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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생산기지·시장서 찾는 기회
[COVER STORY] 중국으로 향하는 글로벌 IT 기업- ② 왜 중국인가?
[162호] 2023년 10월 01일 (일) 디사오후이 economyinsight@hani.co.kr

 

디사오후이 翟少輝 류페이린 劉沛林 두즈항 杜知航
<차이신주간> 기자
 

   
▲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이 2023년 3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했다. 3월 26일 열린 중국발전포럼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REUTERS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진출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만 전세계 반도체산업 가치사슬에 속한 기업들은 미국의 우방국이란 이유로 양자택일을 강요받았다. 2023년 3월 초 네덜란드 정부는 특정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했다. 이는 세계 최대 노광장비(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 생산업체 ASML의 제품이 더욱 강한 제재를 받는다는 의미였다. 이 제품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중요한 요소다.
같은 달 말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했다. 공개된 일정은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을 만나는 것밖에 없었다. 상무부는 공식 누리집에서 “왕원타오 부장이 피터 베닝크 CEO에게 외국투자자를 위한 훌륭한 사업환경을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전했고,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베닝크 CEO가 일주일 동안 중국에 머물면서 왕원타오 부장을 만났고 직원회의에 참석해 중국 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SMIC(中芯國際)와 화훙반도체(華虹半導體) 등 주요 고객사를 찾았다.
베닝크 CEO는 미국과 네덜란드 정부의 결정을 따라야 하지만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명의 노광장비 기업이던 ASML이 일본의 니콘과 캐논을 제치고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노광기 공급업체로 성장하기까지는 미국의 협조로 개발한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노광기에 사용하는 광원 등 광학소자는 미국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2022년 ASML이 북미 지역에서 구매한 광학장비 부품 금액이 전체 구매액의 13%에 이르렀다. 중국은 ASML의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2022년 매출액 29억1600만유로(약 4조1500억원)를 기록해 전체 매출액의 13.8%를 차지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서 힘겨루기
네덜란드 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베닝크 CEO는 미국이 주도하는 수출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장비 개발에 효율과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직언했다. “이런 장비를 얻지 못하면 중국은 직접 개발할 것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엔 해낼 것이다. (수출규제 같은) 압박은 중국이 더 많이 투자하도록 만들 뿐이다.”
결국 베닝크 CEO도 네덜란드 정부의 새로운 규제를 막지 못했다. 2023년 9월1일부터 ASML이 주력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네덜란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계는 수출 허가를 통과할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10나노 이상 공정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중국 반도체 업계로선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양자선택의 갈림길에 있다. 마이크론이 중국 정부의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자, 미국 정부는 두 한국 기업에 마이크론 제품의 공급 공백을 대체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두 기업은 이에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받을 의향이 있고 1년 동안 중국 공장에서 필요한 미국산 장비를 수입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얻은 상태다. 이런 조치는 모두 미국 정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중국은 두 기업의 중요한 생산기지이자 시장이다. 2005년 SK하이닉스는 우시에 디램(DRAM) 공장을 설립했고 여러 차례 추가 투자해서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이 200억달러(약 26조5600억원)가 넘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2022년 10월에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이 공장의 생산능력이 전세계 D램 생산능력의 13%를 차지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에는 인텔의 다롄공장을 비롯한 낸드플래시 사업을 90억달러에 인수했다. 전세계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의 9%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도 시안공장에 거액을 투자했다. 1기 공장을 2012년 9월에 착공해 2014년 5월에 완공했고, 실제 투자액은 108억7천만달러였다. 2017년 8월에는 70억달러를 투자해 낸드플래시용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하는 2기 공장을 착공했고 2019년 12월에는 다시 80억달러를 투자해 2기 공장을 확장했다. 2기 공장은 2021년 완공돼 가동을 시작했다.
시안공장은 삼성전자의 전세계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에서 약 40%를 차지한다. 트렌드포스의 2023년 4월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시안공장이 전세계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 정도다.
2022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액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2%, 27%다. 중국 정부의 보안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마이크론의 경우 중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론의 D램과 낸드플래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14.5%, 22.2%였다.
미국은 2022년 10월 새로운 수출규제 규정을 발표하고 중국에 설립한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의 미국산 설비 수입을 제한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은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산 장비를 수입할 수 있는 유예조치가 허용됐고 기한은 1년이었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에 ‘국가안보 보호 조항’을 추가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SK하이닉스의 모회사 SK그룹은 2022년 7월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반도체 분야 투자였다.
이런 배경 탓에 중국을 방문한 최태원 회장은 조용히 움직였다. 최 회장은 2023년 3월29일 보아오포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 측정’ 분과회의에서 연설했고, 3월30일 외국 기업인 대표로 리창 국무원 총리와의 좌담회에 참석했지만 공개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난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보아오포럼은 중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중요한 포럼이다. SK그룹은 포럼의 주요 후원사이고 최태원 회장은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행보는 최태원 회장보다 더 조용했다. 3월 말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했지만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았다. 공개된 일정은 천민얼 톈진시 당위원회 서기를 만나고 삼성전자 톈진공장을 방문하는 것뿐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중국 방문은 삼성의 일급비밀”이라면서 “이번 방문은 과거와 다르게 공개행사 없이 언론 인터뷰도 없었으며 톈진공장을 방문했을 때 전속 사진사가 수행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은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자사의 데이터센터에서 오라클의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옮겨 미국 감독 당국의 데이터 보안 규정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3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축구경기장에 틱톡 광고 간판이 보인다. REUTERS

