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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스토피아 열리나
[편집장 편지]
[161호] 2023년 09월 01일 (금)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편집장

   
 

흔히 기술은 중립적인 도구라고 말한다. 누가 어떤 용도로 쓰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뿐이라는 얘기다. 지금껏 대체로 그랬다. 핵탄두와 첨단무기 등 명확하게 인간을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도 있지만, 많은 군사기술이 민간산업의 발전을 이끈 것 또한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적잖은 부작용을 동반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그 부작용을 감수하는 것이다.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어 정보혁명까지 기술 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렵지 않게 형성됐다.
그러나 생성형 AI(인공지능)의 출현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숙제를 안겼다. 컴퓨터가 사람과 같은 사고를 할 수 있으리라는 주장은 1940년대 원시적 수준의 범용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부터 제기됐지만 지금만큼 위협으로 다가온 적이 없다. 생성형 AI처럼 짧은 시간에 큰 위험을 드러낸 기술도 드물다. 인간 고유의 영역인 글, 음악, 그림 등 창작 분야까지 포함해 일자리를 광범위하게 빼앗으리라는 전망은 고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준다는 면에서 차라리 덜 해롭다. 거대한 ‘페이크 머신’으로 변질돼 엄청난 속도로 쏟아내는 가짜 콘텐츠와 혐오 콘텐츠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과 이유를 진지하게 묻게 한다.
사악한 콘텐츠는 흉기나 다름없다. 전파 속도와 피해 규모, 그리고 인간의 판단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훨씬 위험하다. 지금은 값싼 노동력을 동원해 주입식으로 학습시키는 단계이지만, 자체 학습 능력이 뛰어난 고성능 AI를 과연 언제까지 사람이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AI가 스스로 판단과 명령을 하는 자율적 존재로 진화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AI 옹호론자들은 과거 새 기술이 등장했을 때와 다를 바 없으며 최종 결정권은 여전히 사람의 손에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 발전의 흐름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의 파국을 몰고 올 수 있는 AI의 위험성에 비춰 경각심이 너무 낮다. 유럽에서 조금씩 나오는 규제 움직임이 거대 테크기업의 피 튀기는 경쟁으로 가속도가 붙은 AI의 업그레이드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생성형 AI의 어두운 면을 여러 각도로 조명했다. 벌써 ‘AI 전투’가 벌어지는 미국 대선 등 각 분야에서 AI가 초고속으로 생성해내는 쓰레기(가짜 콘텐츠)의 홍수, 환호하는 포르노업계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아동 성착취물, AI 학습을 위해 ‘디지털 막노동’에 동원된 저임금 ‘유령노동자’의 실태 등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의 높은 가성비와 품질을 앞세워 최근 일본을 꺾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오른 중국의 자동차 경쟁력을 살펴봤다. 일본의 앞마당이던 동남아시아의 전자상거래 업계를 장악한 중국 인터넷 플랫폼들의 각축전도 다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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