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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화학업체 ‘탈독일’에 세금 투입해 전기료 보조
[ISSUE] ‘전기 먹는 하마들’을 위한 국가 지원- ① 배경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미하엘 브레허 economyinsight@hani.co.kr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화학·철강 같은 에너지집약적 산업이 독일을 떠나 국외로 옮기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부 장관은 해당 기업들에 국고를 대규모로 투입해 부의 유출을 막으려 한다. 이는 정말 현명한 방법일까.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등 <슈피겔> 기자
 

   
▲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기후부 장관이 에너지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과 형평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베크 장관이 2023년 4월26일 기자회견에서 독일 산업 생산 관련 수치를 설명하고 있다. REUTERS

알루미늄은 특별한 소재다. 자동차, 배터리, 포장재, 건물 그리고 전자기기 등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알루미늄이 없으면 가동되지 않을 산업부문이 아주 많다. 알루미늄의 글로벌 수요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전세계 수많은 지역에서 알루미늄 생산량도 늘었다. 하지만 독일 노이스에서만큼은 예외다.
라인강 하류에 자리한 도시 노이스는 몇 년 전만 해도 알루미늄산업의 중심지였다. 성수기에는 독일 알루미늄 업체 스페이라(Speira)의 라인베르크 제련소가 인근 화력발전소의 전력을 사용해 연간 알루미늄 24만 톤(t)을 생산했다. 이제 이런 시절은 과거가 됐다. 스페이라는 2022년 알루미늄 생산량을 7만t으로 감축했다. 그리고 2023년 말이면 알루미늄 생산을 최종 중단한다.
알루미늄이 산업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재이지만 에너지집약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알루미늄 생산만큼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소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일에서 산업용 전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비싸다. 독일에서 1킬로와트시(㎾/h) 가격은 12센트 이상인데, 이는 미국 산업용 전기요금의 거의 다섯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폴커 바크스 스페이라 대표이사는 알루미늄 생산에 들어가는 엄청난 전기요금을 차마 알루미늄 가격에 전가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중국 경쟁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도무지 이겨낼 방도도 없었다고 한다.
라인베르크 제련소 폐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치명적이다. 이제 독일 산업계는 수입 알루미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고, 탄소 없는 알루미늄 생산을 실험하는 장을 잃게 된 것이다. 바크스 대표이사는 직원들이 탄소배출 없는 알루미늄 생산을 여러모로 실험하고 싶어 했다며 아쉬워했다.
독일에서 알루미늄 생산업체 스페이라와 유사한 문제를 안는 에너지집약 기업이 적지 않다. 비교 불가의 저렴한 전기요금만 부담하면 되는 아시아나 미국의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독일 에너지집약 기업들의 사업은 더 이상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는 독일에서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유리 등 원자재 생산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정치권 비상 상황
푸조와 오펠을 보유한 스텔란티스(Stellantis)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독일의 생산설비가 아시아와 미국으로 계속 빠져나간다면 유럽은 자체 산업이 없는 뒤처진 대륙이 될 것이라고 얼마 전 경고했다. “우리는 10년 뒤 중국과 미국 관광객에게 커피나 대접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특히 독일은 자국 산업과 생산을 통해 수출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지난 수십 년을 자만하며 보냈다. 그리고 현재 정치권은 비상 상황이다.
로베르트 하베크(녹색당) 경제기후부 장관은 에너지 고비용 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하고자, 2023년 5월5일 금요일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는 1㎾/h당 6센트로 책정했고, 산업용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국가지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를 저렴하게 누리려면 전력을 대량 소비하는 기업이어야 하고, 독일을 떠나지 않아야 하며,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게다가 하베크 장관의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안을 실행하려면 상당한 재정이 들어간다. 경제기후부 추산치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연간 250억~300억유로(약 43조원)를 지원한다.
시멘트 생산업체 하이델베르크머티리얼스(Heidelberg Materials)를 비롯한 에너지집약적 대기업은 당연히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안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자신을 “부와 산업적 강점, 회복탄력성의 기둥”이라고 바라보는 에너지집약적 대기업들은 독일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친환경 에너지의 높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이 “핵심적 성공 요소”라고 주장한다.
반면 라인트 그로프 할레경제연구소(Halle Institute for Economic Research) 소장 등 경제학자들은 하베크 장관의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안을 비판한다. 하베크 장관의 지원안은 “위험천만하다”고 그로프 소장은 지적한다. 산업계는 국가지원금에 기댈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 인상에 대비해 스스로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 외 다른 모든 방법은 값비싼 속임수에 불과하다.”
에너지 수급은 향후 수십 년간 국가의 부와 경제력을 강화할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하는 문제다. 그런데 독일 정부가 이미 기반이 잡힌 대규모 산업에 국가 세금을 쏟아부어 국가부채를 늘리고 유럽연합 내 공정 경쟁을 왜곡하는 리스크를 굳이 감수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면 국외 이전을 감수하고라도 1차 산업은 글로벌 시장세력의 게임에 맡기고, 차라리 미래 기술에 국가 지원금을 투입하는 것이 나을까? 그리고 경제의 기후친화적 재정립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미래 과업과 국가 지원금의 우선순위 문제를 어떻게 유의미하게 연계할 것인가?
전기요금 급등이 에너지집약적 대기업들과 고객에게 점점 더 부담될 것임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전기요금 폭등이 에너지집약적 업계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기후보호에 올인한 기업들에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독일 철강 대기업 티센크루프와 철강 생산회사 잘츠기터가 지향하는 목적지(친환경 생산)에 독일 아우스부르크 인근에 자리한 LSW(Lech-Stahlwerke)그룹은 이미 도달해 있다. 중소 철강업체 LSW그룹은 천연가스와 전력으로 철강 생산을 시작했지만, 대기업들은 이제야 현대적 설비로 교체를 시작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는 기후보호에 도움이 된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LSW그룹의 마르틴 키슬링 최고경영자(CEO)의 표현대로 친환경적 ‘전기 철강 공장’은 전기 하마라는 것이다. LSW그룹의 에너지 비용은 지난 2년간 전체 비용의 8%에서 20%로 급등했다. 이는 독일 자동차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LSW그룹은 생산한 철강을 셰플러(Schaeffler)와 콘티넨탈(Continental) 등 대형 자동차부품 업체들에 납품한다. 처음에는 치솟는 에너지 비용 부담을 철강 가격에 전가할 수 없었다고 키슬링 CEO는 말한다. LSW그룹은 전기요금 경쟁력이 생존 차원의 문제가 된 2022년에야 어쩔 수 없이 철강 제품 가격을 올렸다. “하지만 가격 인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로 문제는 악화됐다.
 

