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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는 편견 심화 우려 구매력 높일 지렛대 필요
[ISSUE] 프랑스 중산층 살리기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피파디크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정부가 감세 정책으로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선언했다. 중산층이 ‘온 국민’을 먹여살린다는 편견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


피파디크 Fippadic(가명) 경제학·공공재정학 교사
 

   
▲ 2023년 7월10일 프랑스 파리 시내 바에서 시민들이 햇살을 즐기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중산층이 온 국민을 먹여살린다는 편견이 여전히 심하다. REUTERS


중산층이 또다시 공적 논의에 올랐다. 프랑스 정부가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마셜플랜’을 약속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 정책이 편견을 심화하는 위험한 태도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중산층은 소득이 가장 높지도 낮지도 않은 계층을 말한다. 하지만 그 정의는 저소득층과 비교할 때 유독 선명해진다. 중산층은 ‘지원금 없이 못 사는’ ‘게으른’ 저소득층과 다른 사람들로 묘사된다. 최근에는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재무장관이 “성실히 일하는” 중산층과 “장관들에게 야유를 던지러 올 여유가 있는” 사람을 비교하기도 했다(2023년 4월25일 시민참여 토론회장 앞에서 시위가 있었다).
프랑스 국민의 불만은 이미 뜨거워졌다. 중산층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영향으로 소득가치가 떨어진데다 최근 연금개혁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됐다. 이렇듯 민감한 상황에선 편가르기 전략이 ‘포퓰리즘 놀이’로 전락할 수 있다. 중산층 가구에 ‘내가 낸 세금이 온 국민을 먹여살린다’는 인식을 퍼뜨린다. 그런 전략은 사회계층 간 긴장감을 높이고 복지국가 수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중산층을 둘러싼 통념은 대부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여러 기관이 국민이 내는 세금과 공공재정이 어떻게 국민에게 재분배되는지 면밀하게 조사했다.
 

   
▲ 2023년 5월1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각료들이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에서 열린 제6회 ‘선택 프랑스’ 비즈니스서밋에 참석해 주요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REUTERS

뿌리 깊은 편견 세 가지
① 중산층이 온 국민을 먹여살린다
장필리프 탕기 하원의원(국민연합 소속)은 중산층에 관한 질문에서 중산층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현실이 부당하다고 했다. 항상 탈세할 방법을 찾아내는 ‘부자’와 세금을 면제받는 ‘빈자’ 사이에 ‘중간소득’ 노동자가 끼어 있다는 해묵은 편견이 또 모습을 드러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소득수준별 사회기여도를 따질 때는 소득세뿐 아니라 부가가치세와 사회보험료, 일반사회기여세(CSG), 사회부채환급기여세(CRDS)를 고려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평균 실효세율은 39%로 중산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중산층이 고소득층 몫의 세금까지 낸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고소득층은 번 돈의 최대 50%까지 세금으로 낸다.
② 중산층은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한다
중산층이 정부에 낸 세금과 정부로부터 돌려받은 혜택을 비교한 ‘투자 수익’은 어떨까? 여기에도 끈질긴 고정관념이 있다. 중산층이 순진하게 돈을 뜯기기만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통계청은 프랑스 가계에 대한 소득이전 현황을 꼼꼼히 분석하고 쓴 보고서를 몇 달 전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는 현금지원(능동연대수당이나 경제활동수당)과 현물지원(교육비와 의료비) 사회서비스가 모두 포함됐다.
통계청 보고서를 보면 전체 가계의 60%는 납부한 세금에 견줘 정부에서 받은 사회복지서비스가 더 많았다. 프랑스 사회모델이 다수 국민에게 걷은 돈으로 가난한 소수에게 특혜를 준다는 고정관념은 완전히 잘못됐다. 복지국가는 사실 단체보험 형태를 띤다. 언젠가 일을 못해 소득이 사라지는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돕는다.
③ 중산층은 구매력이 떨어졌다
중산층 소득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또 어떤가. 이 역시 편견에 불과하다. 2011년 정치인 로랑 보키에(공화당 소속)는 책에서 “나라가 성장하는 동안 중산층이 가장 외면받았다”고 단정 지었다. 다행히 현실은 그가 본 것보다 훨씬 낫다.
최근 몇십 년간 프랑스 국민의 소득은 하위구간에서 더 빠르게 올랐다. 여기서 중산층이 손해 본 것은 없다. 중산층은 고소득층과 견줬을 때 구매력이 더 나아졌다. 지난 30년을 톺아보면 국민소득에서 한가운데 구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조금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주변 소득구간까지 중산층에 넣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
프랑스 사회는 양극단에 있는 계층을 위해 칼을 들고 중산층을 잘라내는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중산층이 위태롭다는 인식은 단지 정치인과 언론이 만들어낸 환상일까? 그렇지 않다. 과도한 위기론이 실재하는 약점을 뭉개버렸을 뿐이다.

