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식품의 시장 규모가 수십억유로대로 성장했다. 특히 약국이 수익을 얻고 있다.

마르틴 U. 뮐러 Martin U. Müller <슈피겔> 기자
 

▲ 압타이(Abtei), 센트룸(Centrum), 테테셉트(Tetesept), 크나이프(K neipp), 세빗(Cevitt) 등에서 출시한 건강보충제는 ‘판매 보증수표’로 통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드러그스토어 월 그린에 센트룸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REUTERS

적포도주 성분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생명을 위협하는 흉부대동맥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 비타민K2가 심장 판막 석회화를 예방하는가? 귀리겨에 함유된 베타글루칸이 심장마비를 막아주는가?
이런 물질을 공급하는 회사들은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도 종종 그런 질문들로 장난친다. 그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 세부 사항은 중요하지 않다. 건강보조식품 시장은 모든 불확실성에도 호황을 누리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의 통계 수치에 따르면 희망을 파는 건강보조식품 산업의 규모는 독일에서만 연간 35억유로(약 5조원, 2022년 5월 기준) 정도이며 매년 약 4%씩 성장하고 있다. 이는 전체 제약시장(565억유로)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일단 소비자가 한번 푹 빠지기만 하면 건강보조식품은 60% 이상의 환상적인 마진으로 쉽게 돈을 벌 수도 있다.
이른바 ‘파워 알약’(Power Pill)이라는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리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반면 고객은 돈을 쓰려는 의지가 엄청나다. 알약 성분은 예를 들어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에서 자루 단위로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이 재료를 캡슐에 채운 뒤 온라인으로 판매하면 대부분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의약품과 달리 건강보조식품은 임상연구가 필요하지 않다. 확실한 치유를 약속하지 않기 때문에 의약품보다 규제를 덜 엄격하게 받는다. “결국 품질 기준이 더 낮고 유통이나 광고 방식에 관한 제한이 적다는 뜻”이라고 아이큐비아의 제약 분야 컨설팅 전문가 리하르트 라펜은 말한다.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는 이들 알약은 ‘독일연방 소비자보호·식품안전청’에 등록만 하면 된다. 그리고 식품과 마찬가지로 성분 비율이 포장에 표시된 양에서 최대 50%까지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감자칩에선 이런 게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만 보충제의 경우 너무 적거나 너무 많은 섭취를 초래할 수 있다.

임상연구도 필요 없어
건강보조식품 업계는 자체적으로 비밀주의를 고수한다. 물론 이런 행태는 그들에 대한 평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쏘몰(Orthomol) 같은 대기업이나 크바이저파마(Queisser Pharma·도펠헤르츠 브랜드)와 같은 중견기업은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무역협회는 해당 분야의 존재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는다.
이미 용어부터 수수께끼 풀이가 시작된다. 이런 제품은 다이어트식품, 기능성식품, 노블푸드(새로운 식품) 또는 건강보조식품이라고 다양하게 불린다. 오쏘몰 같은 일부 회사는 약국의 신뢰성 있는 평판을 이용하기 위해 그들의 분말을 간단히 ‘약국 전용’으로 선언한다. 이 문구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고객이 이 문구 뒤에 특별한 의학적 이점이 있다고 추측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의 로스만(Rossmann) 같은 드러그스토어(Drugstore·화장품과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의약품을 파는 소매업체) 체인은 이런 행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체는 오로지 그들의 놀라운 고이윤을 지키는 데만 관심이 있다. 약국(Pharmacy)은 무비판적으로 제품을 받고 형편없는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고 로스만의 구매 책임자 미하엘 나우요크는 말한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고객이다. 오쏘몰 제품의 가격은 한 팩당 약 50유로다. 이 제품은 의학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도 회사는 2020년에 역사상 가장 높은 매출을 달성해 거의 1억3천만유로를 돌파했다.
오쏘몰 같은 제품으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약국은 제조회사에 협조하며, 이런 제품을 광고한다. 압타이(Abtei), 센트룸(Centrum), 테테셉트(Tetesept), 크나이프(Kneipp), 세빗(Cevitt) 또는 클로스터프라우(Klosterfrau) 같은 제조업체의 제품도 판매 보증수표로 통한다.
독일 약국 통신판매 사업에서도 건강보충제 붐이 일고 있다. 2020년 한 해에만 200만 개 이상의 도펠헤르츠 제품이 이 채널에서 판매됐다. 이는 아스피린의 통신판매량과 비슷한 수량이다. 오쏘몰은 약국 통신판매로 금연 제품인 니코레트(Nicorette)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약 100만 팩을 판매할 수 있었다.
건강보조식품 시장에는 통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판매경로도 있다. 실제 시장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2022년까지 건강보조식품은 전기담요나 자기장 치료기와 함께 저가 단체관광 여행에서도 판매됐다.

약국, 높은 이윤에 홍보 대행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건강보조식품이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피로와 탈진에 도움이 된다는 한 건강보조식품은 90캡슐에 265.98유로(약 37만원)다. 아이큐비아의 전문가 라펜은 고객의 약 25%가 온라인으로 제조업체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부분은 확실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강보조식품은 드러그스토어와 식품 소매업체를 통해 판매된다. 로스만에서는 화려한 패키지로 포장된 건강보조식품이 최대 8m에 이르는 선반에 진열됐다. 특히 고가 제품일수록 도난율이 높다고 로스만의 구매 책임자 나우요크는 말한다. 로스만이 오쏘몰 같은 고가 제품을 구색 맞추기로 끼워넣는 것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다. 이런 고가 제품은 대부분 제조업체에서 직접 살 수 없고 도매상을 거쳐야 하므로 도난당하면 거래 마진이 거의 사라진다.

ⓒ Der Spiegel 2023년 제23호
Gefährlicher Hokuspokus
번역 황수경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