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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탐욕 인플레 ‘그리드플레이션’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60호] 2023년 08월 01일 (화) 조계원 kyewan@hani.co.kr


조계완
<한겨레> 기자
 

   
▲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023년 3월 말 ‘그리드플레이션’ 제목을 단 기사에서 미국·유럽 등지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더딘 까닭을 설명해주는 주요인으로 기업의 탐욕스러운 이윤 추구 행동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과 ‘이윤 주도 인플레이션’(Profit-led Inflation). 2023년 3월 이후 글로벌 경제에 등장해 점점 더 확산하는 같은 뜻을 담은 용어다.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노동자는 실질임금이 떨어지고 가계·소비자는 생활수준이 하락했다. 그런데 팬데믹이 끝나고 공급망 균열도 다소 완화되는데다 급등했던 글로벌 에너지·곡물 가격이 2022년 말부터 빠르게 안정화했음에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왜 빠르지 않은가?
이 질문의 답변으로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023년 3월 말 ‘그리드플레이션’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기업들의 급격한 제품비 인상 흐름, 즉 탐욕스러운 이윤 추구 행동이 미국·유럽 등지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더딘 까닭을 설명해주는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윤이 주도하는 인플레
‘이윤 주도 인플레이션’은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유비에스(UBS)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폴 도노반이 3월에 제출한 최근의 인플레이션 양상 진단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는 대부분 기업의 이윤 팽창이 주범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에서 인플레 영향 요인을 분해하면 기업의 제품비 마진 확대가 15%인데 요즘은 50%까지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기업마다 이번 인플레 국면을 좋은 기회로 삼아 상품 판매가격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최근 수취하는 이윤율을 보면 정상 이윤을 넘어서는 부당한 ‘이윤 폭리’(Profit Surging)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전통 거시경제학은 기업이 가격·수량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을 고려하기 때문에 ‘제품 판매가격이 지속적인 물가 급등을 촉발할 수 없다’고 본다. 판매가격 변동에 따라 이윤-물가가 상호작용하는 나선형 경로는 경제학 집단에서 주변부의 비주류 이론이었다. 그 대신에 주류 이론은 물가와 고용(실업률)이 적어도 단기에서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전통 필립스곡선의 등장(1958년) 이래 물가-임금의 나선형적 인플레 악화 경로에 기초해 “물가 고삐를 잡으려면 노동비(임금)를 줄여야 한다”는 정책 처방을 권고해왔다. 기업 이윤 폭증이 인플레 주범이라면 이제 필립스곡선을 수정해야 하거나 적어도 이번 인플레 시기에는 들어맞지 않는 곡선이라는 얘기로 흘러간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의 이자벨라 베버 경제학 교수는 최근 미국 보스턴 지역 공영라디오 ‘WBUR’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요즘 제품비를 올리는 까닭은 단순하다.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기업들이 ‘내가 가격을 경쟁자보다 올려도 지속적인 제품 판매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점점 습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가격을 올리면 경쟁기업이 다시 가격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팬데믹 같은 또 다른 쇼크가 오면 이제 기업들은 더 빨리 가격인상에 착수할 좋은 기회로 여길 것이다.”

기업이 제품 가격 올리는 이유
이윤 폭리가 인플레 압력의 원천이라는 진단 속에서 <금융자본론>(1910)을 쓴 독일 좌파경제학자 루돌프 힐퍼딩의 말(“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자본가가 생산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그 상품 속에 있는 이윤이다”)까지 재등장한다. 결국 가계·소비자·임금노동자와 기업·주주 사이에 벌어지는 임금몫과 이윤몫, 실질구매력 하락과 주가 상승, 금리인상 및 물가상승 충격의 피해를 둘러싼 분배 논쟁이기 때문이다. 그리드플레이션을 향한 불만과 분노 속에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2022년 10월 트위터에서 “우리가 지금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기업 이윤을 조준해야 한다. 노동자 임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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