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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이제 시간이 없다
[Special Report]
[12호] 2011년 03월 01일 (화) 카린 핀켄첼러 economyinsight@hani.co.kr

카린 핀켄첼러 Karin Finkenzeller <디 차이트> 기자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시기.’
스페인 중앙은행 입구에 걸린 이 짤막한 문구는 앞으로 몇 주가 스페인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미겔 앙헬 페르난데스 오르도네스 중앙은행장이 주택담보대출로 손해를 본 스페인 금융기관이 기본자본비율을 각각 얼마로 유지해야 하는지 발표했다.
금융기관은 최소 8%로 상향 조정된 기본자본비율을 오는 3월 말까지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개인 투자자를 유치할 수도 있고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지분을 매각하거나 공적 자금을 요청할 수도 있다.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는 스페인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지속적인 회의와 의혹을 종식시키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몰락한 은행으로 인해 스페인이 아일랜드 다음으로 유럽연합(EU) 구제금융의 후보가 될 것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평가기관을 그렇게 쉽게 확신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무엇보다 저축은행 개혁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징후를 보고 최근 스페인 국채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전 단계로 간주된다(또 다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 3월11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a1에서 Aa2로 1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향은 스페인 부채 문제를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시키면서 EU 회원국에는 악몽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한다. 유로존 내 4대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수십억유로에 달하는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아마 유럽 구제금융이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기본자본(Tier1)이란 자기자본의 가장 확실한 형태를 말한다. 스페인의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바르셀로나의 라카이사(La Caixa) 은행만이 한 번에 이 장애물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저축은행은 부동산 붐이 지속된 10여 년 동안 마구잡이로 아무에게나 대출해주었기 때문에 2007년 거품이 터진 뒤 ‘부실’로 등급이 하향되면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물려 부실화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이 있는 부동산 대출액은 지난해 말 약 1천억유로로 집계됐다. 이는 저축은행 장부에 드러난 담보대출액 2170억유로의 46%에 해당한다. 대출 연체로 채무자 수천 명이 재산을 압류당했지만 주택은 많이 할인해줘야 겨우 팔리는 실정이다. 특히 위험한 것은 지역별로 설립된 부동산 개발업체에 집행된 400억유로의 자금이다. 이 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수주를 받아 건축 부지를 개발할 작정이었다. 영국의 다국적 부동산회사인 나이트프랭크의 호세 루이스 미로는 “이 대지 위에 주택 수백만 호를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완공된 주택조차 분양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에 달할 때 스페인에서는 매년 주택 80만 호가 건설됐다. 이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서 건설된 주택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하지만 주택 수요는 고작 40만 호에 머물렀다. 지역별로 설립된 45개 저축은행이 중앙은행의 압력으로 지난해 말까지 17개 대형 업체로 합병됐다. 대형 은행은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다. 하지만 금융시장에는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개인 투자자에게 지분을 개방하도록 강제적 조치가 뒤따랐다. 수익 압박을 받지 않는 사립 재단으로 존재해온 스페인 저축은행은 이제 부분적인 국유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저축은행연합회(CECA)와 중앙은행의 고위급 임원들은 투자자와 글로벌 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이 은행들에 투자 메리트가 있다는 점을 호소하는 순회 로드쇼에 나섰다. 정부 수장인 사파테로조차 요란하게 홍보하며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 국빈 방문을 통해 4억5천만유로 이상을 유치해 돌아왔다. 하지만 이는 저축은행에 신규 자금 200억유로의 수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 중앙은행의 기대치에 비하면 아직 너무 적은 액수다.
미국 금융회사 메릴린치에 따르면 필요한 액수는 이보다 두 배가 넘는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500억유로까지 예상한다. 무디스의 시니어 분석가인 알베르토 포스티고는 신속한 사태 해결에 대한 희망을 경계한다. “우리는 스페인 금융기관이 시장의 새로운 신뢰를 얻도록 하려는 정부 계획의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스페인 정부의 은행구조조정기금Tip & Tap이 기대하던 개인 투자자를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스페인은 이를 위해 새로운 부채를 져야 한다. 얼마나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할지는 스페인 국채의 신용등급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다.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이미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CECA의 요구에 자본확충의 데드라인을 연기해주었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원래 데드라인은 오는 9월 말이었다. 증시 상장을 계획한 저축은행은 데드라인이 연장됨에 따라 2012년 3월 말까지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분석가는 “재자본화가 기대한 것보다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래서 저축은행이 올봄에 예정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유화 피하려 시간 끄는 저축은행들
몇 년 전 인더스트리얼홀딩스를 증시에 상장시킨 카탈루냐의 라카이사에 이어 마드리드의 저축은행 카하마드리드, 여섯 저축은행의 합병을 통해 생겨난 최대 저축은행이 증시에서 자본을 조달하려 한다. 지난 연말 미국 투자업체 크리스토퍼플라워스로부터 투자를 거부당한 방카시비카나 방코마레노스트룸 같은 소규모 은행들도 부분 국유화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식시장에서 모색하고 있다. CECA는 “모든 저축은행이 개인 투자자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에게 ‘유동성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스페인 경제는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 목표 1.3%를 단순히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치부한다. 유럽중앙은행이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스페인의 경기회복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신용평가기관들이 해결책에 대한 희망을 뺏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 Die Zeit·번역 김지현 위원

[ Tip & Tap ]
은행구조조정기금(FROB)  : 스페인 정부가 은행 구조조정과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6월 설립했다. 990억유로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은행의 회생 노력이나 예금보호기금의 지원에도 정상화가 안 되는 경우 합병·영업양도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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