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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혜택 몰린데다 밑빠진 독 물붓기될 수도
[ISSUE] ‘전기 먹는 하마들’을 위한 국가 지원- ② 논란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미하엘 브레허 economyinsight@hani.co.kr

 

미하엘 브레허 Michael Brächer 등 <슈피겔> 기자
 

   
▲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에너지집약적인 일부 대기업의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친환경 전력생산을 신속하게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는 견해도 나온다. 독일 암룸섬 근처에 있는 풍력발전 단지. REUTERS

아무리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부 장관이 지원하려 하고 대기업 CEO들이 경고해도 신속하고 손쉬운 국가 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베크 장관은 사회민주당(사민당)의 전반적인 지지를 기대할 수는 있다. 라르스 클링바일 사민당 대표 외에 슈테판 바일 니더작센주 총리와 연방하원 사민당 원내대표단도 하베크 장관의 지원안을 지지한다. 반면 사민당 당원들은 하베크 장관의 지원안보다 더 파격적인 지원금과 더 많은 업종이 포함된 지원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하필 가장 저명한 사민당원이 이런 안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바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다. 그는 당원들의 지원안에 회의적 입장을 표명했다. 친환경 전력을 신속하게 확대해 전기요금을 내리는 편이 더 낫다고 숄츠 총리는 주장한다.
크리스티안 린트너(자유민주당) 재무장관도 애초 ‘대규모 국가 지원’에 반대했다. 린트너 장관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내리는 것은 수공업체와 일반 가구에 불공정하며, 또한 에너지 절전의 동기가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 주물공장 등을 운영하는 독일 가족기업 슈베르트&잘처의 노동자가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의 베르트람 카블라트 CEO는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이 소수의 에너지집약적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슈베르트&잘처 홍보 유튜브 갈무리

