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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험 배워 장기전 벌여야
[집중기획] 세계로 가는 중국 자동차 ② 과제
[161호] 2023년 09월 01일 (금)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

 

안리민 安麗敏 천리슝 陳立雄 <차이신주간> 기자
 

   
▲ 2023년 2월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르노그룹의 장도미니크 세나르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르노와 닛산의 새 협약을 공개했다. 그는 최근 ‘중국 폭풍’으로 유럽 전기차 산업이 거센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REUTERS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갑자기 늘고 전기차가 주도해 기존 자동차 무역 구도에 충격을 줬다. 일본과 유럽 자동차 강국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2023년 7월8일 프랑스 르노그룹의 장도미니크 세나르 회장은 ‘중국 폭풍’이 유럽 전기차 산업으로 돌진한다고 진단하고 “중국 전기차가 유럽으로 진격하면 현지 자동차산업은 거센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리서치가 6월 발표한 시장추격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가 현지 신차 판매량의 3~4%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0%였다. 유럽의 중국에 대한 자동차 무역 흑자가 몇 년 사이 3분의 2 이상 줄었다. 이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유럽 자동차 시장 수요의 급변이다. 2022년 유럽 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 하락했다. 그러나 신에너지차 판매는 11% 늘어 신차 판매량의 47%를 차지했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신에너지차는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순수전기차 3종이다. 순수전기차는 판매 증가율 28%로 전체 신차 판매량의 12%를 차지했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는 아직도 준비가 덜 됐다. 왕화 교수는 “6월 말 참석한 유럽 자동차산업 회의에서 르노 회장의 발언과 비슷한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 제조사가 더욱 급진적인 ‘탈내연기관’ 시간표를 만들었지만 주로 2030년에 집중됐다. 지금까지 타격감 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구호만 외치는 듯한 느낌이다.
 

   
▲ 중국 전기차·부품업체 비야디(BYD) 선전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장착하는 모습. 전기차 생산원가에서 30% 넘게 차지하는 배터리의 세계 상위 10개 제조사 가운데 6개가 CATL과 비야디 등 중국 기업이다. REUTERS

쌓이는 리스크
유럽 정책 담당자들과 자동차 제조사도 중국이 신에너지차 분야에서 전방위 경쟁력을 확보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원가에서 30% 넘게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세계 상위 10개 제조사 가운데 6개가 중국 기업이다. 1위와 2위가 CATL(寧德時代)과 비야디다. 유럽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배터리 공급망을 만들고 있다. 왕화 교수는 “유럽의 배터리 제조사 임원이 회의에서 배터리를 양산하더라도 중국 제품과 가격경쟁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리안츠리서치는 중국 기업이 전기차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해 2030년에는 중국 토종 브랜드가 중국 시장의 75%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유럽 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이 440만 대에서 270만 대로 줄어든다. 동시에 중국 업체들이 해마다 유럽 전체 판매량의 13.5%에 해당하는 150만 대를 수출할 전망이다. 2030년이면 유럽 제조사의 연간 적자가 70억유로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은 유럽 여러 나라의 중요한 기간산업이다. 최근 업계에선 유럽이 중국 전기차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2023년 7월4일 상하이자동차가 유럽 공장 터를 물색한다고 밝힌 것은 그 대응 조치로 보인다. 컨설팅업체 고위 인사는 “자동차산업 강국에선 단순한 무역만으로는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기 성장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이다.
알리안츠리서치는 미국이 1970년대 일본 자동차의 위협에 대응했던 것처럼 경쟁해 이길 수 없으면 흡수하도록 권고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차 제조사가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 기업은 무역분쟁의 압박 속에서 미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계가 생산효율을 개선하고 재고 등 낭비 요소를 최소화하는 ‘린 생산방식’의 수준을 높이도록 간접 지원했다. 보이지 않는 시장 장벽도 만들어졌다. 유럽은 ‘지속가능한 배터리법’과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마련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기업이 현지에 공장을 설립해야 만족시킬 수 있는 요건이다.
 

   
▲ 2023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가이킨도 국제오토쇼 행사장에서 직원이 도요타 전기차 bZ4X의 운전석 창문을 닦고 있다. 석유파동을 기회로 미국 시장을 개척한 도요타는 품질과 공정 개선을 앞세워 세계 1위로 성장했다. REUTERS

미국과 인도 장벽
유럽과 비교해볼 때 미국은 중국 기업이 넘볼 수 없는 대상이다. 2022년 8월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표해 조건에 부합하는 전기차에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했다. 하지만 조건이 가혹하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하고 배터리 부품과 광물의 현지 생산 비율을 지켜야 한다. 해마다 그 기준이 올라간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는 원산지 제한을 피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은 ‘외국 우려 단체’(Foreign Entity of Concern)로 간주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없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제품이 원가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7500달러의 가격 격차를 극복할 수는 없다.
광저우자동차는 내연기관차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자동차 해외인증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광저우자동차가 제품 인증까지 마친 상황에서 2018년 양국 무역전쟁이 터졌다. 서로 수입차에 추가 관세를 매겼고, 광저우자동차는 어쩔 수 없이 진출 계획을 중단했다. 리빈 웨이라이자동차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 독자 기업 설립 등 공정한 경쟁 기회를 얻었지만 미국은 거의 모든 중국 기업에 문을 닫았다”고 항의했다.
인도는 단일 국가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큰 자동차 시장이어서 중국 기업들이 주목한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중국 기업의 투자에 우호적이지 않다. 창청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와 인도의 자동차공장 인수 계약을 맺었으나 인도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최근에는 상하이자동차가 MG 인도 지사의 공장을 확장하려다 직접투자 리스크가 커서 인도 현지 투자자와 협의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세계에 널리 통용되는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별로 없고 세계시장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외국에서 벌이는 사업이 ‘이익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바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중국 기업이 유럽으로 수출한 전기차를 현지 항구에서 검사하는 과정에서 차량 배터리가 유럽 표준에 맞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며 “다시 중국으로 보낼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특별히 주의하지 않으면 화물 멸실의 위험이 있다. 금융기법을 통해 환율변동 리스크도 피해야 한다.”

