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자우가 Michael Sauga <슈피겔> 기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3월10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거진 무역분쟁을 논의하기 위해 회담하고 있다. REUTERS

상징적인 사진이다. 2023년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의 불꽃 타닥대는 벽난로 앞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장면 말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일환인 미국의 친환경 산업 보조금과 관련해 유럽연합과 미국 간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회담의 목적이었다. 유럽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수월하게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합의’도 이야기했다.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곧 어떤 협상을 시작할지 시사하면서, 동시에 ‘핵심원자재 클럽’ 설립이라는 광범위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풍력터빈, 태양전지 또는 수소발전소 등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서구 국가들은 광물자원이 있어야 한다. 핵심원자재 클럽은 날로 늘어가는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고안된 프로젝트다. 탄소중립적 미래 산업에는 리튬에서 희토류까지 대략 24가지 이상의 자원이 필요하다.

중국 영향권 벗어나기
이런 시도는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확보하고,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서구 국가의 단합을 보여주는 표시다. 중국은 천연자원 시장에서 독점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구리, 코발트, 니켈 같은 지하자원을 제련하고 선광하는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부분적으로는 60% 이상 장악했다고 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설할 때 이 자료를 인용하자, 유럽연합 국가 정상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중국이 어느새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상당수 자원과 관련해 핵심 위치를 선점했음을 이 통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은 여러 해 전에 이미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 이런 자원의 생산을 중지했다.
중국 정부는 이제 자원보유력을 무기로 사용하기가 쉬워졌다. 예를 들어 2010년 중국 정부는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했다. 동중국해에 있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문제로 두 나라가 다툰 직후의 일이다.
이러한 사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주요 7개국(G7)은 광물자원 동맹을 맺으려 한다. 이 동맹은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등으로 가입국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한다.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초대해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동심원 동맹’도 계획 중이다.
집행위원회 내부의 비공식 메모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뵈른 자이베르트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 존 포데스타가 단계별 모델 청사진을 완성했다. 현재 G7 국가들이 이 모델을 논의 중이다.
이 논의가 끝나면 클럽 회원국은 1단계에서 우선 전략적 자원의 수요와 잠재 산출량과 현재 예상되는 부족량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2단계가 되면 회원국 간에 지하자원을 수출입 할 경우 각국 정부는 수출제한이나 관세 부과를 포기하는 의무를 진다. 3단계에서는 모든 회원국이 광산과 제련소의 환경표준과 노동보호표준 헌장을 결의한다. 집행위원회는 “가공된 원재료를 되도록 자유롭게 거래하는 공동 시장 건설”이 클럽의 목표라고 밝혔다.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이 클럽은 훗날 명실공히 자원 구매 동맹으로 확대될 것이다.
비공식 메모에는 천연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국가들을 클럽 가입에 독려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은 자원 가공을 상당 부분 자원보유국에 위임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에서 단순히 광물을 채굴만 하는 중국과 차별화하는 조건이다. 그럼으로써 “상당량의 공업 생산 설비와 기술이 자원보유국으로 이전될 것”이라고 쓰여 있다.
 

▲ 2023년 3월6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기후변화 콘퍼런스에서 연설하는 존 포데스타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 포데스타는 뵈른 자이베르트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의 비서실장과 함께 핵심원자재 클럽 창설과 관련한 청사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REUTERS

원자재클럽 창설의 걸림돌
이 클럽은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유럽이 배터리 생산의 필수 재료를 자체 가공하는 데 2030년까지 약 90만유로를 투자해야 한다고 유럽연합은 분석한다. 따라서 설비의 일부를 유럽 외부의 우호국에 건설하는 건 그만큼 이익이 된다. 게다가 원자재 협정을 체결하는 일은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보다 훨씬 수월하다. 후자는 비준을 얻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자주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저절로 굴러가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처럼 지하자원이 풍부한 서구 국가들은 이 협약에 선뜻 응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주요 자원의 수출을 자체 제한할 가능성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국경 장벽 없는 협상보다 독자적인 확보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 클럽 창설에 찬성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인사들은 이 프로젝트가 진전할 것이라 낙관한다. 또한 이 예측을 가능케 하는 신호가 머지않아 워싱턴에서 나올 것이라고 한다. 바이든과 폰데어라이엔이 백악관 회담에서 예고했던 유럽의 전기자동차 지원책도 2023년 여름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Der Spiegel 2023년 제18호
Der Lehrling wird zum meister
번역 장현숙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