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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가격·공급망 앞세워 맹추격
[SPECIAL REPORT] 한·중·일 배터리 전쟁- ① 현황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안리민 economyinsight@hani.co.kr

 
배터리 삼국지 최후의 승자는?
내연기관자동차의 퇴출은 이제 시간문제다. 전기자동차가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아 그 심장인 배터리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전기차 배터리의 출발은 일본이었으나 세계시장 주도권은 한국이 쥐었다. 중국은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며 맹렬히 추격했다. 하지만 격전지인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 정책 변화와 현지 공급망 요구로 한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 새로운 반격을 준비하는 중국, 전고체 배터리로 판도를 뒤엎으려는 일본, 그리고 한국의 수성 전략을 살펴본다. _편집자

안리민 安麗敏 천리슝 陳立雄 <차이신주간> 기자
 

   
▲ 2023년 4월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계 1위인 중국 업체 CATL이 상하이오토쇼에서 선보인 배터리스왑솔루션 EVOGO. 이 장치는 방전된 전기차 배터리를 2~3분안에 완전 충전된 배터리와 교체해준다. REUTERS

2023년 4월25일 한국과 미국이 워싱턴에서 배터리를 포함한 여러 기술 분야의 업무협약(MOU) 23건을 체결했다. 같은 날 삼성SDI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출자해 배터리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가 30억달러 넘는 사업이다. 미국은 세계 주요 자동차시장이다. 2년 전 미국은 신에너지자동차 전환을 선언했다. 2021년 8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 국내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을 50%로 올리기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년 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서명해 전기차 지원 의지를 행동으로 옮겼다. 전기차 세액공제액이 최고 7500달러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현지화 비율을 조건으로 삼았다. 한국계 배터리 제조사에 유리한 조건이다. 한국 기업은 미국에 비교적 일찍 진출해 공장을 세웠다. 핵심 광물 조건에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도 혜택받을 수 있다. 한국도 그 대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 우려 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은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규정한 점이다. 아직 구체적 명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는 중국 기업이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릴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현재 한·중·일 3국 기업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주도한다. 중국 신에너지차 성장세에 힘입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한국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배터리 탑재량 10위권 기업 가운데 6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CATL(寧德時代)이 점유율 37%로 6년 연속 1위를 지켰다. 2023년 1분기에는 BYD(比亞迪)가 LG에너지솔루션을 추월해 2위에 올랐다.
 

   
▲ 2023년 3월 타이 방콕 국제모터쇼를 찾은 관람객들이 중국 BYD의 전기차 돌핀을 구경하고 있다. BYD는 2023년 1분기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REUTERS

흔들리는 한국 주도권
세계시장 구도도 바뀌고 있다. SNE리서치의 최신 자료를 보면 1분기에 중국 이외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제조사의 비중이 49%로 1위였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같은 기간 CATL 점유율이 24.4%로 전년 동기 대비 7.8%포인트 늘었다. 증가율이 LG에너지솔루션의 두 배였다. BYD는 증가율 633.9%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무기는 원가경쟁력이다. 세계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한국 기업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2023년 3월15일 한국 정부는 로봇·반도체·이차전지·전기차·디스플레이·바이오 6개 핵심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4월6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7년까지 반도체·디스플레이·차세대전지 3대 분야에 16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기업이 세계 선두를 다투는 사이 일본도 그냥 있지 않았다.
4월25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제7차 축전지산업전략 검토 민관협의회를 열었다. 일본은 리튬배터리 종주국이다. 일본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旭化成)의 특별연구원 요시노 아키라는 리튬배터리의 주요 발명자로 2019년 다른 과학자 2명과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소니는 가장 먼저 리튬배터리를 상용화했다. 그때부터 리튬배터리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해 휴대전화, 컴퓨터, 자동차 분야로 확대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본 기업은 점차 낙오됐다.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10위권에 든 일본 기업은 파나소닉뿐이다. 시장점유율도 줄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후지경제(富士經濟) 자료를 보면 2015년 37.1%이던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2020년 20.4%로 떨어졌다.
2022년 8월 경제산업성은 축전지산업전략을 발표했다. 경제산업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에서 일본을 추격하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다. 일본은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에너지밀도를 높인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신기술 개발로 주도권을 되찾길 기대한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또 현재 사용하는 배터리의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이전에 일본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른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본은 ‘이중전략’을 선택했다. 먼저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2030년 전후 실제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동시에 액체 배터리 공장을 신설해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업계 흐름을 따라갈 방침이다. 2030년까지 일본 국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150GWh(기가와트시), 국외 생산능력을 450GWh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경제산업성은 2030년 세계 배터리 생산능력이 약 3천GWh, 일본 기업의 비중이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배터리 산업 지원책도 내놓았다. 2023년 4월28일 혼다자동차가 일본에 2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설비투자와 기술개발을 위해 최고 1587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 배터리공급망협회는 2030년까지 공공·민간 부문이 15조엔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교통수단은 전기차 배터리, 풍력과 태양광발전은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가 필요하다.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한·중·일 3국의 배터리 기술, 제조, 원가, 응용 등 전방위 경쟁이 불가피하다.
 

