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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용 지표 파란불 인구·생산성 감소 덕분
[ANALYSIS] 완전고용 설레는 유럽- ① 현황과 배경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로랑 자노 economyinsight@hani.co.kr

 

로랑 자노 Laurent Jeanneau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3년 5월4일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스칸디나비안 XPO 컨벤션센터에서 유럽연합 고용·사회장관들이 비공식 모임 도중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용 상황이 개선돼 완전고용에 이른 유럽 나라가 10개국에 이른다. REUTERS


그때를 기억하는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실업률로 향해 있던 시절 말이다. 실업률은 정책 성패를 가늠하는 유일무이한 척도였다. 선출 의원들은 실업률 곡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기적 같은 해법을 바라는 유권자들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에겐 임기 내내 다음과 같은 물음이 꼬리처럼 붙어 다녔다. ‘올랑드 대통령은 공약대로 실업률을 반전시킬 수 있을까?’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2015년 중반 질문의 대답이 ‘그렇다’로 확인됐다. 그 순간 실업 문제는 감시망에서 사라졌다. 그런 성공에도 올랑드는 재선에 나설 용기를 내지 않았다.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길을 내줬다.

실업률 가파른 내림세
실업 걱정이 줄었다. 유럽 곳곳에서 좋은 소식이 들린다. 유로파운드(Eurofound) 보고서를 보면 “보건위기 이후 경기가 빠르게 회복했다. 노동시장의 주요 지표가 21세기 초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고 나와 있다. 유로파운드는 생애와 근로 조건 향상 분야를 담당하는 유럽연합 기관이다. 보고서는 또 “한 세대 만에 인력난이 실업보다, 일자리 공급이 수요보다, 해결이 시급한 정책 과제가 됐다”고 분석한다. 유로존에서 전체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는 6.7%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실업률이 이렇게 낮은 적이 없었다. 실업률은 2020년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으로 온 경제가 봉쇄됐을 때 8.5%로 정점을 찍었다. 그것도 이젠 옛날 일이다.
독일 연방노동사무소 노동시장·직업연구소(IAB)의 연구원 엔조 웨버는 “코로나19 유행기는 극도의 침체기였다. 봉쇄 기간에 빠르게 추락한 경제활동이 또 빠르게 회복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드디어 사라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유로존 평균을 따지면 그렇다. 물론 대륙 남부에 있는 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2008년 워낙 큰 충격을 받은데다 공공부채 위기가 연이어 덮쳤다. 유로존 전반의 상황은 좋지만 나라별 차이가 크다. 스페인이나 그리스의 실업률은 여전히 12%를 웃돈다. 폴란드와 체코공화국은 3% 미만이다.
그래도 대체로 실업률이 상당히 감소했다. ‘불량 학생’으로 알려진 나라에서 감소세가 특히 가파르다. 2019년 말~2022년 말 실업률 추이를 보면 그리스(-5.2%포인트)와 스페인(-1.6%포인트)이 가장 많이 개선됐다. 이탈리아 역시 전망이 밝다. 이탈리아 고용청 자회사인 ‘안팔 세르비치 스파’(ANPAL Servizi SpA)의 크리스티나 타자니 대표는 “노동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23년 1월 기업이 공급한 일자리는 50만 개 정도다. 2019년에 견줘 14% 높다”고 말했다.
 

   
▲ 자료: 프랑스 통계청(Insee), 프랑스와 OECD 국가 연속고용조사

역대 최고 고용률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19개 나라에서 코로나19 전보다 실업률이 떨어졌다. 시장 상황이 나빠진 나라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핀란드, 크로아티아밖에 없다. 완전고용(실업률 5% 미만) 상태에 이른 회원국은 10개국이다. 실업률 5%는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완전고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점이다. 완전고용의 성배를 든 나라는 오스트리아, 덴마크, 아일랜드, 독일 등이며 폴란드도 포함된다.
하지만 실업률만 따져서 완전고용을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 분석전망부장 에리크 에이에는 지적한다. “실업률 감소가 실제로 긍정 신호가 되려면 고용률 증가와 맞물려야 한다. 그게 아니면 일부 경제활동인구가 일할 의지를 잃고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것이다. 그런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이는 실업률을 인위로 떨어뜨린다.”
고용률 조건은 현재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떨어지는 동시에 고용률이 올라가는 추세다. 유럽연합 역내 일자리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말 일자리 수가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에 견줘 370만 개 늘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 역시 2022년 3분기 잠깐 하락한 뒤 최고치를 나타냈다. 2022년
9월 유로존 고용률은 69.5%로 3년 전보다 1.8%포인트 늘었다.
벨기에 자산관리회사 캉드리앙(Candriam)의 경제연구부장인 프랑스 경제학자 플로랑스 피사니는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활동인구 중심에 있는 25~54살 고용률을 보면 독일이 86%로 매우 높다. 독일 이외 유로존 회원국의 평균도 역대 최고치(81.2%)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보다 높다. 54~65살 고용률은 훨씬 낮지만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유로존 평균이 62.9%, 독일은 73.8%까지 올랐다. 인력 수급이 빡빡해졌다.”