평탄치 않은 길
성장 과정을 보면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일본·한국 자동차업계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일본·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기초가 부실했다. 많은 기업이 외국 자동차 제조사의 기술을 도입해 흡수한 뒤 독립적인 자동차산업 체계를 만들었다. 국외 진출은 일본·한국 자동차 제조사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발걸음이었다.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 국외 진출 백서>에서 도요타의 예를 들었다. 1950~1960년 도요타는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을 돌파구 삼아 제품 성능을 검증받았고 미국을 목표 시장으로 설정했다. 1973년과 1978년 석유파동이 일어나자 도요타가 미국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 소비자는 대형 자동차를 선호해 연료를 많이 소모한다. 일본 자동차는 가볍고 튼튼하며 연료를 적게 쓰는 것이 장점이다. 도요타는 린 생산방식으로 제조 과정을 개선하고 낮은 원가와 고품질을 동시에 확보했다. 당시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프레스 금형을 바꾸는 데 4시간이 걸렸다. 도요타 방식으로 바꾼 뒤에는 몇 분이면 충분했다. 도요타를 따라 일본 자동차 제조사가 빠르게 미국에 진출했다. 일본 기업은 남미, 동남아, 유럽, 중국으로 범위를 넓혔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초창기에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닛산, 도요타 등 일본 기업과 협력했다. 그러다가 1976년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차종인 포니를 출시했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조준했다. 먼저 남미와 동유럽 국가로 수출했고 일본 기업의 뒤를 이어 1986년부터 미국 시장을 공략했다.
일본과 한국 자동차 제조사의 국제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미-일 자동차 분쟁으로 일본 기업은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제한해야 했다. 이 상황은 일본 기업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한 다음부터 바뀌었다. 한국 자동차는 근본적인 기술 개혁을 하지 못하고 저렴한 가격에 의존했다. 그러자 품질 문제가 터졌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량이 줄고 시장의 평가도 나빠져 10년 가까이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공정 개선으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자동차는 다시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았고 세계로 확장했다. 디자인과 높은 가성비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중국 기업이 가야 할 길은 일본이나 한국 기업보다 더 험난하다. 컨설팅업체 고위 인사는 “중국 기업이 다른 나라로 진출하려면 단독으로 공장을 설립하는 것보다 합자나 협력 방식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식은 협력하는 기업과 운명공동체가 되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왕화 교수도 같은 지적을 했다. “중국 기업은 자본 투자, 인수·합병, 기술 수출 등 다양한 협력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일부 중국 기업은 외국 브랜드를 인수해 국외시장에서 ‘브랜드 보호벽’을 만들었다. 지리자동차가 유럽에서 볼보, 동남아에서 프로톤자동차(PROTON)를 인수해 기술을 이전받고 현지 브랜드를 사용해 자동차를 판매했다.” 지리자동차에 인수된 로터스자동차(Lotus)도 미국에서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다. 상하이자동차가 외국시장에서 MG 브랜드를 주력으로 미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에서다. “많은 소비자가 브랜드 배후의 자본 관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반면교사
왕화 교수는 “중국 기업이 외국에 진출할 때 모든 이해당사자와 소통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불필요한 업무가 외국에서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유럽에는 지금 구조적 실업과 노동력 부족 문제가 병존한다. 취업 문제가 각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기업은 이런 우려를 불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 제조사는 일본과 한국의 경험을 참고해 경쟁 대신 협력을 통해 세계로 진출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왕화 교수는 “중국 기업은 뿔뿔이 흩어져 진정한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 동남아 책임자에 따르면 중국 오토바이 제조사가 한때 동남아에서 일본 기업을 쫓아냈다. 이후 중국 기업끼리 가격경쟁의 악순환에 빠졌고 품질 문제가 계속 제기돼 결국 동남아 오토바이 시장을 일본 기업에 돌려줬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이런 상황을 피해야 한다.”
나카니시 애널리스트는 “일부 자동차 제조사의 외국시장 확장 속도가 너무 낙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브랜드를 제대로 구축하려면 안정적 사후관리서비스 체계가 필요하다. 과거 한국과 중국 기업이 여러 차례 비슷한 문제로 실패했다. “일본 기업은 중국 기업을 무시하면 안 된다. 지금부터 상황을 잘 판단하고 정확한 방향으로 개선해나가면 국면을 바꿀 수 있다.”
컨설팅업체 고위 인사도 “중국 전기차는 태양광발전처럼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다른 나라와 기업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된 것은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이지만,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 財新週刊 2023년 제29호
中國汽車“出海”衝擊波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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