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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드라마 투자 시스템 완성해야
[CULTURE & BIZ] OTT에도 투자 시스템 도입할 수 있을까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작사가 제작비를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 뒤 국내외 여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방영권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 ENA


세계적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위기론이 높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제작비는 기하급수로 늘어나는데 시장 성장세는 둔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저렴한 광고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계정 공유 단속 등으로 숨겨진 가입자를 더 확보하고 있다. 애플TV+는 스포츠 중계 콘텐츠로 구독자를 잡는다. 미국 프로축구리그(MLS) 독점중계권 확보 뒤 리오넬 메시의 MLS 입성으로 구독자 증가 효과를 본 애플TV+는 향후 스포츠 채널 ESPN 인수에도 나설 전망이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도 미국 풋볼리그(NFL)와 메이저리그(MLB) 중계권을 확보하는 등 스포츠를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OTT는 제작비 부족, 영화는 수익률 악화
국내 OTT 처지에선 글로벌 OTT들의 이런 대응이 부러울 뿐이다. 막강한 자본력이 있는 글로벌 OTT들은 새 활로를 찾을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직 국내 유통에만 중심을 둔 국내 OTT들은 콘텐츠 제작비마저 떨어지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티빙은 1192억원, 웨이브는 12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OTT뿐 아니라 영화산업에도 위기론이 떠오른다. 과거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한 해에 ‘천만 영화’를 몇 편씩 배출할 정도로 흥행력도 높고 투자도 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약 3년간 제작, 투자, 상영이 원활하지 않았던데다 OTT가 등장하면서 영화산업 회복이 늦춰지고 있다. 영화 관람객이 줄어들면서 수익이 떨어져 투자가 위축됨에 따라 영화산업 전체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두 산업 모두 어려움을 겪지만 OTT와 영화산업 위기의 본질은 조금 다르다. 영화가 관람객 저조로 수익성 하락을 겪는다면, OTT는 제작비 부족에 직면했다. 영화는 투자자는 있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투자가 위축되고, OTT는 아예 투자자 접근이 어렵다. 이 차이는 두 분야의 제작·수익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생겼다.
영화는 2000년대 김대중 정부가 문화산업 지원을 위해 영상전문투자조합의 영화투자에 인센티브를 제공한 이래 벤처투자자가 꾸준히 투자해온 분야다. 물론 바로 투자자들이 밀려든 것은 아니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운영하며 배급을 담당하는 대기업과 제작을 담당하는 제작자가 벤처투자자와 함께 ‘한국형 메인투자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영화산업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형 메인투자 시스템이란 배급을 담당하는 전략적 투자자가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메인투자자’로서 나머지 투자자들을 유치해 영화 제작을 완성하는 형태다. 영세한 영화 제작사들이 직접 제작비 조달에 나서기 어려워 전략적 투자자가 제작비 조달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다. 전략적 투자자는 투자 구조를 이끌며 배급 등을 통해 매출처를 확보하고, 상영 뒤 수익이 확정되면 이를 배분하고 나누는 역할까지 한다. 이 시스템 덕에 한국 영화산업에는 지속적으로 벤처자본 같은 외부 자본이 투입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드라마는 이런 형태가 아니다. 과거 방송용 드라마들은 방송사에서 제작비 대부분을 조달했고, OTT가 등장하면서 OTT가 제작비를 투자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제작에 외부 투자자가 참여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OTT들과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OTT들은 자체 자본만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OTT 이용자 월정액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직은 가입자 월정액만으로 제작비 상승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