국가 지원 실패 사례
독일 정부는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에너지 요금의 국가 지원을 시도한 바 있다. 이 시도는 철저하게 실패했다. 2023년 초부터 적용된 전기요금 상한제는 산업용 전기의 경우 소비량의 70%에 킬로와트시(㎾/h)당 13센트로 전기요금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적잖은 사업체가 (복잡한 신청 절차와 기준 탓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요구권을 아예 활용하지 않았다. 마차르스(Mazars) 로펌의 전문변호사 한스크리스토프 토말레는 전기요금 상한제가 “관료주의라는 괴물이 빚은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이외에 국가의 전기요금 관여에 따른 대가는 상당히 비싸질 수 있다. 프랑스가 대표 사례다. 독일의 전기요금 상한제는 2023년 12월 만료되는데,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프랑스 버전 전기요금 상한제를 2025년 초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2023년 초부터 상반기까지 일반 가구와 기업에 이미 지원금 500억유로(약 71조원)를 지출했다. 이에 린트너 재무장관은 최근 “프랑스 국채 비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르메르 경제부 장관을 비판했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오트마어 에덴호퍼 소장은 유럽 역내 시장의 이런 “위험한 경쟁 왜곡”을 경고한다. “독일이 지금 지원금 경쟁을 시작한다면 이는 완전히 잘못된 신호가 될 것이다.”
산업계도 국가의 재정지원을 무조건 환영만 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작센주 켐니츠에서 1883년 설립해 지금은 바이에른주 잉골슈타트에 있는 가족기업 슈베르트&잘처(Schubert & Salzer)는 에너지 리스크를 초기부터 관리했다. 중견기업 슈베르트&잘처는 튀링겐주 바트로벤슈타인에서 ‘전기 먹는 하마’ 주물공장을 운영하며 기계·항공기 제작을 위한 주강품(Steel Casting) 외에, 오래전부터 다양한 업종에 투입되는 밸브 제작 및 중소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바이에른주의 모범 사업체 슈베르트&잘처는 하베크 장관의 산업용 전기요금 상한제로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다고 느낀다.
베르트람 카블라트 CEO는 몇 년 전 선물거래로 2024년까지 ㎾/h당 16센트라는 상당히 높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전기요금을 확보했다. 카블라트 CEO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과 관련해 고액 자문도 받았다. 이에 연방정부는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슈베르트&잘처는 국가 지원금 대상이 아니라는 실망스러운 답변을 보냈다.
카블라트 CEO는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금이 소수의 에너지집약적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나머지 90% 기업이 국가 지원금에 필요한 비용을 내는 구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베크 장관이 추진하는 지원안은 전적으로 “‘전기 먹는 하마’ 대기업들을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불필요한 국가 지원금으로 세수를 허비하느니 독일 정부는 차라리 전력공급을 더 신속히 확대하는 데 세수를 투입해야 한다고 카블라트 CEO는 주장한다. 예컨대 풍력발전기 설치 등에 대한 신속한 승인 절차와 세율 인하 등 전통적 입지 요인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야만 전기요금을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요지는 독일이 지금 근원적 물음 앞에 서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자국에 어떤 산업을 유지하기 원하는가? 이를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는가? 전기요금이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에너지집약적 생산업체 다수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라인트 그로프 할레경제연구소 소장은 말한다. “일자리 부족은 독일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다. 독일이 탈산업화 중이라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반면 옌스 쥐데쿰 뒤셀도르프대학 교수는 철강·화학 업종 살리기가 급선무가 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가치창출 단계를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글로벌 산업망이 위협받을 것이다. 독일 사업모델은 글로벌 산업망을 토대로 한다.”
1785년 독일에서 생산을 시작한 키르히호프그룹은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부품 업체이자 기계설비 업체다. 2022년 매출액 25억유로의 가족기업 키르히호프는 중국, 미국, 멕시코에 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키르히호프는 2023년 4월20일 작센주 그리마에 도로 청소차를 생산하는 신규 공장 준공식을 거행했다.
이런 생산설비를 독일 내에 지속해서 유지하려면 현지에 알루미늄·철강 등 1차 산업이 필요하다고 이 회사의 감독이사회 회장 아른트 키르히호프는 말한다. 1차 제품 업체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 물류비용과 탄소배출량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지역 산업망은 어느 정도 글로벌 위기에 방패막이 돼줬다. “하필 지금 같은 불안정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1차 산업이 국외로 이전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독일로서는 치명적”이라고 키르히호프 회장은 우려한다. 키르히호프의 전체 가치창출망은 아직 모두 가까이에 모여 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에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키르히호프그룹은 비록 자사는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힘쓰고 있다. 키르히호프그룹은 주로 용접과 프레스 작업에 전력이 필요하며, 전력을 다량 소비하는 업체는 아니다. 키르히호프그룹 처지에선 (전기요금 혜택보다) “독일에서 가치창출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키르히호프 회장은 말한다.
키르히호프 회장은 하베크 장관의 지원안과 같은 국가 차원의 해결책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차라리 유럽 차원의 산업용 전력요금 도입이 유의미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독일이 앞으로도 미국과 아시아의 경쟁 상대로 남으려면, 독일은 유럽 차원으로 단합해 행동해야 한다.”
 

   
▲ 독일의 대표 자동차부품 업체인 키르히호프그룹의 감독이사회 회장 아른트 키르히호프는 아시아와 미국의 값싼 전기요금에 맞서려면 유럽연합이 단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키르히호프그룹 누리집

유럽연합 차원의 대응에 무관심
이게 현실적인 방안일까? 하베크 장관의 지원안은 상대적으로 빈곤한 회원국들을 위한 유럽연합 차원의 재정지원과 연계돼야만 유럽연합에서 지지받을 수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미 이런 타협안을 지지했다. 하지만 숄츠 총리나 린트너 재무장관은 이 타협안에 전혀 관심이 없다. 따라서 전력집약적 기업에는 독일을 떠나거나 자사의 사업모델을 완전히 개조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라인베르크 제련소를 폐쇄할 예정인 알루미늄 생산업체 스페이라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스페이라는 알루미늄을 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리사이클링(재활용)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알루미늄 가공 과정은 오래전부터 생산만큼 에너지집약적이지 않다. “값비싼 전기요금은 변화를 가속화한다”고 폴커 바크스 스페이라 대표이사는 말한다.
하베크 장관의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안이 알루미늄 제련소를 구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h당 6센트는 에너지 위기 이전 전기요금보다 50% 이상 비싸다고 바크스 대표이사는 지적한다. 에너지집약적 공장에 이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그래도 바크스 대표이사는 최후의 편법을 쓸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스페이라는 다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정도로만 생산량을 줄인다.” 언젠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수지타산이 맞을 경우에 대비해서 말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20호
Milliarden für die Stromfresser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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