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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액 자산가 세금 번 돈의 2%뿐”
[INTERVIEW] EU세금연구소장 가브리엘 쥐크망 인터뷰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조세제도는 잘 돌아가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쥐크망은 말한다. 최근 미국 경제학회가 40살 미만 경제학자에게 주는 권위 있는 상인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John Bates Clark Medal)을 받은 조세 전문가 쥐크망을 만났다. 2020년 미국 대선 기간에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다 프랑스로 돌아온 그는 현행 프랑스 세제가 부자에게 유리하다고 비판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탈세를 막고 세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그동안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고액 자산가의 납세 회피를 막으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의 변화 방향이 올바르지 않다고 쥐크망은 꼬집는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12월 프랑스 낭트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람의 노란 조끼에 조세제도를 비난하는 이미지가 인쇄돼 있다. 프랑스 조세제도는 부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편되고 있다. REUTERS


프랑스 조세제도는 누진제인가.
딱히 그렇지 않다. 의무로 징수되는 세금(소득세, 사회분담금, 부가가치세 등)을 전부 살펴보면 프랑스 국민은 대체로 소득의 50%를 세금으로 낸다.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의무원천징수세율이 국민소득의 약 50%다. 하지만 엄청난 예외가 있다. 초고액 소득자인 프랑스 최고 부자들은 이 비율이 20~25%밖에 되지 않는다.
초고액 소득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나.
공공정책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0.0001%, 370가구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가구는 실제 적용받는 세율이 20~25%다. 이처럼 국민이 평균적으로 적용받는 세율과 크게 차이 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나. 소득세가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다. 소득세는 누진제를 떠받치는 초석이 돼야 한다. 현행 제도는 초고액 소득자에게 적정 세금을 매기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소득세만 놓고 보면 이 370가구에 적용하는 실질 세율이 2%에 지나지 않는다. 더 상위인 소득 1~37위 가구가 내는 세금은 겨우 0.2%다. 세금을 그보다 적게 내기도 힘들다.
 

   
▲ 2023년 4월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힌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그룹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그룹 경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 초고액 자산가가 내는 세금은 번 돈의 0.2%에 지나지 않는다. REUTERS

세계 최고 부자는 프랑스인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들 초고액 소득 가구는 재산 대부분을 대기업 지분이나 상장·비상장 기업 주식의 형태로 소유한다. 이들 기업의 주인이 대부분 홀딩컴퍼니(지주회사) 혹은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다. LVMH(루이뷔통모에에네시), 토탈 같은 그룹이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금에는 다른 자본소득(부동산, 주식, 예금 등 자산에서 얻는 소득)과 달리 30%의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주주가 개인이 아닌 지주회사여서 그렇다. 이들 회사는 진짜 주인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배당금을 투자한다. 초고액 소득자가 유일하게 내는 세금은 자신이 소유한 회사(홀딩컴퍼니)의 법인세다. 세계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법인세율은 최저가 경쟁에 치여 깎이고 있다. 2017년 33%에서 2022년 25%까지 떨어졌다. 초고액 소득자에게 부과하는 최소한의 세금마저 크게 줄어든 것이다.
370가구면 전체 납세자의 극히 일부다. 나머지 인구만 따지면 프랑스 조세제도는 누진제인가.
크게 보면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은 번 돈의 40~50%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프랑스 국민 모두가 세금을 많이 낸다. 프랑스 국민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이다. 이는 소득세만 가지고 하는 얘기다. 소득세 말고도 부가가치세, 사회보험료, 일반사회기여세(CSG), 사회부채환급기여세(CRDS)가 있다.
모두가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에서 소득 상위 5%부터 세금을 덜 내고 1%부터는 거의 내지 않는다. 그러면 세금을 둘러싼 합의에 문제가 생긴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높아야 한다. 세율을 정확히 얼마나 높일지는 논의할 수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현행 제도는 경제와 민주주의 관점에서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프랑스 조세제도는 불평등을 야기한다.
최근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성과 여성이 모두 프랑스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초고액 소득자에게 관대한 프랑스 조세제도와 무관하지 않다. 프랑스에만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부자에게 걷는 세금이 너무 적거나 아예 없는 나라는 또 있다. 에마뉘엘 사에즈와 한 연구에서 미국이 그런 나라로 밝혀졌다. 다른 연구에서는 네덜란드도 그랬다. 흥미로운 점은 부유하지만 서로 다른 세 나라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의무징수세율이 낮고 프랑스는 높다. 네덜란드는 그 중간이다. 이들 나라는 초고액 소득자에게 소득세를 제대로 걷는 데 실패하거나 한계가 있었다.
 

