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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사망 직전 유아적 비관주의 탈피”
[FOCUS] 프랑스 자유주의 해부- ③ 프랑스 소르본대학 경제연구소 크리스토프 라모 연구원 인터뷰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10월 프랑스 소르본대학 경제연구소 크리스토프 라모 연구원(오른쪽)이 유튜브 채널 ‘르메디아’에서 저서 <마크롱이라는 이름의 태풍>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르메디아 유튜브

사회보험제도는 사회주의 성향 정부를 떠받치는 첫 번째 기둥이다. 자유주의 정책이 사회보험에 어떤 충격을 줬나.
연금개혁 이전 실업수당이 삭감됐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공공의료 예산 인상률은 연간 4~5%로 제한됐다. 고령화 대응과 의료 혁신에 필요한 돈인데도 그랬다. 실업수당보다 적은 급여로 재취업할 때 그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능동적연대소득(RSA)에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수급자를 낙인찍는 해묵은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다고 사회보험제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22년 현금지급 방식의 사회보험서비스(연금, 가족수당, 실업수당, 최저생계수당 등)에 쓴 예산이 5120억유로였다. 현물지급 방식(의약품 구입비, 민간 의료기관 진찰비, 임대보조금 등)은 1680억유로였다. 개인 공공서비스(교육, 병원 등) 예산 2480억유로를 더하면 9280억유로(약 1325조원)다. 2022년 프랑스 국민의 근로소득을 모두 합한 금액보다 많다. 주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이 통계를 강조한다. 물론 이 예산의 일부는 신자유주의가 남긴 피해(빈곤과 실업)를 고치는 데 쓰였다. 하지만 능동적연대소득으로 나간 예산은 130억유로밖에 되지 않는다.

공격적 공공서비스 전략
다른 공공서비스는 어떤가.
상품이 아닌 공공서비스(교육, 의료, 국방, 경찰 등)의 부가가치는 40년 동안 줄어들지 않았다. 전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로 일정하다. 하지만 그 일정함이 품질 저하 문제를 가린다. 성장하는 사회는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예산을 늘려야 한다. 프랑스에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공공서비스를 계산할 때 보통 공무원 급여를 합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2% 정도다. 그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세후 급여가 몇십 년째 줄어들었다. 직업 가치가 분명히 떨어졌다. 공공서비스 상품과 공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민간기업의 공영화를 진행한 1983년에는 그 부가가치가 비금융 민간기업의 15% 이상 기록했다. 공기업의 민영화 이후에는 5%밖에 되지 않는다.
공공서비스 품질이 많이 떨어졌지만 서비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공서비스 개혁에 공격적 전략이 필요하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찬성 의견이 많다. 공공서비스가 잘 작동하면 민간서비스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주주에게 배당금을 나눠주거나 광고비를 쓰지 않아도 된다. 경영진 급여도 훨씬 적다. 공공서비스 가치는 공평함이다. 그 가치는 공기업 경영에도 적용된다. 민영회사에 견줘 직원 간 급여 격차가 덜하다.
노사관계 법규는 어떤가.
자유화는 주로 ‘유리한 조건 우선원칙’을 문제 삼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 원칙에 따르면 하위 법규가 상위 법규보다 노동자에게 유리하면 하위 법규를 적용한다. 업종별 단체협약은 노동법보다, 업체별 협약은 업종별 협약보다 노동자 권리를 더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 피용법(Loi Fillon)은 노동시간 관련 규정, 엘콤리법(Loi El Khomri)은 급여 관련 규정을 바꿨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노동 관련 규제를 모두 풀었다.
회사는 비정규직 등 유연하게 쓰는 도구를 이미 많이 갖췄다. 비정규직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비약은 금물이다. 전체 일자리에서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지 않았다. 2022년 73%를 기록했다. 1982년엔 76%였다. 불안정한 일자리(기간제, 파견직, 정부지원 일자리 등)는 늘었다. 같은 기간 5%에서 14%로 뛰었다. 그렇지만 전문직은 19%에서 13%로 줄었다. 또 다른 지표인 1인 기업 수도 2005년부터 내림세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으로 바뀐 것은.
사회정부는 세 기둥인 사회보험제도, 공공서비스, 노동법규를 지키려 신자유주의에 저항했다. 하지만 경제정책은 많이 바뀌었다. 공기업 민영화, 금융시장 자유화, 자유무역협정(FTA), 인건비 긴축,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유리한 세법 개정 등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핵심이었다. 프랑스는 망설이지 않고 이 모든 작업을 진행했다. 좌파 자유주의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는 비참하다. 하나만 예로 들면, 대기업이 무더기로 생산시설을 프랑스 바깥으로 이전했다. 국내 제조업이 죽어갔다. ‘스타트업 국가’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직원 5천 명이 넘는 큰 회사가 민간부문 전체 일자리의 약 30%를 차지한다. 그다음 중견기업(250~5천 명)의 일자리 비중이 15%다. 그리고 무수한 중소기업이 하청업체로 일한다.
 

