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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힘’ 재확인, 안정적 공급 중요성 커져
[경제의 속살] 뉴칼레도니아 니켈 채굴 중단
[163호] 2023년 11월 01일 (수) 권순우 soon@3protv.com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니켈 산화광이 매장된 인도네시아(20%)에 중국 기업들은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한 광산에서 트럭들이 채굴한 니켈을 나르고 있다. REUTERS


자동차의 심장이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바뀌면서 리튬과 니켈 확보를 위한 전세계적인 노력은 가히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도나도 니켈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원자재 회사인 글렌코어는 최근 뉴칼레도니아(누벨칼레도니)의 니켈 채굴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글렌코어는 “뉴칼레도니아의 코암니보 니켈 광산에 대한 자금 지원을 2024년 2월 이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렌코어는 왜 니켈 채굴을 중단한다는 것일까?
니켈은 철과 섞으면 외관이 예쁘고 내식성이 높은 스테인리스강이 된다. 자동차, 주방용품, 전자제품, 건축자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최근 니켈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 원가에서 니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나 된다. 스테인리스강용 니켈과 배터리용 니켈은 같은 니켈이지만 채굴하는 장소도 다르고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 니켈은 황화광, 산화광에서 추출한다. 황화광은 캐나다, 시베리아, 오스트레일리아 등 위도가 높은 지역에 매장됐고 순도 높은 니켈을 만들 수 있다. 산화광은 인도네시아, 뉴칼레도니아, 필리핀 등 적도 인근에 주로 매장됐고 순도가 낮다. 산화광은 매장량이 훨씬 많지만 순도가 낮아 품질 좋은 니켈을 만들기 어려워서 예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시장에 쏟아지자 세계 최대 원자재 회사인 글렌코어는 최근 뉴칼레도니아의 니켈 채굴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스위스 바르에 있는 글렌코어의 본사 건물. REUTERS

두 번의 전환기
2000년대 초 중국이 전세계 공장으로 성장하면서 스테인리스강 수요가 급증했고 니켈 가격도 치솟았다. 현재 ‘니켈의 왕’이라 부르는 칭산그룹(青山集團)은 산화광을 원광으로 약 17% 순도를 가진 니켈선철(NPI)을 만들어 품질 좋은 스테인리스강을 만드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99% 고순도의 니켈로 만드는 것과 품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풍부한 산화광으로 저렴하게 스테인리스강을 만들다보니 니켈 가격은 급락했고 황화광으로 높은 순도의 니켈을 만들던 업체는 대부분 도태됐다. 니켈 산업에 두 번째 큰 변화는 전기차 등장이다. 자동차의 심장이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로 바뀌며 니켈 수요가 급증했다. 그런데 저순도 니켈로도 만들 수 있는 스테인리스강과 달리,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은 99.8% 이상의 높은 순도가 필요하다. 다시 고순도 니켈의 시대가 온 것이다.
니켈의 전환기에 굉장히 특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20년 초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는 톤(t)당 2만달러(약 2600만원) 아래에서 거래되던 니켈 가격이 10만달러 이상으로 급등한 일이 있었다. 니켈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두 가지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니켈 수요가 늘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 전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 이때 중국 칭산그룹은 니켈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판단해 니켈에 대한 공매도 투자를 했다. 공매도는 가격이 내려가면 이익을 보는 투자 방식이다. 칭산그룹은 전세계 니켈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기에 재고 조정으로 가격을 통제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니켈 가격은 훨씬 더 많이 올랐고 칭산그룹 공매도 투자의 평가손실이 점점 커졌다. 손실이 누적되자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기로 했다. 정리하려면 시장에서 니켈을 사서 갚아야 한다. 안 그래도 가격이 오르는데 칭산그룹까지 대규모로 니켈을 사들이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10만달러에 육박하게 됐다. 칭산그룹은 이 사건으로 10조원의 손실을 보았다.

