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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재정적자, 양적긴축에 답이 있다
[FINANCE] 고금리 시대는 계속될까
[162호] 2023년 10월 01일 (일)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채권시장 전문가와 유명 경제학자 일부는 고금리 시대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는 2023년 8월16일 <블룸버그TV>에 나와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의 상승세는 더 진행될 수 있다. 향후 10년간 평균 4.75%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REUTERS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의 상승세는 더 진행될 수 있다. 향후 10년간 평균 4.75%에 이를 수 있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가 2023년 8월16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한 말이다. 한마디로 고금리 시대가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채권 금리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채권시장 전문가, 유명 경제학자 일부는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머스 교수는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 정부의 차입 증가를 근거로 들었다. 이 외에 양적긴축, 중국과 일본의 미국채 매도세 확산 등을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지목한다.
그럴 수 있다. 이들 요인 모두는 채권 매수보다는 매도 압력 증가를 의미한다. 매도가 늘면 가격은 하락한다. 채권 가격 하락은 금리 상승을 뜻한다. 이 설명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논리적으로 빈틈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명료함이 정확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반대 논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낮은 장기 성장, 장기 인플레이션 추세 등은 장기국채 금리가 낮아질 수밖에 없음을 가리킨다. 부채 증가 역시 한편으론 금리 인하를 부채질할 수 있다.
미국의 고금리는 계속될까? 저금리로의 복귀는 당분간 상상할 수 없는 일인가? 그 답은 채권 약세론자, 즉 채권 수익률이 고공행진하리라는 쪽의 주장이 합당한지 밝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과연 그들의 주장은 합리적 추론일까?

유가 상승 길어야 몇 달에 그칠 것
공식 인플레이션율은 전년 동월 대비로 발표된다. 전년 동월 수준에 따라 영향받는 구조다. 이른바 기저효과다. 전년 동월이 높았다면 올해 같은 달 어느 정도 올라도 상승률은 둔화하거나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전년 동월이 낮았다면 올해 같은 달 상승률은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공식 인플레이션율은 2022년 7월부터 조금씩 내렸다. 따라서 2023년 말까지는 기저효과로 전월 대비 약간만 올라도 전년 동월과 비교한 인플레이션율은 상승할 수 있다. 착시효과가 생길 수 있다. 사실, 전월 대비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2023년 1월 0.5%를 기록한 뒤 6월과 7월에는 0.2% 정도 올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등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외려 팬데믹 이전의 물가 안정 시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변수는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세다. 한때 70달러 선을 밑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9월1일 현재 86달러 선을 돌파했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율이 오르면 채권수익률도 상승한다. 중요한 것은 유가 오름세의 폭과 지속성 여부다. 유가 오름세가 과거 최고 수준인 120달러를 웃돌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현재의 오름세가 몇 년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상승폭이 억제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돌발 변수가 없다면 유가 상승세는 길어야 몇 개월일 것이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추이 역시 금리 하락을 지지한다. 미국의 5년, 10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채권수익률 상승과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2%에서 2.5% 수준이다.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소비자물가지수는 지속해서 낮아질 확률이 높다. 이에 금리도 하락할 것이다.
