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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미국경제 시한폭탄 ‘재깍재깍’
[FINANCE] 금리인상과 지연효과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23년 9월20일 워싱턴 청사에서 기자회견 뒤 퇴장하고 있다. 미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5%포인트가량 금리를 올렸다. REUTERS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다. 2023년 10월6일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9%, 2년물 금리는 5.08%에 이르렀다. 2007년 이전에나 볼 수 있었던 고금리 환경이 재현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무려 5%포인트가량 금리를 올렸다. 일단 멈추긴 했지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는 여전하다. 시장금리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금리 급등에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하다. 가파른 금리인상이 경기 둔화 혹은 침체를 불러오리라는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높은 금리는 경제를 압박한다’는 경제학의 ABC는 무력해 보인다. 경착륙 전망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연착륙이나 그마저도 없이 미국 경제가 순항하리라는 전망이 대세가 됐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9월 중간경제전망에서 미국 성장률을 이전보다 0.6%포인트 올려 2023년 2.2% 성장하리라 예상했다.
높은 금리가 과부채 경제에 압박을 가하지 않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높은 금리와 경제 취약성 간에는 이른바 지연효과(Lag Effect)가 발생한다. 높은 금리가 경제에 부담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지연효과는 왜 생기는 걸까? 금리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 주체는 빚내거나 빚지는 사람들이다. 금리 변화가 일시에 모든 차입자에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신규로 돈을 빌리는 사람이나 만기 채권을 차환, 즉 새롭게 빚내어 기존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끼친다. 금리가 아무리 높아져도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고정금리 차입자와 무차입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지연효과가 발생한다. 높아진 금리가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경제주체의 부채 상황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경제 전체가 고금리 압박을 받으려면 대부분의 경제주체가 그 부담을 느껴야 하는데 그러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연효과가 생기는 이유
지연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침체의 역사다. 1981년 이래 모든 침체는 금리인상이 마무리된 뒤 최소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발생했다. 금리인상이 끝나고 길게는 17개월, 짧게는 8개월 뒤 침체가 일어났다. 최종 금리인상과 침체 사이 평균 지체 기간은 11개월이었다.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침체는 언제 올까? 과거를 돌아볼 때 2023년 7월 금리인상이 마지막이라고 가정한다면, 2024년 6월 이후에나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2023년 11월이나 12월에 또 한 번 금리를 올린다면 침체 시기는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핵심은 침체가 언제 올지가 아니라 그것이 과거에 비해 더 늦게 오는 이유, 금리인상의 압박이 왜 이리 눈에 띄지 않는가다. 이유는 단순하다. 초저금리 기간이 예외적으로 길었기 때문이다. 지연효과는 금리인상 이전의 초저금리 기간이 길수록 두드러진다.

고금리와 정부
많은 사람이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주체가 정부라고 생각한다. 빚이 가장 많아서다. 현재 미 국채 발행 물량은 32조달러(약 4경3100조원)를 넘었다. 얼핏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미 정부의 이자비용은 3200억달러 정도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금리가 5%포인트 정도 올랐으니 연 1조6천억달러 이상 이자비용이 급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간단한 수식이 놓친 게 있다. 높아진 금리는 특정 월에 만기가 돌아와 재발행해야 하는 부채나 신규 부채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비용을 정확히 계산하기란 간단하지 않다. 어떤 만기부채는 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더 높았거나 비슷했을 때 발행됐다. 예를 들어 1993년 8월16일 발행된 30년물 국채의 표면금리는 6.25%였다. 이들 국채는 2023년 8월 만기가 돌아왔다. 이들 채권을 차환하면서 미 정부는 외려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8월16일 만기 도래한 30년물은 115억달러 상당이다. 당시보다 2%포인트 낮은 금리로 차환했으니, 미 정부는 2억3천만달러 정도를 아끼게 됐다. 금리가 올랐으니 그에 비례해 이자비용이 늘어나리라 결론짓는 건 어리석다.
고금리가 미국 정부에 압박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전체 이자비용은 2022~2024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고금리의 누적된 압박이 앞에 나온 이유로 시차를 두고 가중될 것이다.
