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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늙고 싶은 당신 집에서 노후 보내라?
[LIFE] 거꾸로 가는 프랑스 노인복지 정책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클로에 라브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정부는 집에서 노후를 보내면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 늙고 싶은 노인을 도울 사람과 시설이 부족하다. 노인복지를 시장 논리로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클로에 라브 Chloé Rabs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정부는 집에서 노후를 보낼 것을 권장하지만 거동이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 등 혼자 지내기 불가능한 사람이 많다. 프랑스 니스의 한 해변가에서 노인이 산책하고 있다. REUTERS


2050년 프랑스에서 85살 이상 노인 인구가 480만 명으로 지금의 두 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 충격’이 임박했는데도 그 대비는 진전이 없다. 2018년 6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약속한 ‘노령법’은 심의만 수없이 거치더니 2021년 9월로 완전히 버림받았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사회보장제 예산안이 노령법이 약속하던 몇몇 정책의 시행 가능성을 열어줬다. 하지만 강력한 정치 신호가 아직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정책에는 ‘에파드’(EHPAD·혼자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이 거주하는 시설)와 재가복지서비스 제공 기관의 노동자 임금 인상, 공공 또는 비영리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에파드의 투자 계획 등이 포함됐다.
친정부 성향 정당들이 발의한 ‘잘 늙기’에 관한 법안은 2023년 4월 일부만 논의됐다. 2023년 여름 예정된 국회 법안 심사는 일정에서 빠진 뒤 무기한 연기됐다. 이로써 국가자립회의, 어르신주택, 재가복지종사자카드 도입도 기약이 없어졌다. 첫 법안 심사에서는 법안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의원이 법안 목표가 소극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9월 중순 오로르 베르제 새 ‘연대와 자립 및 장애인부’ 장관은 11월20일부터 국회 법안 심사를 재개할 것을 요청했다. 전임 장관인 장크리스토프 콩브가 약속한 ‘고령화사회 대응 가속화를 위한 부처 간 다개년 종합계획’은 10월 발표할 예정이다.
‘집에서 노후 보내기’는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이다. 정부는 프랑스 국민의 80% 이상이 에파드 같은 노인거주시설이 아니라 자기 집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발표가 새삼스럽다. 경제학자 에마뉘엘 퓌상은 “‘오르페아 사건’(오르페아가 운영하는 에파드에서 거주 노인을 학대한 사건) 이후 선택할 여지가 사라졌다. 문제는 존엄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시설과 집에서 모두 존엄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으면 선택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퓌상은 최근 프랑수아-자비에 드베테르, 아니 뒤쉬에와 <재가복지사, 고통받는 직업>을 공동출간했다.
그러나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이 많다. 혼자서 거동이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 빈곤 노인 등 “국민 일부는 자기 집에서 늙는 게 불가능하다”고 경제학자 일로나 들루에트는 말했다. 하지만 공공정책은 ‘집으로 돌려보내기’ 원칙으로 자꾸만 기운다. 마치 병원이 앰뷸런스에 실려온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처럼, 노인을 집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노인 자립 지원에 배정된 예산도 2021년 320억유로(약 45조6470억원)에서 2026년 420억유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재가복지서비스 부족
2022년 1월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집으로 돌려보내기’ 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노인이 계속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2005년부터 굵직굵직한 국가 계획에 따라 재가복지서비스가 늘어났다. 그래도 턱없이 부족하다. 감사원 보고서는 “복지시설에서 관리 가능한 노인의 수를 늘렸지만, 이는 정부의 ‘집으로 돌려보내기’ 목표를 구체화하거나, 거주시설과 요양기관의 수용률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전국에 재가요양서비스 제공 기관은 총 2125곳에 불과하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이들 기관이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대상자 수를 전부 합해도 12만6600명밖에 되지 않는다. 75살 이상 고령인구 1천 명에게 스무 자리가 있는 셈이다.
또 다른 핵심 시설인 ‘사드’(재가지원동반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사드는 약 6500곳으로 다른 시설보다 조금 더 많다. 그래도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카트린 로페즈 개인서비스연맹(FESP) 대표는 평가한다. “복지시설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그에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로페즈는 복지시설이 줄어든 원인으로 사드 설립 과정을 꼽았다. 사드 설립은 2021년 1월1일부터 반드시 공공입찰에 부쳐야 한다. 2016년 폐지된 의무 제도가 되살아났다.
그나마 있는 재가서비스기관 중에는 사정이 어려운 곳이 많다. 마리렌 티용 국가재가지원돌봄서비스연합(UNA) 대표는 “전체 기관의 25%가 연말까지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재가서비스 요금제에 문제가 많다고 본다. 현재 재가서비스제도는 정해진 요금을 데파르망(행정구역) 위원회가 개인맞춤자립지원금(APA) 명목으로 시설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2022년 1월1일부터 국가기본요금제가 시행되면서 서비스 이용 1시간당 기본요금이 22유로(약 3만1400원)로 정해졌다. 2023년 1월1일 요금은 고작 1유로 올랐다. 서비스 제공에 드는 비용은 그보다 훨씬 높다. 서비스 제공 기관이 손해 보지 않으려면 요금을 32유로로 올려야 한다.
정가요금제로 재정 문제를 겪는 기관들과 달리 “서비스 이용자에게 나머지 비용을 청구하는 영리기관이 있다”고 티용은 말했다. “돈 없는 사람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생겼다.”