장기금리 상승론자들이 염려하는 또 하나가 바로 정부부채와 재정적자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늘면 국채 발행이 증가해 금리는 오를 수 있다. 단순명료한 이치로 보인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역사를 보면 정반대다. 1980년 이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는 계속 늘었다. 그런데 채권금리는 반대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기축통화국인 경우 이 경향은 두드러진다. 일본, 유럽, 미국 모두 정부부채는 급증했지만 채권금리는 외려 하락했다. 이유가 있다. 기축통화국은 정부부채의 현금화, 즉 모네타이제이션(Monetization)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부부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할 수 있는 힘이 있어서다. 기축통화국이라 해도 정부부채가 세수보다 더 빨리 늘어나면 부담은 커진다. 중요한 점은 이들 국가는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자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낮은 금리가 필요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도한 부채는 경제성장을 막아 마침내는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린다. 일본에서 충분히 경험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시장은 부채가 늘어나 금리가 오르는 걸 두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남을 증명한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높은 금리로는 신규 부채 발행, 기존 부채 차환이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안다. 2023년 8월 초, 미 재무부는 권장 수준보다 무려 22.4% 정도 많은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그다음 단계는 뻔하다. 금리를 내려 정부 부담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양적긴축도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중요 변수다. 연준은 금리인상을 중단한 뒤에도 양적긴축을 계속할 전망이다. 다만 연준의 양적긴축은 단기물에 집중되고 만기 도래한 채권의 차환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적긴축에도 연준은 장기채의 순매수자다. 만기 도래한 채권의 양이 매달 목표인 950달러를 초과하면 채권을 산다. 연준은 지역은행 위기가 장기채와 장기대출에 대한 손실을 확정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은행의 대차대차조표에는 여전히 이들 자산이 그득하다. 차이점은 이들 은행은 미실현손실인 반면 위기 은행은 그것을 팔아 손실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은행 위기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잘 아는 연준과 재무부가 채권 수익률 통제에 나선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일본에선 수십 년간 지속된 일이다. 양적긴축은 연준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하기 위해 채택된 단기 조처다. 때가 되면 연준은 다시 공격적으로 채권을 매입해 금리를 내려 재정 부담과 은행 부담을 완화하려 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 금리를 올리면 은행 위기가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잘 아는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채권 수익률 통제에 나설 것이다. 2023년 7월26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REUTERS

중국과 일본의 미국채 매도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는 급격히 회복했지만 중국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성장 둔화 상태다. 이에 중국 정부는 8월 중순 이례적으로 금리를 내리며 경기부양을 시도했다.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위안화 약세를 의미한다. 이에 중국은 미국채를 팔아 달러를 마련해 달러 매도/위안화 매수 포지션을 취해 위안화를 방어하고 있다. 중국의 미국채 매도는 지속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미국채 대량 매도로 인한 위안화 방어는 중국의 손실을 의미한다. 미국채의 미실현손실을 확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설사 판다고 해도 장기물보다는 단기물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채의 실현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국채는 중국 외환준비금의 25% 정도다. 굳이 미국채를 팔아 미실현손실을 확정하기보다는 다른 달러 자산을 팔 수 있다.
설사 중국의 미국채 매도가 지속된다 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적을 수 있다. 미국의 전체 국채 물량 중 중국의 보유 비중은 2011년 7월 이래 계속 감소하고 있다. 당시엔 미국채 전체 물량의 14%를 갖고 있었지만 2023년 6월 현재 3.4%만 보유할 뿐이다. 중국이 미국채를 팔거나 사지 않는 행태는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 그로 인한 파열음은 미미하다.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최근 일본은행은 수익률곡선통제정책(YCC)에 큰 변화를 줬다. 일본채 10년물 수익률 상한을 0.5%에서 1%까지 넓혔다. 일본채 수익률이 오르면 미국채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와 일본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높아져야 1%다. 여전히 미국채 4~5% 금리보다 훨씬 낮다. 더욱이 엔화는 계속 절하되고 있다. 절하되는 통화를 보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엔보다는 달러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 어떤 이들은 초저금리인 엔을 빌려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캐리트레이드 유인이 감소할 것을 우려한다. 이 또한 기우다. 캐리트레이드는 속성상 단기거래가 대부분이다. 일본의 단기 차입금리는 여전히 제로 근처다. 큰 변화가 없다면 캐리트레이더들은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는 행태를 보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일본은행의 입장(스탠스) 변화가 미국채 시장의 혼란, 즉 장기금리 급등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거의 없다.
일본의 미국채 보유 추이 역시 중국과 비슷하다. 일본은 미국채 보유
1위 국가지만 2004년 8월 미국채 전체 물량의 18.2%를 보유한 뒤 계속 줄여 2023년 6월 현재 4.4%만 갖고 있을 뿐이다. 20년 정도 비중을 줄이고 있다. 그동안 이로 인한 파열이나 잡음이 있었던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장기금리가 4% 이상에서 오랜 기간 지속하리라는 주장은 부채 급증으로 인한 국채 매물 증가, 매수 세력 급감이 그 근거다. 매물이 늘고 매수 세력이 줄면 가격은 떨어진다. 채권수익률은 오른다. 하지만 이 명쾌한 설명이 놓친 게 있다. 연준과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채권시장은 완전자유시장이 아니다. 국가권력이 통제할 수 있는 시장이다. 권력은 금리를 제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지속할 수 없다. 자연성장률로 복귀하는 순간 금리는 내릴 수밖에 없다. 그게 합리적 추론일 것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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