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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중요, 삶에 맞추고 싶을 뿐
[COVER STORY] Z세대의 새로운 노동투쟁- ② 워라밸에 관한 오해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카타리나 횔터 economyinsight@hani.co.kr

 

카타리나 횔터 Katharina Hölter 등 <슈피겔> 기자 6명
 

   
▲ ‘건강한 지구-건강한 사람’ 재단에서 시간제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에밀리 폴크는 채용 면접 때 왜 시간제 노동을 원하는지 설명하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건강한 지구-건강한 사람’ 재단 누리집

똑같은 연령대라는 이유로 다양한 사람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것은 언제나 결과가 좋지 않다. 설문조사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기입한 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유행하는 이 개념은 일 외에도 사생활, 가족, 친구, 취미에 쓸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젊은이들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올바른 균형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매우 다양하다.
시간제(Part-time) 노동자 에밀리 폴크(26)의 직장생활은 ‘80% 노동시간’ 일자리로 시작했다. 2022년 5월, 폴크는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독일 의학자이자 토크쇼 진행자)이 설립한 재단 ‘건강한 지구-건강한 사람’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는 일주일에 4일만 근무했다.
폴크는 면접 볼 당시 시간제 노동을 고집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양육할 자녀도 돌봐야 할 가족도 없고, 별도의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아니며, 부업도 없다. “어쩌면 그 때문에 시간제 노동을 원하는 이유를 더 많이 설명해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폴크는 정확한 노동시간을 상사들과 협상했고 결국 주 32시간으로 합의했다.
폴크는 단순히 많이 일하는 게 싫어 ‘80% 일자리’를 원했을 뿐이라면서 “주당 40시간씩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탄소발자국(개인 또는 기업, 국가 등의 단체가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줄이려는 시도이다. 실제로 노동시간 단축이 탄소배출량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을 적게 하는 사람은 보통 쓸 수 있는 돈도 적기 때문에 소비를 덜 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다는 주장이다.
폴크도 이 연구 결과를 신뢰한다. 대학에 다니던 20대 초반, 그는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경제학을 공부했고, 석사과정에서는 경제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었다. 그때 배운 것이 지금의 폴크를 형성했다. “내가 아는 것에 반하며 일할 수 없었다.” 현재 폴크는 재단에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기후변화가 인간의 육체와 영혼,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 디지털 에이전시 라인간스의 설립자 라세 라인간스는 2017년 가을 전일근무 임금에 하루 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유명해졌다. 테드 갈무리

많이 일하는 건 싫다
폴크는 자신의 일자리가 아주 좋다. 그러나 첫해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만만치 않게 힘들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럴 때 일주일에 하루 더 쉬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금요일에는 늦잠을 자고, 요리를 하며, 친구들과 통화하고, 지금 사는 도시인 본을 벗어나 라인강이나 지그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휴일 동안 그의 이메일로 오는 기후위기 기사를 회사 이메일 주소로 전달하지만 읽지는 않는다.
재택근무자 루카 헤크호프(24)의 삶의 중심은 12㎡에 있다. 빌레펠트(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도시)에 있는 공유주택의 자기 방에서 거주하고 공부하고 일한다. 방 안에는 침대, 책상, 다림질한 셔츠가 걸린 빨랫줄, 여자친구 사진과 그를 고용한 회사의 스티커가 붙은 옷장이 있다. 이 청년은 대학에서 비즈니스 심리학을 전공하는 것 외에도 디지털 에이전시인 라인간스(Rheingans)에서 근로대학생으로 일한다. 라인간스는 2017년 가을, 창립자 라세 라인간스(42)가 전일 노동 임금에 하루 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유명해졌다. 현재 라인간스는 거의 전적으로 뉴워크(New Work) 컨설팅에 집중하는데, 베르텔스만(Bertelsmann)과 외트커그룹(Oetker Group)도 이 회사의 고객이다.
헤크호프는 2022년 1월 인턴으로 입사했다. “교수가 하루 5시간 근무하는 빌레펠트의 한 회사를 이야기했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이것 좀 봐. 우리 도시에도 혁신적인 회사가 있네.’” 그는 라인간스에 지원서를 보냈다. 인턴십이 끝난 후에도 그는 회사에 남아 대학생 컨설턴트로 계속 일했다. 일이 재미있었다. 시간, 특히 공간 측면에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는 회사에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헤크호프는 말한다.
헤크호프에게는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것도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덕분에 2022년 가을에는 아일랜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한 학기 동안 참가하는 여자친구를 따라갔다. 그곳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부업으로 라인간스에서 계속 일했다.
이제 헤크호프는 빌레펠트로 돌아왔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만 사무실로 출근한다. 대다수의 다른 날에는 숙소, 사무실, 대학을 오가면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재택근무를 선호한다. 그는 미래에도 이런 자유를 누리고 싶다. “언젠가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 힘든 밤을 보낸 후에는 늦잠을 자고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
라인간스의 직원들조차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유연성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처음에는 모두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퇴근했다. 그러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콘셉트를 바꾸었다. 지금은 신뢰에 기반한 자율적 근무시간 제도가 있고 재택근무 옵션을 자주 이용한다.
헤크호프는 기업들도 성과와 노동시간이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을 이제는 이해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직원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직장에 묶어두거나 아예 사무실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품질을 달성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는 헤크호프가 그의 사장에게서 물려받은 말버릇이다.
라세 라인간스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동반되는 도전과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나 자신을 포함해 일부 사람에게서 다시 자기착취 경향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면서 자신은 이제 기본적으로 12명의 직원이 40시간이 아니라 확실하게 25시간만 일하도록 하는 시간기록자라고 말했다. 또한 노동시간의 100%를 재택근무로 일하는 사람은 팀과의 연결이 끊길 위험도 있다. 그래서 라인간스는 한 여성 직원과 상의해 그에게 일주일에 한 번은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요청했다. 헤크호프는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이 해결책이라면서 “언제 어디서 일하는지 제때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 Z세대 창업가의 상징인 모나 가치가 2023년 5월11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스타트업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그도 이제 창업가 거품에서 좀 벗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REUTERS