   
▲ 2021년 9월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카라왕산업단지(KNIC)에서 열린 현대차그룹과 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 착공식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축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도 당혹
사실 칭산그룹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니켈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 만든 니켈은 스테인리스강에 필요한 순도 낮은 니켈이라, 순도 높은 전기차용 니켈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다. 당시 칭산그룹은 순도가 낮은 산화광으로도 고순도 배터리 니켈을 만들 수 있는 고압산침출법(HPAL)을 적용한 제련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었다. 고압산침출법은 황산을 강한 압력으로 분사해 니켈의 순도를 높이는 공법이다. 매장량이 풍부한 산화광으로 배터리 니켈을 만들면 공급량을 더 많이 늘릴 수 있다. 그러면 가격도 내려갈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고압산침출법을 적용한 제련공장이 가동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데 공매도를 너무 빨리 친 것이다. 제련업계 관계자는 “좀더 기다렸다가 공매도를 쳤으면 가격이 올라도 니켈 생산량을 늘려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금속거래소 니켈 공매도 대소동의 뒷배경이다.
어쨌든 고압산침출법을 통해 풍부한 산화광으로도 배터리 니켈을 만들 수 있게 되자 관련 투자도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화광이 매장된 인도네시아(20%)에, 배터리 소재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얼마나 많이 제련 설비를 지었던지 인도네시아에서 채굴된 니켈 원광으로도 부족해 국외에서 원광을 사와야 할 지경이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상반기 5만4천t의 니켈을 수입했다. 2022년 전체 수입량의 두 배 수준이다. 인도네시아산 니켈이 전세계 시장에 쏟아져 공급되면서 2022년 말 t당 3만달러가 넘던 니켈 가격은 2023년 10월 현재 1만8천달러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니켈 가격이 하락하자 다른 지역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뉴칼레도니아는 세계 4위 니켈 생산국이다. 글렌코어는 뉴칼레도니아 코암니보 광산에서 최근 2년간 총 3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렌코어는 “코암니보 광산의 비용 구조, 글로벌 니켈 시장의 상황과 관련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 적자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흑자를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뉴칼레도니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칼레도니아는 프랑스령이다. 프랑스 정부는 뉴칼레도니아를 통해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니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프랑스 정부는 2023년 7월 한 보고서에서 “뉴칼레도니아는 2030년까지 프랑스 배터리 공장에 필요한 니켈의 85%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유럽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자산이라 지목된 뉴칼레도니아 광산이 2030년은커녕, 당장 2024년부터 운영이 가능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니켈 공급망 확보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우리나라에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 현대차, 엘지(LG)에너지솔루션, 엘엑스(LX)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등은 인도네시아 니켈광산 국영기업 안탐,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 화유코발트와 함께 니켈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을 포괄적으로 구축하는 10조원 규모의 ‘그랜드패키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에스케이(SK)온, 에코프로도 중국의 GEM(格林美)과 함께 인도네시아에 고압산침출법을 활용한 니켈 중간재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3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니켈 중간재를 한국으로 들여와 배터리 양극재 재료(전구체)를 만드는 공장도 새만금에 짓고 있다.

인니산 니켈의 과잉 공급 파장
세계 1위 아연 제련 업체인 고려아연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에 대규모 니켈 제련 공장을 짓고 있다. 고려아연 니켈 공장은 다양한 중간재(니켈 수산화 침전물(MHP), 페로니켈, 니켈선철, 파우더)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배터리 니켈을 생산하는 데 최적화된 기술을 적용해 중국 기업들보다 경쟁력 있는 니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니켈 프로젝트에도 쟁쟁한 파트너들이 함께하고 있다. 우선 세계 4위(중국 제외) 전기차 회사인 현대차그룹이 5천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필요한 니켈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함께 할 계획이다. 니켈 원광은 글로벌 3대 트레이딩업체인 트라피구라가 조달하기로 했고, 배터리 양극재는 엘지(LG)화학이 만들기로 했다. 말로만 하는 협력이 아니라 서로 수천억원의 지분을 교환하는 공고한 구조다.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코암니보 광산 폐쇄를 두고 “인도네시아산 니켈의 과잉 공급이 다른 지역의 니켈 생산 프로젝트를 잠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대부분 중국 기업이 통제하는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량의 국제사회 의존도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니켈 산업은 인도네시아 니켈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매우 강해졌다. 배터리 강국인 한국 역시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 산업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멀리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에서 벌어진 니켈 광산의 채굴 중단 선언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 권순우는 경력 15년의 현직 기자다. 금융,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방송>을 거쳐 현재는 <삼프로TV>에서 ‘압도적 권순우: 압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격변과 균형>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가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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