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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국내 성공 발판 유럽 시장 공략 시동
[FOCUS] 중국차, 도제에서 장인으로- ① 선전포고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크리스토프 기젠 economyinsight@hani.co.kr

 
지난 몇십 년간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석권했다. 그런데 이제 웨이라이자동차(Nio)와 지리자동차(Geely) 등 중국 회사들이 반격하고 있다. 이 회사들이 생산하는 자동차는 중국 국내 시장에서 외국 자동차보다 더 인기 있고 머지않아 유럽 시장도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독일 자동차회사들이 중국에서 배워야 할까.

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웨이라이자동차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리빈이 2023년 4월17일 상하이국제모터쇼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일론 머스크’로 불린다. REUTERS


그는 중국의 일론 머스크로 불린다. 그럴 만하다. 억만장자이고 고향에서는 팝스타처럼 대중의 환호를 받는다. 그리고 그가 설립한 신생기업은 테슬라와 흡사하게 독일 자동차산업에 도전할 것이다. 신경질적이고 호전적이며 때로는 광적인 머스크와 달리, 중국 전기자동차 생산 기업 웨이라이자동차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윌리엄 리(중국명 리빈, 48)는 조용하고 예의 바르며 자제력이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4월 중순에 열린 ‘2023 상하이국제모터쇼’에서 검은 면바지와 재킷, 몸에 꼭 맞는 셔츠를 입고 회사 전시관 앞에 선 그의 모습을 사람들은 잘 볼 수 있었다. 우유 거품처럼 하얀 색깔로 된 멋진 디자인의 전시관은 미확인비행물체(UFO)와 닮았다. 빨간색 폴로셔츠를 입은 수백 명의 남녀 고객에게 리빈 회장은 허리 굽혀 인사했다. 이들은 이 행사를 돕겠다고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리빈 회장은 보여주기용이라도 이런 겸손을 보일 만했다. 웨이라이의 세단형 전기차 모델 ET5가 상하이에서 2023년 1분기에만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베엠베(BMW) 3시리즈, 아우디 A4 차종과 비슷한 판매 수치를 기록했으니 말이다.
 

   
▲ 2023년 4월19일 상하이국제모터쇼에서 관람자들이 웨이라이자동차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웨이라이는 전기차 모델들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REUTERS

