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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장모델 한계 부딪혀 수출 줄고 서비스업은 부진
[SPOT] 흔들리는 중국 경제- ②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 교수 인터뷰
[162호] 2023년 10월 01일 (일) 토마스 피셔만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에서 부동산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도 위기에 휩싸이면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경제 위기는 세계경제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저명한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60)에게 물어봤다. 라잔은 1963년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에서 출생한 미국의 세계적 경제 석학이다. 2003~2006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역임한 라잔은 현재 미국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 석좌교수다. 2003년 미국금융협회가 40살 이하 금융경제학자 중 최고 석학에게 수여하는 피셔블랙상(Fischer Black Prize)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세계경제 위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위로 그를 선정했다.

토마스 피셔만 Thomas Fischermann <차이트> 기자
 

   
▲ 인도 태생의 저명한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60)은 현재 미국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REUTERS

요즘 언론 보도를 보면 세계경제를 향한 암울한 전망 일색이다. 인플레이션은 통제 밖이고, 중국에서는 부동산 대기업들이 차례로 무너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는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퍼져 있다. 당신은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
일단 긍정적 신호도 있다는 말로 답을 시작하겠다. 일례로 미국 경제는 지금까지 상당한 충격에도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탄탄한 것으로 입증됐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과거 세계경제는 지금과 비교하면 훨씬 암울했다. 1970년대를 생각해보자. 욤키푸르전쟁(1973년 이집트의 이스라엘 기습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발발했고, 오일쇼크에다가 브레턴우즈체제가 붕괴했다. 이와 비교하면 지금의 문제는 해결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세계의 공장’ 제대로 작동 안 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중국 등 과거 신흥국이 부상했던 세계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세계화는 수십 년 동안 서구가 쌓아 올린 부의 원동력이었다.
실제로 서구의 최대 현안은 중국이다. 세계경제의 핵심 원동력인 중국이 더 이상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문제의 원인 가운데 일부는 중국 자체에, 또 일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도 있다.
가장 중요한 선진국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경제 억누르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현재 ‘시장경제는 어느 정도 제대로 작동한다’는 이전의 기본 대전제와 결별하고 있다. 대신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나 산업정책 강화 형태로 점점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험상 이는 단 한 번도 좋은 방책이 아니었다. 보호무역주의나 산업정책 강화는 현재 전세계적 흐름이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도 이게 좋은 방책일 수도 있다고 믿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국 정책 상당 부분을 그대로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8월9일 중국의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첨단 반도체 분야에 미국 자본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안보 우려에서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과 투자 금지도 전적으로 안보 우려가 발단이 됐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전반적으로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로 노선을 선회했다. 미국은 국내 챔피언 기업 육성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은 기술 부문에서 중국을 억눌러 자국의 우월적 지위를 굳히려 한다.
그 결과 중국인들은 미국에 맞서게 됐고, 자국 공산당 정부를 굳건히 지지하게 됐다. 빌런(악당) 제국과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미국과 상반된 전략을 구사했는데 마찬가지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독일은 시장경제 원칙대로 자국 시장을 중국에 개방했고, 독일 자동차업체와 풍력업체가 중국에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그 결과 독일 기술이 중국에서 그대로 복제돼 반값에 팔리고 있다.
그래도 상관없는 경제 부문이 있다. 일례로 친환경 기술이 그렇다. ‘독일 기술을 모방했으니 중국 너희도 우리만큼 해낼 수 있지? 모방한 독일 기술로 지구를 살려라’라고 나는 말할 것 같다. 독일도 중국 기술을 모방해 사용하겠다고 중국을 향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배터리 기술 등 특정 친환경 부문에서는 중국이 독일보다 훨씬 앞서 있다.
당신은 경제학 교수인데 독일 기업이 고비용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공짜로 중국에 넘겨주라고 제안하는 것인가.
그런 기술을 제공하는 국가와 기업에 보상해주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백신을 처음 개발한 제약업체가 백신을 제공하면 반대급부로 보상받는 것처럼 말이다. 신규 친환경 제품이 나오면 전세계 생산업체들이 생산을 단기간에 늘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 중국과의 경제 관계 전반이 아니라 특수 사례만 이야기하는 것 같다.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과의 협력적 접근 방식은 한마디로 순진무구했다. 서구의 특허권과 지식재산권이 중국에 절취당했다. 유독 독일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미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경제 방식을 상위 의제로 만들었다.
그렇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경제 방식을 문제 삼은 것에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서구는 중국을 향해 ‘이제 그만해라, 너희가 서구를 압박하고 서구가 보유한 특허권을 절도하고 있다’고 명확히 말해야 한다. 중국이 그 덕택에 아주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니, 중국과 서구는 이제야말로 제대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지금 중국 경제 상황이 무척 좋지 않다. 부동산과 일부 은행, 지방정부의 부채 수준이 엄청나다. 내수 감소와 노동시장 문제 등과 관련한 언론 보도도 잇따른다. 젊은층은 미래 희망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금 중국 상황을 정확히 어떻게 보는가.
수출지향적 성장이라는 기존 중국 모델은 한계에 이르렀다. 중국은 오랜 세월 수출과 인프라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이제 서구는 중국 제품의 수입 허용에 무척 조심스러워한다. 또한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이 됐는데, 여기서 더 성장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인프라 면에서 중국은 가까운 미래에 사용할 도로와 고속철도도 전국 곳곳에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제 뭘 해야 할까?
이제 뭘 해야 하나.
다음 정해진 수순은 대부분 서비스업의 성장이다. 서비스업에서는 지식재산권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연구, 디자인, 혁신이 더 많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중국은 공산당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중국은 숙고하고 토론하고 주장을 펼치는 자유로운 환경이 아니다. 가치, 민주주의, 법규정 등에서 산업생산 범위를 벗어나는 질문을 던질 자유로운 환경이 전혀 아니다. 당연히 중국은 탁월한 학자들과 대학을 보유한 여전히 막강한 경제대국이다. 지식재산권 개발을 강하게 추동할 제반 여건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중국 같은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가 이에 성공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 중국의 큰 장점은 알리바바 같은 혁신 기업인들이었으나 최근 이들이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라잔은 지적한다. 2023년 7월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 콘퍼런스’에서 알리바바 로고가 보인다. REUTERS