   
▲ 독일 전기요금이 급등하자 알루미늄 업체 스페이라의 라인베르크 제련소는 2023년 말 알루미늄 생산을 최종 중단한다. 스페이라 누리집

 

   
▲ 독일 중소 철강업체 LSW그룹은 일찌감치 천연가스와 전력으로 철강 생산을 시작했지만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인근에 위치한 LSW그룹의 전경. LSW 누리집

위험한 연쇄반응
자동차부품 업체들 역시 엄청난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업체들도 급증한 에너지 비용을 자동차 완성업체에 전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로써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이탈리아, 프랑스 혹은 스페인 등 국외에서 신규 철강 수급처를 찾고, 이는 독일 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해당 국가들은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원한다. 그래서 이는 더욱 위험천만한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독일의 전기요금 수준을 훨씬 밑돈다고 독일 금속노조 IG메탈은 지적한다. 그 결과 철강, 화학, 시멘트, 제지 등 독일의 주요 산업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독일금속노조의 하이코 레제 철강연맹 본부장은 “우리가 이런 산업을 잃으면 다른 산업도 조만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독일 산업이 표류하도록 내버려두기보다 임시라도 산업용 전기요금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비용이 덜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에너지 비용으로 제품 가격의 격차가 너무 커지면 이는 장기적으로 품질 우위와 고객 맞춤형 솔루션으로도 만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독일 산업에 무시할 수 없는 리스크”라고 키슬링 CEO는 말한다.
철강 생산 업체 게오르크스마린휘테(Georgsmarienhütte)의 알렉산더 베커 CEO는 독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중국, 인도, 미국, 터키의 전기요금보다 최대 다섯 배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가 시장에 기반한 경제, 국가 지원금을 배제한 해결책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을 1㎾/h당 6센트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에센(독일 라인 공업 지대의 주요 도시)에 있는 독일 최대 알루미늄 생산 업체 트리메트(Trimet)도 비슷한 입장이다. 필리프 슐뤼터 트리메트 CEO는 말한다. “수많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수급난을 고려하면 독일 국내의 1차 산업을 유지하고 다른 국가나 지역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Der Spiegel 2023년 제20호
Milliarden für die Stromfresser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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