   
▲ 제작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에 새로운 투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2년 10월6일 부산 해운대구 ‘뮤지엄 원’ 앞에 마련된 티빙 홍보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와 드라마, 투자도 배분도 달라
그렇다면 두 산업의 문제를 하나의 해법으로 해결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예컨대 수익성 저조로 어려움을 겪는 영화 투자 자본을 드라마 투자로 유인해보는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지다.
문제는 두 산업의 수익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영화는 영화관 상영으로 매출을 거둔 뒤 제작비 등을 정산하고 남은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다. 반면 드라마는 OTT, 채널 등에 판매해 수익을 거둔다. OTT와 채널은 구독료나 광고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금액만큼을 치르고 드라마를 구매한다. 즉, 영화가 상영을 통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모델이라면 드라마는 OTT와 채널 등을 대상으로 하는 B2B(기업 간 거래) 모델인 셈이다. 이렇게 수익 형태가 다르면 투자 구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드라마에도 영화처럼 투자자들이 참여한 경우가 있다.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등이 그런 예다. 이 시리즈들은 제작사가 제작비 일부를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자체 조달한 상태에서 국내외 여러 OTT에 방영권을 팔아 수익을 올렸다. 특정 OTT 제작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직접 조달했기에 제작사는 드라마 IP(지식재산권)를 확보했고, 여러 OTT와 채널에 판매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방식이 모두에게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이런 형태가 가능하려면 제작사가 자본력을 보유했거나 직접 투자자를 유치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을 제작한 두 제작사는 모두 코스닥에 상장된 제법 큰 규모의 제작사였다. 한국 대부분의 제작사는 영세해 이런 일을 직접 하기 어렵다.
영화도 이 문제 때문에 제작사가 아니라 배급사가 중심에 서는 투자 시스템이 정착됐다. 배급사는 제작사를 대신해 투자자들을 유치하면서 영화의 판매처, 즉 배급망을 확보한다. 이 역할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보상도 따로 챙긴다. 영화 매출액에서 제작비 등을 정산하고 수익이 확정됐을 때 투자자와 제작사는 수익을 각각 60%, 40%로 나눈다. 이때 제작사 수익 40%도 투자 공동제작사와 실제 영화 제작을 맡은 제작사가 다시 4:6으로 나눈다. 이때 등장하는 ‘투자 공동제작사’가 바로 전략적 투자자인 배급사다. 투자 유치를 하고 배급 등 판매처를 확보하는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수익 16%(=40%×40%)를 별도로 배분받는 것이다.
현재 드라마 제작에서는 투자 구조가 정착되지 않아 이 역할을 맡을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다. 드라마 판매를 영화 배급과 비슷하다고 본다면 국내 OTT가 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 OTT는 제휴한 국외 OTT에 드라마를 팔아 수익을 높이면서, 향후 국외시장 진출에 디딤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대기업 계열 스튜디오 기업들의 이상적인 역할이 이것일 수도 있다. CJ그룹의 스튜디오드래곤, JTBC 계열의 SLL 같은 스튜디오 기업들은 여러 제작사를 통해 드라마를 제작하게 한 뒤 다양한 OTT와 채널에 판매, 공급한다. 이들이 제작·투자 시스템 중심에서 투자자까지 유치하고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형 드라마 투자 시스템이 완성될 수도 있다.

다양한 판매처 확보 필요
이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첫째, 드라마 제작에 투자자를 유치하더라도 여러 OTT와 채널에 판매하지 못한다면 수익은 보장될 수 없다. 케이(K)드라마의 국외 소구력은 계속 유지될 것인가, 추가로 판매할 국외 OTT나 채널 등을 확보할 수 있는가는 계속 과제로 남는다. 판매처가 없다면 어렵게 외부 투자자들을 유치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벤처투자자 등 재무적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산업에 벤처투자자가 진입할 때도 투명하지 못한 정보로 많은 불신이 존재했다. 영화 매출액 집계, 실제 흥행 여부, 비용 구조 등의 정보가 불투명했다. 투자자들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투자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에 힘입어 2004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전국 극장에 도입됐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도입으로 투자 정산 문제가 깔끔하게 처리됐고, 관객·매출 정보가 영화 투자를 위한 기초 데이터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영화 투자도 더 활성화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박스오피스 데이터를 토대로 영화 투자의 실전 경험치를 늘려갈 수 있었다.
반면 현재 드라마산업은 정보 공개에 매우 인색한 상황이다. 디지털 서비스인 OTT는 시청 시간, 시청자 정보, 시청 스타일 등 시청 관련 데이터를 풍부하게 갖고 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OTT나 채널에서 구매한 드라마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가격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도 어렵다. 드라마 제작비와 판매처, 판매가격, 판매처별 기본 시청 데이터 등이 공개된다면 투자자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는 투명한 정보를 기반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 이를 유지할 수 있는 투자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산업은 투자자들이 계속 뒷받침됐기 때문에 국내 자본을 통한 시장의 완성이 가능했다. 드라마 산업도 새로운 투자 시스템에 얼마나 접근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김윤지 연구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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