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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불만 누적
[경제의 속살] 우유 가격, 미래는 있나
[161호] 2023년 09월 01일 (금) 권순우 soon@3protv.com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 젖소의 우유 생산량은 탄력적 조절이 힘들어 협상으로 가격을 결정하지만,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폐업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충남 홍성군 한 젖소 농가. 연합뉴스


매년 극단적으로 진행됐던 우유 가격 협상이 2023년에는 순탄하게 마무리됐다. 물가안정을 향한 정부의 강한 의지와 소비자를 배려한 낙농업계의 양보가 반영됐다. 낙농진흥회는 음용유용 원유 가격의 경우 전년 대비 리터(ℓ)당 88원 올린 1084원, 가공유용 원유는 87원 올린 887원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원유의 가격 협상 범위가 음용유용은 69~104원, 가공유용은 87~13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에서 합의한 셈이다. 원유 가격 인상 시기도 두 달을 미뤄 10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 매년 극단적으로 진행됐던 우유 가격 협상이 2023년에는 순탄하게 마무리됐지만, 국내 우유 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낙농인들이 2022년 2월16일 서울 여의도동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낙농기반 사수 낙농인 결의대회’에서 ‘우유 반납식’ 행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상으로 우유 가격 결정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 상품과 달리 우유 가격은 협상으로 결정된다. 우유는 공급을 조절하기 매우 어렵다. 젖소가 우유를 생산하려면 성년이 되고 출산을 해야 한다. 우유가 부족하다고 바로 공급을 늘릴 수 없다. 반대로 우유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수요가 부족하더라도 우유를 짜줘야 젖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날씨 영향도 받는다. 봄과 겨울은 따뜻할수록, 여름은 덜 더울수록 우유 생산량이 늘어난다. 우유 가격을 시장에 맡길 경우 낙농업계는 안정적으로 우유를 생산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유의 공급 가격을 시장에 맡기지 않는다.
1999년 이전까지 원유 가격을 정부가 결정했다. 그러다 1999년 낙농진흥회가 설립되면서 가격변동 요인이 발생하면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가 협상해 가격을 결정했다. 대부분 가격 협상이 그렇지만 우유 가격 협상은 치열하게 이뤄진다. 원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재고를 많이 쌓아둘 수 없다. 낙농업계가 원유 납품을 거부하면 유가공업계의 재고는 순식간에 바닥난다. 낙농업계 역시 납품하지 않으면 금방 상하기 때문에 큰 재산 손실을 본다. 짧은 기간에 갈등을 해소해야 하므로 도로에 우유를 뿌리는 등 극단적 양상이 나타난다.
정부와 우유업계는 2013년 원유원가연동제를 도입했다. 통계청이 산정한 원유 생산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갈등은 대폭 줄었다. 문제는 원유 생산비가 매년 오르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도 가격이 내려가진 않았다는 점이다. 수요 경직성 문제는 의무매입제도로 보완했다. 의무 매입 물량의 가격은 생산비를 기준으로 정해지지만 이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서는 대폭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예를 들어 의무 매입 물량 가격이 ℓ당 1천원일 때 초과 물량은 100원 남짓이었다. 낙농업계가 무작정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막고 유가공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우유의 수요 감소는 더 큰 폭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1인당 36.5㎏에서 2020년 31.8㎏으로 줄었다. 우유의 주요 소비층은 영유아다. 2000년에 태어난 아기는 60만 명인데 2002년 40만 명대로, 2019년에는 20만 명대로 반토막이 났다. 우유의 전체 소비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우유를 활용한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을 포함한 유가공품 전체 소비는 2001년 62.9㎏에서 2021년 86.1㎏으로 늘었다. 문제는 유가공품에 들어가는 우유는 대부분 수입 우유라는 점이다. 마시는 우유는 소비자가 신선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국산 우유를 선호한다. 하지만 빵, 치즈 등 유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대부분 저렴한 수입 우유를 사용한다.
수입 우유는 싸다. 온라인 쇼핑몰에 게시된 가격을 기준으로, 폴란드 믈레코비타 멸균우유 1ℓ 12개 가격은 2만500원, ℓ당 약 1700원이다. 서울우유는 1ℓ에 3120원이다. 국산 우유가 1.8배나 비싸다. 유통기한이 긴 멸균우유끼리 비교해봐도 서울우유 1ℓ 10팩의 가격은 2만1650원, ℓ당 2165원이다.
 