소프트웨어 시장의 분열
“중국은 아카마이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인력을 확충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7월26일 중국을 방문한 미국 네트워크 보안 전문업체 아카마이의 CEO 겸 공동창업자 톰 레이턴은 중국 기업이 아카마이의 서비스를 적극 구매해서 중국 지역 매출액이 북미 다음으로 많다고 말했다. 리청 아카마이 부총재 겸 중화권 총경리는 “지정학적 환경이 변하면서 중국 고객사가 국외사업에 신중해졌는데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전자상거래와 신에너지자동차, 비철금속 분야의 국외 진출도 활발하다. 중국 상무부와 외환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6월까지 전체 업종의 국외 직접투자 금액은 약 753억6천만달러(약 100조3천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6% 늘었다. 그중 국내 투자자의 금융업을 제외한 국외 직접투자 금액이 622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 늘었다.
2013년을 전후해 중국 기업의 첫 번째 국외 진출 전성기가 찾아왔고 아마존클라우드웹서비스(AWS)와 데이터베이스 제공업체 오라클, 전사적자원관리(ERP) 제공업체 SAP 등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이 국외에 진출한 중국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시장조사업체 IDC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중국 기업의 국외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에서 AWS의 비중이 75%였고 하반기에는 80%에 근접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는 중국 기업의 국외 진출을 따라가거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사업으로 국외에서 고객사를 확보한 뒤 맞춤형 서비스와 가격 대비 성능의 강점을 발휘해 일부 시장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업은 여전히 정치적 리스크와 규정 준수(Compliance) 관리 등을 고려해 외국계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을 선호한다.
2022년 6월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자사의 데이터센터에서 오라클의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옮겨 미국 감독 당국의 데이터 보안 규정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우청양 오라클 중국 지역 이사총경리는 “전세계 44개국에 오라클 데이터센터가 있고 국제적 능력을 갖춘 현지 업무팀이 있어 각국 정부의 데이터 규정을 준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진출한 국외 시장은 우리가 성장할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이다.” 우청양 이사총경리는 “중국 기업의 국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은 2020년부터 오라클의 핵심 전략이었고 이 분야의 매출액이 해마다 100% 넘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CEO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이유는 새로운 시장 확보는 물론 중국 시장이 큰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전세계적으로 거시경제가 하강하면서 ‘기업의 정보기술(IT) 분야 지출 감축’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오라클 등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의 실적보고회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됐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IDC 자료를 보면 2022년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규모가 5300억달러를 넘었다. 2027년에는 중국 ICT 시장의 총지출 규모가 7200억달러를 넘어 전세계 점유율이 11.7%이고, 5년 연평균 복합성장률이 6.2%로 같은 기간 전세계 시장의 복합성장률 5.7%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아서 2027년에는 1천억달러를 돌파하고, 5년 연평균 복합성장률이 20%까지 올라가리라 전망된다.

중국 소프트업체의 도전
2023년 7월10일 크리스티안 클라인 SAP CEO가 취임 뒤 처음 중국을 찾았다.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과 천지닝 상하이시 서기, 런훙빈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회장 등 정부 관계자를 만났고 SAP 상하이연구원에서 열린 중화권 직원 행사에 참석해 인재육성 계획을 공개했다.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확신이 있다.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 선두가 될 것이라 믿는다.” 클라인 CEO는 중국을 방문한 동안 중국의 풍부한 청년 인적자원에 주목했다. 특히 그들이 배우려는 열정이 있고 IT 분야를 혁신하고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보안 관련 지식을 습득하기 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실적보고회를 통해 중국에서 느낀 점을 공유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중국을 위해, 중국에서’ 거대한 기회가 있고 중국은 공공사업과 소매판매, 자동차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ERP로 새로운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
SAP는 1992년 중국에 진출했고 1997년 상하이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해 2003년 이를 연구원으로 승격시켰다. 이 연구원에 엔지니어 4천 명이 일하고 독일을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큰 연구개발센터 가운데 하나다. SAP는 2025년까지 중국에서 10만 명을 디지털기술 인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클라인 CEO는 “앞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 특히 연구개발(R&D)과 혁신 분야의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가 전임자들과 확연하게 달랐다. 미국은 IT 기업의 중국 서비스를 제한했고, 중국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IT의 독자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를 따라 중국 기업이 성장하고 SAP는 익숙하지만 낯선 중국 시장을 마주하고 있다.
2022년부터 중국은 다양한 국가정책으로 여러 분야에서 IT 혁신을 실현하도록 촉진했다. 특히 중앙국유기업과 지방국유기업의 사무 프로그램과 ERP, 리스크 관리, 생산제조, 연구개발 분야의 목표와 구체적인 기한을 제시했다.
특히 정보 보안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국산 제품으로 대체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는 가격정책과 맞춤형 서비스 등에서 외국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한 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고객은 “외국 기업은 현지 개발팀의 역량에 한계가 있어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제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 업체는 사용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한 뒤 청구하는데 ‘경고장’ 방식으로 고객의 대금 지급을 독촉해서 중국 기업이 고객을 응대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다.
물론 중국 내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외국 기업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특히 수준 높은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SAP와 오라클이 독점한다. 한 국산 ERP 개발사 관계자는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이 130~140개인데 90%가 외국 소프트웨어를 쓰고, 그중 SAP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기업이 100개,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은 20여 개일 것”이라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3년 제34호
科技巨頭摸底中國新打法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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