로다. 비양심적인 판매업체가 가격을 속이는 경우도 많다는 것도 문제다.
가격이 비싸도 여러 나라에서 열펌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열펌프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 프랑스 에너지전환청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이 없이도 기존 가스보일러에 견줘 비용이 덜 들거나 비슷하게 든다. 매달 나가는 에너지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다. 실제 유럽에서 가스보일러를 열펌프로 바꾸면 1년에 평균 250유로(약 36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 가스비가 하늘로 치솟은 2022년의 경우 차액이 그 세 배에 이른다.
가스비가 오르면서 2년 전부터 열펌프 판매가도 치솟았다. 에너지 위기를 정통으로 맞은 유럽에서 오름세가 특히 크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와 더불어 유럽에서 열펌프 시장 규모가 가장 크지만 보급률은 높지 않다. 열펌프 보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 지역이라고 에너지전환청은 전했다. “노르웨이에서 가정용 난방시스템의 60%가 열펌프보일러다. 스웨덴과 핀란드도 40%가 넘는다. 오래전부터 열펌프에 정부 지원이 있었다.”

에너지비용 대폭 절약 가능
이들 나라는 열펌프보일러 중에서도 지열 방식이 특히 발달했다. 프랑스는 지열 열펌프 판매율이 저조하다(정부가 설치 보조금 5천유로를 이제 막 지급하기 시작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열에너지망(Heat Network) 구축에도 앞서 있다. 열에너지망은 도시에서 열펌프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시설물이다.
프랑스에서 “열에너지망이 깔린 공동주택이 거의 없다”고 라뤼엘은 말했다. 그래서 열에너지망 구축이 중요한 해결 과제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열펌프가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어떤 모델은 소음이 심하고 풍경을 해칠 수 있다. 냉난방 겸용 열펌프가 여름에 열섬 현상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동네 또는 도시 단위의 집단난방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커다란 열펌프를 건물마다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여러 대의 초대형 열펌프가 광범위하게 뻗은 배관망에 열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공장에 설치한 열펌프가 폐수나 산업 공정에서 나오는 열을 흡수해 물을 데우고 그 뜨거운 물이 배관망을 따라 각 건물에 전달된다. 그와 비슷한 실험이 다른 나라들에서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히트 더 스트리츠’(Heat the Streets) 사업이 있다. 바닥에 구멍을 200개 뚫어 지열을 흡수하고 이를 배관망과 연결된 개인용 열펌프에 전달했다. 지열 열펌프를 온 마을에 확대해 활용한 방법이다.
열펌프 산업에서 선두에 있는 프랑스는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그런데 열펌프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부가 단열 부실 주택에 열펌프 설치를 직접 지원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단열 보강이 안 된 집에 열펌프 설치를 권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첫 계획안을 보면 그렇다.
2030년까지 열펌프보일러를 800만~900만 대 추가 설치하려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겨울철에 전력소비가 몰려 수급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 이 단체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A·B등급)만 열펌프 설치를 지원할 것을 제안한다. 아니면 에너지 효율이 아주 낮지 않은 건물(C·D등급과 신축) 가운데 전기컨벡터로 난방하는 집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컨벡터를 열펌프로 대체하면 전체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크게는 에너지 효율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네가와트는 주문한다. 네가와트 단체장이자 단열회사 ‘도레미’의 대표인 뱅상 르그랑은 “프랑스 정부가 이 사안을 늘 뒷전으로 미뤄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에너지 저소비 건물’ 공사는 1년에 4만 건을 겨우 넘는다. 정부는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 공사를 매년 37만 건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르그랑은 “열펌프 설치에 전력을 다하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에 필요한 예산은 준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에너지 효율 개선에 힘써야
모두가 전력 수급을 걱정하는 건 아니다. 지속가능발전·국제관계연구소(IDDRI)의 앙드레아 뤼댕제르는 소비자에게 전력 사용의 적정 시기를 알려주는 신호를 보내면 소비 정점을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 전환 전문가인 그는 “중요한 점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는 주택 단열 보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단열 보강 이후 에너지 효율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는 단일지원제의 도입 방안이 논의된다.
열펌프 문제는 탈탄소 전략과 에너지 모델 등 더 큰 논의와 연결됐다. 뤼댕제르는 그래도 모두가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더는 그렇게 ‘마구잡이로’ 열펌프를 설치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9월호(제438호)
Pompes à chaleur, l’arme fatale pour chauffer mieux?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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