불편한 현실
리빈 회장은 성공의 여세를 몰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에 선전포고를 했다. “중국 상하이는 자동차 소비를 주도하는 시장이다”라는 그의 말은 품위가 있었지만 내용은 단호했다. 내수시장에서 외국 브랜드를 몰아내겠다는 이 경쟁 전략은 머지않아 중국 다른 지역의 자동차시장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리빈 회장은 원대한 야망을 품고 있다. 그는 고급차 생산 기업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대중적인 자동차 시장 전체를 정복하려 한다. 그는 <슈피겔>에 앞으로 두 개의 새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인데 그중 하나는 확실하게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리빈 회장은
“3만유로 이하 가격대 시장을 뚫고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의심을 일거에 해소하려는 듯 덧붙였다. “그렇다. 우리는 가격 면에서 폴크스바겐을 지금보다 훨씬 강력히 공략할 것이다.”
처음에는 일론 머스크를, 이제는 중국인들을…. 독일 자동차업체의 상황은 서서히 불편해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기업들은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을 석권했다. 대중적인 승용차를 중국으로 가져온 것도, 중국 현지에서 생산 파트너에게 어떻게 좋은 자동차를 생산하는지 기술을 전수한 것도 다 이 기업들이었다.
그런데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이들은 세계시장의 주변부로 내몰렸다. 전기차 시장의 80%가 그사이에 중국 생산업체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중국에 있는 외국기업으로서 전기차 판매에서 아직 정상에 있는 회사는 미국의 테슬라뿐이다.
많은 독일 자동차기업 사장들은 중국이 시장질서를 재편하는 속도에 충격받았다. 샤오펑자동차는 2014년 설립된 신생기업으로 불과 몇 년 사이에 가격과 기술 양면에서 서구의 자동차보다 우월한 전기차 모델을 개발했다. 배터리와 자동차 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BYD그룹은 2023년 1분기에 비로소 중국에서 폴크스바겐을 1등 자리에서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아우디의 최고경영자(CEO) 마르쿠스 뒤스만은 “독일 자동차산업이 중국 기업의 강력한 경쟁력을 과소평가했다”고 시인한다.
웨이라이, 샤오펑 등의 기업에 중국 국내 시장은 먼 길의 첫걸음일 뿐이다. 이 신생기업들은 그다음으로 폴크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본고장(독일)을 정복할 계획이다. “2020년대 말까지 유럽에서 주도적인 전기차 생산자가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는 보유하고 있다.” 이제 갓 2년 된 지리자동차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의 유럽 시장 사장인 스피로스 포티노스는 단언한다.
이는 특히 독일 기업에 수십억유로의 수익과 수만 개의 일자리 등 많은 것이 걸려 있다. 독일 기업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고 독일의 최고경영자들은 비공식 대화에서 터놓고 이야기한다. 폴크스바겐그룹만 보아도 최근 세계의 중심이라는 나라(중국)에 자동차 3200만 대를 팔았다. 이는 이 회사 연간 총판매량의 40%다. 폴크스바겐 중국 지사장 랄프 브란트슈테터는 “중국에서 사업하면 마진이 매우 크다”면서 “그것이 바로 전세계가 중국에 기술투자를 한 토대였다”고 설명한다.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 앞으로 얼마큼의 이익을 거둬들일지는 차차 드러날 것이다. 최근 일기 시작한 창업 물결은 파괴적인 가격 전쟁을 일으켰다. 전기차 생산자 모두가 이 전쟁판에서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판매 기회를 지나치게 낙관한 결과 중국의 자동차 생산자 전체가 ‘대규모 생산 과잉’ 문제에 시달린다고 독일의 중국자동차시장 전문조사 회사(JSC Automotive)는 경고한다. 중국 자동차공장의 가동률은 2022년 평균 49%였다.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려면 가동률이 80% 돼야 하는데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자동차회사는 현재 테슬라와 중국의 시장 선도 기업 BYD뿐이다. 두 회사는 자동차 가격을 할인할 여유가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동차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고급차 생산 회사조차 경쟁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우디 CEO 뒤스만은 “ 중국에서 이전에는 전혀 경험한 적이 없는 기술 전쟁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쪽 선수들은 그들의 차량에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후 “생산비도 채 되지 않을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국 지부장 후베르투스 트로스카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차량 세 대를 골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본사로 보냈다. 새롭게 등장한 경쟁기업의 기술 발전 양상을 독일 기술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가 선택한 모델은 샤오펑 한 대, 웨이라이 한 대, 그리고 하이파이(HiPhi)의 고급 스포츠실용차(SUV) 한 대였다.
중국 사람들이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이해했다고 아우디 뒤스만 CEO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최상의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혁신임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뒷좌석 지붕을 위로 여는 것 같은 하이파이의 단순한 특징일지라도 말이다.
자동차 대기업 사장들을 걱정스럽게 하는 공포의 시나리오는 무엇보다 지정학적 상황 변화다. 지금까지 여러 번 협박해온 대로 중국이 가까운 섬나라 대만을 합병한다면 이에 대해 서구 국가들이 제재함으로써 폴크스바겐을 비롯한 여러 자동차기업은 사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지어 사업할 수 없는 사태가 닥칠 수도 있다. 동서 진영 간 긴장이 고조되면 세계경제는 7~ 10% 하락할 수 있다고 회자된다.
에카르트 폰 클래덴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석로비스트다. 클래덴은 이 위험을 잘 안다면서 그렇다고 양 진영이 연결을 끊어버린다면 이는 죽음이 두려워 자살하는 격이라고 평한다. 양쪽 모두에게 공히 말이다. “중국 정부는 서구와의 연결을 유지하지 않고는 국민에게 약속한 복지를 이루어낼 수 없다. 독일도 굴지의 자동차 수출국이라는 위치를 잃지 않으려면 자동차 판매 시장으로서 중국이 꼭 필요하다”고 클래덴은 덧붙였다. “제2의 중국은 없으니까.”
진퇴양난에서 자동차그룹 사장들은 동서 진영 국가들과 균형관계를 유지하려 힘쓰고 있다. 2023년 1월 말,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회장은 창춘과 안후이 생산 현장에서 중국 지방정부 대표를 만났다. 만남은 늘 같은 시나리오로 진행된다. 블루메가 지방 정치의 유명 인사에게 재스민차를 함께 마시자고 초대한다. 손님은 무늬 있는 두꺼운 양탄자가 깔리고 가죽 소파가 있는 방으로 안내된다. 방의 벽면은 산악 풍경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장식됐다.
 

   
▲ 관람자들이 2023년 4월18일 상하이국제모터쇼의 폴크스바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폴크스바겐은 앞으로 “중국 안에서 중국을 위한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REUTERS

