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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우유 생산 줄고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 퍼져
[BUSINESS] 흔들리는 프랑스 전통 치즈- ① 복합 위기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레오 클림 economyinsight@hani.co.kr

 
브리, 로크포르, 콩테 같은 치즈는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제 가뭄과 시대정신 등이 이 나라의 자부심을 잠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망베르는 특히 피해를 많이 받는 품목이다.

레오 클림 Leo Klimm 자유기고가
 

   
▲ 카망베르 치즈로 유명한 프랑스 노르망디주의 카망베르마을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 REUTERS

실내 공기에 숨이 턱턱 막힌다. 온도는 31도나 되고, 신 우유 냄새가 난다. 네온 불빛이 깜빡거린다. 탁자에서는 유청(젖의 성분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빼내고 남은 성분)이 타일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똑, 똑, 똑. 딱 하루가 지난 카망베르 치즈 소리다.
탁자 위에는 작은 원통형 용기 수백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치즈 모양을 둥글게 만드는 기구다. 뒤랑 치즈 공장(Durand Cheese Factory)의 사장 쥘리 하그베리는 “통 하나에서 치즈가 다섯 층씩 나온다”며 설명을 시작한다. 그는 “우리 공장에서는 손으로 직접 치즈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이 둥근 생우유 덩어리를 여기서 하루에 650개씩 생산한다. 이 덩어리를 우선 섭씨 16도에서 건조한 뒤 온도를 13도로 낮춰 페니실리움 곰팡이를 섞는다. 여기에 소금 간을 하고 덩어리를 뒤집어준다. 이 과정을 두루 거치면 한 달 뒤 먹을 수 있는 치즈가 완성된다.
프랑스 카망베르 지역에는 카망베르 치즈를 생산하는 공장이 단 두 곳 있다. 뒤랑은 이 두 기업 중 하나다. 노르망디주에 자리잡은 이 작은 마을은 경사지고 목초가 풍부한 언덕에 면해 있는데, 주민 수는 180명 정도 된다. 마을 주변 목초지에서는 소들이 과일나무 아래서 풀을 뜯고 있다. 이 중 70마리를 하그베리의 소규모 치즈 공장에서 키운다.
 