   
▲ 2021년 5월 프랑스 모뵈주의 한 노인거주시설에서 의료 종사자들이 노인을 돌보고 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은 재가서비스보다 이용자에게 비용 부담이 크다. REUTERS

30분 만에 씻기고 옷 입히기
프랑스 정부는 재가서비스를 점차 시장에 맡겼다. 2005년부터 사회보험료와 소득세를 공제해주는 정책이 늘어나면서 영리 목적의 사기업이 이 사업에 점점 더 많이 뛰어들었다. 오늘날 시장에서 민간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돈벌이가 목적인 민간사업자는 이윤 추구와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운용한다. 비용을 최대로 줄이고 서비스 제공 횟수와 서비스 이용자 수를 늘리려 한다. 사회적 필요, 사회-보건적 필요의 개념은 뒷전”이라고 에마뉘엘 퓌상은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재가서비스 전반에 상품시장 논리를 들여왔다. 그것이 서비스 제공 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기관 형태(공공, 비영리단체, 영리단체)와 상관없이 해롭다. 때때로 (여성)복지사는 서비스 이용자 집에 도착하고 나오는 시간을 일일이 증명해야 한다. 티용은 “딱 30분이 주어진다. 그 안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침대에서 일으키고 씻기고 옷 입히고 아침 식사를 하도록 곁에서 돌봐드리는 일을 다 해야 한다. 이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며 “(그런 일은) 노인과 복지사를 모두 학대하는 것이다. 복지사는 보살핌이 필요한 어르신을 다그칠 수밖에 없다. 시간에 쫓겨 제대로 일하지 못한다는 점을 복지사도 인식한다”고 말했다.
퓌상은 “기본요금(23유로)이 서비스를 ‘생산하는’ 시간만 따져서 책정한 금액이다. 여기서 ‘생산’은 정량화하고 시간을 잴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이동 시간뿐 아니라 서비스 분석과 같이 다른 노동자와 같이 일한 시간, 서비스 이용자와 신뢰를 쌓고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시간은 무시당하기 쉽다”고 말했다.
학대 위험을 피하려 복지사들은 공짜로 추가근무를 한다. 그런 복지사들도 사실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퓌상은 “복지사가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한다. 주 노동시간이 25시간으로 책정돼, 그에 해당하는 임금만 받는다. 돌봄노동은 여자가 하는 비전문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있다. 전문기술이 아니라 여자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재가서비스 노동시장은 이례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가재가지원돌봄서비스연합 조사에서 거의 모든 재가서비스기관이 일손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균 11명을 더 채용해야 한다. 그런데 2022년 채용공고를 낸 자리의 52%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국가재가지원돌봄서비스연합은 “인력 부족이 진짜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위기 노인이 집에서 도움이나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노인복지제도 틀 고쳐야
벌써 재가서비스기관은 서비스 요청의 10%를 거절한다. 거절하는 비율이 2020년보다 20% 늘어났다. 재가요양서비스는 그 비율이 16%에 이른다. 인력난의 늪은 앞으로 몇 년간 더 깊어질 것이다. 곧 있으면 정년퇴직하는 복지사가 많다. 노동부 산하 조사통계국(DARES)이 2022년 3월 시행한 조사를 보면 2030년에는 부족한 재가복지사 수가 22만4천 명이 되리라 전망한다.
일로나 들루에트는 “프랑스가 노인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잘 늙는 해법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이는 실수”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에파드가 골치 아픈 일을 재가서비스기관에 떠넘기려는 것뿐이다. 에파드는 건강보험공단이, 재가서비스기관은 데파르망이 재정을 지원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에마뉘엘 퓌상이 말한 대로 에파드와 재가서비스기관의 운영 방식이 비슷하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오르페아 사건’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
재가서비스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서비스 이용자에게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 그렇지만 공공재정은 비용 절감이 확실하지 않다. 감사원은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의 85%는 간병이 필요하지 않다. (청소, 세면, 요리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만 도움받는다”고 지적했다. 간병서비스만 놓고 보면 방문서비스와 시설 사이에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여기서 무엇을 더 해야 할까? 마리렌 티용은 틀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데파르망이 지급하는 보조금부터 새로 책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 <재가복지사, 고통받는 직업>은 재가서비스가 공공서비스임을 강조한다. 재가서비스에 이미 공공재정(민간사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공제, 사회보험료와 소득세 공제, 초저임금을 보전해주는 노동장려금 등 사회보조금)이 많이 투입된다. 들루에트는 말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돌봄노동을 더는 공장 노동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돌봄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혼자 힘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 말이다. 기계가 아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9월호(제438호)
Bien vieillir: le maintien à domicile est-il la solution?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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