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파르트 전차(탱크)를 생산하는 독일과 프랑스 합작기업 KNDS의 최고경영자(CEO) 프랑크 하운(Frank Haun·64)은 <슈피겔> 인터뷰에서 방위산업의 새로운 이미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의 우크라이나 전쟁 신속한 전차 투입 결정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KNDS는 2015년 독일 방위산업체 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KMW·Krauss-Maffei Wegmann)과 프랑스 넥스터(Nexter)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기업이다.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프랑크 하운 KNDS 최고경영자. KNDS 누리집

우크라이나 전쟁이 15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도대체 언제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가.
전쟁이 일어나기 며칠 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나는 ‘푸틴은 연습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미 그때 나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오래갈 것이라고 추측했다. 우리는 아직도 전쟁의 끝이 확연히 보이는 지점에 와 있지 않다. 어떻게 전쟁 상황을 해결해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이런 합의 과정을 누가 이끌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보는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에서 행해진 고전적 지상전의 르네상스를 이번에 우리가 다시 보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현대적 정보기술(IT)이 배후에서 중요한 전술적 역할을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지상전이다.
 

▲ 독일 방산업체 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KMW)의 최고경영자 프랑크 하운(왼쪽)과 프랑스 방산업체 넥스터의 최고경영자 필리프 뷔르탱이 2015년 7월29일 합병 계약서에 서명한 뒤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REUTERS

평화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아
PzH 2000(Panzerhaubitze 2000, 독일의 자주포), 게파르트(Gepard, 독일의 자주대공포), 특히 레오파르트(Leopard)와 같은 당신 회사의 무기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돕기 위한 것이다. 희망을 가질 만한가.
300종 넘는 우리 무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고 있다. 게파르트는 (이전 제품과) 많은 차이가 있다. 냉전시대의 무기로 이 제품을 다시 쓸 수 있게 개조했다. 게파르트는 아군을 드론, 헬리콥터, 전투기 등의 공격으로부터 상당 부분 막아준다. 러시아 공군은 게파르트가 배치된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을 피하고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대공 방어를 위해 더 많은 게파르트를 보낼 것이다.
레오파르트 전차가 전세를 바꿀 수 있는가.
레오파르트는 냉전시대에 개발한 무기로,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는 전차를 능가한다. 그러나 우수한 전차를 지닌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다른 무기와 함께 전술적으로 결합해 사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나.
우크라이나 군대는 이미 잘 훈련됐다. 우리 무기를 쓸 수 있도록 그들을 훈련하면서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의욕도 아주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우크라이나 국민이 점령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 결국 이런 의지가 어떤 전쟁 무기보다 더 가치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처음에는 주저했으나 수십억유로에 해당하는 전쟁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연방정부의 도움이 적절했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는 유럽인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연대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공동의 의지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는 없었다.
독일 정부가 초기에 주저해서 화났을 것 같다.
이런 결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안다. 독일 정부는 정권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독일연방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그 이전의 어떤 정부도 내리지 않았던 결정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제 독일 정부에 전투기 유로파이터 지원도 요구한다. 이게 의미 있는 일인가.
그럴 경우 직접 전투에 참여한다는 비난에 빌미를 주지 않을지 정치적으로 잘 따져봐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크림반도까지?
나는 그 물음에 답할 만한 군사전략가가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 제조한 무기 시스템의 품질은 잘 안다. 서구의 지원이 탄탄하다면 우리 무기는 상당히 멀리까지 갈 수도 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탄약 부족이다. 우수한 무기도 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미국은 2022년에 100만 발의 포탄을 제공했다. 유럽은 탄약을 제조할 원료가 충분히 있는가.
사실 원료가 빠듯하다. 그런 만큼 함께 탄약을 만들자는 유럽연합의 결정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우리는 탄약 교차 사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 탄약은 동일한 효과로 프랑스 총에서 발사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프랑스 탄약은 독일 총에서 동일한 효과로 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
유럽은 지상전을 장기간, 경우에 따라 수년간 지원할 수 있는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1945년 제2차 대전이 끝난 뒤 이런 것을 겪지 못했다. 확실한 점은 그런 전쟁이 아예 일어날 수 없도록 우리가 지속해서 전쟁 억제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다시 수천 대의 전차, 혹은 전투기를 제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독일 같은 나라들은 다시 군비를 정비해야 한다. 가끔 2~3년간 무기를 더 사들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 모든 것에 발동이 걸리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러나 국방부에 새로운 지도부가 오면서 우리는 지속가능한 변화를 본다.
이 과제를 감당하기 위해 결국 전시경제가 필요한 것인가.
그건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사용하기 좋아하는 거창한 말이다. 그 말의 핵심적 의미는 민수용 생산을 군수용 생산으로 대체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려면 한참 멀었다. 희망 사항이기도 하지만 그렇게는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022년 8월25일 독일 푸틀로스에 있는 우크라이나인 훈련소를 방문해 자주방공포 게파르트에 올라갔다 내려오고 있다. 게파르트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 REUTERS

