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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전력·히트펌프 확대 가속화
[세계는 지금] EU 및 이탈리아의 그린정책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홍정아 clara@kotra.or.kr

 

홍정아 KOTRA 밀라노무역관 관장
 

   
▲ 이탈리아 중부 카니노에 있는 태양광·풍력 발전 시설. 이탈리아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태양광발전 용량은 58GW, 풍력발전은 25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REUTERS

유럽연합(EU)의 그린(녹색) 전환 노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여 년 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한층 더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유럽 개별 국가의 발전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마다 주요 발전원이 달라 다소 복합적인 양상을 나타낸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원자력발전, 덴마크는 풍력, 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은 수력을 중심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유럽 국가는 아직 석탄·천연가스·석유 등 화석연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고 이들 자원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 2022년 8월11일 독일 홀츠민덴에 있는 슈티벨엘트론(Stiebel Eltron) 공장에서 노동자가 히트펌프를 조립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건물 냉난방에서 가장 에너지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REUTERS

핵심 부품 65% 중국산
2021년 기준 EU가 사용한 총에너지의 약 56%는 수입으로 충당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수입 비중이 74%에 달해 대외의존도에서 EU 안에서 6위를 기록했다. 이는 비슷한 경제 규모의 독일(64%)이나 프랑스(44%), 스페인(69%)보다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천연가스가 전체 이탈리아 소비 에너지원에서 38%를 차지하고 있으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EU는 어느 지역보다 에너지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EU는 공급 영역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수요 영역에서는 난방 등 각종 시스템의 전기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그린 전환 정책의 이행력을 제고하기 위해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 기술의 공급망이 주로 역외, 특히 중국에 집중됐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EU 국가들은 그린산업의 주요 소재, 부품, 완제품 제조 분야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17가지 핵심 부품 생산에서 중국산 비중이 65%에 이르는 데 비해 유럽산은 14%에 그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EU는 2023년 2월 친환경산업 강화를 골자로 한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을 수립한 데 이어, 3월에는 탄소중립산업법안(Net-Zero Industry Act)을 제안하면서 더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이런 정책 추진으로 EU는 고질적인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과 그린산업의 역내 공급망 부족을 개선하면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탄소중립산업법안은 EU의 탄소중립 기술 제조 역량을 2030년까지 40% 수준으로 관리하고, 기후·에너지 목표, 탄소중립 전환, 산업경쟁력, 고용창출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역내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EU는 ‘탄소중립 전략 프로젝트’를 지정하고 관련 인허가 처리 기한 단축, 원스톱 창구 지정 등 행정절차 간소화와 관련 인프라를 지원할 예정이다.
둘째로, 산업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EU는 성장 가능성, 기술력 수준, 비용 대비 탈탄소 효과성 등을 고려해 태양광(공급 측면), 배터리(에너지 흐름의 효율성과 최적화), 히트펌프(소비 측면) 등 3대 전략시장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EU의 연간 생산능력을 태양광은 30GW(기가와트), 배터리는 최소 550GWh(기가와트시), 그리고 히트펌프는 31GW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앞으로 EU의 그린정책이 꾸준히 실행된다면 2030년까지 에너지 생산, 송배전, 소비 등 모든 영역에서 큰 성장과 변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생산 영역에서는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설치비용이 가장 경제적인 태양광발전소의 신규 설비 확대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풍력은 323GW, 바이오매스와 기타 재생에너지는 12GW, 수력은 4GW 증가하리라 예상되는 데 비해, 태양광발전 용량은 432GW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같은 기간 태양광발전 용량은 58GW, 풍력발전은 25GW, 바이오매스와 기타 재생에너지는 1GW까지 확장되리라 전망한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023년 2월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린딜 산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그린산업의 주요 소재, 부품, 완제품 제조분야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REUTERS

히트펌프, 저비용 고효율
배터리와 저장시스템은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불규칙한 신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고 전기차를 보급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관련 기술 개발과 제품 수요가 향후 10년 내 큰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EU는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이 현재의 76GWh 대비 10배 이상인 81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탈리아는 현재 3.35GWh 용량 대비 20~30배인 60~106GWh까지 확충할 계획이 있다. 한편, EU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을 현재 610만 대 대비 8배인 5100만 대까지 확대하고 이탈리아도 현재 30만 대 대비 20배 정도인 600만 대까지 하겠다는 입장이다.
히트펌프는 재생 가능한 전력을 사용하는 건물 냉난방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가스보일러와 비교했을 때 비용이 저렴하면서 효율성은 3~5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히트펌프는 중저온 산업 분야에서도 효율적인 기술일 뿐만 아니라 높은 기술 성숙도에 도달했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 히트펌프협회(EHPA)의 최근 평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유럽에 6천만 대의 신규 히트펌프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대로 실현될 경우, 2021년 1700만 대에서 2030년 7700만 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경우, 2020년 160만 대에서 2030년까지 1천만 대 추가 설치로 총 1160만 대가 보급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현재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태양광과 배터리의 경우 아직 역내에 공급망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히트펌프는 기술 발전이 진행됐지만 소비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린 전환을 실행하면서 EU 내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당면 과제가 있다. 바로 높은 생산비용이다.
현재 EU에서 태양광·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주요 생산국인 중국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비싸다. 태양광의 경우, 유럽에서는 투자비용이 중국보다 2.2~5.6배 더 높다. 또한 새로운 배터리 기가팩토리를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자본적지출(CAPEX·미래의 이윤 창출이나 가치의 취득을 위해 지출된 투자 과정에서의 비용)도 중국 대비 47%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는 GWh당 6800만유로(약 970억원)인데, 유럽에서는 GWh당 1억유로가 필요하다. EU에서의 배터리 생산 비용도 중국보다 33% 더 많이 든다. 공장 운영비만 봐도 중국이 더 매력적인 환경을 지닌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 가격 측면에서도 유럽은 중국보다 45% 더 높은 단가를 부담해야 한다. 이산화탄소(CO2) 배출 비용도 중국 대비 10배 더 비싸다. 유럽과 중국의 인건비 차이도 크다. 최저 시급이 최대 5배 차이가 난다.

높은 생산비용 관리가 관건
유럽 처지에선 높은 생산비용을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높은 초기 투자비용, 긴 생산 소요 기간, 비싼 에너지 가격, 기술경쟁력과 전후방 산업 부재에 따른 산업 전문화 부족, 원부자재 채굴과 가공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업스트림 부족 등이 생산비용을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유럽이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생산공정을 추구하는 점도 비용 상승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유럽 진출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은 이러한 시장 특성과 향후 변화하는 여건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EU는 앞으로 공급망 실사법 등을 통해 환경 및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산공정과 윤리·청렴 기준을 전 밸류체인에 확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역내 생산기업은 물론 유럽에 진출하려는 역외 생산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제적이고 점진적인 준비가 중요하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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