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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과 케이블TV, 미래 없는 을들의 싸움
[경제의 속살] 송출 수수료 갈등
[162호] 2023년 10월 01일 (일) 권순우 soon@3protv.com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 가입자 감소 등으로 매출이 매년 줄면서 케이블TV 업체는 홈쇼핑 업체의 송출 수수료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타워에 자리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연합뉴스


플랫폼 시대에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두 ‘을’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케이블티브이(TV)와 티브이(TV)홈쇼핑이다. 최근 TV홈쇼핑 업체인 현대홈쇼핑과 씨제이(CJ)온스타일이 케이블TV 업체인 엘지(LG)헬로비전에 방송을 송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케이블에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해당 케이블TV 가입자들은 홈쇼핑을 볼 수 없게 된다.
케이블TV 산업은 LG헬로비전 등 망사업자(SO)와 씨제이이엔엠(CJ ENM) 같은 프로그램사업자(PP)로 구분된다. 망사업자는 가입자들로부터 수신료를 받고, 프로그램 제공자는 망사업자로부터 프로그램을 제공한 대가를 받는다. 프로그램 제공자 중 독특하게 망사업자에게 돈을 내는 사업자는 TV홈쇼핑이다. TV홈쇼핑은 협상을 통해 방송 매출의 일부를 망사업자에게 송출 수수료로 제공한다.

늘어나는 송출 수수료
TV홈쇼핑이 자신의 터전인 케이블TV에 방송을 내보내지 않기로 선언한 것은 송출 수수료 때문이다. TV홈쇼핑은 매출이 계속 줄어드는데 송출 수수료는 늘어나는 게 불만이다.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은 2018년 3조1047억원에서 2022년 2조8998억원으로 6.5% 줄었다. 반면 송출 수수료는 1조4304억원에서 1조9065억원으로 33% 늘었다. 방송 매출은 줄었는데 수수료는 늘다보니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65.7%까지 높아졌다. 홈쇼핑 처지에서 송출 수수료는 백화점의 임대료와 같다. 1만원 팔아서 6500원을 임대료로 내며 장사하는 셈이다.
케이블TV 처지에서도 물러설 수는 없다. 케이블TV 가입자는 2015년 1194만 명에서 2022년 1123만 명으로 6% 줄었다. 같은 기간 인터넷티브이(IPTV) 가입자는 1099만 명에서 2056만 명으로 87% 늘었다. IPTV는 거대 통신사의 영역이다. 막강한 결합 할인 등의 마케팅으로 2017년 처음 점유율을 역전한 뒤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케이블TV 시청자가 줄면서 가입비도 줄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이 늘다보니 주문형비디오(VOD) 매출도 줄었다. 케이블TV의 매출액은 2019년 2조227억원에서 2021년 1조8542억원으로 4% 넘게 줄었다. 방송수신료, 광고, 셋톱박스 대여료 등 모든 부분이 줄었다.
케이블TV는 사양산업이다. 다른 매출이 다 줄어들지만 송출 수수료만은 줄지 않았다. 기댈 곳은 홈쇼핑 송출 수수료밖에 없다. 케이블TV 전체 매출에서 홈쇼핑으로부터 받는 송출 수수료의 비중이 37%에서 40%로 확대됐다. 어떤 사업 영역도 앞으로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크게 의존하는 송출 수수료는 케이블TV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영역이다.
홈쇼핑에 케이블TV 시청자가 줄어든다는 건 매출 터전이 좁아진다는 의미다. 홈쇼핑 업체의 매출액 성장률은 2019년 8.5%, 2020년 5.9%였는데 2021년 –0.7%, 2022년 0.3%로 둔화했다. 특히 방송 매출액은 2019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다. 2023년 2분기 기준 CJ온스타일의 매출액은 3457억원으로 1.7% 줄었고,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4.2% 줄었다. 지에스(GS)샵은 매출액 2863억원으로 12.5%,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15% 감소했다. 현대홈쇼핑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 70.3% 줄었고, 롯데홈쇼핑은 새벽 방송 중단 타격까지 겹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5.2%, 9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모바일쇼핑은 연평균 25.1% 성장하며 전체 온라인 쇼핑액 대비 72.4%를 차지했다. 홈쇼핑도 사양산업이다.
물러설 곳도 없는 양쪽은 모두 정부의 ‘대가검증협의체’를 통해 협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가검증협의체는 구조적으로 누적된 양쪽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2018년부터 정부가 제도적으로 운영하는 협의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송출 중단 선언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협상은 없었다”며 “어차피 서로 물러설 생각이 없기 때문에 송출 수수료 인하 요구에 케이블TV는 응답하지 않았고 홈쇼핑은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경 대응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 TV홈쇼핑은 매출이 계속 줄어드는데 케이블TV에 내야하는 송출 수수료가 늘어나는 게 불만이다. 씨제이(CJ) 온스타일에서 ‘건축 정보 리모델링 서비스 상담 방송’을 하고 있다. CJ온스타일 제공