   
▲ 카망베르 마을에는 마리 아렐의 기념비가 서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렐은 18세기 말엽 카망베르 치즈를 발명했다고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빛바랜 신화
마을에는 18세기 말엽 이곳에서 프랑스 신화를 창조했던 마리 아렐의 기념비가 서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아렐은 현재 전세계에 알려진 유명 치즈 중 하나인 카망베르를 발명해냈다. 시청 앞에는 프랑스 국기가 모양이 흐트러진 채 바람에 펄럭인다. 이 너덜너덜해진 삼색기의 모습에서 마리 아렐 신화의 현재 상태를 간파해낼 수도 있을 듯하다. 이 나라에 바야흐로 치즈 생산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말이다.
하그베리가 중간 숙성된 카망베르를 자르면서 말을 잇는다. “우리 제품은 유황 향, 그리고 약간 흙맛이 도는 치즈 껍질을 만들어내는 데 역점을 둔다.” 그에게는 자기가 만들어내는 치즈가 미식가 사이에서 최고급 치즈로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야심이 있다. 일반인의 입에 카망베르는 크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향미가 나는 치즈로 느껴진다.
하그베리는 밝은 눈을 가진 30살 여성으로 농업공학자다. 그는 최근 상황을 희망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워졌다. 2023년 여름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아주 덥고 건조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비가 넉넉히 오기로 유명하던 노르망디 지역도 2022년에는 풀이 전혀 자라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줄었고, 겨울용으로 비축해둔 건초를 꺼내 소들에게 먹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인플레이션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사람들이 지출을 줄인다. 매출액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예 채식주의자가 돼버리기도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AOP(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원산지 표시 보호)에서 인증한 ‘카망베르 생산자협회’는 많은 기업이 현재 경제성 전투 중이라고, 다시 말해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발표했다. AOP는 유럽연합 회원국 사이에서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업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보증서다. 현재 하그베리도 사육 소의 수를 줄일까 생각 중이다. 프랑스 도처에서 수년 전부터 농부들이 가축을 일찌감치 도살장으로 보내버렸듯이 말이다. 농부들은 자신이 키우는 젖소를 먹여살릴 방법이 없었다.
수제 카망베르뿐 아니라 다른 치즈들도 같은 위기에 봉착했다. 음식은 프랑스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위기는 나아가 국가의 자아상을 건드린다. 이 시대의 대세가 마치 문화유산에 반대하는 쪽으로 연합한 듯한 모양새다. 기후, 시장, 사회 등 모든 면에서 프랑스 치즈는 위협받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 하나하나 역사가 담긴 고품질의 치즈들은 프랑스의 긍지였다. 그런데 이제 이 식품이 환경에 해롭고 비싼데다 건강에도 나쁜 것으로 치부된다.
기후위기로 치즈는 고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젖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이 위기를 더욱 악화한다. 치즈 생산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게다가 국제 경쟁에 대항해 견디는 힘이 약하다. 다이어트 계획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점점 몸집을 불리는 비건 대체식품의 도전을 받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해 외국에서는 신생기업이 정부의 풍부한 지원을 받으며 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비건 대체식품을 개발해 기존 치즈가 더는 필요하지 않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INRAE)의 빈센트 샤텔리에는 이 상황을 “치즈는 더 이상 이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로 압축해버린다. 그는 유제품 경제학자다. “프랑스와 세상의 간극을 치즈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라면, 치즈는 프랑스를 세계와 연결해줘야 한다. 특히 카망베르는 넉넉하고 풍요로운 나라 프랑스를 연상시키기에 아주 적합한 치즈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가공 유제품인 치즈가 많은 점이야말로 바로 프랑스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246종이나 되는 치즈를 가진 나라를 어떻게 통치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로 프랑스 국민의 고집과 논쟁 버릇을 희화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오늘날에는 이 반항적인 프랑스 국민이 62살 퇴직연령을 연장하지 말라고 시위하면서 거리로 나서고 있다. 말년에 인생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 말이다. 이 멋진 인생에 맛있는 식사가 포함되는 건 물론이다.
 

   
▲ 카망베르 마을의 한 치즈업체 작업자가 치즈 덩어리를 원통형 용기에 담고 있다. 이 용기 속에서 치즈가 둥근 모양으로 응고된다. REUTERS


   
▲ 2008년 당시 프랑스 총리이던 프랑수아 피용은 카망베르의 AOP(원산지 표시 보호) 인증서를 법령으로 정할 만큼 치즈를 사랑했다. 2017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피용 전 총리(가운데)가 브리 치즈 생산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치즈를 맛보고 있다. REUTERS