고금리가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 미국 기업은 고금리로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 기업의 순이자지급액은 높은 금리에도 하락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미국 기업 대부분은 2020~2021년 초저금리 시대에 돈을 빌렸다. 기업은 이 돈을 전부 쓰지 않았다. 일부 투자나 기업 활동에 썼지만, 상당액은 예금 형태로 은행에 예치됐다. 그런데 예금금리가 올랐다. 싸게 빌린 돈의 이자지급액보다 예금 수취 이자가 오히려 높은 상황이 됐다. 순이자지급액은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기업 세후 수익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라간다. 하지만 그 비중은 금리인상 시점이 아니라 정점 이후에 올라간다. 여기에도 금리인상과 이자비용 증가 사이에 시차가 있어 지연효과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부채 만기를 분산시켜놓는다. 위험을 분산하려는 당연한 행위다. 싼 부채가 만기가 돼 더 비싼 부채로 차환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고금리와 기업
<불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회사채 만기는 2023년 5250억달러, 2024년 7900억달러, 2025년 1조700억달러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기업의 부담은 높아지겠지만 2023년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높아진 금리가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상대적으로 빠르다. 지연효과가 짧다. 가계의 경우 부채 만기를 다양하게 가져가기 어렵다. 비교적 장기대출인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금리를 피해갈 수 있지만 신용카드 등 신용거래대출은 금리 변화에 즉각적으로 노출된다. 하지만 가계에도 지연효과는 발생한다. 개인이 가장 많이 빚내는 게 주택과 자동차를 살 때다. 이 대출은 어느 정도 고금리를 피할 여지가 있다.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현재 7% 이상이다. 가장 낮았던 2022년 초와 비교하면 4%포인트 이상 높다. 하지만 가중평균모기지금리, 즉 사용 빈도나 금액 비중으로 가중치를 두어 평균한 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 연 3.5%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모기지 금리는 집을 새로 사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준다. 새로 집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존 주택 판매량은 금융위기 수준 정도로 낮다. 기존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면 높은 모기지 금리를 부담해야 해서다. 개인들은 주택 구매에 따른 고금리의 악영향을 피해가고 있다.
자동차는 주택과 약간 다르다. 사용기한이 짧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소유권의 평균기간은 79개월, 약 6.5년 정도다. 이론상 매년 자동차 소유주의 15%는 차를 바꾸는 셈이니 이들은 높은 금리의 자동차대출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중 소수는 현금으로 자동차를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적잖은 개인이 고금리에 노출되고 있다. 자동차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다.
신용카드 금리 변화는 개인에게 즉각 영향을 미친다. 이 금리는 매달 변한다. 상환액 전부를 갚지 못하는 카드 소유주는 금리 충격을 받는다. 연준에 따르면 평균 신용카드 금리는 21%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이래 6%포인트 이상 올랐다. 신용카드 이자는 미국채나 연준 정책금리보다 더 많이 올랐다. 고금리의 충격은 개인과 가계부터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경제주체가 어떻게 고금리의 무풍지대가 되는지, 미국 경제는 왜 강한지를 이해하려면 상당 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상황의 분석이 먼저다. 2022년 이전의 기록적인 저금리는 지연효과를 강화했다. 모든 형태의 가중평균금리가 낮았다. 저금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 많은 차입자가 혜택을 입었다. 그 결과 고금리에 충격받는 차입자는 그만큼 줄었다. 2020~2021년 3% 이하 모기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초저금리는 차입자에겐 축복이었다. 다수 차입자가 자신의 부채를 싼값에 연장할 수 있었다. 고금리 압박을 일정 기간 피할 수 있는 동력이 된 것이다.

고금리와 가계
문제는 이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과 정부 부채 만기는 돌아올 것이고, 사람들은 새 차와 집을 사야 한다. 지연효과는 시한폭탄이다. 시간이 갈수록 고금리 충격을 체감하는 이가 늘어난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금융충격은 천천히 강화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지원정책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고금리 시한폭탄이 터질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시한폭탄이 터지는 게 바로 침체다.
지연효과란 고금리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다. 시차를 두고 언젠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그 순서는 언제나 그렇듯 가계, 기업, 정부 순이다. 과다부채 경제에서 ‘더 오래, 더 길게’ 식의 고금리 정책은 무언가를 반드시 파괴한다. 미 정부와 연준은 어떤 선택을 할까? 연착륙을 꿈꾼다면 적당한 때 물러서야 한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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