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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줄자 비대·과점화 배당 늘리고 세금 회피
[FOCUS] 프랑스 자유주의 해부- ② 금융 자유주의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금융비즈니스지구에 있는 대형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본사. 프랑스의 금융시장 자유화가 금융기관 쏠림과 국내 과점 현상을 부추겼다. REUTERS


“분명한 것은 금융시장 자유화가 내재한 위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진행했다는 점이다.” 금융 전문 경제학 교수인 크리스티앙 드 부아쇠와 장폴 폴랭은 경제 잡지 <에코노미 피낭시에르> 서문에서 금융시장 자유화의 40년 역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두 사람의 평가가 어느 한 나라를 특별히 겨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프랑스가 금융시장 자유화에 유독 적극적이었다.
프랑스는 1984년 은행법에 손대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금융개혁을 단행했다. 1986년 경제장관이었던 피에르 베레고부아는 그 목적이 “돈을 빌려주고 빌릴 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데 있다”고 했다.
여기서 자유는 기업과 정부가 은행이 아닌 시장에서 돈을 빌리고, 은행이 기업과 가계를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데 집중하기보다 금융상품 판매 활동을 늘리고,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돈을 빌릴 자유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우파 정부는 금융시장 규제 완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2000년 초까지 은행과 보험사의 민영화가 이어졌다. 프랑스는 주저하지 않았다. 금융을 자유화하고 세계화하는 흐름에 빠르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거대 복합기업
프랑스 은행은 비대해지고 경영이 복잡해졌다. 프랑스는 유럽에 거대은행(Systemic bank)을 네 곳이나 둔 ‘특별한’ 나라가 됐다. 거대은행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충격은 도미노처럼 지역 전체나 세계로 번지기 쉽다. 1984년 프랑스 은행 전체의 영업 성과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했다. 나라 경제보다 빠르게 성장한 은행은 2021년 국내총생산의 4.3배인 10조유로에 이르는 성과를 거뒀다.
프랑스 은행이 이렇게 몸집을 불린 배경을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은행은 투기 방식의 영업활동을 늘리고 대출을 줄였다. 둘째로 금융산업에서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1984년 프랑스에서 영업하던 금융기관이 1963곳이었으나 2021년 769곳으로 줄었다.
그뿐이 아니다. 은행의 시장지배력은 공정한 분산과 거리가 매우 멀다. 시장지배력의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 살펴보자. 은행별로 분석하면 부르소라마(Boursorama)와 소시에테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은 경쟁업체로 보인다. 두 회사가 한 그룹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경제학자 제라벨 쿠페수베랑과 테오 니콜라는 각 은행을 그룹으로 묶어 시장지배력을 다시 계산했다. 5대 금융기관의 시장점유율은 50%에 이른다. 하지만 그룹별로 다시 계산하면 5대 그룹의 점유율이 75%로 늘어난다. 금융시장 자유화가 쏠림과 국내 과점 현상을 부추겼다.
금융시장에서 규제를 풀자 조세회피처로 떠난 은행이 늘어났다. 많은 프랑스 은행이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세우고 돈(영업이익 3분의 1)을 다른 나라에서 벌어들인다. 이런 사실은 여러 탐사보도로 밝혀졌다. 은행은 조세회피처로 숨어들어 납세 의무(회사는 법인세, 고객은 소득세)를 피하고 고위험 투자 행위를 감춘다. 고위험 투자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한다.
프랑스 국내외 은행, 투자회사, 대기업, 고소득자는 다른 나라에 기생하는 조세회피처로 몰려든다. 금융시장 자유화는 누가 어떤 돈을 보내는지 확인하지 않고 자본을 마음껏 옮길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점차 탁해졌다. 불투명한 시장은 탈세자와 범죄자에게 이득이 됐다. 조세회피처 대응은 세법 우회가 가능해진 지 30년이 지난 최근에야 시작됐다. 그 성패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 경쟁 과열
금융시장 자유화로 세계 금융 주체들의 경쟁이 가열됐다. 수익을 올리려면 금융기관은 고위험 투자의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이를 증명했다. 위험하고 유독한 상품이라도 돈만 벌어다주면 좋은 상품이었다. 프랑스 은행도 이 놀이에서 빠지지 않았다. 자본시장에 발을 들인 경제주체는 모두 수익 우선주의에 지배당했다.
금융화한 경제는 주식투자자 영향력을 강화했다. 1980년대 비금융계 프랑스 회사에서는 순투자액(고정자본 제외)이 순배당액(배당수익-배당지출)에 견줘 2배 많았다. 2009년에는 순배당액이 순투자액의 2.5배로 늘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추락했던 주식투자자들은 기력을 회복했다. 지금은 프랑스 회사가 투자하는 금액과 맞먹는 돈이 배당으로 떨어진다.
은행의 불투명화와 비대화(덩치가 너무 커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가 외면할 수 없다), 금융산업의 독과점 구조, 조세회피처로 뚫린 길, 주주 중심 자본주의 등 금융시장 자유화의 성과는 전혀 위대하지 않다. 그래도 불평할 자격이 없는 경제주체가 있다. 바로 정부다. 정부는 공공부채를 금융시장에 내놓는 상품처럼 다뤘다. 그렇게 해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를 낮추고 채권자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채권자는 예민하다. 채권자에게 신뢰를 잃으면 안 된다.
프랑스 정부에 대한 채권자의 신뢰는 두 세기 반째 이어지고 있다. 빚을 모두 성실하게 갚은 덕택이다. 지금까지 프랑스 정부는 더 오래, 더 많이 빚을 질 능력이 있었다. 재정 긴축을 덜 해도 됐다. 국채를 발행해 돈을 더 빌려 쓸 수 있었다. 그와 특별히 상충하는 정책도 없었다.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주 35시간 근무제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시절 시행한 자본소득세율 (근로소득세율 수준) 인상으로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장 드 라퐁텐의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 베짱이는 개미에게 식량을 구걸하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지만 프랑스 수탉(국조)은 씨앗을 빌려줄 투자자를 세계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원금에 이자까지 얹어 맹세코”(<개미와 베짱이>) 빚을 갚을 터이니!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7월호(제436호)
Les coûts de la libéralisation financièr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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