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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정부 역할 축소 시대 변화로 동력 저하
[FOCUS] 프랑스 자유주의 해부- ① 7대 죄악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경제학계는 몇 년째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쪽에서 주장한다. 프랑스가 ‘신자유주의 지옥’으로 변해 지금 그 참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다른 쪽에서 반박한다. 프랑스는 공공지출이 많고 세금을 많이 걷는 사회주의경제 모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자유주의 프랑스’는 허황한 말이라고.
어느 말이 진실일까? 프랑스는 자유주의 노선을 탔을까 안 탔을까? 답은 확실해 보인다. 지난 40년간 프랑스 정부가 경제에서 맡은 자리는 눈에 띄게 작아졌다. 금융과 노동시장이 모두 자유주의로 물들었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공공투자는 줄어들었다. 자유주의 동력은 분명히 작용한다.
그러나 그 힘에 모두 휩쓸려 간 것은 아니다. 프랑스 사회 모델은 자유주의 동력에 꾸준히 저항하고 있다. 자유주의가 사회보장제를 마지막 표적으로 삼은 이유다. 공공서비스는 훼손됐지만 여전히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40여 년 전 자유주의 노선으로 급선회한 프랑스는 이제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3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의료단체 ‘내일을 위한 의사들’이 주최한 시위에 참여한 개업의들이 진료수가 인상과 노동여건 향상을 촉구했다. 공공서비스는 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 훼손됐지만 여전히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 REUTERS


‘자유주의 프랑스? 얼토당토않은 억지!’ 2023년 3월28일치 경제전문지 <레제코>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편집장 도미니크 쇠는 기사에서 “공공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8.1% 수준이고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이렇게나 많이 내는 나라는 사회주의국가라고 부르고도 남는다”고 했다.
프랑스가 신자유주의로 급선회했다? 5월17일 경제학자 엘리 코앙은 이 주장을 “낭설”로 치부했다. “귀가 따갑도록 되풀이되는” 주장이지만 “근거가 빈약하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자들은 툭하면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는 세금도 많이 내고 공공지출도 많이 한다. 사회보험제도가 잘돼 있고 소득재분배도 잘된다. 재정적자와 공공부채가 심하다. 이 모두가 프랑스 경제는 자유주의 특징이 강하지 않다는 증거다.

마지막 표적: 사회보장제
자유주의자들은 세금과 공공지출, 더 정확히 말해 공공재원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만 겨냥한다. 사회보험이 자유주의자들의 마지막 표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가 개입하던 일은 하나둘 사라졌다. 그 목록은 길다. 금융 자유주의, 자유무역협정(FTA), 노동시장 자유주의, 공기업 민영화,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유리한 세제 개편, 공공투자 축소, 자유주의 사상의 대학과 언론 장악까지. 프랑스 경제 자유주의가 저지른 일곱 가지 죄악이다. 경제는 진짜로 자유주의로 바뀌었다. 자유주의가 그렇게 전방위로 힘을 뻗친 결과는? 참혹하다.
큰 틀을 짠 것은 자유무역협정과 금융 자유주의의 세계적 흐름이다. 그 흐름이 빠르고 깊게 프랑스를 파고들었다. 자유주의 톱니바퀴에 일단 손을 대자 곧이어 팔이 빨려 들어갔다. 톱니바퀴는 그렇게 차례로 온 경제를 삼켰다. 쉽게 저항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금융에 분 자유주의 바람은 조세제도를 경쟁 구도에 가뒀다.
경쟁에 내몰린 제도는 이동이 자유로운 경제주체, 돈을 많이 버는 사람, 규모가 큰 기업이 세금을 덜 내는 쪽으로 바뀌었다. 대기업은 재화와 자본 유통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 다른 나라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외국인 주주를 모집한다. 외국인 주주들은 투자를 줄이고 배당금을 늘리라고 기업을 압박한다.
시장이 불완전한 과거엔 정부 개입이 정당하다고 여겼다. 지금은 정부가 불완전하니까 시장에 자리를 다 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직접 경제 개입을 줄여야 한다. 공공투자는 축소됐다. 1990년대 이후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는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공공지출 삭감과 지방자치단체 세수 감소를 명분으로 대학을 비롯한 학교와 도로의 예산을 끊어버렸다. 여기저기 균열이 생긴 대학교육은 민간 교육산업에 길을 터준다. 민간 대학교육은 여력이 있는 사람만 누릴 수 있다. 교사와 행정공무원의 노동환경은 열악해졌다.

시장이 더 불완전
정부가 공기업을 매개로 경제에 직접 개입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정부는 좌우 할 것 없이 오랜 시간 대대적으로 공기업 민영화 작업을 벌였다. 민간의 손에 쥐어진 기업은 성과주의 경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불행이 시작됐다. 프랑스 기업은 다른 나라만큼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어느 나라보다 더 세계화했다. 국내 생산시설 발전에 무관심하고 투자보다 배당을 중요시한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고 정부보조금 지출이 늘었다. 노동조건이 나빠졌다. 프랑스 산업을 죽이는 치명적인 조합이 한데 모인 것이다. 공기업이나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에서 정부가 후퇴하고 나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서비스 품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올랐다. 노동자의 처우도 나빠졌다.
이 모두가 자유주의 싱크탱크, 경제학파, 논단으로 구성된 지성집단이 장악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자유주의 지옥으로 변하지 않았다. 정부가 온갖 공격에 잘 저항하고 있는 덕택이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새 시대가 도래할 조짐이 보인다. 산업정책 개편, 부자와 다국적기업에 대한 공평한 과세, 경제주권, 보호주의의 시대다. 때가 왔다. 자유주의 프랑스는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7월호(제436호)
Les 7 péchés capitaux de la France libéral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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