Z세대 3분의 1은 워커홀릭
창업자 모나 가치는 이른바 하이퍼포머(High-Performer), 즉 고성과자다. 14살에 학교를 다니면서 수업과 별도로 경영학을 공부했고 16살에 첫 번째 회사를 설립했다. 21살인 지금은 두 번째 회사를 운영한다. 그의 회사 옵티모(Optimo)는 같은 산업 분야의 기업 직원들이 앱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치는 Z세대 기업가정신의 상징이다. 알렌스바흐 여론조사연구소(IfD)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4∼26살 응답자 중 약 3분의 1이 스스로를 워커홀릭, 즉 자신의 직업이나 교육과정에 전념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이전 세대보다 다소 낮은 비율이지만 어쨌든 이 정도는 된다. 적어도 가치는 그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가치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실제로 좋은지 의문을 품고 있다.
예전에는 저녁에 스마트폰이 울리거나 휴가 중에도 업무용 이메일이 도착하면 긴장을 풀기 어려웠다고 가치는 말했다. 때로는 피곤하고 멍해져 밤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지금은 자신의 평온과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매일 8~9시간 수면을 취한다.
가치는 자신의 전형적인 일상을 이렇게 묘사했다. “알람 없이 아침 6∼7시에 일어난다. 먼저 감사했던 일을 일기장에 적는다. 헬스장에서 운동한 후 아침식사를 한다. 오전 9∼10시 일을 시작해 저녁 7시까지 일한다. 그 후 종종 친구들을 만난다.” 일반적인 근황을 주고받은 뒤에는 더 이상 일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친구들과 약속했다고 한다.
많은 창업자가 아이디어, 독특함을 추구하고, 물론 큰돈을 벌기를 꿈꾼다. 하지만 가치는 “조만간 기업가라는 거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일과 삶의 균형이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볼더링(실내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그리고 댄스강습에 등록하고 싶다. 무엇이든 재미가 최우선인 취미여야 한다.
Z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디지털 노마드’ 생활이다. 모나 가치도 거의 모든 곳에서 일한다. 최근에는 기업가인 친구들과 함께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었고, 곧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며칠을 보낼 예정이다. 그의 회사 본사는 독일 베를린에 있으며 그곳 아파트도 임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독일 지겐(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도시)에 있는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가치는 이러한 자유가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말한다. 직원들에게도 이와 같은 자유를 제공한다. 옵티모에서는 모든 사람이 사무실 출근 여부와 빈도를 개별적으로 결정한다.
경제학자나 채용담당자에게 Z세대에 관해 물어보면 ‘젊은이들이 근본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독일 노동시장·고용연구소(IAB)의 경제학자 엔조 베버에 따르면, Z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전반적으로 일을 덜 하고 싶어 한다는 것조차 입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글로벌 인력관리 컨설팅업체인 랜드스타드의 보고서인 ‘2023 워크모니터’도 이를 보여준다. 18~24살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이에게 직업은 여전히 인생의 중요한 일부다.
그럼에도 트렌드가 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과 가치에 맞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어 한다. 많은 젊은이가 더 이상 그들의 부모에게서 본 것처럼 자신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시간을 갖기 원한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일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물론 모든 직업이 디지털 전문직과 사무직처럼 이를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 요양사, 교사 같은 직업은 쉽게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 독일금속노조가 요구하는 전액 임금 보전을 보장하는 주4일제를 도입하지 못한다면 노동시간 단축은 곧 임금 감소를 의미하므로 이를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 Z세대는 언제 어디서 일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한다. 재택근무하는 네덜란드 Z세대 여성. REUTERS

부모 세대 닮고 싶지 않다
더 많은 개인의 삶과 더 적은 일에 대한 열망은 상당수 젊은이에게 있다. <슈피겔>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시베이(Civey)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8~29살 연령대의 절반 이상이 ‘부모 세대보다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39%는 ‘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한다’고 답했으며, 25%는 일을 단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묘사했다. 직업은 성취감이나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가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것이 젊은이들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청소년 연구자 클라우스 후렐만은 “취업은 Z세대에 더이상 베이비붐 세대와 같은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런 현상을 Z세대가 성장하면서 겪었던 위기에 대한 반응,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기후변화, 코로나19 기간의 통제력 상실 등에 대한 반응으로 본다. 많은 젊은이가 사생활만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일에 더 적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 Der Spiegel 2023년 제22호
Dre Neue Arbeitskampf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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