   
▲ 벨기에 드레곤보스에 있는 프랑스 다국적 에너지회사엔지의 송전탑. 프랑스에선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엔지와 토탈 등 에너지기업의 과감한 공영화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REUTERS

과감한 민간기업 공영화
대기업이 나라의 안정을 위해 일하게 하는 방법이 없나.
최소한 독일 같은 공동경영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직원 2천 명이 넘는 독일 회사는 노동자 대표단이 감독총회에서 의결권 절반을 행사한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노동자 처우가 훨씬 좋다. 프랑스에서는 2008년을 기점으로 신자유주의 영향력이 훌쩍 커졌다. ‘노타 스나르-연구보고서’ 등 그런 기조에 반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 보고서는 주주가 아닌 회사 관계자에게 의결권을 주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민간기업 공영화도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 토탈이나 엔지와 같은 회사는 막대한 이익을 연금처럼 번다. 그 돈을 모아 환경 재정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물은 공공재일 때 가장 싸다. 그 밖에 제약 분야 공공기관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제조업 부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믿을 만한 말인가.
정책 기조를 바꾼 것은 환영할 일이다. 오늘날엔 보호주의를 주장해도 인종주의자로 취급받지 않는다. 보호주의자인 ‘못된 도널드 트럼프’ 뒤에 등장한 ‘착한 조 바이든’이 보호주의 정책을 더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우려하는 점은 유럽연합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독일에 갇혀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갈등을 무릅쓰고 시장개방 규정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프랑스전기공사(EDF)는 생산전력을 ‘대안 공급업체’에 헐값에 판다. 그대로 가다간 프랑스전기공사가 버티지 못한다. 철도물류 운송회사인 ‘프레SNCF’는 해체되고 있다. 철도운송이 전체 물류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년 만에 20%에서 10%로 줄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신자유주의는 숨이 끊기기 직전이다. 과거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바꾸지 않고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 자본시장의 힘은 완전한 대체재가 없다는 데서 비롯한다. 1908년 프랑스 사회당(SFIO) 전국당대회에서 장 조레스가 한 연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혁명 개혁주의를 지지하는) 그는 연설 서문에서 불협화음은 목적이 아닌 방법론을 둘러싸고 생긴다고 했다. 사회주의와 그를 뒷받침하는 “생산수단과 교환수단의 주인이 되는 독립노동”이 목적이다. 문제는 그런 목적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다행히 협동조합이 사라지지 않았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역시 협동조합이지 않은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협동조합·참여조합 회사’(Scop)의 일자리가 6만 개밖에 안 된다. 노동자들은 단합해 회사 경영주권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오늘날 중요한 의제는 임금노동의 폐지가 아니라 노동 지위 강화다.

사회정부의 가치
장 조레스 연설에 열쇠가 있다. 그는 희미하게나마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는 제도에 기대야 한다며, 미약하지만 진전이 있다고 했다. 1898년 산업재해법(사용자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법)과 공장노동자·농업종사자의 (저축식) 연금 개혁 논의가 그것이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사회정부를 떠받치는 큰 기둥이 4개나 있다. 이 기둥은 자본에서 완전히 벗어난 영역을 만들었다.
공화국 원칙도 같은 선상에 있다. 평등선거는 ‘1주 1표’가 아니라 ‘1인 1표’다. 결국 해법은 사회정부의 네 기둥을 발전시키는 것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조레스가 표현한 대로 “유아적 비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봉사하는 구실만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안로르 들라트는 책 <궁지에 몰린 우파 정부>(2023)에서 정부가 “국민을 더는 보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들라트가 책에서 언급한 대로 기업은 정부지원금과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에 대한 완전한 평가가 될 수 없다. 프랑스 통계청이 발표한 ‘국가소득 재분배 보고서’를 보면 소득수준 최고 10%와 최저 10% 사이의 격차(13배)가 소득재분배 이후 3.2배로 줄어든 사실을 알 수 있다. 나쁘지 않다. 일부 좌파는 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니콜라 다 실바와 베르나르 프리오는 책 <사회보험의 투쟁>(2022)에서 자본과 사회정부를 무찔러야 할 두 적으로 규정했다. 그들 말에 따르면 정부는 이제 ‘부르주아’도 아니고 “정부 이익만 챙긴다”. 자유지상주의자의 말과 다를 바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7월호(제436호)
Le néolibéralisme est à bout de souffl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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