   
▲ 2019년 4월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쥐크망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서 ‘세계화, 세금, 불평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UC버클리 유튜브 갈무리

소득 바꿔치기
납세자 소득 상위 10%가 내는 소득세가 소득세 전체 수입의 70%를 차지한다.
현행 프랑스 세금 제도의 특징은 소득세와 일반사회기여세-사회부채환급기여세를 합쳐 부과하는 것이다. 일반사회기여세-사회부채환급기여세는 거의 모든 소득에 붙는다. 소득수준에 따라 세율이 바뀌는 게 아니다. 이 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부자가 내는 소득세가 세수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얘기는 소득이 일부 집단에 집중된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극단적으로 불평등한 세상을 상상해보자. 혼자 돈을 벌면 세금 낼 사람이 그 말고 누가 더 있겠는가!
자본소득에 단일세율(Flat Tax) 30%를 부과하기로 했을 때 고소득자가 절세를 목적으로 다른 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총리 자문기구 ‘프랑스 스트라테지’에 따르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프랑스는 조세제도의 중립성을 지키려 했다. 임금과 배당금에 동일하게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의무징수세를 모두 합하면 고소득자는 전체 소득의 65%를 세금으로 낸다. 이는 근로소득만 있을 때 세율이다. 자본소득에 단일세율 30%를 적용하고 2022년 법인세율을 33%에서 25%로 낮추면서 배당소득이 있는 고소득자에 대한 실질 소득세율이 50%로 떨어졌다. 15%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 격차는 최근에 생겼다. 2022년 이전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근로소득을 배당소득으로 바꾸려는 경향은 법인세를 25%로 낮춘 2022년 이후 눈에 띄게 심해졌다. 이런 현상을 지금부터 가까이서 지켜봐야 한다. 내가 우려한 점이 이런 것이다. 역사적으로 배당소득은 세율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프랑스는 1914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배당소득에도 소득구간에 따라 누진세를 매겼다. 이후 자본소득 세제가 개편됐다. 세율이 떨어지자마자 배당소득이 늘어났다. 1990년대 북유럽, 미국, 이스라엘은 그와 비슷하게 자본소득세를 개편했다. 결과는 같았다. 위험은 분명히 있다.

현대판 부유세
누진세를 강화하는 방법이 있나.
세 단계로 할 수 있다. 기본 해법은 소득세 탈세에 이용되는 홀딩컴퍼니와 페이퍼컴퍼니에서 회계를 투명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홀딩컴퍼니가 받는 배당금을 그 회사 주주에게 귀속하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그렇게 한다. 미국은 1920년대와 1930년대 법률을 제정한 뒤로 소득의 진짜 주인을 찾아 과세한다.
프랑스 조세법은 대부분 나라와 마찬가지로 ‘실질과세규정’(경제활동의 실제 주체와 내용을 따져 과세하는 규정)과 ‘악용방지일반규정’(탈세 목적으로 조세법을 악용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규정)을 정해놨다. 어떤 자금운용 행위의 주된 혹은 유일한 목적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이면 불법이다.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자금흐름을 복잡하게 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행위에 속한다. 이들 규정의 취지를 잘 살리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모든 배당소득을 빠짐없이 과세 대상에 넣었으면 다음으로 할 일은 소득구간에 따라 누진세를 매기는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시절에 이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 페이퍼컴퍼니들이 방해했다. 다음 단계는 더 대범하다. 초고액 소득자에게 세금을 걷는 것이다. 자본소득을 감추려는 유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021년 미국 비영리 인터넷언론 <프로퍼블리카>가 보도한 기사를 봐라.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는 소득이 너무 적다며 가족수당(저소득 가구에 주는 생활지원금)까지 신청했다. 심지어 그 수당이 나왔다.
가장 간단한 해법은 높은 소득에 직접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경제소득은 조작할 수 있다.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은 현대판 ‘부유세’(ISF)를 도입해야 한다. 부유세의 취약점은 잘 알려져 있다. 다시 짚어보면 세액공제 대상이던 영업재산을 너무 크게 정의했다. 또 다른 문제는 금융소득의 최대 70%에만 세금을 매긴 것이다. 부유세 부과 대상이 금융소득을 0으로 만드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새 부유세는 영업재산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고 세액 상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300만, 1천만, 2천만유로 등 한도를 정해 세액을 공제해줄 수 있다. 논의하면 된다. 소득이 어느 수준을 넘으면 부유세를 내야 하는지부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부유세를 낼 여력이 충분하다고 모두가 인정하는 지점이 있다.

숨겨진 재산 11조유로
인공지능(AI)이 탈세액 추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쓰지 않아 탈세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했을까? 그건 아니다. 프랑스 세무행정은 탈세 의혹이 있는 납세자를 특정해 세무조사를 한다. 하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는 탈세도 있다.
주도면밀하게 탈세를 막으려면 조사 대상을 미리 선별해 추적하는 기존 방식을 보완해야 한다. 대상 집단을 확대하고 무작위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다. 탈세액을 정확히 추산하는 것 외에 탈세 수법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과 덴마크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프랑스 감사원이 2019년 탈세 방지안 개선에 관한 보고서에서 탈세 수법 파악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조세회피처에 숨겨진 재산이 11조유로(약 1경5천조원)라는 사실이 ‘금융정보 자동교환’ 제도 덕에 알려졌다. 이를 좋은 성과로 볼 수 있나.
세계의 숨겨진 재산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OECD가 밝힌 정보로 알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다. 그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 혹은 어느 회사의 계좌인지는 알 수 없다. 11조유로가 어느 나라에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 어떤 재산이 숨겨져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금융정보를 제공한 나라에서 비거주자의 전체 금융거래 가운데 정보 교환 대상의 비중이 얼마인지 밝혀야 한다.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있을 것이다. 가령 스위스는 정기 금융정보 교환에 참여하는 나라다. 그런데 최근 미국 상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크레디스위스가 미등록 미국인과 계속 거래한다고 나와 있다. OECD 정보는 너무 개괄적이고 압축적이다. 지금 수준에서 금융정보 자동교환 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할 수 없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5월호(제434호)
Les très riches ne paient que 2% d’impôt sur le revenu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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