정부 입장도 난처
그러나 대가검증협의체가 송출 수수료를 결정하는 역할을 해주지는 않기에 여기서 해답을 찾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줄어들면 매출 타격이 크기 때문에 협상 결과에 관한 책임이 막중하다”며 “협상에서 밀렸다는 것보다 정부가 그렇게 정했다고 하는 게 담당자 입장에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 대가검증협의체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부도 송출 수수료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도 홈쇼핑에 의존한다. 정부는 공공재인 방송 주파수로 사업하는 기업들로부터 방송통신발전기금을 걷어 관련 공공사업을 운영한다. 홈쇼핑 회사들은 영업이익의 13%를 정부에 내왔고, 이 규모는 전체 기금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상파, 케이블, IPTV 등 방송 관련 산업이 모두 기금을 내고 있지만 기금 납입 규모는 홈쇼핑이 단연 1위다. 홈쇼핑의 이익이 줄어드니 발전기금도 2015년 600억원대에서 최근 400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정부는 발전기금을 산정할 때 예외로 둔 온라인·모바일 매출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V 채널을 통한 매출이 줄어드니 모바일 매출에 기금을 부과하려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도 이 부분을 노린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등 다른 모바일쇼핑 사업자들은 내지 않는 발전기금을 홈쇼핑 업체의 모바일쇼핑에 대해서만 내라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에서 내는 발전기금에 의존하는 정부도 입장이 난처하다.
홈쇼핑, 케이블TV 업계가 다른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홈쇼핑 업체들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멕시코 등 국외시장 신사업을 열었다가 모두 실패했다. 개발도상국은 오프라인쇼핑에서 홈쇼핑을 거쳐 온라인쇼핑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프라인쇼핑에서 한번에 온라인쇼핑으로 전환했다. 홈쇼핑 업계의 국외 진출은 큰 손실만 남긴 채 대부분 지역에서 철수했다. 자체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CJ온스타일은 CJ ENM과 합병해 사업부가 됐고 GS홈쇼핑도 GS리테일과 합병했다. 모바일쇼핑을 강화하지만 쿠팡·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과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
케이블TV 업계도 지역민에게 ‘로컬(지역) 상품’을 소개하는 모바일쇼핑 서비스를 신설하며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다. LG헬로비전의 ‘제철장터TV몰’, 에이치씨엔(HCN)의 ‘SHOP+’가 대표적이다. 또 공동제작 협력단을 구성해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한다. <취미로 먹고산다> <눈에 띄는 그녀들> 등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긴 했다. 하지만 기울어진 업황을 반전시키기에는 힘에 부친다.

   
▲ 케이블TV 업계도 새로운 쇼핑 서비스를 신설하며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LG헬로비전의 ‘제철장터TV몰’ 론칭 모습. LG헬로비전 제공

IPTV, 케이블TV 업체 인수 포기
이전까지 기류는 IPTV 업체들이 케이블TV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는 방식이었다.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가 인수했고,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는 2위 업체 티브로드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제 IPTV 업체들도 케이블TV 인수에 관심이 없다. KT는 자회사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5위 업체 HCN을 인수한 뒤 4년여 동안 검토해온 3위 딜라이브 인수를 포기했다. 추가적으로 케이블TV를 인수하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치열했던 케이블TV 업계의 합종연횡은 딜라이브, 시엠비(CMB)의 통합 없이 마무리됐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의 결합 마케팅 등으로 고령층과 일부 지방을 제외하면 가입자가 꾸준히 줄고 있다”며 “IPTV도 OTT와의 경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자본력이 부족한 케이블TV는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가검증협의체를 통해 정부가 중재할 경우 홈쇼핑이 케이블TV에서 빠지는 ‘블랙아웃’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홈쇼핑도 채널이 필요하고, 케이블TV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 없이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023년 송출 수수료 협상이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홈쇼핑과 케이블TV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플랫폼 시대에 콘텐츠산업은 지역 케이블TV가 글로벌 OTT와 직접 경쟁해야 하고, 홈쇼핑은 온·오프라인 구매 행태 자체를 바꾸는 이커머스 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앞으로도 생존을 건 을과 을의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권순우는 경력 15년의 현직 기자다. 금융,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방송>을 거쳐 현재는 <삼프로TV>에서 ‘압도적 권순우: 압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격변과 균형>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가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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