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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자극에 그린워싱 앞장 세 징수·자율규제 강화 필요
[ISSUE] 탄소배출 늘리는 광고, 규제 어떻게?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마티외 쥐블랭 economyinsight@hani.co.kr

 
광고는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과소비를 부추긴다. 환경오염 물질을 친환경인 양 위장한다.

마티외 쥐블랭 Matthieu Jubl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2년 5월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SUV 콘셉트카 ‘시닉 비전’(Scenic Vision)을 공개하는 루카데 메오 최고경영자. 프랑스에서는 가장 많은 광고비가 자동차, 특히 SUV 홍보에 쓰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REUTERS


광고가 소비자를 조종할 것이라는 우려는 광고 영향력이 커진 20세기 초부터 있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 매일 수천 개씩 쏟아지는 광고 메시지에 소비자 눈은 쉴 틈이 없다. 광고는 환경에도 나쁘다. 환경오염 물질을 그린워싱(친환경 제품으로 위장)하는 데 앞장서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사라고 등 떠민다. 소스타인 베블런과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를 비롯한 경제학자와 다른 사회과학자들은 알고 있었다. 광고는 기업의 시장점유율만 바꾸는 게 아니다. 없던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켜 전체 소비량을 늘린다.
시민단체 ‘커뮤니케이션과 민주주의’와 베블런연구소는 2022년 10월 연구보고서에서 그런 광고의 영향력을 통계로 설명했다. 프랑스에서 1992~2019년 ‘홍보와 마케팅’에 연평균 약 300억유로가 쓰였다. 홍보와 마케팅은 엄밀한 의미의 광고, 일반 대중과 관계 맺기, 제휴, 행사(할인과 본보기 제품 배포)를 아우르는 영업활동이다. 그리고 같은 기간 소비는 모두 5.3% 늘었다.
홍보와 마케팅 지출은 ‘의도적 노후화’(Planned Obsolescence)를 조장한다. 의도적 노후화는 “소비자가 현재 소비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 제품을 사도록 부추기는 기업 전략이다. 기술 발전으로 기존 제품이 구식이 되는 ‘기술적 노후화’에 의도적 노후화가 더해졌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새것으로 바꾸려고 버리는 휴대전화의 88%가 작동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처럼 “불필요한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프랑스 국민은 노동시간을 평균 6.6% 늘렸다.”(보고서)
 

   
▲ 2022년 6월 프랑스 ‘칸 라이언즈 국제창의페스티벌(광고제)’이 열린 페스티벌 팰리스에 “화석연료 광고는 지구를 불태운다”고 적힌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펼침막이 걸려있다. REUTERS