   
▲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스에 짓는 배터리 공장.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1위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리튬인산철의 반격
SNE리서치 자료는 중국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 변화를 잘 보여준다. CATL은 2021년 1분기 중국 이외 시장 판매량이 3위, 점유율은 11.3%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다음이었다. 2022년 1분기 점유율이 16.6%로 늘었다. 2023년 1분기에는 점유율 24.4%로 파나소닉을 추월해 2위로 올라섰다. 1위를 지킨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이 28%로 떨어져 두 기업의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중국 업체 배터리를 선택한 외국 기업도 늘었다. 2023년 5월10일 고션하이테크(國軒高科)는 폴크스바겐의 외국 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그전에는 폴크스바겐 중국 공장에 배터리 일부를 공급했다. 5월8일 SNE리서치는 현대 전기차 코나에 CATL 배터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외국 완성차 업체의 선택을 받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원가경쟁력이다. 미국과 유럽보다 먼저 신에너지차 산업을 육성한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신에너지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했다. 중국은 2015년 이후 줄곧 세계 최대 신에너지차 시장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산업이 대규모 생산 단계로 도약했다. CATL은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배터리 제조원가를 80% 이상 낮췄다고 밝혔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중국 기업의 강력한 무기다. 배터리는 양극재 소재에 따라 유형을 분류한다. 주로 삼원계(양극재로 니켈·코발트·망간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사용)와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나눈다. 삼원계는 에너지밀도가 더 높지만 안전성이 약간 떨어지고 코발트와 니켈의 가격이 비싸 원가경쟁력이 없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떨어지지만 안전성, 수명, 원가 면에서 더 낫다.
애초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낙후된 기술로 간주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기 승용차는 항속거리(1회 충전 최대 주행 가능 거리)와 무게가 중요하기에 업계에선 삼원계 배터리를 선호했다. 그때 중국 업체만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해 대형버스 등 상용차에 사용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은 삼원계 배터리 기술로 세계를 선도했다.
2016년 중국 정부는 상용차의 삼원계 배터리 사용을 금지해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16~2019년 관련 부처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명단(화이트리스트)을 만들어 중국 배터리 제조사를 보호했다. 완성차 업체가 이 명단에 포함된 제조사의 배터리를 사용해야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일본과 한국 배터리 제조사는 명단에 들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리튬인산철에서 삼원계 배터리로 도약하도록 독려했다. 신에너지 승용차의 보조금 기준에서 항속거리를 중요한 지표로 설정하자 삼원계에 호재로 작용했고 삼원계 배터리가 주류를 차지하게 됐다. 중국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 자료를 보면 2019년 6월 삼원계 탑재 비중이 72.8%, 리튬인산철은 25.1%였다. 이후 신에너지차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사라져 배터리 원가가 중요해졌다. CATL과 BYD 등은 배터리 구조 개선으로 에너지밀도를 높여 승용차의 항속거리를 늘릴 수 있게 하고 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을 개척했다.
배터리 시스템의 전체 에너지밀도는 배터리 셀과 내부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구조를 간단하게 하고 무게를 줄이면 배터리 셀의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2023년 4월 어우양밍가오 중구과학원 원사는 포럼에서 “중국 기업은 각자 고유의 배터리 구조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BYD의 ‘블레이드(blade) 배터리’나 CATL의 ‘기린 배터리’, 광저우자동차(廣汽)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온(Aion, 埃安)의 ‘탄창 배터리’ 등이 그것이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하느님이 중국인을 위해 남겨준 배터리인 것 같다.”

강력한 공급망
배터리 구조를 혁신하자 외국 완성차 업체가 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주목했다. 테슬라가 2020년 10월부터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 차종에 삼원계 대신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했다. 2021년 7월 모델Y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차종을 출시했다. 10월에는 세계 표준 차종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포드, BMW, 현대도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할 계획이다.
대다수 신에너지차 제조사는 아직 흑자를 내지 못했다. 전통 기업의 전기차 사업도 모두 적자 상태다. 따라서 원가경쟁력은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중요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2023년 1분기 중국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량 비중이 68.2%, 삼원계는 31.7%였다.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의 60%가 리튬인산철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도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삼원계를 대체하고 있다. 테슬라의 대용량 전기에너지 저장장치인 메가팩(Megapack)은 처음에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했다. 여러 차례 화재사고를 겪은 뒤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바꿨다. 2022년 중국에서 전력계통에 연결한 에너지 저장소는 전부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저장 분야를 겨냥한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는 반면 일본 기업은 추격을 포기했다. 2023년 3월 파나소닉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 파나소닉에너지의 최고기술책임자 와타나베 소이치로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할 계획이 없다”며 “가격 면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세계 선두를 다툴 수 있는 배경에는 공급망 지원도 있다. 세계 음극재 제조사 상위 1~4위가 중국 기업이다. 또 전해액과 분리막 분야의 1위와 2위가 중국 기업이다. 일본은 축전지산업전략에서 중국이 배터리 소재 가공과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분야에서 절대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 자오젠 연구원은 “중국의 배터리 분야 투자가 과열됐고 제조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생산설비 증가와 기술 개선 속도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잔혹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강인할 수밖에 없다.”

ⓒ 財新週刊 2023년 제19호
中日韓電池戰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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