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이 곧 의사보다 더 많은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병원 일상에서는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부 의료 문제는 슈퍼 네트워크가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마르틴 U. 뮐러 Martin U. Müller <슈피겔> 기자

▲ 인공지능(AI)은 엑스레이사진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결과를 해석하는 데는 유용하다. 그러나 영상촬영 분야 외에 AI가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양전자단층촬영(PET)으로 본 뇌의 모습. REUTERS

크리스티안 게를로프는 함부르크-에펜도르프 대학병원의 신경과 전문의로, 2023년 초부터 이 분과의 책임자로 일한다. 그의 직업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 스트림(흐름)이 특징이다. 집중치료를 받는 환자 한 명이 생성하고 그 옆의 장치로 기록하는 데이터는 수십 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 한 인간이 이 모든 정보를 들여다보고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게를로프는 동료들과 함께 이 거대한 데이터 더미를 평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이 AI는 의사가 환자 두개골 내부의 압력이 이후 어떤 양상을 보일지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두개골 내부 압력이 상승하고 있음을 의사가 빨리 알수록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기계는 유입되는 데이터 스트림을 분석하고 문제의 징후를 찾는다. 게를로프는 “AI는 향후 24시간 동안의 상황을 꽤 잘 예측할 수 있다. 두세 시간 이후 상황을 예측할 때는 신뢰도가 훨씬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AI를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두개내압(두개골 내부의 압력) 예측처럼 유용한 부분도 있지만, 이는 의사가 환자를 위해 염두에 둬야 하는 수많은 사항 중 하나에 불과하다.
수백 년에 걸친 수많은 의사의 임상경험 지식을 AI와 연결된 태블릿컴퓨터로 간편하게 접근하기를 원하는 의사들도 있다. 환자가 무엇 때문에 아픈지 항상 아는 전지적 의사 아바타를 향한 생각은 지금까지의 AI 현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인간 의사를 AI로 대체할 수 없고 이는 오랫동안 지속할 것이다. 일부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대기업의 홍보 문구가 다르게 얘기할지라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미국 의사이자 과학자인 에릭 토폴은 약 10년 전에 환자가 의사를 지배하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AI의 도움도 한몫했다.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기술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68)는 의학, 특히 사람을 치료하는 신기술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졌다. 그는 미래에 의사의 80%가 기계로 대체되리라 예측한 바 있다. 최근 그는 트위터에 환자의 질병에 관한 ‘최신 논문 5천 개’를 읽은 종양학 전문의를 구한다면서 “어떤 의사도 그럴 시간이 없다. 하지만 AI 종양학 전문의는 할 수 있다”고 썼다.

▲ AI에 기반한 페이스투진(Face2Gene) 앱은 소아과의사가 사진으로 어린이 얼굴에서 유전적 결함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페이스투진 누리집

