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사오후이 翟少輝 친민 覃敏 치잔닝 戚展寧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 산시성 시안에 있는 BYD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로봇.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인 중국에서 2021년 새로 도입된 산업용 로봇은 약 27만 대로 세계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REUTERS

“중국 완성차 제조사 BYD(比亞迪) 공장에 들어가면 믿기 힘든 수준의 로봇 사용률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5월5일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 전문회사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99살 고령인 찰스 멍거 부회장은 “세계에서 로봇의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BYD 공장에서 사용하는 로봇은 대부분 산업용 로봇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관심을 집중시킨 인간형 로봇과 달리 산업용 로봇은 정밀도와 강도,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제조업 자동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용 로봇은 주로 로봇팔 형태이며, 외형은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산업용 로봇은 1950년대에 탄생해 유럽, 미국, 일본에서 제조업과 함께 발전했다. 1980년대부터 활용 방안을 모색한 중국은 21세기 들어 대규모로 상용화했다. 산업용 로봇은 수십 년간의 성장 과정을 거치며 시장 규모를 키웠다. 시장조사업체 ‘어스튜트 애널리티카’(Astute Analytica)는 2022년 182억달러인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가 2031년 1514억달러로 늘어 연간복합성장률이 27.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이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2021년 새로 도입된 중국의 산업용 로봇이 26만8200대로 세계 시장의 51.9%를 차지했다. 중국전자학회는 중국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가 2024년 115억달러로 늘어 2020~2024년 연간복합성장률이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급신장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야스카와전기, 화낙(FANUC), 쿠카(KUKA), ABB 등 국제 기업이 주도한다. 중국 시장에서도 외국 브랜드의 비중이 60% 넘는다. 시장조사업체 MIR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중국 시장의 산업용 로봇 출하량 상위 20개 제조사 가운데 12곳이 외국 기업이었다. 화낙이 1위 자리를 지켰고 야스카와전기와 엡손, 쿠카가 뒤를 이었다. ABB는 6위로 떨어졌다. 10위권에 든 중국 제조사는 5위 에스툰(ESTUN, 埃斯頓)과 7위 이노밴스(INOVANCE, 匯川技術)뿐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제조사가 외국 대기업에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중국 전자·전기산업의 경쟁력과 전통 제조업의 고도화 수요가 기반이 됐다. MIR에 따르면 2015~2022년 중국 산업용 로봇 국산화 비율이 17.5%에서 35.5%로 늘었다. 중국 제조사들은 2022년 좋은 실적을 거뒀다. 에스툰의 매출액과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28.49%와 36.28%였다. 산업용 로봇·스마트제조 사업 매출액이 41.16% 늘었다. 일본 기업인 화낙과 야스카와전기의 매출액 증가율은 16%, 스위스 ABB는 2%, 중국 가전업체 자회사가 된 독일 쿠카는 18.6%였다.
중국 제조사가 성장한 배경에는 공급망 혼란의 영향으로 외국 브랜드가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하지 못한 상황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직원을 구하지 못한 전통 제조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공장 자동화를 서두른 점도 작용했다. 외국 브랜드에 견줘 중국 브랜드는 소형 로봇을 많이 내놓았다. 가성비를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흡수했다. 협동로봇과 이동로봇 분야는 외국 제조사와 거의 동시에 진입했기에 중국 제조사도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술과 인재 부족의 한계로 중국 산업용 로봇은 오랫동안 단순 분야에 머물렀지만 최근 상황이 변하고 있다. 에스툰 산하 로봇엔지니어링 자회사 총경리를 맡았던 왕제가오 IFR 집행위원회 위원은 “이송, 적재, 원료 주입, 단순 용접 등에 한정됐던 국산 산업용 로봇이 지금은 조립, 연마, 접착, 도장 등 수준 높은 분야로 범위를 확장했다”며 “외국 로봇 제조사가 독점했던 분야에도 진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과 품질 요건이 까다로운 대형 로봇 분야에서 외국 브랜드에 도전하려면 운영체제와 알고리듬의 격차 등을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핵심 부품 생산에서 중국 공급망이 넘지 못한 난관이 아직 많다. 또 2022년 4분기부터 경기둔화의 영향이 산업용 로봇 분야까지 미쳐 2023년 1분기 대다수 제조사의 실적이 부진했다.
산업용 로봇의 성장은 제조업 발전과 밀접하게 연계됐다. 전자·전기 장비는 산업용 로봇의 최대 응용 분야다. IFR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전자·전기 산업의 신규 로봇 도입량이 전체 산업의 26.5%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이 비율이 32.8%였다. 중국은 전자·전기 장비 제조 대국이다. 특히 3C(컴퓨터·통신·소비전자) 분야는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높고 스마트 제조 공정을 적극 도입했다.
 