광고세 징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는 광고 규제를 지구온난화 억제 수단으로 본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규제하는가다. 베블런연구소는 기업이 광고와 홍보에 지출하는 금액의 최대 8%를 세금으로 거두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 제안대로 광고세를 징수하면 홍보·마케팅 지출이 13%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인쇄물도 그만큼 사라질 것이다. 광고세 도입 뒤 첫 3년 동안 세수가 연평균 16억6천만유로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세수 증대가 주목적은 아니다. 유기농·재활용·재생에너지 등 “경제의 친환경 전환에 핵심인” 산업에는 세를 면제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베블런연구소)
광고세 도입이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광고세 도입을 지지하는 이들도 이 점을 잘 안다. 베블런연구소의 마틸드 뒤프레 공동소장은 “광고세로 광고 밀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광고 지출이 큰 기업은 세금을 내더라도 광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업계는 집중도가 높은 시장이다. 2019년 프랑스 기업 500곳이 홍보와 마케팅에 쓴 돈이 광고시장 전체 매출액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31대 주요 기업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20%에 이른다.
환경과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큰 제품에 광고비 지출이 집중되는 점도 문제다. 기후행동네트워크(세계 환경단체 연합)와 ‘그린피스 프랑스’, 광고범람저항(시민단체)이 2020년 공동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항공·정유 업계가 홍보와 마케팅에 쓴 돈이 51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산업의 광고비만 43억유로다. 그중 18억유로는 스포츠실용차(SUV) 홍보에 쓰였다.
세 단체는 1991년 만든 ‘에뱅기후법’과 비슷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요구했다. 에뱅기후법으로 술·담배 광고를 엄격하게 규제한 것처럼, 화석연료 광고와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항공·도로·해양 교통수단”을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근거리 대중교통 수단은 예외”다. 세 단체는 이런 법규를 마련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2020년 헌법재판소가 환경보호를 ‘헌법적 가치가 있는 목표’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자율규제 한계
강력한 광고 규제로 충분할까? 마틸드 뒤프레는 “광고세 도입과 규제 강화는 제품 생산에 관한 규범이 뒤따라야 기대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그러면 판매 금지 대상인 자동차의 광고 역시 금지해야 일관성이 있다.”
티에리 리베르 유럽경제사회위원회 소비자환경부 공동부장은 환경전환부 요청으로 공동 작성한 보고서 ‘광고와 환경전환’에서 “판매 금지 대상도 억제 대상도 아닌 제품의 광고를 징세와 같은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법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상업과 산업 활동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어떤 제품의 광고를 금지하느냐를 두고 분명 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업이 자율규제하는 지금 방식을 개선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에서 광고와 커뮤니케이션 업계의 ‘윤리규정’은 비영리단체 광고규제국(ARPP)이 만든다. 어떤 광고가 이 규정에 어긋나는 것으로 의심되면 광고규제국 산하 광고윤리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심사 대상 광고가 윤리규정에 부합하는지만 따진다. 윤리규정을 어겨도 제재할 권한이 없다.
광고규제국의 ‘지속가능 발전 권고안’은 광고에서 ‘녹색’ 또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소개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마케팅 분야에서 아무 가치가 없다. 브랜드나 제품의 이름에 ‘녹색’ 또는 ‘자연주의’와 같은 수식어를 마음껏 붙여도 된다. 광고규제국 권고안에서 그린워싱 방지처럼 실속 없는 규정은 또 있다. 권고안을 보면 “과도한 소비 또는 순환경제 원칙에 반하는 소비 방식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치는 광고를 하면 안 된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소비주의 메시지를 내보내 제재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SUV 광고가 대표적이다. 광고는 “필요한 것보다 더 가질 수 있는데 왜 필요한 것만 가지려 하는가?”라는 문구를 썼다. 이 문구 때문에 해당 광고는 2022년 12월 심사에 회부됐다. 위원회는 이 광고가 윤리규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공해가 심한 차종을 비롯한 모든 자동차의 광고가 그 자체로 윤리규정에서 금지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리베르는 “이 사례가 제도의 구멍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윤리규정이 엄격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광고윤리심사위원회 의견이 심사 요청을 한 뒤 몇 달 지나야 공개된다. 그때는 심사 대상인 광고의 집행이 이미 끝난 경우가 많다. 광고에 대한 관심이 식었을 때 심사 결과가 나온다. 공개 거론해 망신을 주는 네임앤셰임(Name and Shame) 공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어떤 회사의 광고가 윤리규정에 어긋나는지 대중이 알아야 한다. 시민단체 권한 확대도 필요하다. 윤리규정 권고안을 작성하는 위원회에서 시민단체가 광고규제국과 동수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환경단체는 광고업계 대표보다 수가 적어 광고규제국에 등을 돌렸다.
 

   
 

강력한 업계 로비
정부 광고 규제안은 기약이 없다. 기다리다 못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자체는 광고 내용을 규제할 권한이 없다. 하지만 광고 게시 공간을 관리할 권한은 있다. 그르노블, 리옹, 낭트, 보르도는 광고지역규정을 개정해 도로에 설치하는 (발광·무광) 광고물의 수와 크기를 줄였다.
속도가 더디지만 정부도 관련 법규를 만들기 시작했다. 순환경제법과 기후탄성력법의 얼마 안 되는 조항은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 그 내용도 ‘기후를 위한 시민협의체’의 권고와 거리가 멀다. 시민협의체는 “광고 과잉 노출”이 심각한 만큼 규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1㎞당 배출량이 95g 이상인 자동차)의 선전, 옥외광고물 설치, 우편함 광고물 배포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광고에 “정말 필요합니까?” 같은 문구를 반드시 넣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리베르는 “시민협의체 권고안으로 광고업계가 공포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작위로 뽑은 시민 150명의 의지’는 업계의 적극적 로비(다국적기업연구소가 2021년 보고서에서 이를 고발했다) 탓에 무로 돌아갔다. 글로벌 광고대행사 하바스의 메르세데스 에라 대표이사는 ‘기후법’ 의결 전 프랑스 일간 <피가로>와 한 인터뷰에서 “정책 방향을 성공적으로 바꾸었다”고 자축했다.
광고와 커뮤니케이션 산업에 직접 고용된 사람은 30만 명 가까이 된다. 광고 수익에 생계가 걸린 업계는 이들 산업을 대변하는 ‘변호사’다. 언론사가 대표적이다. 리베르는 보고서에서 “종이신문은 수입의 3분의 1 이상,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수입의 절반이 광고에서 온다”고 밝혔다. 광고 공세를 끝내려면 광고 수입에 의존하는 회사의 경제 모델을 바꿔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3년 6월호(제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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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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