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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목표 조급한 투자 인건비 비싸고 내부 갈등
[BUSINESS] 오포의 반도체 개발 좌절- ① 원인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디사오후이 economyinsight@hani.co.kr

 

디사오후이 翟少輝 친민 覃敏 류페이린 劉沛林
<차이신주간> 기자
 

   
▲ 2021년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장에 마련된 스마트폰 업체 오포 홍보관. 야심 차게 반도체 개발을 추진해온 오포는 2023년 5월 개발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REUTERS

2023년 5월12일 정오 무렵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가 반도체 개발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4년의 세월과 3천여 명의 노력, 100억위안(약 1조8천억원)의 투자금이 거품으로 사라졌다. 오포의 반도체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저쿠커지(哲庫科技有限公司) 직원들에게 이 결정은 마른하늘 날벼락과 같았다. 바로 직전까지 모든 것이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4월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의 임대계약을 연장했다. 4월26일 저쿠커지는 신규 채용공고를 냈다. 채용 분야는 시스템 아키텍처와 디지털 디자인, 아날로그/무선주파수, 소프트웨어 알고리듬 등이었다. 5월6일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대학 채용행사 홍보도 했다. 베이스밴드 개발부서는 5월에 테스트용 칩의 테이프아웃(Tape-out)을 마쳤다. 테이프아웃은 반도체설계 회사가 제품 설계를 끝내고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양산을 위한 최종 설계도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5월11일까지도 저쿠커지 직원들은 정상 근무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 8시부터 회사에서 전자우편과 문자가 왔다. 회사 정보기술(IT) 시스템 업데이트를 위해 직원들의 각종 업무 권한을 제한한다는 안내였다. 5월12일에는 회사에 들어갈 수 없었다. 매월 열리던 전체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문자를 받고 무슨 일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회사가 문 닫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저쿠커지에서 2년 동안 근무한 직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격 통보
5월12일 오전 11시 저쿠커지의 ‘3인자’인 리쭝린의 진행으로 전체회의가 열렸다. 그는 모든 사람이 참석할 때까지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중대 사안’을 발표했다. 회의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포 최고기술책임자 겸 저쿠커지 최고경영자 류쥔이 오포 본사의 결정문을 읽었다. 신중한 논의 끝에 저쿠커지의 운영을 중단하고 반도체 개발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10초 정도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눈물을 삼키며 시 구절을 읊었다. “자고로 다정함은 헛되이 한스러움만 남기고, 좋은 꿈에서는 쉽게 깨어난다.”(自古多情空餘恨,好夢由來最易醒) 청나라 시인 위자안이 쓴 시의 일부다. 노력해도 목표를 거두지 못하고, 아름다운 꿈은 쉽게 깨진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와 휴대전화 업계 상황이 비관적이고 회사의 매출액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반도체 개발 투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류쥔 최고경영자가 설명한 저쿠커지 운영 중단의 이유다. 그는 이번 결정이 저쿠커지 직원들의 업무 성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포는 성명에서 세계 경제와 휴대전화 시장의 불확실성 앞에서 내린 힘든 결정이었다며 관련 사무를 원만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외부 환경의 압박 외에 저쿠커지 내부의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기술과 제품 측면이다. 저쿠커지는 영상 처리용 칩 마리실리콘(MariSilicon) X와 블루투스 칩 마리실리콘 Y를 출시했다. 하지만 주목표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저쿠커지 중간관리자는 “2023년 3월 모바일 AP 테이프아웃을 마쳤지만 처음 계획보다 반년 이상 지연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은 류쥔 저쿠커지 최고경영자와 임원 주상쭈가 오랫동안 맡았으나 기술 부서들의 조율이 부족했다.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주상쭈는 부서 간 장벽과 원활하지 못한 직원들의 업무협력을 언급해 조직의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 2022년 10월 미국 워싱턴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기소 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중국인들에 대한 처벌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을 가질 수 없도록 제재를 강화했다. REUTERS