중국 체제가 서비스업 성장 제약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서구에서는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중국에는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생겼다.
중국의 엄청난 장점은 신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 혁신적인 기업인들이다.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은 이런 것을 가지지 못했다. 소련에도 당시 훌륭한 학자가 있었지만 제품과 성장을 만들어낼 기업인은 전무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최근 기업인들이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중국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파른 성장 이면은 불평등으로 점철돼 있다. 중국 내륙 지역은 낙후돼 있는 반면, 대도시는 생산 부문에선 새로운 프롤레타리아들, 기술 부문에선 억만장자들이 생겼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향후 성장보다 공정한 부의 분배에 역점을 두겠다고 천명한 것은 잘못됐을까.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사회적 공정을 위한 최상의 수단은 교육이다. 시진핑은 교육 기회가 불평등해서는 안 된다며 사교육을 금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교육은 지하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일류 대학과 대도시와 이외 지역에서의 더 많은 학교다.
전제주의 정치체제의 가장 큰 문제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전제주의 정치체제에서 최고권력자는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잘못된 것은 더더욱 알지 못한다. 최고권력자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측근에 둘러싸여 있다. 중국 경기가 악화하면서, 중국 정부는 청년실업률 등 특정 경제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이웃 국가들이 세계 성장엔진 중국의 기존 역할 일부를 맡을 수 있을까.
남아시아는 지금까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간의 갈등에 함몰돼 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이 격화되면 한쪽 편을 들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수많은 서구 기업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따르고 있다. 더 이상 중국만 믿는 것이 아니라 대안이 될 만한 다른 대상을 찾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런 전략 변화로 이득을 보고 있다. 중국과 달리 대만이나 한국처럼 경제가 고도로 발전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지식재산권, 서비스와 창의성이 핵심인 새로운 경제체제로 아무런 문제 없이 전환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정치적 대결로 이 지역에는 상당한 불안감이 내재해 있다.
현재 독일 총리실의 독일 경제정책 입안자 중 한 명이자 당신의 옛 제자이기도 한 외르크 쿠키스 총리실 사무차관에게 해줄 만한 조언이 있는가. 중국과 미국의 대립에서 독일은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까.
외르크 쿠키스 사무차관이 독일 사정을 훨씬 잘 알기 때문에 굳이 드릴 조언은 없다. 하지만 독일이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는 명확해 보인다. 독일은 어떻게 훌륭한 내연기관자동차에서 우수한 전기자동차로 전환할 것인가? 독일은 에너지 비용 문제를 재생에너지로 혹은 핵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는가? 독일은 고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어떠한 합리적인 이민정책을 펼칠 것인가? 독일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미래 사회에 더 유용한 직업을 가지려면 직업재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한 미국,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일부 지역이 워낙 낙후된 지역 불균형 문제를 겪고 있어 일종의 개발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 다시 쿠키스 사무차관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쿠키스 사무차관은 최근 인텔과 TSMC 등 반도체 대기업이 구동독 지역에 공장을 가동하도록 이들 기업에 어마어마한 지원금을 약속했다. 좋은 대책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회의론자들의 의견에 동감한다.
 

   
▲ 중국 경제모델이 수출 지향에서 서비스업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혁신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치체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라잔은 강조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9월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미디어센터에서 중계되고 있다. REUTERS


아래로부터의 성장 이뤄져야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방식의 산업정책은 보통 공장 주변에 고연봉 전문가들의 오아시스를 형성한다. 당연히 이를 통해 지역 활성화 효과는 있다. 해당 지역으로 이주해온 하이테크 엔지니어들이 지역 세탁소에 빨래를 맡기면 세탁소들은 장사가 잘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를 위해 100만유로 혹은 200만유로 투자 가치가 있을까? 나는 오히려 아래에서부터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공동체에 투자해야 하며,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 방식이 다른 방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이 수급 안정을 위해 이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 지원을 하는 이유를 이해한다. 하지만 인텔 같은 미국 기업이 정말 독일의 반도체 수급 안정에 적합할까?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인터뷰 처음에 현재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당신에게 가장 많이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기후위기를 향한 대중의 우려가 커지는데, 이는 모두를 서로 더 많이 협력하도록 해줄 것이다. 둘째, 나는 기술 낙관주의자이다. 인공지능(AI)이 인류 전반의 일자리를 뺏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AI는 오늘날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해결책 모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AI로 현안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성공한다면 21세기는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긍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다.

ⓒ Die Zeit 2023년 제36호
“Der Motor läuft nicht mehr gu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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