얼굴에서 유전적 결함 찾아내
인상적인 발언이지만 아무도 이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일단 특정 질병에 관한 최신 논문 5천 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코슬라는 지금까지 사용 가능한 최고의 텍스트 AI 시스템인 지피티-4(GPT-4)조차 의료 텍스트를 항상 신뢰성 있게 해석하지 않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환자의 정리되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와 연결할 경우 신뢰성 있는 해석은 훨씬 더 어려워진다.
AI는 넷플릭스에서 새 드라마 시리즈를 추천할 때나 자율주행, 금융 분야에서는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데는 효과가 없다. AI는 포괄적인 해결책을 제공하지 않는다. 제약 연구에 디지털 지능을 사용하는 일은 이미 일반화됐다. AI가 없었다면 코로나19 백신의 신속한 개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병원과 진료소의 일상에서 AI는 여전히 그 한계를 보여준다. 광범위한 임무, 치료 제안, 특히 사람의 생명에 대한 결정을 기계에 맡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현재는 개별 기능만 사용 중이다. AI는 엑스레이사진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결과, 조직검사 또는 피부 변화를 해석하는 데 쓸 수 있다. (진단 분야의 의료기술 기업인) ‘지멘스 헬시니어스’(Siemens Healthineers)는 ‘AI-라드 컴패니언’(AI-Rad Companion)이라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탑재한 진단 장치를 공급한다. 컴퓨터는 의사가 전립선, 폐 또는 뇌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을 돕는다. 유방조영술의 경우 수년 전부터 연구 결과에서 AI 영상의학 분석이 인간 전문의보다 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줬다. 연구자들은 유방암을 발견하는 데도 AI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증명했다.
AI가 대장 용종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여러 연구에서 확인했다. 페이스투진(Face2Gene) 앱은 소아과의사가 사진을 사용해 어린이 얼굴에서 유전적 결함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특이점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소프트웨어 일리싯(Elicit)은 몇 초 안에 연구논문을 분석해 그럭저럭 쓸 만하게 요약한다.
그러나 영상촬영 분야 외에 AI가 의료 현장에 쓰이는 경우는 예외적이다. 스위스 베른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디지털 의학 전문가인 토마스 자우터는 “2023년 현재, AI는 일상적인 의료 업무에 거의 도입되지 않았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일반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을 과대평가한다며 “(AI로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적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병명을 알려주는 ‘스타트렉’ 의사와는 수십 년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AI 진단은 대부분 작고 구체적인 문제의 지원 도구로 특정 상황에 알맞게 개발됐기에 올바르게 사용하고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에이다(ADA) 앱과 같은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진단 검색 시스템이 있다. 이 앱은 건강상태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가장 가능성이 큰 질병을 진단해 보여준다. 그러나 심각한 가슴통증을 느낄 때 이런 앱이 가능한 진단으로 폐렴, 폐색전증 또는 심근경색을 나열하면 도움이 될까? “우리는 이를 의사의 진단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원인을 지적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자우터는 말한다.

▲ 스위스 베른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의사인 토마스 자우터는 응급의료 분야에선 AI가 거의 도입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스위스 베른대학병원 누리집

흡연 환자에 알코올중독 추가
AI가 제공하는 결과를 사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다. 이 부분은 의료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이미 5년 전에 AI 시스템이 구조센터에서 수신한 긴급전화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소프트웨어의 임무는 전화한 사람이 심각한 심혈관 문제를 보고하는지 감지하고, 심각할 경우 신속하게 응급의료진을 파견하거나 응급처치 요원에게 심폐소생술을 지시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컴퓨터가 구급대원보다 일을 더 잘했다. 그럼에도 소프트웨어는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통제센터 직원들이 소프트웨어를 신뢰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소프트웨어가 내놓은 결과를 아예 무시한 사람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불신이 필요하다. 생성형 AI 챗지피티(ChatGPT)를 공개했을 때 자우터는 AI가 의사 소견서를 대신 쓰도록 해봤다. 소견서 작성은 의사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작업이다. 의사 소견서를 쓸 때는 정확성이 중요하다. 법적인 이유에서도 그렇다. 문제는 챗지피티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섞어 그럴듯한 의사 소견서를 상상으로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담배를 피우는 환자에게 소프트웨어는 때때로 알코올중독을 임의로 추가했다. AI에 대한 자우터의 결론은 “매우 주의해서 사용!”이다.
마르부르크대학의 의학 부문 AI 교수이자 진단 앱 에이다의 공동개발자인 마르틴 히르슈는 희귀질환에서도 AI가 열세라고 본다. “특정 질병 사례 설명이 몇 개밖에 없는 경우 훈련 데이터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 환자에게 여러 질병이 겹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시점에서 AI는 아직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AI는 질병의 증상이 비정형적일 때도 진단에 실패한다. 히르슈는 “심근경색 발생시 가슴통증 같은 전형적 증상이 없으면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그 증상이 실제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의사이자 디지털 투자자인 마르쿠스 뮈셰니히는 데이터 부족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국 또는 영국의 국민건강서비스(NHS)에서도 환자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려면 자체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 세트는 국가와 의료시스템에 따라 매우 다르다.”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부 장관이 2024년 말부터 모든 의료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표준으로 도입하려는 전자의무기록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전자의무기록은 구조화된 데이터 세트가 아닌 의사 소견서 혹은 진단 결과가 기록된 피디에프(PDF) 또는 워드(Word) 파일의 저장소에 불과할 것이다. AI는 이런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 Der Spiegel 2023년 제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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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