   
▲ 생산비를 중심으로 우유 가격을 결정하다보니 상당수 소비자는 우유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한 시민이 2023년 7월30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수입 우유 점유율 높아져
가공유 시장의 수입 우유 점유율이 워낙 높다보니 2022년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차등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 제도를 도입했다. 우유를 파는 낙농업계 처지에서 유가공업계가 우유를 사다가 음용으로 쓰든 가공용으로 쓰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럼에도 가공유 시장에서 수입산과 경쟁하려니 용도에 따라 가격을 차등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2023년 음용유 가격은 협상 가격 범위 중간쯤에서 결정됐지만 가공용유 가격은 협상 가격 범위 가장 낮은 선에서 결정된 것도 수입 우유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공급자를 중심으로 가격을 결정하다보니 소비자는 불만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냉장우유 소매가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5.3%가 가격이 비싸다고 인식하며, 가격이 타당하다고 수긍하는 응답은 15.7%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우유 가격이 비싸다고 불만인데, 그렇다고 낙농업계가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2022년 낙농 가구 수는 4600가구로 전년보다 133가구 줄었다. 생산비가 급등하자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폐업이 늘고 있다. 2022년 젖소 한 마리당 순수익은 전년보다 37.2% 줄어든 152만9천원이었다. 전체 낙농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50마리 미만 소규모 농가의 경우 마리당 순수익은 1천원으로, 전년 대비 99.9%(109만3천원) 감소했다. 앞으로 수입 우유 가격은 더 싸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23년 7.2% 적용되는 관세는 2024년 4.8%, 2025년 2.4%로 순차적으로 낮아지고 2026년에는 사라진다. 유럽산 우유 역시 한-유럽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2026년부터 관세가 없어진다.
45년 동안 우유를 만들어온 푸르밀이 2022년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사업 중단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경영 정상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우유 회사가 우유에 집중하면 망하는 것이 한국 우유 산업의 현실이다. 우유업체들은 진작부터 치즈·아이스크림·요구르트 등 유제품에 집중하고, 우유로 생기는 손실을 커피와 건강기능식 등 우유가 아닌 제품을 팔아 메우고 있다.
또한 우유가 아닌 우유, 대체유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유 시장은 2021년 6942억원으로 4년 전보다 23% 성장했고 2026년에는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내 대체유 시장은 두유가 87%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귀리·오트밀·코코넛 등 다양한 식물성 대체유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대체유 시장의 대표 주자는 매일유업이다. 매일유업은 2015년 ‘아몬드브리즈’를 국내에 들여와 대체유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에는 자체 개발한 ‘어메이징 오트’를 출시했고, 매년 30% 이상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빙그레는 대표 브랜드인 바나나맛 우유의 식물성 버전으로 아몬드와 소이(콩)로 만든 ‘식물성 바유’를 출시했다.
우유 회사가 아닌 회사들도 대체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대체유 브랜드 ‘얼티브’를 만들고 얼티브 플랜트유, 얼티브 바리스타, 얼티브 비건 커피 등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얼티브 바리스타는 아예 커피전문점에서 라테를 만들 때 사용하는 우유를 타깃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삼양식품 역시 식물성 건강 브랜드 ‘잭앤펄스’를 론칭하고 식물성단백질 음료 ‘프로틴 드롭’을 선보였다. 대체유 업체들은 친환경성을 앞세운다. 실제 식물성 대체유는 생산과정에서 기존 젖소로 우유를 생산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 물 사용량 등이 훨씬 적다. 자연을 다루는 낙농업이 친환경성에 대한 비판까지 받다니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다.

우유 수요도 계속 줄어
국내 우유 산업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우유 수입은 2021년 65만t(톤)에서 251만t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우유 생산은 234만t에서 203만t으로 감소했다. 2023년 3월 기준 젖소 사육 두수는 전년보다 3% 줄어든 38만5천 마리를 기록했다.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원가는 높아지고 우유 수요는 줄고 수입산 우유와 대체유 등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2023년에는 우유 가격 협상을 두고 치열한 갈등은 없었지만 앞에 놓인 현실은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 권순우는 경력 15년의 현직 기자다. 금융, 산업 등 다양한 영역을 취재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머니투데이방송>을 거쳐 현재는 <삼프로TV>에서 ‘압도적 권순우: 압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격변과 균형> <수소전기차 시대가 온다>가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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