지정학적 상황 변화 시나리오
분위기는 훈훈했으나 걱정이 서려 있었다. 함께 자리한 사람들의 말로는 중국 정치인들이 놀랄 만큼 분명한 어조로 폴크스바겐 대표들에게 상황을 직시할 것을 조언했다고 한다. “우리(중국)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독일 볼프스부르크(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도시) 사람들에게 BYD 같은 중국 본토의 경쟁자들이 점점 강력해질 거라고 강조했다.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폴크스바겐도 단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다.
블루메는 이 비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성공적 기업인 풀크스바겐그룹에 중국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내부적으로 이야기했다. 중국과 교역을 끊는 것이 21세기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폴크스바겐그룹은 생각한다. 대신에 세계 다른 지역에 투자를 강화해 좀더 강한 균형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3년 4월 상하이국제모터쇼 방문을 마친 뒤 블루메는 바로 캐나다로 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수행단에 합세했다. 캐나다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만난 블루메는 폴크스바겐의 수십억달러짜리 배터리공장 건설 계획을 논의했다. 그건 아주 “역사적인 날”이었다고 블루메는 열광적으로 이야기했다. 이는 균형을 위한 정치적 행위다.
블루메와 함께 폴크스바겐 이사직을 맡고 있는 랄프 브란트슈테터는 요즘 종종 ‘중국 속도’(China Speed)라는 말을 입에 올린다. 폴크스바겐이 이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브란트슈테터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2022년 8월부터 폴크스바겐의 중국 사업을 책임지는 브란트슈테터가 전임 임원들이 놓쳐버린 것들을 기록적으로 짧은 시간에 전부 만회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브란트슈테터가 중국 황푸강변 산책로에 있는 루프톱 바의 테라스에 서서 알록달록한 조명을 받는 마천루를 바라보고 있다. 모두 지난 몇 년 사이에 생긴 건물들이다. 그는 “여기 고객들은 독일 고객과는 아주 다른 걸 원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자동차 안에서 디지털 체험을 하기 기대한다. 그리고 자율주행차를 원한다. 이 영역에서 독일의 기성 자동차회사들은 해내야 할 숙제가 많다.”
수년간 중국 현지에 이사회 임원을 한 번도 발령하지 않았던 건 폴크스바겐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헤르베르트 디스 전 CEO가 중국 담당이었는데, 그는 팬데믹으로 몇 년 동안 중국에 입국할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폴크스바겐그룹은 중국 시장에 대한 감을 잃어버렸고, 그 결과 아무도 사지 않는 전기차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중국 현지 폴크스바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요즘도 “중국 도로에서 운행하는 몇 대 안 되는 ID.4 모델마저 대개 폴크스바겐 직원들이 운전하는 차”라며 뒷담화한다.
 

   
▲ 올리버 블루메 폴크스바겐 회장이 2023년 3월14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블루메 회장은 지정학적 균형을 구축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REUTERS

가라오케 설치
폴크스바겐 기술자들은 중국 경쟁자들이 내놓는 것 중 자신들이 정말 할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확신한다. 다만 지금까지 폴크스바겐은 비대한 몸집으로 너무 느긋하게 움직였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그룹의 관료주의에 막혀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전기그릴이나 파티 전등을 전기차 배터리에 연결하는 기능처럼 단순하지만 성공이 유력한 업데이트 항목을 등한시했고, 결국 경쟁 기업에 다 넘겨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본사는 이와 관련해 새 모델에 V2L(Vehicle to Load,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브란트슈테터는 이 모든 결함과 단점을 고객과 가까워짐으로써 단시일에 해결하려 한다. 폴크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에서 세계적 자동차를 생산한 후 전세계에 차량을 판매할 시기는 “이제 저물어간다”고 그는 시인했다. 앞으로 그는 “중국 안에서 중국을 위한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 현지의 폴크스바겐 개발센터에서는 “지능적이고 인터넷 연결이 완벽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차량에는 가라오케 등 폴크스바겐이 오랫동안 옵션으로 제공하지 않았던 게임 기능이 장착된다. 2025년까지 브란트슈테터는 신형 전기차 모델 7종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우디 CEO 마르쿠스 뒤스만은 독일 엔지니어의 미덕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대답은 오로지 기술을 보강하고 비용을 절감해 최고의 품질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여기에 경험이 풍부하고 재정이 탄탄한 독일 제조업체에 좋은 기회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것으로 충분할까?
기존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성공을 모방하려 애쓰는 동안, 중국 기업은 독일 회사의 핵심 능력을 모두 습득해버렸다. 이 일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해낸 인물이 있다. 그는 처음에는 볼보(Volvo)를 인수했고 다음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대지주가 됐다. 리수푸(59)가 바로 그 사람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기 힘으로 억만장자가 된 이 사람은 중국 자동차 제국 지리자동차의 회장이다.
리수푸 회장은 오랫동안 한 가지 방법을 고수했다. 볼보처럼 널리 이름이 알려졌지만 시대에 뒤처진 서구 브랜드를 통째로 사들여 세련되게 보강한 뒤, 유럽 경쟁사보다 먼저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 결과 리수푸는 폴크스바겐그룹과 어깨를 겨눌 정도의 다중 브랜드 제국을 건설했다. 이로써 그는 ‘중국의 페르디난트 피에히’(폴크스바겐 회장 시절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추진)라는 명성을 얻었다. 리수푸는 앞으로 기술 면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할 계획이다.

ⓒ Der Spiegel 2023년 제18호
Der Lehrling wird zum meister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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