▲ 2021년 8월 미국 미시간주 오번힐스에 있는 화낙 공장에 배달을 앞둔 산업용 로봇이 쌓여 있다. 화낙은 세계는 물론 중국 시장에서도 1위인데, 10위권에 든 중국 업체는 두 곳뿐이다. REUTERS

3C 고지
2023년 1월 세계경제포럼과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선정한 세계 132개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 폭스콘의 중국 공장 5곳과 위스트론(Wistron) 공장 2곳이 포함됐다. 가전 분야 하이얼그룹(海爾集團) 공장 6곳과 메이디그룹(美的集團) 공장 5곳도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말한다.
메이디그룹의 스마트 제조 전문가 구샤오춘은 “가전업계의 자동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노동집약형 생산방식을 유지한 가전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가전업계는 상대적으로 원가에 민감해 스마트 제조로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야 했다. “메이디그룹의 마그네트론(Magnetron)과 압축기, 모터 등 핵심 부품 분야는 이미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실현했다. 자동화 비율이 낮은 단계에도 나사 조립, 이송, 적재, 레이블링, 포장, 검수 등 표준공정에 로봇을 도입했다. 메이디그룹은 2020년부터 로봇을 대량 투입했다. 200대 미만이던 로봇 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가 3년 만에 500대로 늘었다.”
천구이순 이노밴스 로봇제품부 책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애플과 화웨이 주도로 중국 전자산업 가치사슬이 빠르게 성장했고 거대한 자동화 수요를 낳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조립, 테스트, 포장 단계에서 산업용 로봇을 사용한다. 이노밴스는 전자 분야에서 시작해 수직다관절 6축 로봇(Six-axis Robot)과 수평다관절 로봇인 스카라(SCARA) 등 소형 로봇을 개발해 보급했다. 왕페이리 UBS증권 중국 기계산업 애널리스트는 “전자산업의 로봇 수요는 자동차산업보다 적다”면서도 “소형 산업용 로봇은 활용 범위가 넓어 중국 제조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반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전통 제조업은 산업용 로봇 도입률이 낮고 수요도 적어 중국 브랜드에 기회를 제공했다. 왕페이리는 MIR 자료를 인용해 “2017~2022년 중국 소형 로봇의 시장점유율이 늘었다”며 “6축 로봇의 점유율이 18%에서 39%, 스카라 로봇은 25%에서 33%로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
천구이순 책임자는 “중국 브랜드가 제품 성능을 개선해 외국 브랜드와의 격차를 좁혔고, 기능과 품질이 대부분의 작업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국제 정세의 변화와 기업의 원가절감 수요에 따라 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생겼다. 제조업의 구인난과 코로나19 사태는 기업의 자동화 수요를 자극했다.”
왕페이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자동화의 ‘촉매제’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은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할 때 생기는 불확실성을 인식했다. 2022년 경제성장세가 둔화하고 기업 지출이 감소했지만 2023년부터 기업 투자, 특히 생산공정 자동화 투자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외국 대기업이 공급망 부족 사태를 겪고 제품 인도를 계속 연기하자 중국 브랜드에 기회가 찾아왔다. 왕페이리에 따르면 2022년 중국 로봇 제조사는 한두 달 만에 제품을 인도했지만, 외국 브랜드 제품은 2~3분기 기다려야 했다. 2023년에 외국 브랜드도 제품 인도 기간을 단축했지만 여전히 중국 브랜드보다 오래 걸렸다. 왕페이리는 “2023년에 중국 시장 수요가 살아나면 외국 브랜드가 집중 공세를 펼 것”이라며 “외국 공급망 문제가 개선되면서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 브랜드가 늘어나는 외국의 자동화 수요에 집중해 중국 시장 경쟁은 오히려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 상승 흐름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구샤오춘은 “3C 분야에서 사용하는 소형 로봇을 보면 성능, 정밀도, 내구성 등에서 중국과 외국 브랜드의 격차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작업 정밀도와 품질 기준이 높지 않은 공정에 중국 로봇을 사용한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수입 로봇은 확실히 비싸다.”

ⓒ 財新週刊 2023년 제19호
工業機器人國產化提速
번역 유인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