야심 찬 자금·인력 투입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오포가 높은 연봉을 주고 영입한 외부 인력에 의존해 비용이 많이 든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들여왔고 내부 융합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동안 적잖은 직원이 스스로 떠났다. 반도체 개발 사업의 규모가 너무 크고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한 것도 무리였다. 반도체 개발은 수익 없이 비용만 발생하는 ‘코스트 센터’(Cost Center)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가장 먼저 ‘칼을 들이댄’ 대상이 됐다.
저쿠커지의 운영을 중단한 날 오포의 주요 투자자인 돤융핑은 소셜미디어에 “잘못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하고, 지금 치르는 것이 최소의 대가일 것”이라는 글을 적었다. 며칠 뒤 그는 “전자제품 제조사 BBK(步步高)에서 독립한 계열사인 오포와 비보(vivo), 샤오톈차이(小天才) 등이 여러 사업을 비슷한 방법으로 정리했다”며 “저쿠커지가 우리가 정리한 첫 번째 사업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의 반려동물 육성 게임과 홈시어터 스피커, 텔레비전 등이 중단된 사업에 속한다.
오포는 휴대전화 제조사 가운데 반도체 개발의 선봉장이었다. 반도체 개발 사업에 세계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해구인 ‘마리아나’(Mariana)라는 이름을 붙여 깊이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결심을 내보였다. 오포의 반도체 사업 관계자는 “오포가 사업 필요성 때문에 반도체 개발을 시작했다”며 “미국의 제재에 따른 반도체 품귀 현상을 우려해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근 각 기업의 휴대전화가 비슷해지고 시장점유율 증가세가 주춤해지자 오포는 반도체를 개발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기르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고급형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었다.
2019년 8월 오포는 자회사 저쿠커지를 설립했다. 12월에는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던 천밍융 오포 창업자가 직접 3년 동안 500억위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씨와이즈(芯謀研究)는 직원 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저쿠커지는 중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반도체설계 회사이며,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비용을 100억위안 가까이 투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오포의 반도체 사업 관계자는 “오포가 반도체 개발을 조급하게 서둘렀다”고 지적했다.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해마다 10억위안씩 10년 연속 투자하는 것과 한꺼번에 100억위안을 투입하는 것의 결과는 다를 것이다.”
이만큼 규모가 큰 반도체 개발 사업이 갑자기 중단된 데 따른 여파는 휴대전화 업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집적회로 분야 교수는 “오포의 반도체 사업 ‘손절’이 업계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흑자로 전환하지 못한 기업이 ‘저쿠커지도 망했는데 우리가 제품 생산라인 하나 또는 부서 몇 개를 정리하는 게 큰일이겠는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오포는 자체 자금으로 반도체 개발에 나섰기 때문에 과감하게 사업을 접었다. 하지만 외부 자금을 조달해 연명하는 반도체 기업은 상황이 어려워져도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제재 여파
2014년 국무원은 ‘국가 집적회로 산업발전 추진요강’을 발표하고 자본과 인력의 반도체 산업 투입을 독려했다. 같은 해 9월 정부가 1천억위안 넘는 국가 집적회로 산업 투자기금(國家集成電路産業投資基金)을 조성하자 마치 ‘강심제’를 주사한 것처럼 투자 자본이 유입됐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동력을 제공했고 창업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2018년 이후 중국 통신장비제조사 ZTE와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자 반도체 공급 중단 위협이 기업들의 민감한 신경을 건드렸다. 중국 반도체가 그 빈자리를 대체하리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정책과 자본의 지원 속에 전국 각지에서 반도체 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중국의 반도체설계 기업은 3천 개가 넘는다. 오포가 반도체 개발을 중단하자 업계에서도 사업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반도체 분야가 당분간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마찰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 속에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각종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2022년 10월에는 무려 139쪽에 이르는 수출규제 정책을 발표해 반도체 연산능력과 대역폭, 제조공법 등 정량화된 지표를 동원해 관련 기업의 중국 수출을 막았다. 미국은 ‘세 가지 기준’을 적용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을 제한했다. 16나노미터(㎚) 또는 14㎚ 이하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FinFET 혹은 GAAFET)의 로직 반도체와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기술과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한 것이다. 중국 반도체설계 기업이 연산능력 4800TOPS(초당 1조 회) 이상, 전송속도 600GB/s 이상인 칩을 설계했을 때는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하려 해도 미국의 규제를 받는다. 반도체를 개발하는 중국 기업 앞에 보이지 않는 ‘천장’을 설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 財新週刊 2023년 제20호
OPPO芯猝死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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