탄약 제조 원료 부족
당신 회사에서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는 전차의 강철이다. 티센크루프(독일의 1위 철강 기업)는 무기용 강철 생산을 중단했다. 정부가 이를 막아야 하지 않았나.
지난 수십 년간 독일 정부는 기업에 주문이 없어 그런 사업 분야를 접어야 하는 사태를 막아야 했다. 우리 회사는 여러 공급업체를 통해 여전히 주문받은 수량의 레오파르트와 PzH 2000을 생산할 수 있다.
경쟁사 라인메탈(Rheinmetall)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차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했다. KNDS도 그런 것을 고려할 수 있는가.
이론적으로야 어디서든 전차 공장을 설립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 경영상 의미 있는 일인지다. 이 기준에 따라 우리는 유럽연합 국가와 나토 소속 국가에서 국제적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추가 생산 시설을 세우는 데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보나.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뮌헨 공장에서 계속 전차를 생산했고 최근 몇 년 동안 여기와 유럽의 다른 곳에서 생산 능력을 확장했다. 확실한 계획이 있으면 계속 투자할 것이다. 예를 들어 2023년 5월 말 국방부는 총 123대의 새로운 레오파르트2 주력 전차에 관한 기본 계약을 우리와 체결했다. 전차 18대는 즉시 제작될 것이고, 105대는 이미 계획을 수립했다.
기업들은 전문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KNDS도 마찬가지인가.
기술 직종과 관련해 우리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용접은 더 이상 매력적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학교 쪽은 상당수 지원자를 교육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유능한 연수생은 몇 년 뒤 더 좋은 다른 기관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배운 직업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실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오파르트 전차는 컴퓨터로만 제조되는 것이 아니며 재택근무를 통해서는 더더욱 힘들다.
방위산업체여서 직원을 채용하기 더 어렵지 않은가. 방위산업에 뛰어드는 데 거부감이 있을 듯한데.
그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달라졌다. 우리는 더는 독일 경제의 나쁜 놈들이 아니다. 또한 이 문제는 대다수가 생각하는 만큼 심각한 것도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정상에 속하고 싶은 엔지니어들의 경우 방위산업은 절대 기피 분야가 아니었다. 바로 얼마 전 우리는 생산 부문 경영자로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경력을 쌓았고 대량생산에 경험이 많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었다. 그는 변화를 원했기에 의도적으로 우리 회사를 택했다.
신임 국방부 장관인 보리스 피스토리우스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금껏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레오파르트 전차 등 조달사업을 해냈다. 이는 의지와 리더십의 문제다. 내가 보기에 신임 국방장관은 의지가 있고 리더십이 있다.
신임 국방부 장관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독일 국방의 약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육군을 등한시하고 공군을 과대평가했다. 우리 기업이 전차를 제조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매일 우크라이나에서 보듯이, 모든 전쟁은 결국 영토의 문제다. 전쟁은 육지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다.
국방부는 그런 점을 그리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1천억유로의 특별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은 전투기, 헬리콥터, 전함이 차지한다.
여기저기서 모두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대는 잠재적 침략자를 지속해서 저지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다시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개 이미 선반에 놓인 것들을 주문했다. 대부분 미국에서 말이다. 앞으로 새로운 군비 경쟁에서 뒤처질까 두려운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뛰어난 명성을 누리고 있다. 레오파르트2로 나토와 나토의 범위를 넘어서까지 주력 전차의 기준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생산한, 전자동으로 신속하게 발포할 수 있는 8륜형 자주포의 첫 고객이다. 이 성능은 이런 종류의 무기로서는 유일한데 혁명적이다. 나는 미군 장교와 내기를 했다. 미국이 이와 유사한 무기를 개발할 때까지 최소한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이다.
 

