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기젠 Christoph Giesen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이 ‘베넬리 레온치노 800’ 오토바이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서구의 자동차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해 자동차 제국을 건설했다. REUTERS

리수푸 지리자동차그룹 회장이 아끼는 프로젝트 중 영국의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Lotus) 인수가 있다. 박람회 부스에서 나오는 자동차 경주 선수 젠슨 버튼의 영상 메시지가 이제는 희미해진 과거의 영광을 알린다. 그 옆에는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전기차 급속 충전 시설이 있다. 최근 연간 판매량 100대를 채 넘기지 못한 이 틈새 브랜드는 2028년까지 전기차 대량 공급 업체가 되겠다는 계획이 있다. 목표로 삼은 연간 판매량은 10만 대다.

서구 기업 노하우 공격적 활용
지리그룹은 공격적으로 서구 기업의 노하우를 활용한다. 로터스는 체트에프(ZF)와 베바스토(Webasto) 같은 독일의 자동차부품 제조 회사들과 협업한다. 또한 리수푸 회장은 2024년부터 독일에서 구입할 수 있는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를 위해 슈테판 질라프 독일인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질라프는 아우디와 벤틀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지리의 학습능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바로 이 학습능력이 지리를 독일의 경쟁자들과 확연히 구별짓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질라프는 “새 기술을 적용하는 데 중국인이 훨씬 빠르다. 또한 계획한 대로 되지 않으면 그들은 언제라도 전략을 바꿔 다른 방식을 적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화적 근접성을 위한 노력은 지리가 유럽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서는 볼보를 포함한 중국 제조사의 브랜드가 전체 전기차 시장의 약 15%를 차지한다.
독일 함부르크의 시장조사연구소 우라노스(Uranos)에서 일하는 뵈른 벨첼은 “웨이라이, MG모터, 폴스타 같은 제조업체들은 이제 국제 브랜드로 인지된다”며 “그 브랜드 배후에 중국인 소유자가 있다는 사실을 고객이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한다.
벨첼은 중국 자동차가 노르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했다. 고객들은 중국차가 전기차의 기수였던 테슬라보다 기술 면에서는 부분적으로 더 낫고, 경쟁자인 독일 회사보다 중국 회사가 훨씬 더 확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답했다. 웨이라이에 대해서는 “선구적 흐름에 동참하는 느낌”이라는 견해도 있다.
웨이라이 회장 리빈을 추종자들이 중국의 일론 머스크로 보는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리 빈 회장도 자기 외에 누구도 믿지 않는 독창적인 기술 해법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교환소 같은 콘셉트가 좋은 사례다. 중국에서는 배터리 교환소가 1300군데나 있다. 2023년에 100개소가 더 지어질 것이라고 한다.
웨이라이는 유럽에서도 배터리 교환소 13곳을 시험운영하고 있다. 독일 회사들은 배터리 교환소 건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교환소를 운영하려면 예비 배터리를 대량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웨이라이의 시각은 다르다. 기둥형 충전 시설보다 충전 속도가 현저히 빠른 이 교환소는 경쟁 면에서 중요한 장점을 갖췄다.
이 교환 시설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는 중국 상하이의 웨이라이 본사 부지에서 잘 볼 수 있다. 한 운전자가 주차 공간에서 진회색 ET7 차량을 타이어 교환소처럼 보이는 컨테이너 앞쪽으로 운전한다. 이어 차량 내부 전면의 중앙 콘솔 위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입력한 후 핸들에서 손을 뗀다. 차는 자율운전으로 후진하면서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간다. 차 아래 바닥이 열리고, 배터리가 자동으로 교환되는 데 5분이 걸린다. 교환을 마치면 운전자는 주차 공간을 빠져나온다.
 

▲ 중국 상하이의 웨이라이 배터리 교환소. 배터리 교환소를 늘리려는 노력은 웨이라이에 개척자 이미지를 더해준다. REUTERS

메르세데스 회장의 비밀 면담
자동차 체험 세상은 웨이라이에 개척자 이미지를 더한다. 이 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150만 건의 주문이 웨이라이 액세서리 숍을 통해 들어왔다. 이 숍에서 다루는 상품은 티셔츠부터 칫솔까지 다양하다. 또한 ‘사용자’(리빈 회장은 자사 고객을 이렇게 부른다)의 95%가 그들의 자동차를 ‘인수센터’에서 찾아간다고 한다. 초대형 리본으로 선물 포장된 새 차는 인기 높은 사진 소재로 인스타그램에서 열심히 공유된다. 회사 처지에선 돈 한 푼 들지 않고 홍보하는 셈이다.
테슬라와 비슷한 이 전략은 시작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웨이라이는 크게 적자를 보았다. 2022년 70억유로 매출에 손실이 22억유로였다. 이 적자를 얼마나 오래 감당할 수 있을까? 그건 정부로부터 얼마나 호의를 받는지에 달렸다.
박람회장에서 바쁜 일정을 마치고 몇 시간 뒤, 미국 잡지 <포브스>의 표지 모델이자 억만장자인 리빈 회장은 예정에 없던 방문객을 맞았다. 중국 상하이시 당서기가 그를 찾아온 것이다. 웨이라이 부스는 순식간에 빈 공간으로 변했다. 일반인 통행이 금지되고 보안요원이 사방을 둘러쌌다. 마치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처럼 말이다.
웨이라이의 성패가 중국 정부의 손에 놓여 있음은 2019년 분명히 드러났다. 당시 시시각각으로 목을 조여오던 파산 위기에서 이 기업을 구한 건 국가의 투자자들이었다. 하지만 당은 은사(恩賜)를 금세 다시 거둬들일 수도 있다. 실제 언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자신의 성공을 요란하게 축하했던 억만장자들이 철퇴를 맞은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 베이징의 지도부는 슈퍼스타를 존중하지 않는다. 알리바바의 창설자이자 기술 분야의 거물 마윈은 이를 분명하게 체험한 인물이다.
웨이라이 설립자는 권력자의 호의 대상 목록에서 여전히 매우 위쪽에 있다. 그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도 많이 찾는 인물이다. 당서기를 맞이한 바로 그날, 리빈 회장은 웨이라이의 혁신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독일 자동차회사 회장도 비밀리에 만났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올라 셸레니우스였다. 이제는 독일 기업가들이 중국인에게 배우려 하는 시대다.

ⓒ Der Spiegel 2023년 제18호
Der Lehrling wird zum meister
번역 장현숙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