인구 줄고 생산성 떨어져
간단히 말해 고용 지표가 전부 파란불이다. 장기 실업률과 불완전 고용률이 모두 떨어지는 추세다. 이렇게 지표가 안정화한 배경이 무엇일까. 첫 번째로 고려할 요소는 인구다. 유로존에서 2021년 15~64살 인구는 전년 대비 0.6% 줄었다. 유럽연합은 그 비율이 0.7%다. 이탈리아(-1.9%), 슬로베니아(-1.9%), 폴란드(-1.2%), 독일(-0.5%)이 유독 인구 감소폭이 컸다. 프랑스도 -0.3%로 예외가 아니다. 에리크 에이에는 “1980년대 노동연령 인구가 꽤 빠르게 늘었다. 실업률을 낮추려면 실업자 수만큼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인구가 줄거나 그대로면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가 훨씬 쉽다. 일자리를 덜 만들어도 된다”고 말했다.
인구감소와 맞물려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달리 말해, 물자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량이 전보다 천천히 줄어든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결국 사람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오늘날엔 성장률을 전만큼 높게 유지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에이에는 설명했다. “종합하면 이렇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거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성장률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 이를 거칠게 해석하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성장률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유럽 어느 나라나 그런 상황이다.”
실제로 노동시장 사정은 경제활동 상황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유로존 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 2022년 4분기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은 3분기 대비 고작 0.1% 늘었다. 3분기 증가율도 0.3%밖에 되지 않았다. 2023년 초에도 성장률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 사이에서 우세하다. 경기가 나쁘고 생산성 향상 속도가 느리다. 생산성이 하락하는 곳도 많다. 프랑스가 특히 심각하다. 2022년 3분기 1인당 생산성은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 훨씬 낮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에 견줘 3.8% 감소했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경기회복 속도보다 빠르다는 뜻이다.
에이에는 “생산성이 외려 떨어질 때 파급력이 세다”며 “최근 일자리 증가는 생산성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연구소 나틱시스(Natixis)의 파트리크 아르튀스 소장도 같은 의견이다. “생산성 하락은 기업이 이를 상쇄하려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고용률의 전반적 증가는 저숙련 실업률이 가장 많이 떨어지거나 저숙련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만큼 긍정적이다.” 유로존에선 저학력자 실업률(2022년 3분기 11.7%)이 평균 실업률보다 아직 2배 높다. 그래도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2021년 초 대비 -3.1%포인트).

예고된 완전고용
“이런 현상이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에이에는 말했다. “생산성이 떨어진 채로 있을 수 없다. 생산성을 다시 끌어올리려 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생산성이 회복될 것이다.”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가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2023년 실업률이 다시 오르리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플로랑스 피사니 역시 유로존에서 일자리가 지금처럼 많이 늘어나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더 강도 높은 통화긴축으로 이 추세를 부추길 것으로 본다.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럽 노동연령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2030년 이탈리아 경제활동인구가 198만 명 감소하리라 전망한다. 크리스티나 타자니는 “거시경제 면에서 커다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유럽 어느 나라나 사정이 비슷하다. 물가, 원자재 비용, 국가 GDP, 세계 GDP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탈리아의 최대 문제는 인구감소다. 출생률이 하락해 노동시장에 그 영향이 바로 전해졌다”고 말했다.
독일도 2023년까지 노동연령 인구가 7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독일 노동시장연구소(IAB)는 내다봤다. 프랑스 통계청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지금부터 20년간 경제활동인구가 더디게 증가하다가 2040년 감소세에 들어선다. 에릭 에이에는 말했다. “완전고용은 여지없이 실현될 것이다. 인구 때문이다. 물론 유럽 여러 나라에서 연금제도를 뜯어고치면 얘기는 달라진다. 프랑스처럼 말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5월호(제434호)
L’Europe en route vers le plein-emploi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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