▲ 우크라이나 지원을 앞둔 2023년 2월1일 KNDS에서 제작한 독일 전차 레오파르트2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 앞에서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REUTERS

육군 중요성 등한시
국내총생산(GDP)의 2%만이 국방비에 투입되는데, 연방군의 방위 태세는 충분한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충분했다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천억유로의 특별예산을 마련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부족한 점을 메우고 동맹국 의무를 다하려면 2% 이상이 필요하다. 비행 무기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 금방금방 나가는 것을 보지 않은가? 더구나 물가상승이 있었다. 무기시스템이 더 싸지지 않는다.
당신 회사의 황금기가 시작됐다는 말인가.
우리는 지금 유럽에서 전쟁을 한다. 그것이 이른바 황금기의 계기라면, 나는 황금기를 포기하겠다.
살인무기로 얼마를 벌어들여도 되는지 도덕적 한계가 있는가.
이 상황에서 도덕에 대해 전혀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독일에서는 우리가 가격을 정할 권리가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톱질하고, 구멍을 뚫고, 나사를 박고, 용접한 것에 6%의 수익을 붙일 수 있다. 우리가 구매한 것에는 1% 수익을 추가할 수 있다. 독일 정부가 주문한 것에 평균 2.9%의 수익을 올린다.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하다. 10% 정도 벌고 싶다면 독일 밖에서 사업해야 한다.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KNDS는 라인메탈과 함께 육군의 최첨단 전차를 위한 주력지상전투시스템(MGCS)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다. 이 계획은 무엇보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무장에 대해 싸우고 있기 때문에 중단됐다. 두 국가가 프로젝트를 반반씩 담당한다면서도 독일엔 두 기업, 프랑스엔 한 기업에 개발을 분산함으로써 그런 싸움이 예견됐다.
 

▲ KNDS에서 제작한 자주포 PzH 2000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하고 있다. REUTERS

유럽 지상 방위산업 통합할 것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합의를 못해 유럽의 방위산업은 어느 정도 차질을 빚고 있는가.
프랑스 기업은 근본적으로 독일 기업이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독일 기업은 프랑스 기업이 특혜를 받는다고 느낀다. 양국의 장관은 이제 공동 노선을 제시해야 한다. 많은 유럽의 군대가 신속히 지상전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50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말이다.
외국에 파견되는 경우 그 군대들은 서로 협력한다.
나는 15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결정적 체험을 했다. 쿤두즈에서 나는 두 대의 장갑차, 벨기에 장갑차와 독일 장갑차 앞에 서 있었다. 두 장갑차는 외형적으로 똑같아 보였다. 그러나 각기 다른 창문, 보호장치, 발전기를 갖추고 있었다. 장갑차를 사용하려면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물류 지원이 필요했다. 미친 짓 아닌가? 우리는 유럽 지상 방위산업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KNDS를 설립했다. 첫걸음을 내디뎠고, 이미 독일·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벨기에·영국에서 사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목표는 더욱 분명하게 ‘유럽적’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유럽의 지상 방위산업을 한 지붕 아래 통합할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 통일된 전략과 행동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모든 자회사를 포함해 ‘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이나 ‘넥스터’ 같은 브랜드를 더는 쓰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이제 KNDS로 불린다. 이 브랜드 이름은 향후 우리 장갑차 레오파르트에도 쓸 것이다. 더 이상 KMW가 아니다.
그리 매력적인 이름으로 들리지 않는다. 좀더 창의적인 이름이 없을까.
나는 대행사들이 멋대로 지어 붙이는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에어버스(유럽의 항공기 제작 회사)라는 말이 있으므로 우리를 ‘랜드버스’라고 불러야 했을까? KNDS는 KMW와 넥스터(Nexter)를 합친 방위시스템(Defense Systems)이라는 뜻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본래 회사 이름을 이 형태로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제품이 사치품이 아닌 만큼 고객은 브랜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군사 기능을 구매한다는 점도 언급해야겠다.
생산 지역으로서 독일은 앞으로 덜 중요해지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KNDS의 독일 쪽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우리는 지속해서 투자했고 회사의 가치도 몇 배나 증가했다.

ⓒ Der Spiegel 2023년 제25호
Wir sind nicht mehr die bösen Buben der deutschen Wirtschaft
번역 최현덕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