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리민 安麗敏 천리슝 陳立雄 <차이신주간> 기자
 

▲ 삼성SDI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북쪽 괴드에 설립한 배터리공장. 삼성SDI는 유럽 전기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18년 이 공장을 지었다. REUTERS

중국 배터리 제조사는 변화를 적극 수용해 유럽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EVE에너지와 CATL 외에 CALB(中創新航), 펑차오에너지(蜂巢能源)도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전해액 제조사 캡켐(Capchem, 新宙邦), 분리막 제조사 셈콥(SEMCORP, 恩捷股份), 배터리 소재·회수 기업 GEM(格林美), 음극재 제조사 푸타이라이(Putailai, 璞泰萊) 등도 뒤를 따랐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는 또 미국의 제재를 피하려 ‘우회로’를 선택했다. 2023년 2월 CATL은 포드와 새로운 형식의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포드가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고 CATL이 운영과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다. 포드는 같은 방식으로 미국에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4월28일 고션하이테크는 미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미 미시간주에 배터리 소재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폴크스바겐이 이 회사 주요 주주이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에는 ‘외국 우려 기관’의 지분율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 삼원계 양극재 제조사 론베이(Ronbay, 容百科技)는 한국 공장에서 미국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요건을 지킬 수 있다.

미국 시장 변수
유럽과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주요 시장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 중국 기업이 몰려들고, 앞으로 한국·일본 기업과 충돌할 것이다. SNE리서치는 한국과 중국 배터리 제조사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은 비교적 일찍 외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공동으로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 2018년 삼성SDI, 2019년 SK온이 헝가리에 공장을 지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중국,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는 유럽 시장에서 더 승산이 있다. CATL 관계자는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에서 수주하는 물량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일본 기업의 경쟁이 미국 시장에 집중된 셈이다.
미국과 한국은 관계가 안정적이다. 한국 기업은 자사의 강점과 미국 정책의 호재를 이용해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한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의 영향을 분석하면서 해당 법안으로 영업이익이 1003억원 늘었다고 밝혔다. 현재 인플레이션감축법 요건에 부합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유효생산능력은 15~20GWh다. LG에너지솔루션의 현지 생산능력은 250GWh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테슬라, GM, 혼다도 LG에너지솔루션 고객사다. 미국에 배터리공장을 설립할 계획인 혼다의 협력사가 LG에너지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SK온의 주요 고객은 포드다. 현대의 인기 전기차인 아이오닉5도 SK온의 배터리를 선택했다. 삼성SDI는 BMW의 여러 차종과 미국 신생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Rivian)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 리스크를 고려할 때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원하는 완성차 업체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22년 10월 파나소닉은 4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캔자스주에 30GWh 규모의 배터리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이 미국에 짓는 두 번째 배터리공장이다. 또 2023년 4월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세 번째 미국 배터리공장 설립 예정지로 오클라호마주를 고려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 생산 경험이 풍부하다.
중국 배터리장비 제조사 지양커지(Geesun, 吉陽科技)의 양루쿤 회장은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1865배터리 제품의 일관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일관성은 배터리 품질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많은 셀의 성능이 일치하지 않으면 배터리가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배터리의 안전성도 떨어진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2170배터리와 4680배터리도 공급한다. 앞에 붙은 숫자는 배터리 규격으로, 4680은 직경 46㎜, 높이 80㎜라는 뜻이다.
 

▲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가전박람회(CES) 행사장에 전시된 일본 파나소닉의 리튬이온배터리. 원통형 배터리 생산 경험이 풍부한 파나소닉은 최근 세 번째 미국 배터리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REUTERS

특허·품질 유의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 자오젠 연구원은 “일본 배터리 제조사가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미국 법의 요건을 수월하게 충족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장 리스크, 한국·일본 기업과의 경쟁 때문에 많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후퇴했다. 배터리 제조사 판매 책임자는 “에너지 저장장치용 배터리는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세계로 수출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지만 전기차용 배터리의 중계지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를 고려할 수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크다. “배터리공장을 지으려면 수십, 수백억위안을 투입해야 한다. 기업이 쉽게 결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과 조달 등 사업 범위를 외국으로 확대하는 길은 평탄하지 않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임원은 “중국 기업은 특허 분쟁과 제품 품질 문제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내에서는 기업의 실수를 어느 정도 용인하지만 외국 시장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SK온을 상대로 특허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을 인정하고 SK온의 관련 제품 미국 수출을 10년간 금지했다. 2년 동안 진행된 소송은 2021년 4월 SK온이 합의금 18억달러를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품질 문제도 거액의 배상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 3월 충전 상태의 GM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같은 종류의 차량에서 자연발화 사고가 10여 건 이어졌다. 이 차종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GM은 세계 각국에서 14만3천 대를 리콜했고 관련 손실액이 2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LG에너지솔루션은 GM에 배상금 19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 임원은 “중국 기업은 비슷한 경험이 없고 자금력도 없다”며 “비슷한 사건이 생기면 중국 기업은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나라 제조사의 경쟁으로 배터리 기술 분야는 ‘총성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현재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 미래를 지배할 것이다. 배터리의 본질은 소재이고, 최근 주목받는 신기술은 고체 배터리다. 일본이 고체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공장. SK온은 합의금 18억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을 마무리했다. SK온