지출 습관 변화
중산층은 소득에서 차별받지 않았다. 다만 2000년대 들어 체감구매력과 실질구매력의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 배경을 설명하는 가설이 여러 개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에 따르면 가계 살림에서 고정으로 나가는 지출이 늘어났다. 통신비, 임대료 등 고정지출은 단기간에 금액을 조정하기 어렵고 대부분 자동이체로 나간다.
고정지출 증가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계층은 물론 저소득층이다. 하지만 2001~2017년 중산층 가계가 부담하는 고정지출도 만만치 않게(4%포인트) 늘었다. 또 하나, 가계고정지출이 늘어난 것은 임대료나 주택담보대출금 등 주거와 관련된 비용이 올랐기 때문만이 아니다. 보험료와 금융서비스 이용료 등 부대비용의 인상폭이 더 컸다. 고정지출 증가의 진짜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정지출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고용시장 변화도 그런 두려움이 생기는 데 한몫했다. 경제학자 피에르 쿠르티우의 최근 논문이 이를 잘 설명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2017년 이후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경계에 있는 가계의 생활수준이 향상됐다. 하지만 이 계층이 1990년대 중반 이후 크게 늘어난 기간제 등 불안정한 일자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이를 보면 최근 단행한 고용보험 개혁이 계층 하락의 두려움을 키울 우려가 있다.
계층 하락에 대한 두려움은 계층 상승이 어려우리라는 좌절감을 동반한다. 중산층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 대부분을 노동시장에서 번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산층 가운데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적정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
 

   
▲ 2023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 시위진압 특수부대(BRAV-M) 대원들이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부순 케스데파르뉴은행 지점 앞을 지키고 있다. 프랑스는 이웃 나라들보다 금융상품 수수료가 높아 국민의 불만이 크다. REUTERS

계층 상승의 꿈 좌절
프랑스에서 일하는 임금노동자는 소득이 오르면 평균 인상분의 43.5%를 받는다. 나머지 56.5%는 사회보험-조세로 들어간다. 실질 소득인상폭이 이렇게 낮은 것은 내는 세금이 늘어나고 사회서비스(소득재분배)가 줄어든 탓이다. 그러나 이 평균치보다 중산층을 더 좌절시키는 것은 극도로 높은 세율이다. 요즘은 최고세율로 세금을 떼는 일이 드물다. 그래도 여전히 국민의 6%가 세율 80% 이상을 적용받는다. 세율 60~80% 적용 대상은 전체 납세자의 31%다. 저임금에 대한 사회보험료 면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중산층의 처지는 더 힘들어졌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워진 현실도 중산층에 좌절감을 안긴다. 자가주택 소유 여부는 중산층을 규정하는 중요한 사회지표다. 부동산 가격은 임금에 견줘 훨씬 가파르게 올랐다. 그런데 내 집이 있는 청년 가구의 비중을 보면 1990년대부터 일정하다. 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경계에 있는 청년의 경우 그 비중이 4%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현실이 평균값에 묻혀 드러나지 않았다.
중산층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23년 5월15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경계에 있는 가구에 20억유로(약 2조8천억원) 상당의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감세 정책의 목적은 저소득층에 대한 활동수당 지급과 사회보험료 인하로 중산층의 일할 의욕이 떨어지는 걸 막는 것이라고 한다. 이 정책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부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장점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운동 때 공약한 상속세 감세를 이 정책으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상속세 감세로 줄어드는 세수가 (중산층 소득세 감세보다) 훨씬 많고, 상속세를 줄이면 중산층과 부유층 사이의 격차가 커질 것이다.

다른 해법들
대규모 ‘마셜플랜’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이 컸을 것이다.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에 예고한 감세 정책의 예산으로 20억유로 넘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대형 사업에 보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세를 새로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자산세는 부유층에 자산이 쏠리는 속도를 늦추는 일석이조 해법이 될 수 있다.
주거 문제는 정부의 또 다른 우선과제다. 부동산에는 중산층의 걱정과 열망이 뒤엉켜 있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리라 예상된다. 가격 하락은 부동산 시장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역사적 기회다. 그 예상이 실현되기 전까지 정부는 저소득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제로금리’ 등 소외계층을 겨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는 부당하게 정기소득을 챙기는 환경을 개선하고 구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상하게도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장관이던 2015년 ‘마크롱법’으로 이를 위한 정책 명분을 쌓아놓고 지금은 관심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프랑스는 독일보다 생활수준이 낮지만 물가가 더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산업을 예로 들면, 프랑스는 영국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이웃 나라에 견줘 금융상품 수수료를 훨씬 많이 낸다. 예금자 보호 정책이 있는 모든 나라에서 금지하는 과도한 수수료 부과 행위를 프랑스는 2026년에야 없앨 예정이다. 그전까지 프랑스 금융업체는 수수료로 20억유로를 더 챙길 수 있다. 부당한 소득을 막는 정책에는 예산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그게 장점이다. 필요한 것은 정치적 열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7월호(제436호)
Trois mythes tenaces sur les classes moyenne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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