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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일자리 침범, 기본소득으로 풀자
[미술로 보는 자본주의] 인공지능 시대의 정의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이승현 shl219@hanmail.net

 

이승현 미술사학자
 

   
▲ 2022년 9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경연대회에서 디지털예술/디지털이미지사진 부문 1등을 차지한 게임제작자 제이슨 앨런의 인공지능(AI) 그림 <스페이스 오페라극장>. 이제 화가 대신 조수가 그림을 그리는 정도가 아니라, 기계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됐다. 제이슨 앨런 트위터


2022년 11월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지피티(ChatGPT)로 세상이 시끄럽다. 오픈AI는 2021년 5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그림을 그려주는 AI 생성형 이미지 달리(DALL-E)를 출시했다. 2022년 7월에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회사에서도 이미지생성 앱을 출시했고, 같은 해 8월에는 스테이블디퓨전(Stable Diffusion)에서 유사한 인공지능 오픈소스를 배포했다. 이제 화가 대신 조수가 그림을 그리는 정도가 아니라 바야흐로 기계가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컴퓨터가 그린 그림이 미술대회에서 상을 타거나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됐다는 기사를 불과 얼마 전에 읽은 듯한데 어느새 전시장에서 이미지생성 툴을 사용한 작품을 마주치는 일이 이상하지 않게 됐다. 게다가 최종 이미지를 얻지 않더라도 이미지 구상을 위해 이런 툴을 사용하는 작가가 부지기수여서 이제 이미지생성 AI는 과거의 붓이나 펜과 같은 엄연한 미술도구가 됐다.
작가들의 사정은 그렇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생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몇 년 전 유명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이 조수가 그린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팔았다가 1심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2심에서야 무죄임을 인정받았다. 대중은 화가가 직접 그리지 않은 그림을 예술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음을 이 사례는 여실히 보여줬다. 하물며 조수도 아닌 기계가 그린 그림이라면, 그냥 대량생산된 공산품이라 생각하지 않겠는가?

AI에 준비 안 된 대중
대중의 마음 준비와 달리 미술시장에서 구사마 야요이나 이우환의 작품을 기계로 찍어낸 판화가 수천만원씩 거래된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한창 뜨거워지면서 디지털아트로 알려진 컴퓨터 툴로 그린 만화 같은 그림이 수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통해 미술계는 인간이 아닌 기계가 그린 그림을 받아들이기 위해 나름의 준비 작업을 꽤 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미지 빅데이터를 통한 학습으로 이미지를 합성하는 컴퓨터의 작품이 과연 누구의 소유인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먼저, 컴퓨터가 그린 그림의 저작권은 원하는 그림의 내용을 입력한 작가에게 귀속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에선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벽의 자리아>라는 제목의 만화 작가가 저작권을 잠시 인정받은 바 있다. 작가가 원하는 인물의 배치와 구도, 색감 등을 입력했고 자신의 창작 스토리에 맞춰 이미지를 편집해 배치했으므로 통상 저작권법에서 말하는 ‘인간의 창조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미 저작권청(USCO)은 2022년 12월 “미국법상 작품의 저작권은 인간 작가에게만 적용된다”며 “AI 혼자 그린 작품의 저작권은 인정받을 수 없다”고 재심을 요청했고, 2023년 2월21일 작품 내 AI 생성 이미지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저작권 취소 판결을 받았다.
이와 달리 빅데이터를 활용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합성해 새 이미지를 생성하는 컴퓨터의 그림은 저작권이 사실상 원그림의 소유자에게 일정 부분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 이미지생성 AI 중 가장 유명한 스테이블디퓨전과 미드저니의 제작사가 캘리포니아에서 창작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원고로 나선 작가들은 이들 회사가 막대한 양의 저작물을 원작자의 동의 없이 AI의 학습에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디퓨전은 약 50억 개의 이미지를 원작자의 동의 없이 학습했는데, 작가들은 각 이미지당 1달러의 피해를 가정하더라도 총 50억달러를 보상해야 하며, 또한 이 원작에 대한 무작위 침해로 원래의 작가와 작품시장에 영구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그림과 유사한 이미지들이 마구 돌아다닌다면 실제 원작자에게는 치명적 손상이 아닐 수 없다.
미술뿐 아니라 생성형 AI의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첨예한 사안이어서 2022년 1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스코드 생성형 AI ‘깃허브 코파일럿’에 대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깃허브 코파일럿’은 수십억 줄의 코드를 학습해 실시간으로 코드를 생성해주는 도구인데, 깃허브 사용자 수백만 명의 프로그래머가 직접 만들어 깃허브에 공유한 오픈소스 코드를 코파일럿이 불법 복제한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처럼 딥러닝 기술로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생성형 AI는 언어든, 이미지든, 프로그램이든 지식재산권 문제가 향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AI는 벌써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엄혹한 경기침체기에 우리는 지역통화나 바우처와 같은 일종의 기본소득을 경험한 바 있다. AI 발전이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면 일자리 감소 또한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예상하듯 기본소득 논의도 피하기 어렵다. 며칠 전 ‘하버드 법대 게시판’에는 AI와 관련된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하버드대학 교수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실제 법조문을 다루는 교수들답게 실정법의 관습에 따라 사안별로 지식재산권 향방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AI 시대 삶의 지혜
그러나 AI가 대세라면 생각의 방향을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탄소세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을 기억한다. 비용 형식으로 기업과 국가에 불이익을 줘서 환경침해를 막아보자는 생각인데 실제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환경파괴가 문제이듯 일자리 파괴가 심각한 문제라면 탄소세처럼 이전에 없던 발상이 요구된다. 말하자면 오늘날 대다수 기업이 빅데이터를 이용하고 특히 AI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데이터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원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용자에게 수익의 일부를 환원하고 이를 재원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면 어떨까? 실정법상 원데이터 소유자의 권한이 사안별로 다르겠지만, 디지털 공동체 전체를 크게 바라본다면 이것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지혜이고 정의가 아닐까?

*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증권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7년을 다니다 작은 금융자문회사를 차렸다. ‘선진’ 금융을 보급한다고 했으나 그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혼자 영국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와 호텔에서 2주가량 지낼 정도로 미술에 미쳐 미술사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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