차세대 배터리
리튬배터리의 핵심 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이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를 결정한다. 전해액과 분리막은 리튬이온이 자유롭게 이동해 에너지를 교환하도록 하는 동시에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는다. 전고체(全固體, Solid-state) 배터리는 고체 상태의 전해질로 전해액을 대체한 것이다. 전해액이 새거나 불이 나지 않아 배터리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업계에서 인정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일본 축전지산업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더 높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사용할 수 있어 항속거리가 같은 부피 액체 배터리의 두 배에 이른다. 또 초고속 충전이 가능해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배터리 제조사 기술 개발자는 “고체 전해질을 새로 개발해야 하며, 에너지밀도를 높이려면 새로운 양극재와 음극재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기초 소재 연구 분야의 경험이 풍부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확실히 강점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장조사업체에 위탁해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특허를 조사한 결과 10위권 기업 가운데 6개가 일본 기업이었다. 1위인 혼다의 특허 건수는 2위의 세 배였다.
일본 자동차업체는 전고체 배터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2023년 4월26일 혼다는 반고체와 전고체 배터리 투자 계획을 밝혔다. 2024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시범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이 배터리를 2025년 이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사용할 예정이다. 혼다는 2025년 이전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기를 기대한다. 닛산도 2024년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라인을 만들고 2028년 양산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계획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2023년 3월24일 CATL은 투자자의 질문에 전고체 배터리는 과학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고 대답했다.
4월16일 상하이자동차그룹(上汽集團)의 주쥔 부총공정사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창업기업에 투자했지만 아직 실질적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리훙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액체 배터리에선 양극재와 음극재가 전해액에 담겨 있어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는 데 장애가 없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전해질과 양극·음극이 고체 형태로 접촉해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리다. 또 배터리가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팽창 또는 수축해 리튬이온이 고체 전해질 접촉면에서 이탈하면 양극과 음극을 오갈 수 없다.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비용도 상용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자오젠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는 앞으로 고급형 차종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항속거리와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더 비싼 값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주요 시장에서는 여전히 배터리 원가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획기적 성과를 거둘 때까지 기다리는 데도 리스크가 따른다. 일본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해 사용한다고 해도 액체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고 두 가지 형태가 장기간 공존하리라 전망한다.
전해액 제조사 관계자에 따르면 신소재를 실제 사용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전해질용 리튬염 LiFSI로 LiPF6(육불화인산리튬)을 대체하는 기술이 나왔지만 제조 단계에서는 지금도 실질적 변화가 없다. LiPF6과 LiFSI는 같은 전해액 용질이지만 LiPF6에 비해 LiFSI의 전도성과 안전성이 더 높다. 이 관계자는 고체 전해질의 상용화 가능성에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중국 기업은 전고체 배터리와 다른 신소재 연구를 적극적으로 따라가면서 액체 리튬배터리의 기술 개선에도 주력한다. 반고체 배터리도 주요 연구 방향이다. 전해액 제조사 관계자는 “반고체 배터리는 생산과정에서 전해액을 두 차례로 나눠 주입하고 다시 가열해 젤 상태로 만든다”며 “생산과정이 복잡하지만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2023년 4월 중국 상하이모터쇼 행사장에 전시된 일본 혼다의 전기차 e:NS2. 혼다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REUTERS

새로운 모색
2020년 웨이라이자동차(蔚來汽車, NIO)는 신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해 항속거리가 1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양산 계획을 계속 연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제 사용된 것은 반고체 배터리”라며 “2023년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판팡팡 CALB 최고기술책임자는 “반고체 배터리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CALB가 반고체 배터리를 개발했지만 에너지밀도 면에서 액체 배터리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충전 속도를 희생해야 했고 배터리 안전성도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반면 액체 배터리에서는 전해액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에너지밀도를 개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023년 4월19일 상하이 국제자동차산업박람회에서 CATL은 항공기용 ‘응축 물질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배터리의 kg당 에너지밀도는 최고 500와트시(Wh)로 전고체 배터리 수준이다. CATL은 응축 물질 배터리를 전기차에 적용하면 에너지밀도가 kg당 350Wh에 이른다고 밝혔다. 생산 비용이 조금 늘어나며 2023년 연내 양산이 가능하다.
우카이 CATL 수석과학자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자체 개발한 전해액을 사용한 것으로 반고체 배터리가 아니다. 중국 기업은 비싼 금속 소재가 들어가지 않는 ‘귀금속 프리’(Noble-Metal-Free), 나트륨 배터리 등 다양한 방향의 액체 배터리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CATL은 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선한 M3P 배터리를 내놓았다. 에너지밀도가 삼원계와 리튬인산철 배터리 사이지만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리튬망간인산철(LMFP) 소재를 사용한 이 배터리가 차세대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세 나라 배터리 제조사는 앞으로 상당 기간 현재의 배터리 소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방위로 경쟁할 것이다. 와타나베 소이치로 파나소닉에너지 최고기술책임자는 “한국과 중국에는 인적자원이 풍부해 우수한 대학 졸업생이 배터리 제조사로 몰려들고 있다”며 “배터리 대량 생산에는 화학 분야 인재는 물론 생산설비와 제어시스템 분야의 엔지니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財新週刊 2023년 제19호
中日韓電池戰
번역 유인영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