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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적자 크지만 빠르게 넷플릭스 추격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디즈니
[159호] 2023년 07월 01일 (토) 찬호 Sodohun@naver.com

 

찬호 공인회계사
 

   
▲ 디즈니는 세계 각지의 테마파크에서 생겨나는 강한 현금동원력을 발판으로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랜드. REUTERS


2023년 들어 미국 나스닥은 30% 이상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위협과 경기침체를 향한 두려움이 점차 가시는 듯하다. 특히 엔비디아를 위시한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회사들의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디즈니 주주에게는 긴 하락장 어디엔가 있는 듯하다. 2023년도 벌써 절반이 지났지만 디즈니 주가는 연초 대비 하락한 상태다. 설상가상 최근 불거진 영화 <인어공주> 논란 등은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꿈과 희망을 준다는 디즈니가 주주에게만은 유독 가혹해 보인다. 디즈니의 주가 반등은 아직도 먼 이야기일까? 재무제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본다.

디즈니의 매출 구조
디즈니는 우리에게 <미키 마우스>를 비롯한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회사다. 그래서 자칫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미에서 디즈니는 거대 미디어 그룹이다. 먼저 미디어 관련이다. 디즈니는 디즈니스튜디오·마블스튜디오 등 애니메이션 제작사뿐 아니라 <에이비시>(ABC) 방송, <이에스피엔>(ESPN) 등 미디어 채널도 소유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제작사 20세기폭스도 디즈니 소유다. 마지막으로 디즈니플러스가 있다. 2019년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회사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했다. 2022년 총매출 840억달러 중 약 65%가 앞서 언급한 미디어 사업에서 발생했다. 디즈니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테마파크 사업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디즈니 매출의 35%를 차지한다.
넷플릭스가 등장하기 전 디즈니는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장악했다.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극장과 케이블방송 등에서 상영한다. 여기서 티켓과 광고 수익을 챙긴다. 한편 소비자에게 각인된 디즈니 이미지를 테마파크에서 입장권과 기념품 판매로 다시 수익을 창출했다. ‘애플 생태계’에 못지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디즈니의 매출 연결고리에 비상이 생겼다. 먼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디즈니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인 방송을 빠르게 장악했다. 매년 OTT 시장 성장률이 20% 이상 늘어나 시청자가 기존 케이블방송을 보지 않게 됨에 따라, 디즈니의 기존 미디어사업 성장 속도는 둔화했다.
소비자의 시청 플랫폼이 OTT로 이동하는 흐름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영화 제작에도 위협을 가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영화 사업은 종종 제작비 몇 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플랫폼이 OTT로 바뀌면서 위기가 예견됐다. 최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수익 배분 문제와 유사한 위기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오징어 게임>의 추정 수익은 1조원에 육박한다지만, 제작사는 넷플릭스와 사전 계약한 일정 수익만 보장받았다. 이에 디즈니는 울며 겨자 먹기로 OTT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디즈니의 제작 수익이 넷플릭스 같은 OTT 사업자 플랫폼에 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성적표는 ‘수’가 몇 개 섞인 ‘낙제’라고 할 수 있겠다. 디즈니플러스를 포함한 디즈니의 소비자직접서비스(Direct-to-Customer) 사업부는 최근 3년간 매출 측면에서 2배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디즈니플러스는 OTT 후발 주자로서 넷플릭스와 비교해 낮은 구독료를 유지했다. 반면 콘텐츠 제작 비용과 마케팅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 3년간 10조원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수’가 몇 개 있다고 한 것은 후발 주자로서 무섭게 구독자 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그간 쌓아올린 무형자산들 덕이다. 시장에 진입한 지 약 3년 만에 디즈니 OTT 서비스 구독자 수는 약 2억 명으로 넷플릭스 구독자 수와 비슷해졌다.
 

   
 

‘디즈니월드’는 지속될 수 있을까
10조원 손실에도 역설적으로 디즈니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세계 곳곳에 있는 디즈니월드 등 테마파크와 디즈니 캐릭터 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OTT 사업의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매년 10% 이상 사업이 성장하고 있다. 2010년 디즈니 테마파크 매출은 107억달러 수준이었지만 2022년에는 287억달러에 이른다.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는 디즈니 전체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벌어들였다. 게다가 ‘현금 장사’다. 매년 현금이 팍팍 꽂힌다. 영업이익률은 더 놀랍다. 2022년 테마파크에서 발생한 영업이익률은 27.5%로 애플의 영업이익률과 비슷했다. 애플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감성’으로 설명하곤 하는데, 디즈니 테마파크 사업도 이에 비견된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경험’을 판매한다는 측면에서 굳건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다.
오늘날 한창 돈을 긁어모으는 ‘플랫폼’의 원형 중 하나가 디즈니랜드다. 디즈니 창업자 월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텔레비전(TV) 광고수익, 테마파크, 상품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다. 소비자를 ‘디즈니 플랫폼’으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 이런 디즈니의 유산은 넷플릭스와 분명히 차별되는 경제적 해자다. 넷플릭스의 수익구조는 단순해서 월별 구독료에서만 수익이 발생한다. 반면 디즈니의 수익은 훨씬 다변화돼 있고 오프라인에 강하다. 디즈니 테마파크 사업에서만 발생한 2022년 영업이익이 넷플릭스의 전체 영업이익을 앞선다.
그럼에도 디즈니 투자자를 여전히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OTT다. 대체 언제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수 있냐는 것이다.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는 2023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투자자들에게 OTT 사업을 ‘최우선순위’(No. 1 Priority)라고 했다. 또한 2024년까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결국 지속적인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달렸다. 또 다른 ‘미키마우스’와 ‘엘사’의 발굴이 디즈니월드를 유지하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 10여 년간 자본시장 언저리에서 밥벌이하는 공인회계사다. 시장 거품을 늘 걱정하지만, 우리가 숨을 거둔 뒤에도 자본시장은 계속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두에게 공개하는 재무제표 등 공시 정보를 통해 기업의 속살을 톺아보는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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