무너지는 자부심
다섯 번이나 손으로 건져내 곰팡이 치즈를 만드는 하그베리는 자기야말로 프랑스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가 카망베르를 마치 트로피처럼 높이 들어 올리며 “바로 이 치즈 속에 우리의 전문지식, 전통, 그리고 우리가 만끽하는 즐거움이 속속 배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향락주의적인 민족이다!”
그의 아버지는 스웨덴 사람이다. 그의 성 하그베리는 거기서 유래한다. 언젠가 스웨덴에 사는 사촌언니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절대 식사라고 볼 수 없는 식사를 경험했다. “소시지 넣은 빵 한 조각을, 서서, 그것도 단 3분 만에 꾸역꾸역 먹지 뭡니까. 전식, 후식 나누는 것도 없이 그저 후딱 먹어치우는 거예요. 정말 끔찍했어요.” 먹는 것을 그저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로만 이해한다든가, 더 고약하게는 아예 건강에 위험한 일로 여기는 곳이 있다면 “그런 곳에서 당장 짐을 싸서 떠나야 한다”.
프랑스에는 수백 년 전부터 생산되는 치즈 종류가 꽤 있다. 샤를마뉴 대제(카롤링거 왕조의 제2대 프랑크 국왕, ‘카롤루스 대제’의 프랑스어 이름)는 파리의 동쪽 지방에서 생산하는 연성치즈인 브리(Brie)를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프랑스혁명 당시 왕위에 있던) 루이 16세도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전 마지막 소원으로 청했던 음식이 바로 브리였다고 한다. 발랑세(Valençay)는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인데, 꼭대기 부분이 잘려나간 피라미드 모양이다. 나폴레옹 시기 어느 장관이 자기 군주가 이집트 원정 실패를 떠올리지 않도록 치즈 제조자에게 피라미드 윗부분을 없애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프랑스에서 모든 일이 그렇듯이, 치즈의 특성도 수도에서 지리적 원근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인다. 파리는 늘 돈과 미식가가 밀집된 곳이다. 성능 좋은 냉동기술이 발명되기 전, 파리에서는 근교에서 생산된 살짝 맛이 간 생우유 제품만 거래됐다고 장프랑수아 미니아크는 썼다. 미니아크는 치즈 감정가이자 작가다. 파리에서 마차로 하루 넘게 걸리는 지역에서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경성치즈를 만들어야 했다. 중부 프랑스에서 나오는 캉탈(Cantal) 치즈가 그 예가 되겠다.
카망베르를 포함해 많은 종류의 치즈가 19세기 프랑스에 철도가 건설된 덕분에 판매에 크게 성공했다. 그 뒤 저온살균으로 보존 능력이 향상되면서 치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약 3천 곳의 치즈 공장에서 1천 종류가 넘는 치즈를 생산한다. 붉은색이 도는 보주 지방의 연성치즈 뮝스테르(Munster)부터 바스크 지방의 양젖으로 만드는 경성치즈 오쏘 이라티(Ossau-Iraty)까지, 쥐라산맥의 경성치즈 콩테부터 지방 함유 32%의 프랑스 남부산 푸른곰팡이 치즈 로크포르까지, 그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프랑스에서 치즈는 간혹 국제정치에서 유의미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은 유럽과 무역분쟁이 있을 때면 로크포르 치즈에 관세를 부과해 상징적으로 의사를 표하길 좋아한다. 국내 정치 차원에서도 치즈의 비중은 상당하다. 한 예로, 카망베르의 AOP 인증서는 2008년 당시 프랑스 총리이던 프랑수아 피용이 이를 법령으로 정할 만큼 비중이 큰 사안이었다. 프랑스 권력의 중심부인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의 공식 관저)도 현직 대통령의 치즈 소비 절제로 긴축재정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치즈를 좋아하기로 유명했던 프랑수아 미테랑과 자크 시라크 같은 대통령들의 재임 동안, 엘리제궁은 파리의 치즈 전문점 프로마제리 바르텔레미(Fromagerie Barthélemy)에 다량의 치즈를 주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몸매에 특히 신경 썼던 보수 정치가 니콜라 사르코지는 치즈를 소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후임자인 사회주의자 프랑수아 올랑드는 이전의 치즈 소비 관행을 다시 도입했다. 현재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은 치즈에 관해서도 역시 확고한 중도 노선을 걷는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한다.
 

   
 

치즈의 정치학
어떻게 해야 치즈가 최고의 맛을 낼까? 첫걸음은 목초지부터 시작된다고, 고무장화를 신고 풀밭을 한발 한발 걸어가며 하그베리가 대답한다. 살아 있는 대상을 직접 보여주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카망베르의 AOP 인증서는 전체 소 중 적어도 50%는 눈 주변에 검은 테가 뚜렷이 보이는 노르망디 젖소여야 하고 그 소의 젖은 정말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 소는 전체의 70%가 노르망디산이다.”
노르망디 젖소는 독일 홀슈타인주 소보다 우유를 적게 내지만, 노르망디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 함유량이 홀슈타인주의 우유를 훨씬 앞선다. 그리고 카망베르 치즈는 반드시 “생우유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하그베리는 강조한다. 그래야 “향미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자기 “소녀”(자식처럼 귀여워하는 아이들이란 뜻으로, 젖소라는 단어가 독일어로 여성형이어서 소녀로 표현한 것)들은 1년 중 열 달을 바깥 초원에서 지낸다고 한다.

ⓒ Der Spiegel 2023년 제25호
Auslaufendes Modell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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